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대명절이 오면 과연 한국인은 어떻 성향의 사람인가를 한번쯤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의 조상은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으며 왜 하필 이렇게 조그마한 땅에 터를 잡았을까 하는 것이죠. 또한 한국인은 도대체 어떤 환경이었기에 세계에서 부정적인 1위를 많이 할까 하는 의문점도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한반도 조상들도 멀리서 흘러들어 왔을 것입니다. 자발적인 도래도 있었겠지만 외세의 공격을 피해 도피하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자식이 부모를 선택할 수 없듯이 후손들도 조상을 선택할 수가 없을테지요.
한국인의 성향을 꼬집어 무어라고 단정적으로 정의할 수는 당연히 없을 것입니다. 북쪽 사람들과 남쪽 사람들, 그리고 남쪽 사람들 가운데서도 영남 호남 호서 영동 영서 수도권 사람들의 성향이 제각각일 것입니다. 조상이 터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오면서 터득되고 문화가 되어 뼈속깊이 박혀 있는 성품과 성향은 각양각색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한국인의 성향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잡초성이라는 것입니다. 잡초라고 하니 부정적으로 들리시나요. 하지만 잡초는 성능이 검증이 안된 들풀이라는 뜻이지 그 본래가진 의미가 그리 부정적은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즐기는 나물도 전부 처음에는 잡초였지요. 하다하다 잡초는 대중가요에까지 등장하지 않습니까. 모 가수의 잡초라는 노래는 지금도 널리 애창되지요.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잡초야. 한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라네." 뭐 이런 내용 아닙니까.
전원생활에 가장 힘든 것이 바로 잡초제거라고 합니다. 하다못해 잡초와의 전쟁이라는 말까지 생겼을까요. 편하게 살고 싶어 전원을 찾았는데 무슨 전쟁입니까.그만큼 잡초는 그 생명력이 너무 왕성하고 질기다는 말이겠죠. 저의 화야산방도 산기슭에 위치하니 풀들이 정말 많습니다. 처음에는 신경질적으로 풀 제거에 나섰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그냥 풀들과 공생하는 편을 택했습니다. 한국민의 근본이 바로 이 잡초 즉 풀 성향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의 조상인 단군 할아버지의 어머니를 아십니까. 바로 웅녀 할머니이시죠. 곰이 인간이 되기 위해 굴속에서 백일동안 쑥과 마늘만을 먹으며 생존한 결과 결국 단군을 탄생시킨 것 아닙니까. 세계 어느 나라 건국신화에 쑥과 마늘만을 먹고 버틴 경우는 없습니다. 쑥과 마늘은 대표적인 잡초였을 것입니다. 그 옛날에는 말이죠. 한국인은 태생적으로 잡초의 기운을 타고 난 민족입니다. 그래서 질기고 생존 본능이 강합니다.
한국민족만큼 외세의 침략을 많이 받은 나라도 없다고 합니다. 그냥 전쟁이 일상화됐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고구려를 제외하고는 타국이나 타민족을 침범한 적도 없는 나라입니다. 그러니까 일방적으로 당하면서 버티어온 민족입니다. 강한 타국이나 민족이 끝임없이 침범해 나라를 없애려 했지만 줄기차게 저항하고 버티면서 한반도 한민족을 지켜온 바로 그 힘은 잡초에서 유래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민들레와 질경이 그런 풀들의 기본 성향이라고 할까요.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나물로 만든 음식 그 가운데서 산채 비빔밥을 먹어본 후 반응이 두개라고 합니다. 이런 잡초를 왜 먹느냐는 것이고 이렇게 환상적인 자연적 음식은 처음 맛본다며 엄지척하는 두 가지 반응입니다. 그 많은 나라를 다녔지만 한국처럼 풀을 음식으로 섭취하는 나라는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따지고 보면 한국인이 잡초 즉 나물을 많이 먹게 된 것은 아마도 먹을 것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처럼 낙농이 발달했겠습니까. 대체식물이 흔했겠습니까. 아마도 그 옛날에는 농사지을 땅도 부족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집 주변에 있는 풀들 가운데 먹을 수 있는 풀들을 우선 식용으로 했을테지요. 예전에 이 땅에는 보릿고개라는 것도 있었습니다. 겨울이 길다보니 준비해논 식량이 다 떨어지니 봄철이 와서 보리를 수확하기 전에 먹을 것이 전혀 없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야말로 집주변 풀들을 뜯어 먹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독초를 먹고 숨지는 일도 허다했을 것입니다. 사실 저도 어릴때 저의 어머니를 따라 뒷산에 가서 소나무 껍질을 벗겨 먹기도 했습니다.송피(柗皮)라고도 하지요. 그것을 먹고 배를 조금이라도 채우곤 했습니다. 불과 얼마전의 일입니다.
잡초의 세력확산의 기질도 만만치 않습니다. 일년만 땅을 비우두면 바로 잡초들의 세상이 됩니다. 그만큼 잡초의 복원력은 상상이상입니다. 바로 그것이 한국민의 저력입니다. 너무 왕성해서 어떤 때는 질리기도 하지만요. 한국인들의 쏠림현상도 바로 그런 맥락일 것입니다. 너무 없이 살 때 뭔가 먹을 것이 있다면 사생결단하면서 쫒아가 생명을 유지했던 그 가슴아픈 과거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한국인이 나만 잘 살겠다고 악을 쓰는 민족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너무도 힘든 과거를 씻지못한 채 너무 압축성장의 후유증으로 아직 과거를 청산하지 못한 환경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강한 보존의 근성때문에 나 아닌 타인을 눌러야만 한다는 그 무의식적 생각때문에 갈등이 심해지고 그기에다 남북의 내전으로 돌이킬 수 없는 큰 상처를 입어 그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겠죠.
명절날 그 나물 그리고 그 잡초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한국인의 근본이 바로 잡초 나아가 나물이기 때문이지요. 그냥 양념에 무쳐 나오는 나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한국인의 근원이라고 보고 먹으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에 내놓아도 자랑스런 그런 음식이 바로 한국인의 밥상 그리고 그가운데 나물종류 아니겠습니까. 올해 명절때 가족들이 오랫만에 같이 모여 식사도 하고 담소도 나눌 것입니다. 그 대화속에 나물 이야기도 한번 꺼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부디 무탈하고 즐거운 명절이 되길 바랍니다.
2024년 2월 9일 설날 연휴 첫날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