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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모개 마을를 향해 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햇볕이 참 따뜻하게 느꼈습니다. 따스하고 포근한 느낌 햇살가득이란 단어가 절로 떠올랐습니다. 요 근래 서울에서 햇볕을 본적이 있기는 했나?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몇일 비가 내렸고 햇빛이 보이는가 하면 바로 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칙칙한 날씨에 대한 기억뿐입니다. 남해는 달랐습니다. 첫날 남해에 발을 들여 놓은 순간부터 맑은 하늘, 따사로운 빛, 청명한 공기 기분이 절로 상쾌해졌습니다. 날씨 하나만으로 즐겁고 기운이 새롭습니다. 옆에 있는 파송송님에게 물었습니다. 이 분위기 어떤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싱그러움, 포근함, 밝음, 상쾌한, 활달한 무언가 날아 갈듯 한 어떤가요? “음 잘 모르지만 봄기운을 느끼는 것 같아” 하고 말합니다. 햇빛 그 자체에 온몸을 맡겨 봅니다. 봄기운 가득 입니다. 이것만으로도 남해까지 먼 길을 찾아온 보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남해 대교를 지나 가천 다랭이 마을, 장평소류지 다시 두모개마을, 보리암으로 이어지는 이길은 드라이브 코스로 딱 입니다. 봄날 이 길을 달려 해변의 풍광을 느낀 우리 회원님들 모두가 느꼈을 맘입니다. 푸른 바다 와 유채꽃이 피어있고 구불구불한 해안도로 하늘은 맑았고 어디든 멈추어 걸어 다니고 싶은 한참을 머물고 싶은 그런 마음 말입니다. 창밖으로 바라본 조그만 시골 초등학교 옆에는 유채꽃 밭이 있었고 운동장은 잔디가 깔려 있고 그 운동장을 감싸 안듯이 나무는 주위를 둘러싸 울타리 역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예뻐 바로 차를 멈추고 내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남해는 봄이었습니다. 이렇게 여기 지천에 널려 있었습니다. 그 기운은 어디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서울 어느 구석에서 봄이 어디 갔냐고 투덜대며 이제 봄 없이 여름이 온다고 시절이 바뀌고 있다고 그러고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눈을 떴습니다. 우로형님이 곁에 있습니다. “지금 시간이 어떻게 돼죠?”하고 물었습니다. 6시30분이라고 합니다. 8시까지 식당으로 오라고 했으니까.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이불속에 좀 더 누워 정신을 차려봅니다. 거실로 나왔습니다. 어제의 상혼이 적나라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밥상 3개를 붙여놓았고 그 위에 줄줄이 쌓여있는 술병과 반쯤 술이 차 있는 종이컵들이 널려 있습니다.
어제 저녁 몇시까지 술을 마셨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밍밍이가 손에 상처를 보여 줍니다. “이거 어제밤 방파제에서 라퀴엠님이 밀어뜨려서 생긴 상처예요” “여기 보세요. 바지도 찢어졌잖아요” 하면서 무릎 근처에 찢어진 청바지를 보입니다. “오잉~~ 이게 무슨 말인가” 내가 넘어뜨렸다니 아무리 내가 술이 취했어도 그런 기억은 전혀 없습니다. 방파제에서 내 근처에 있었던 느낌도 없습니다. 어제 저녁 식당에서 1차 다시 숙소에서2차 그리고 방파제로 나간 것은 기억합니다. 취기가 많이 올라 몇 잔 안 마시고 일어선 것도 기억합니다. 그래도 누구를 밀어뜨린 기억은 없습니다. 옆에 있는 밍밍언니까지 동조하니 이거 내가 실수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밍밍언냐 내가 밀었어요?” “그럼요. 라퀴엠님이 밀어 뜨려잖아요?” 합니다. 헉! 이럴수가 곰곰 어제 저녁부터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저녁식사는 멸치회무침 입니다. 4인1석이라고 곰아저씨는 이곳저곳 다니면서 밥상 하나에 4명을 합치기에 바쁩니다. 오늘 아침 식당에 사람들이 한 명씩 한명씩 도착해서 어는 자리는 3명이 먹기도 했나 봅니다. 주인장이 한상값을 더 청구했는지 뭐라 뭐라 하면서 궁시렁 댑니다. 어쩝니까? 그저 씩 웃어 줬습니다. 사실 차 안에서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고 점심은 휴게소에서 각자 해결하고 몇 군데 따로 따로 구경하려 다니고 그러고 나서 한 자리에 앉으면 좀 서먹한 느낌은 사실입니다. 이때 각자 잘 어울리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나타납니다. 사실 혼자고 또 처음이면 뻘줌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더라도 마음을 열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사람은 잘 어울리지만 조금은 닫힌 마음을 가지면 자리가 힘들어 질 수도 있습니다. 조금의 오바도 좋겠지요. 그렇더라도 몇잔의 술과 얼큰이 되면 다들 그때부터는 쉽게 친해집니다. 그렇게 1차 술자리는 사람을 아는 단계가 되어 갑니다.
저녁식사 자리에서 소주 1병 이상을 마신 느낌입니다. 상을 두세군데 순회했는데 몇잔씩 먹었으니까? 아니다. 2병은 마신 것 같군요. 정량 이상입니다. 여기서 더 들어가면 조용히 잠자러 가야 합니다. 밖으로 나왔습니다. 항구근처를 돌아 다니다 어디를 갈까 하다가 옆에 있는 팔롱과 구름한점에게 “어디로 갈까” 하고 물었습니다. 2차 맥주집을 얘기하고 노래방 얘기가 나오지만 술은 됐는지라 일단 커피나 한잔 마시고 움직이자고 했습니다. 근처 다방에 앉았습니다. 사실 허름하고 시골틱한 분위기 나는 항구의 다방을 찾고 싶었지만 여기 저기 찾아다니기도 그래서 근처에 보이는 다방문을 열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가운데에 한자리가 있고 그 주변을 둘러싸이게 자리가 배치돼 있습니다. 가운데 자리에는 주인아주머니와 아저씨 둘이 앉아 있습니다. 나는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나도 커피” 구름한점이 말합니다. “나는 국화차” 팔롱이가 말합니다. 없다고 합니다. 또 무슨차 주문합니다. 없다고 합니다. “그럼 율무차” 이건 있다고 합니다. 커피가 나왔습니다. 어 그런데 커피양이 다릅니다. 커피잔의 크기는 같은데 제것은 가득 차 있고 구름한점은 반 정도 차 있습니다. 팔롱이는 죽이 왔다고 합니다. 커피도 차별이라고 까칠한 구름한점이 한 말씀하고 팔롱이는 죽이라고 하다고 떡이라고 하다가 뭐라 뭐라 궁시렁 댑니다. 구름한점이 한 숫갈 맛 보더니 이건 죽이다하고 동조합니다. 나는 커피를 가득 따라 주어서 조금 더 준 주인 아주머니맘만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구름한점에게 어디서 왔냐고 묻고 고향도 묻고 남해에 온 느낌도 이야기 합니다. 그러다가 제가 말합니다. “미조항의 미 자가 뭔지 알아” 모른다고 합니다. “아 그 미자가 아름다울 미야”하고 말했습니다. 미조항 무언가 느낌이 아름다워서 지은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었습니다. 옆에 있는 아저씨가 툭 끼어듭니다.“그 미자는 아닌것 같은데” “네?” “무슨미 인지는 몰라도 그 미는 아니어” “아! 그래요” 이 아저씨 우리를 보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귀는 열어 두었나 봅니다. 우리가 무슨 대화를 하면 살짝 끼어듭니다. 그러고 보니 버스에서 내 뒷자리에 렉시가 앉았고 그 옆자리는 팔롱과 여우난골족이 있습니다. 뒤에서 무슨말을 하면 다 들립니다. 가만 앞을 보다가 한 마디 툭 끼어 듭니다. “여우난골족 집에서 한우를 잡아?” “안성탕면 장학생이면 경운기 운전해야 하는 겨” 하면서 가만 듣다가 내 생각을 던지는 겁니다. 이 아저씨 우리 대화에 한 마디씨 던지면서 끼어 듭니다. 여기는 북항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지나쳐온 항구가 남항이라고 합니다. 어디가 먼저 생겼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얘기가 계속 북항과 남항에 대한 설명이고 나는 어느 항구가 먼저 생겼나고 묻고 있습니다. 서로가 딴말만 하고 있습니다. 팔롱이는 죽 먹느라 힘들다고 합니다. 내가 커피를 거의 마셨을때 구름한점은 벌써 끝난 듯 내 얼굴을 멀뚱히 쳐다 봅니다. “이제 일어날까?” “좋아요” “여기 얼마에요” 하고 물으니 이천원씩 육천원 이라고 합니다. “그것 봐 내가 이천원이라고 했잖아” 이천원이다. 아니다. 그렇다 하면서 다방문을 들어선 기억이 있습니다.
팔롱이가 노래방 친구 여우난골족을 찾고 있습니다. 그러다 여의치 않은가 봅니다. 그럼 뭐 맥주집이나 갈까 하다가 일단 숙소에 사람들이 있을거니까? 그쪽에서 모여서 먹자고 하고 숙소로 왔습니다. 곰아저씨, 우로님 몇분이 보이고 일단 만원씩 걷고 가게에서 맥주와 소주를 사왔습니다. 상을 차리고 간단하게 차린 과자 안주에 술 한잔을 마시기 시작합니다. 이제 전투가 시작되었습니다. 몇 분이 더 왔고 프롬님도 보였던 것 같기도 하고 렉시는 이미 전사를 해서 실려 왔고 브룩스는 저쪽에서 한참 필이 오른 것 같고 솔향기님은 내 카메라 갖고 인물 촬영에 열중하고 있고 옆에 있는 밍밍이와 언냐분은 얼굴이 잘 익은 사과같이 아니 복숭아쪽에 가까운 색으로 익어가고 있고 뒤에서 노조사님과 마시던 우리 소방관 아자씨는 힘이 드는지 계속 내 팔을 잡아당기고 앞에는 누가 있었더라? 나는 맥주에 취해가고 있고 그러고 있고…… 그러고 있다가 어찌 숙소에서 술자리를 끝냈습니다. 밖으로 나왔습니다. 밍밍이와 언니분, 브룩스, 구름한점 앤디 다섯이 있습니다. 수퍼에서 맥주와 소주를 사서 나왔습니다. 방파제에서 마무리를 해서 오늘 하루를 보람차게 끝내야 합니다. 근데 이 수퍼아자씨 우리가 술을 좀 사기는 했습니다만 별 이문을 보지 못했을 겁니다. 처음 술을 살 때 주인아저씨가 맥주 한 병을 깼습니다. 살짝 미끄러진듯 헌데 바닥이 대리석이라 퍽하고 산산조각이 납니다. 저는 손끝하나 댄 적이 없는지라 어떻게 책임을 질수도 없습니다. 두 번째 사러 갔을 때는 주인아저씨가 맥주를 봉지에 담다가 한 병을 밀어 넘어뜨립니다. 맥주 한 병이 깨졌습니다. 다시 방파제로 갈려고 술을 샀는데 제가 소주 한 병을 깼고 곧이어 주인아저씨가 맥주 한 병을 깼습니다. 아 이거 제가 다 미안합니다. 깨진 술값을 받지도 않았지만 사람 좋게 웃기만 합니다.
소주와 맥주를 넣은 비닐 봉다리를 들고 계단을 오르는데 “형님 제가 들겠습니다.”하고 브룩스가 말합니다. 됐다고 했더니 “아! 이러면 안됩니다.”하면서 바지를 잡고 늘어집니다. “그래 알았어. 너가 들어”하고 넘겨 주었습니다. 제가 계단을 오르고 방파제를 향해 몇 발자욱 걸었을때 갑자기 와장창 소리가 납니다. 뒤 돌아 보니 술병이 널려있고 브룩스는 꽤나 아픈 듯 무릎을 부여잡고 고개를 들지 않습니다. 손에 들고 있던 강냉이 봉지로 “어휴~ 이 인간아!” 하면서 머리를 툭 쳤습니다. 강냉이 봉지가 뻑하고 터집니다. 어두운 밤에 하얀 강냉이가 날리니 술병보다 더 놀란듯 밍밍이와 언냐가 나에게 뭐라 합니다. “어디 다쳤나고 하지는 못할망정 때리냐고 하면서” 말입니다. 막 머라고 합니다. 아니! 세게 친것도 아닌데 강냉이 봉지 그거 과자봉지처럼 야문것도 아니잖습니까? 툭 쳤는데 봉지가 터지는 것을 어쩌겠습니까? 나도 그럴줄은 몰랐지요. 어느새 브룩스의 과오는 묻히고 나는 술 몇병 깨진것 같고 사람을 때리는 나쁜 놈으로 몰렸습니다. 상황이 역전 되었습니다. “브룩스 많이 다쳤나? 무릎 궎찮아” 하고 달래고 있습니다. 방파제 끝에 가서 자리 펴고 앉습니다. 어! 곰아저씨가 있습니다. 같이 술을 먹습니다. 조금 있다 브룩스가 사라지고 나도 사라지고 마지막에 두어명 정도가 남아 있었다는 느낌입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돌아오는 길 강변역에 내렸습니다. 우로님, 프롬님, 하늘사랑123님, 풀향님, 팔롱님, 나 이렇게 6명이 조촐하게 한잔하고 헤어졌습니다. 8시정도에 도착했는데 오랜만에 정시에 왔다 그러고 아직 전철시간도 여유가 있어 밥이나 먹자고 하다가 맥주 집으로 정했습니다. 강변 터미널 3층에 올라가니 식당뿐입니다. 다시 내려갑니다. 지하층으로 가니 저 끝자리에 호프집이 보입니다. 픽쳐 3,000cc시키고 골뱅이 하나 후라이드 치킨 하나를 시켰습니다. 풀향님 처음 오셨지만 너무 활달하셔서 몇 번 다니신 분처럼 친숙합니다. 팔롱과 프롬님은 거의 한잔도 마시지 않습니다. 프롬님은 별 술을 먹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 그런가 하지만 팔롱은 잘 마시는데 이제 컨디션이 다 방전을 했나 봅니다. 500cc 얼음물만 내리 두 컵째 마시고 있습니다. 여행을 다니면서 강변역에서 계속 내렸지만 술자리는 처음입니다. 풀향님이 어제 술자리 얘기를 합니다. 얼굴빛이 빨간 아가씨는 내가 챙겨서 방으로 보냈다고 하면서 아침에 일어나서 방파제로 나가보니 맥주병이 깨져 있어 술자리에서 다툼이 있었냐고 합니다. 그게 아니라 엊저녁 사건을 설명하고 그러다가 방파제에서 뛰어내린 사람이 있다는 얘기에 기억이 났습니다. 방파제 밑에 등대가 있습니다. 그 등대로 갈려면 방파제 밑으로 가야 하는데 높이가 제법 됩니다. 곰아저씨가 먼저 내려갔고 밍밍이가 따라 간 것 같습니다. 발이 닿지 않아 동동거렸고 내가 손을 잡아 위에서 버텨 주었고 벽에 부딪힌 것 같고 곰아저씨가 밑에서 받쳐 주었습니다. 손의 상처도 그때 생긴 것 같습니다. 음 맞아 몇 사람이 내려간 것 같아! 휴~ 많이 마셨나 봅니다. 기억이 가물거리는게 남해 바다 끝까지 와서 마음을 풀어 놓으니 술이 많이 들어갔고 항구의 밤바다에 취해 낯설음에 취해 그 기운에 그리 많이 마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10시에는 지하철을 타야해서 두시간정도 마시고 끝냈지만 가볍게 상쾌하게 끝낸 느낌입니다. 굳이 지하철을 타는 것은 그 시간이 책 읽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출근 한 시간 퇴근 한 시간 하루 두시간 출퇴근 시간에 독서를 주로 하는데 가벼운 책이면 이삼일 정도 무거운 책이면 일주일 정도 걸리는것 같습니다. 그럭저럭 한 달에 대여섯권정도 읽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맥주에 취해 통 글자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비몽사몽의 기운도 느껴지고 잠도 솔솔 오고해서 종로에서 일산까지 푹 잤습니다.
두모개 마을에서는 유채꽃을 찍느라 혼자 뒤쳐졌었고 가천 다랭이 마을은 버스를 찾다가 그 뒤를 따라 걸었고 장평소류지도 늦지 않게 왔습니다만 이거 시간이 짧습니다. 한 바퀴 제대로 돌아 볼 시간이 모자름니다. 가천 다랭이 마을은 막걸리 한잔을 뒤로하고 열심히 돌았습니다만 다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버스 타는데 올라오니 저기 초등학교도 보입니다. “어 저기도 가야 했는디” 렉시도 “높은곳에서 다랭이 논을 본다고 올라가다가 가보지도 못하고 왔어요” 합니다. 또 튤립축제장은 30분 시간을 줘서 프롬님한테 “아 이거 저쪽에 갈 시간도 없겠네”했더니 충분하다는 설명과 가보고 얘기하라는 까칠공격만 받았습니다. 보리암 에서는 왜 이리 시간을 짧게 줘 하니까. 제발 투털대지 말라고 합니다. 휴게소에서는 맨 끝에 왔다고 눈치를 줍니다. 버스 앞에서 담배 피면서 오는 사람 다 재고 있었습니다만 이리 저리 맨날 늦는 사람으로 찍혔습니다.
보리암은 자그만 셔틀버스로 갈아타고 한 20분정도 올라가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도보로 30분정도를 더 걸어야 합니다. 보리암에 도착해서는 불공을 드리는 분들은 가서 절을 하고 정상으로 올라가는 분도 계시고 저는 아래쪽으로 내려 갔습니다. 조그만 암자인가가 있었고 그 곳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제법입니다. 전경, 중경, 후경이 카메라 뷰파인더에 보입니다. 다시 경내로 올라왔습니다. 관세음보살상이 있는 곳에도 있었고 다른쪽 하나를 더 보았나 그랬을 겁니다.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저기 정상으로 지금 갔다 왔다가는 한 소리 들을 것이 분명합니다. 보리암이 이런 분위기구나 하는 정도로 만족을 해야 합니다. 점심을 먹고 차안으로 돌아와서 찍은 사진을 볼려고 했는데 4기가 메모리 카드가 보이지 않습니다. 호주머니를 다 뒤져봐도 없습니다. 보리암에서 갈아 끼운 생각은 나는데 그 이후에는 전혀 기억이 없습니다. 갑자기 허탈해 집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의 이번 여행의 사진이 다 들어 있었는데 그것을 잊어버린 겁니다. 갑자기 기억을 잊어버린 느낌입니다. 우울해 집니다. 침울해져 갑니다. 집에 돌아와 배낭을 뒤집어 쏟아 냈습니다. 안 보입니다. 확실히 잊어 버렸습니다.
이제 마포구청에서 하는 두 달 인문학 과정이 이번주로 끝납니다. 월요일 동양철학 화요일 서양철학 수요일 우리역사다시보기를 신청했었습니다. 목요일은 일산 아람누리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내면을 여는 글쓰기 과정에 등록했습니다. 퇴근 후 술자리는 하던말의 반복이고 남말 뿐이고 그렇습니다. 저녁시간이 너무 무의미하게 보낸다는 생각에 또 제가 인문학쪽에 관심이 있어서 대략적인 줄기를 세우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첫날 글쓰기 교실에서 선생님이 각자 왜 여기에 등록했는지 그 이유를 말하는 시간을 갖자고 했습니다. 다들 등록한과정을 얘기하고 제 순서가 되었습니다. “블러그를 운용한지 몇 년 되는데 사진만의 아닌 에세이적인 글을 쓰고 싶다. 하지만 몇줄 쓰고 나면 끝난다. 좀 길게 늘여 쓰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나중에 각자의 얘기에 강평 하시면서 나를 지목합니다. “글을 쓰기 위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늘여 쓰는 것은 간단하다. 쫀쫀하게 쓰면 된다.” 그렇게 말했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쫀쫀하게” 이 말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래 이런 말을 써도 될까? 이정도 까지 써야 하냐의 마음 그것 이었습니다. 사진을 찍듯이 그 현장상황을 낱낱하게 펼쳐 보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글은 참 힘이 듭니다. 솔직히란 단어 내 생각을 보이는 거 쉽지가 않았습니다. 시작은 열심히를 외쳤지만 한번씩 숙제를 빠집니다. 그것은 내가 극히 싫어하는 두려워하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너를 보여라. 너의 속내를 들여 내라. 자꾸 나를 보이라고 합니다. 내 생활, 내 하는 일, 내가 생각하는 것, 내 가진 것 모두를 보이라고 합니다. 나는 그럴수가 없었습니다. 나를 보이는 것 그것은 남의 판단을 불러오고 나의 약점을 찌를것만 같았습니다. 나를 마구마구 난도질 할 것만 같습니다. 아! 그만 댕길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만 들 수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너무 많이 포기를 했었고 그것을 그럴 수밖에 없음으로 포장했고 자기위안을 삼은 적이 많았습니다. 결국 이룩한 것이 없는 시작만 하고 결론을 내지 못하는 그런 인생을 살았다는 생각에 목표한 것을 이제는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두달 다니고 나니 이제 조금 나를 보이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이제 나를 보이는 것에 너무 겁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못나면 어떻습니까? 나를 먹여 살려 주는 사람도 아닌데 말입니다. 또 그러면 어떻습니까?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좀 편해지는 느낌입니다.
사진을 시작한지로 따지자면 니콘d70처음 나왔을 때 였으니까? 7~8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한동안 많이 다녔습니다. 교육도 많이 받았고 지금은 d300을 쓰고 있습니다. 그동안 생각도 많이 변했고 사진도 많이 달라졌습니다만 아직도 변하지 않은 것은 눈으로 본다는 사실입니다. 그 정경, 분위기, 그 상황을 오롯히 몸에 담지 못하는 것은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먼저 가져야 할 것이 있고 나중에 체득되는 게 있습니다. 이것은 순서가 중요합니다. 버릇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것을 깨려고 하니 쉽지가 않습니다. 나는 그동안 너무 사진에 의존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메모리 카드를 잊어 버리면서 나는 여행기를 어떻게 써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진을 보면서 그 상황을 떠올려야 하는데 그 사진이 없어졌으니 어쩔줄을 모르는 겁니다. 이제 아무것도 없이 내 기억만 의존해서 글을 씁니다. 다랭이 마을이나 보리암이나 나는 바쁘게 돌아다니기만 했지 그 정경이나 그 분위기를 온전히 바라보지 못했다는 생각입니다. 사진 이전에 나는 그 부분에 더 치중을 했어야 했습니다. 내가 어떻게 움직이고 그 움직임에 따라 변하는 정경을 바라보면서 나의 내면을 읽어내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습니다. 메모리 카드를 잊어버리고 나니 이것이 분명하게 보였습니다. 남해금산이란 시도 집중할 수 가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꼭 아까워 할 일도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여행이 실천으로 다가 올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게 어떻게 연관되는지 설명을 드리기가 어렵지만 아니 나 자신이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무언가 조금은 들어온 느낌입니다. 이번 여행 같이하신 모든 분들 반가 왔습니다. 여행에서 얻는 활기는 어는 몸 구석에 있을 겁니다. 힘들때 조금씩 꺼내서 나를 변하게 하는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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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장문의 멋진 여행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 단락이 특히 와 닿네요..~~
음

와 닿다..
평소 느끼시는 겁니꺼 



공감해주신분이 계시니 좋네요..
여행의 경치뿐아니라 여행의 세세한 재미까지 한눈에 볼수 있는 재미난 후기였어요..거기다 생각까지 하게 만드는....
생각해야 하지요..
생각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게 읽어다니 감사합니다...
휴


잘 읽고 갑니다^^


휴


쓰는 사람은

진솔하고 잔잔하게 긴후기를 써주어서 잼나게 잘 읽었다는거지


꼭 말로 해야 아남유


사랑도 표현을 해야 안다고 하던데유



말 안허면 어짜 안남유...
ㅎㅎ 언니...헷갈려요...닉이 넘 자주 바뀌는거 아니에요? 다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네요..언제 함 봐야 하는데 얼굴 까먹겠어요..슬슬 시동 걸어볼 참으로 주중방 여행 갔다왔네요..
쏠




^^ 잘지내고 있는거지

나도 체력보강 위해서 근신중야....담에 여행길에 만나자궁...주중방 사진 마이 올려줘 보고싶당^^*
당근 잘 지내죠...보성, 순천만 여행 막 땡기는데 어버이날이라 지금 망설이는 중입니다..ㅎㅎㅎ
내가 아는 캔디는 네오에서 캔디 어는날 앞글자 붙은 캔디 ... 다시 캔디


도대체

왜


뭔생각에

....
그건 흔들리는 내맘을 표현하는거얌


용기가 없어서 라퀴엠처럼 속마음을 풀어놓치도 못하니까 시선 좀 끌어볼라고 발버둥치는거징




그래서 라퀴엠의 글을 좋아하지롱...
...여행은 아직 대기중여^^*
잃어버린 메모리 카드....... 하지만 여행에서 느낀 모든분들의 메모리카드는 분명 기억하고 있을 겁니당... 잘 읽고 갑니다...



.. 내 기억의 메모리 찾고서 .. 






그려 메모리 카드.... 중요하지....
...you도 잘 찾아봐ㅏ봐


좋은게 있을거야


헉~ 이건 소설이군. 시간날때 다시 읽어야지 ㅋ
바쁘신가 보군요...


일이 먼저죠

... 요런건 나중에 나중에 



읽어 보시와요..

이걸 어떻게 읽으라고?ㅎ
자꾸 이야기 하지만 쓴 사람을 봐서



..
. 나 힘드럼시유..
한글로 옮겨서 다 읽었음,,,
고마와유..
근디 
왜.

내가 왜 고마워 해야 되지..

넘 하시네
...그건 어떨까요 음성으로 올려주시는거
굿아이디어 아닙니까

이분..
...꺼지 이러시다니... 
.. 다시 찢어집니다.

...
아

전화주시와요..

읽어드리리다...





오늘은 해가 뜨니 햇볕에 건조 잘 시키시고 우
육성도 멋지시잖아요
함 생각해 보셔요 
뭔 생각



..... 읽어준다니까.

......
아..다 읽었다...많은 일들이 있었군요~ㅎㅎㅎ
고마와유...
.
나도 고생 남도 고생...
뭔일이래



저두 다 읽었습니다..^^ 제가 겪지 않은 일들과 알지 못하는 이야기들로 가득 합니다..^^
음
술자리도 끼심이 어떡하신지요..


두분(블루아아스님)은 제 레이더망에 포착이 안되신걸 보니 술을 
좋아하지 않은가 봅니다...
아직 나이가 어려 술을 못 배웠다.그래도 열받으면 한 세병 마신다나 뭐라나...ㅋㅋ
세병이라

나와 대적할 만 하군....




1박2일에 걸쳐 다 읽었네 ㅎㅎ 메로리를 잃어버려 사진이 없음에 더 소중한 것을 찾은 라퀴엠's의 멋진 기행문이 이번 여행에 대한 한층 더 맛을 더 느끼게 해주는 것 같네^^ 철학적이고 시적인 라퀴엠's 항상 멋쟁이~~^^
물컹하옵시고 술독에 빠져있으시고 밥상인원 챙기시는ㄹ라 고생하오는 곰아쩌씨로 인하여 일탈이 무궁무진한 발전이 오기를 바라옵나이다..큭큭...

물컹은 하지만 술독에는 아직 안빠졌고, 밥상은 회원님들 빨리챙겨드려야 내 먹을게 돌아오니 어쩔 수 밖에 ㅋㅋ
어쩐지 사진속에 곰아찌 배가 쑤

욱 들어갔더라




캔디 언니도 그케 보셨죠
어쩐지 배가 홀쭉하다 했어...


숨을 들이켰다고 썼는디


사진찍고 다시 나왔시유...
ㅠ
잼나게 잘 봤습니다...필력이 남다르십니다..ㅎㅎ
요런 칭찬 좋아합니다...큭




이건 몇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글 을 쓰신거에요


초등학교 교과서에 올려두 되겠구먼

렉시는 왜 안올리는거야? 애교떠는 사진 봤어...글도 좀 올려봐~~ㅎㅎ
누가 애교를 떨여요



글 솜씨가 없어서 글은 패쓰




인칭이라

그게 뭐지


.... .






읽기 힘들다... 암튼 좋았다 이거죠


우리곰 막 놀리네..그럼 그대들 노조사 한테 혼난다..배가 나왔니 들어갔니. 물컹하다느니 그러면 우리 순진무궁한 곰.탁하게 풀리면 우리가 피곤하당께..그러지마...4박5일 붕어밥주느라 혼나고 어제밤에왔수다.하이!!!!
라퀴엠님~ 여기에 계셨군요~ ㅋㅋㅋ 어제 방가 웠어요 장어 ㅋㅋㅋㅋ
오잉

나도 반가워요..

맛있는 장어
...
여행에서도 뵈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