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싫으나 좋으나 누구나 다 한번은 맞이하는 것은 죽음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는 말도 있다. 최근에 생활수준의 향상과 의료의 발달로
백세시대라 하지만 기대수명일뿐 대부분은 80에서 90세 정도에서 끝이 난다.
살아있는 동안에도 건강해야 사는 것이지 요양원에 손발이 묶인채로 오래 살아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오늘 오후 아파트 주위를 산책하다 성당 형제반 교우 셋을 만났다. 형제반 교우들은
같은 아파트군에 살면서 한달에 한번씩 모여 식사도 하면서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교우 셋중에서 제일 연장자는 아흔 둘쯤 되고 다른 두 사람은 나보다 두어 살 위다.
산책하다 가끔 만나기도 하는데 오늘은 아파트 상가 커피점에서 만났다. 커피를 한 잔
하면서 신변 잡담들을 늘어 놓는다.
오늘 주제는 제일 연장자가 들려주는 자기 동서의 죽음에 관한 것이다. 아침에 친지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자기 손 아래 동서가 사망했다는 부고였다. 평소 잘 아는 사이여서 동서의
폰으로 전화를 했더니 어떤 남자가 받았다. "당신은 누구십니까?"하고 물었더니, "아들입니다."
라고 하더란다."그집에 아들은 없는데..."했더니, "입양했습니다."라고 답하더라고 했다.
빈소가 어디냐고 했더니 고인의 뜻대로 아무데도 알리지 말고 화장해서 자기 부모 산소 주변에
흩뿌리라고 해서 빈소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큰 동서 이야기로는 망인은 죽기 1년전쯤에 해운대에 있는 아파트를 14억정도에 팔고 기장에
다시 아파트를 샀는데 아마 3~4억 정도 들었을 것이라고 한다. 자기 마누라가 몸이 불편하여
요양원에 가 있는데 치매라고 한다. 그렇다면 현금이 마누라 병원비까지 계산하고도 7~8억은
남아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기 동서가 분명한 사람이라서 아마도 유언장을 사전에 작성해
놓았을 것이라고 하는데 공증을 받지 않았으면 알 수가 없다. 동서가 죽기 전에 자기 형님 아들을
양자로 세워서 죽고 나면 뒷처리를 부탁할까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다고 한다.
잠시 후에 이질녀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이모부가 돌아가셨는데 그냥 있을 수가 없다면서 자기도
장례식장으로 가겠다고 하더란다. 상주한테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하는 법이 어디있느냐고 했더니
정 그러시면 입관할 때 잠시 와서 보라고 하더란다. 이질녀는 아무래도 상주라는 사람이 수상하다며
재산을 노리고 혼자서 처분하려는 것 아닌가 의심을 하더라고 하면서, 입양을 했다고 하면 양쪽(부모)
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모가 치매에 걸렸으므로 동의를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하더란다.
고승이 아니면 자신의 죽음이 언제 올 것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사고로 갑자스레
맞이하는 죽음이 아니면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하다. 죽음이 모든 것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재산이 많으면
자식들간에 싸움도 일어날 수 있으므로 미리 정리해 놓는 것도 처리해야 할 숙제가 아닌가 싶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모대학 학장을 지내신 분이 혼자 살다가 사망한 경우가 있었다 한다. 앨범이며 표창장
등이 아파트 쓰레기장에 딩굴더라고 한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하지만
흔적까지도 깨끗이 지우고 가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