어제는 산행을 시작할 새벽 4시 30분쯤
폭염의 소낙비와 같은 폭우가 1시간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천둥번개 치지않는 한 산행하겠다는 결심은
엄청난 폭우에도 불구하고 완전무장해서 산행을 떠났습니다.
순환 산책로를 따라 산행하였는데
비 오는 날 산행하면 안된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순환 산책로는 바로 옆이 하천이라 물빠짐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그 쏟아지는 폭우로 인해 신발의 절반이 물에 잠겼습니다.
간혹 물웅덩이가 있는 곳은
발목까지 물에 잠겼습니다.
오르막을 오를 때는
순환 산책로가 하천이 되었습니다.
오늘 이런 날씨에 산행하는 사람을 만나면
정말 산행의 숨은 고수요, 그 레전드일 것입니다.
평소에 산행을 하면 벌써 내려오는 사람들이 몇 분 있었는데
오늘은 내려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제가 올라갈 때 내려오는 사람들은
집에서 새벽 4시 이전에 출발하는 사람들입니다.
반환점을 돌아 왔던 길로 내랴가는데
저 멀리 우산 두 개가 너무나 반갑게 보였습니다.
점점 다가오는 두 사람은
평소 인사하고 지내는 모녀였습니다.
젊은 어르신께 인사를 하고
산행의 숨은 고수인 줄 미처 몰랐다며 대단하다고 하였습니다.
어르신의 딸은 산행의 고수인 엄마를 따라 매일 산행길에서 만나는데
산행 후 직장에 출근해하는데도 폭우에도 불구하고 효녀 산행을 하였습니다.
젊은 어르신의 산행 루틴은 순환 산책로의 반환점에서 돌아오지 않고
산책로 끝에서 순환도로로 이어지는 가로등이 없는 400미터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
순환도로를 따라 내려는 코스인데 최고로 험난한 산행 코스입니다.
가로등이 없는 가파른 언덕길을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올라갈려면
거의 특전사 훈련을 방불케 할 것입니다.
너무나 가파른 언덕길이라 수로가 따로 없어
산의 물이 토사와 함께 쏟아져 내리는 하천이 됩니다.
가파른 산을 절개해서 만든 길이라
길보다 높은 산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이 모여 흐르는 하천길이 됩니다.
그 길을 올라간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죽음을 각오하지 않고는 올라가서는 안되는 길입니다.
그러나 어르신과 딸은 평소 다니는 길이라 그 길을 올라갔고
오늘 새벽에도 비가 내렸는데 어르신과 딸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제 폭우에 비하면 가량비에 옷 젖을 정도인데 오늘 산행길에서 보이지 않는 것은
어제 폭우가운데 죽음의 오르막길을 오르는 사투가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오늘은 비 예보가 없어 우산을 들고 오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고
우산들고 온 사람 사람들은 집에서 5시 30분 이후에 출발한 사람들입니다.
산책로 끝에서 농장으로 올라가는 다리에는
어제 새벽에 내린 폭우로 산에서 흘러내린 토사가 쌓여 발목까지 질펀하였습니다.
오늘도 쌍계리 마을 둘레길을 돌아오니
운동가구에서 운동하는 어르신 몇 분이 어제는 왜 나오지 않았느냐고 하길레
무슨 말씀이냐며 폭우가 쏟아지는 산행을 하였는데 증인이 많다고 하였습니다.
어르신들은 매일 아침에 운동 기구에서 만나는데
초곡에서 텃밭을 일구는 어르신이 돌아가는 길에 차고로 가서 크다란 호받 두 덩이를 주었습니다.
크다란 호박 두 덩이를 받아들고 오는 오늘 아침 무슨 요리를 해먹을까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평소 어르신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던 보람을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