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화를 단지 내러티브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지 않는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이런 것이다.
그들은 전체에 비해 아주 작은 모래에 불과한 존재들
찰나의 시간을 영위할 뿐인 그런 존재들이다.
하지만 또 그 안을 보면 그들은
그 무엇인가보다 중요하고 절대적인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될까요?
화양연화를 보면서
나는 음악이 얼마나 사람에게 쓸쓸한 침묵의 대화를 주는지를 알았다
중국 전통의상 ‘치파오’를
자존심이라도 지키듯 칼날처럼
단단하게 칭여매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비 오는 날 국수통을 들고 어두운 골목을 왔다갔다하는 장만옥
그 둘은 어떻게 되었을까를 걱정하며 가까워지는 또 다른, 두 사람
부서질 듯한 섬세한 아름다움,
무너질 듯 흩날리며 걷는 모습들이 치명적인 슬픔처럼
고독해 보이는 두 사람의 침묵을 세세하게 잡아낸다.
그녀의 팔이 너무 외로워 보였다.
사랑인지도 모르는데 끝내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고 말하는 그녀를 어찌하면 좋을까 싶었으나
반드시 그것 때문에 울적했던 건 아니다.
완숙미가 넘쳐흐르는 장만옥이 지나치게 아름다워서였다.
그 아름다움이 처연해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얼 좀 아는 감독의 아주 특별한 사랑 법과
그의 영화를 보노라면 나는 언제나 덩달아 앓이를 하였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 그 곳에 머물러 있다
화양연화 / InTheMoodForLoveYumejisTheme
찰나의 시간을 영위할 뿐인 그런 존재들이다.
하지만 또 그 안을 보면 그들은
그 무엇인가보다 중요하고 절대적인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다.
마치 도시의 사랑을 잃어 구석진 자리를 헤매는 우리들처럼 말이다.
누구에게나 화려한 시절은 있었을까.
그의 영화를 보노라면 나는 정말의 고독한 도시가 낳은 병을 앓은 자들이
유통기한이 다 지난 통조림을 바라보듯 어떤 갈망처럼 보였다.
사랑은 타이밍이다./ 2046
그리고 5년,
그의 종합셋트 같은 영화 2046이 탄생되었고
화양연화의 그 후라고 하기에도
그 후가 아니라고 하기에도 너무 닮고 전혀 다른 영화가 나왔다.
내가 기다렸던 영화였을까 혹은 우리가 기다렸다는 영화였을까.
그를 좋아한다는 메니아들은 앞다투어 모두 그의 늪에 빠진 듯
구석진 뒷골목에서 상처를 하나쯤은 지니고 사는 자처럼 모두
그의 영화의 마력에 찬사를 서슴없이 감탄하며 동의를 내린다.
하지만 그에게도 반드시 헛점은 보였다.
시종일관 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매끄럽지 않게 흘러 가고 있었다.
그리고 서슴없이 왕가위식의 영화가 되어 어느 기사에서 나온 이야기지만,
‘나의 영화를 애써 이해하려 하지는 마라.
이해가 안된 부분은 그냥 넘겨라..’
어쩌면, 감독 스스로가 즐기는 지도 모른다.
특히 궁금했던 것은, 프로모션에 비해 특별출연 이라는 이름하에 단 한컷의 장만옥
생각보다 많이 잘려 나갔다. 애초 계획에 맞지 않게 찍었던 여러 장면들이
사라졌거나 잘려 나갔다.
그러나 나의 관심사는 장만옥/ 왕가위 그 들에게 무슨일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개인적으로 그것에 더 궁금했었다.
장만옥의 자존심을 누군가 건드린 것은 아닌가 하는. . . .
사실 치파오와 짙은 아이라인의 분장이 장만옥 처럼 어울리는 배우는 2046에서 보지 못했다.
그만큼 장만옥은 연기력과 메리트가 강한 배우이기도 하다.
이렇듯 아이러니컬한 사진의 장만옥은 매혹적이면서 신비하게 보였다. 2046 영화에는 그동안, 감독이 그려온 인물들이 모두 그 후에
연결이 되어 만나는 듯하였다.
아비정전/동사서독 /[ 원제 / 몽콕하문/ 열혈남아 ] 화양연화 /해피투게더/
중경삼림/ 타락천사/ 그의 영화 모든 것이 사랑은 순간에 찾아와 찰나 같은 슬픔을 남긴다.
자세히 보면, 컷 부분이 한번 본 듯한 부분들이 이곳 저곳에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2046은 반드시 화양연화를 본 사람만이 이해력이 빠를 것이다.
화양연화를 안본 상태에서의 2046은 의미가 없다.
2046 너무 좋은, 그러나 너무 아쉬운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는
역시 그의 영화 같은 영화가 되어 버렸다.
이유야 어찌됐든 나는 그의 또 다른 대사 같은, 사운드 트랙에 관심이 많다.
이번 2046의 사운드 트랙은 황홀한 슬픔 같기도 하다.
이중 20곡 가운데, 유난히 나는 이 곡을 그리워했다.
Polonaise / Shigeru Umebayashi
영화의 후반부에 흘러나오는 이 음악은, 마치 소멸되고 부서지고
나약하기 그지없는 사랑이라는, 순간과 영원의 공존 속에서
찰나의 사랑처럼 사랑은 감독이 원하는 것처럼,
정말 타이밍이었던가. 배우들의 눈빛들이 모두 슬퍼 보인다.
그리고 그의 영화에 매료된 관객들의 가슴에는 이 가을, 한편의 엽서로 기억된다.
웃고 있지만 양조위의 눈빛은 쓸쓸해 보였다.
그러나 그의 영화가 새롭게 나오면
나는 객석 가장 중앙에 홀로 앉아서 그의 영화에 혹은 사운드에 빠져 버릴 것이다.
언제나 그러하였듯 그의 영화의 전편 전부를 나 홀로 조용히 음미하듯
극장에 앉아 그처럼 쓸쓸하게 혹은 황홀하게 바라보는 입장이 되어 있을 것이다.
무얼 좀 아는 감독이나 배우들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2004
made By choi ji soo™ 2046ost 中 트랙 / Polonaise / Shigeru Umebayashi
첫댓글한편의 영화에서~~ 때로는 인생 모두를 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봣어여~~~ 날마다 영화속 장면 같은 삶이 아닌 그저 그저 평범하기 짝이 없는 그런 날 들속에서도,,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지난 시절이 영화속 장면처럼 스쳐지나간다는~~~~^^* 멋진 영화 한편을 보는 듯한 영상과 글 감사해요>>>
처음으로 왕가위는 붉은 색 대신 푸른색으로 자신의 영화 제목을 덧입혔다. 그런 < 2046 >을 보면 화면 저편에서 죽은 장국영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우리 다시 시.작.하.자.' 이과수나 앙코르와트에 가는 대신 미래로 떠나는 열차에 몸을 실으며, 왕가위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 보인다.
"우리 다시 시작해자." 그점에서 < 2046 >은 <화양연화>의 속편이라기보다 왕가위란 이미지의 전도사가 추억하는 홍콩과 자기 자신에 대한 회고담이자 새로운 시작을 결심하는 왕가위의 다짐처럼 보인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첫선을 보인 이 영화는 왕가위 영화의 또 다른 정점이다.
첫댓글 한편의 영화에서~~ 때로는 인생 모두를 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봣어여~~~ 날마다 영화속 장면 같은 삶이 아닌 그저 그저 평범하기 짝이 없는 그런 날 들속에서도,,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지난 시절이 영화속 장면처럼 스쳐지나간다는~~~~^^* 멋진 영화 한편을 보는 듯한 영상과 글 감사해요>>>
처음으로 왕가위는 붉은 색 대신 푸른색으로 자신의 영화 제목을 덧입혔다. 그런 < 2046 >을 보면 화면 저편에서 죽은 장국영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우리 다시 시.작.하.자.' 이과수나 앙코르와트에 가는 대신 미래로 떠나는 열차에 몸을 실으며, 왕가위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 보인다.
"우리 다시 시작해자." 그점에서 < 2046 >은 <화양연화>의 속편이라기보다 왕가위란 이미지의 전도사가 추억하는 홍콩과 자기 자신에 대한 회고담이자 새로운 시작을 결심하는 왕가위의 다짐처럼 보인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첫선을 보인 이 영화는 왕가위 영화의 또 다른 정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