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가, 배관공사비로 장기 교착 상태 빠진 남북러 가스관 사업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황 장 수
지난번 글에서 11월 중으로 획기적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여권 핵심들이 예고해 온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이 가스공급 가격, 북 통과 가스관 배관 공사비 등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 후 여러 경로에서 확인결과 이것은 거의 사실로 드러나고 있으며 여권 핵심의 섣부른 정치적 이용 의도는 망신살이 뻗쳤다.
지난 2일 MB 대통령은 G20 참가자 프랑스 칸으로 가는 길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그 결과는 가스관 사업 추진의지를 상호 확인했다는 것뿐이었다.
이 회담은 지난달 한ㆍ러 경제공동위 이후 갑작스레 잡힌 것으로 보인다.
9월말 각종 보도내용을 보면 11월 중에만 한ㆍ러 양국 정상은 11월 3일 G20, 11월 12일 APEC, 11월 18일 EAS(동아시아 정상회의) 등에서 3차례 조우 하기에 이때 가스관 사업에 있어 11월 중 획기적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되어있다. 그러나 11월 2일 한ㆍ러 정상회담 예고는 어디에도 없었다.
한 달에 3차례나 서로 조우해 짧은 실무 미팅을 할 수 있음에도 굳이 러시아까지 날아가 한ㆍ러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그만큼 지난 10월 24~29일간 서울에서 열린 한ㆍ러 경제공동위에서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 확실한 것이다.
현재 남ㆍ북ㆍ러 가스관 사업의 중요 문제는 가스공급가격, 배관공사비 조달 주체, 북측 가스관 통관료 등 3가지이다.
가스 공급가격과 관련해서 MB 정권은 수 차례 가스관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홍보하며 북을 관통해 가스관을 매설해 수입할 경우 블라디보스톡에서 동해항 등까지 선박으로 운송할 경우에 비해 가스 운송비가 1/3 수준이 될 수 있음을 홍보해 왔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가격은 국제 가스 평균공급가격에 가스 배관비용, 북통관료 등을 고려하여 최종 산정되는 것이기에 이 3가지 항목은 서로 연관성이 깊다.
이와 관련해 한국측이 참조로 해야 할 것은 현재 중국과 러시아 간에 논의되고 있는 가스공급가격이다.
이에 관련해서 눈 여겨 보아야 될 사실이 있다.
지난 10월 12일 한ㆍ미 정상회담 직전에 푸틴 총리가 직접 160여 명의 가즈프롬, 로스메트프, 국영석유가스회사 임원을 직접 거느리고 중국을 방문했고 많은 언론은 지난 9월 양국이 가스 공급가 산정방식에 대해 합의 한바 있어 이번에 최종공급가 합의 서명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러시아는 전체 가스 소비량의 25%를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유럽국가가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공급원을 다 변화하고 있어 새로운 공급처를 유럽의 1/3 정도의 수요를 갖고 있는 중국이 꼭 필요한 실정이었다.
러ㆍ중 양국은 지난 2008년 30년간 700억 m³의 가스를 2개의 가스관(시베리아, 사할린 방면에서 각기 공급)을 통해 공급하기로 합의한 바 있으며 그 총 가격은 1조 달러 규모에 달하고 있다. 이후 양국은 매년 부총리 급 이상 고위층이 나서 수차례 회담을 가져 왔으나 공급가격의 차이로 매년 결렬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러시아 측은 국제석유가격 기준으로 1000m³ 당 350달러 선(독일, 우크라이나 공급가격 수준)을 주장하고 있고 중국측은 1000m³ 당 국제석탄가격 기준으로 230달러 수준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측은 과거 200달러 이하를 주장해 왔으며 현재 수준도 많이 올려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8월 베이징에서 열린 실무 회담서 러시아는 400억 달러 선불조건으로 1000m³당 250달러를 요구했으나 중국측이 거절한 바 있다.
아마 중국측은 배관 공사비용이 부족하고 현금 사정이 긴박한 러시아 측의 사정을 알기에 자신의 요구가 관철 될 때까지 버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지난달 중ㆍ러 수뇌부 가스공급가 합의는 실패로 돌아갔다.
중ㆍ러 공급가격 기준이 자연스레 한국측 공급가격의 가이드라인 즉 기준가격이 될 수 있기에 우리측도 이 결과를 지켜보기 전에 러시아 측과 협상을 타결 짓기가 사실 불가능하다. 중ㆍ러 간에 서로 비등한 수준의 국가 간에도 4년을 끌어온 가스 공급가격도 실패하는 마당에 남북 평화 경제교류 문제, 핵 폐기 문제, 내년 한국 대선 총선문제, 레임덕 방지 event 문제 등이 얽혀있고, 국력의 격차가 나는 한ㆍ러 양국의 협상이 쉽게 타결 될 것이라고 생각한 현 정권 실세들의 사고 구조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 측과 북한이 요구하는 대로 해주면 몰라도 그 이전에는 협상만 수년간 걸릴 문제인 것이다.
가스관 공급가격에서 중국과는 또 다른 문제 하나가 북한 통관료 문제이다. 매년 1억 5천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통관료 또한 가스공급가격에 추가되어야 하는 항목이며 결국 운송비에 들어간다. 현재 북ㆍ러간에는 한국측에 각기 이익을 극대화할 합의가 되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가스 공급이라는 순수한 경제적 목적 이외에 한국측이 기대하고 있는 각종 정치적 목적, 즉 임기 말 MB 정권의 반전 event로서의 남북 평화, 경제협력과 동북아 경제협력 발표에 몸이 달아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한국측의 약점을 이용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북ㆍ러와의 협상은 중ㆍ러간의 협상에 비해 한국측의 교섭력 유지가 한층 어려운 실정이다.
또 다른 측면으로 총 700km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남한까지 연결된 가스배관 설치 비용이다.
현재 가스공사 측에서는 30억불 안팎을 주장하고 있지만 객관적으로 계산한 제3자는 북한 내부의 여러 불가측성을 들어 50억불 이상을 추정하고 있고 해외 지정학적 외교안보에 전문가들은 훨씬 더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가스관이 통과하는 지역은 동해안 인접 평탄지역으로 북의 중요한 군사시설이 들어서 있는 지역이다. 더 나아가 가스관을 따라 점검용 도로가 새로 신설되어야 하며 2-3km 일정 구간마다 가스 압력 체크용 게이지 및 밸브 등 check point가 만들어 져야 한다. 또 군사적 이유로 배관 설치 구역에 한국측 기술진은 일체 접근이 불가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 부르는 것이 값이 될 수도 있다.
지난 10월 24일에서 28일 까지 서울에서 열린 한ㆍ러 경제공동위에서 러시아 측은 가스관 배관 공사비용에 대해 한국측이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대신해 주거나 차관을 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나는 진작부터 이렇게 될 것이라고 수 차례 예측한바 있다)
그래서 MB 대통령이 러시아를 급히 방문해 메드베데프를 만났으나 발표결과는 『상호 추진의사 확인』, 즉 타협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현재 가스관 사업은 해외에서의 가스도입이라는 경제적 목적과 남북문제 남한 내부의 정치적 문제, 북러의 한국측 약점이용 문제 등이 서로 복잡하게 섞여 점점 이상하게 변질되어가고 있다.
나는 이 사업이 이런 상태로는 제대로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현 정권의 임기 내에 시간에 쫓겨 허덕이며 협상의 약자가 되기 보다는 천부적 장사꾼 기질의 중국처럼 지긋이 수년간 협상을 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틀림없이 UAE원전 수주처럼 온갖 악재로 얽혀 국익에 엄청난 손실을 안긴 채 실패로 끝날 것이다.
MB 정권은 더 사고 치지 말고 솔직하게 국민에게 모든 것을 공개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에서 날고 긴다고 해서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