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양치
김민정 씨는 양치를 힘들어 하신다. 양치할 때면 ‘음, 음’ 하는 소리를 자주 내시는데, 처음에는 의미를 잘 몰랐다. 그런데 며칠 지켜보니 그 소리는 화를 내는 것이었다. 방으로 가셔서도 가끔 ‘음, 음’ 하며 이불을 들썩거릴 때가 있는 것으로 봐서는 양치 후 많이 화가 나셨던 것 같다.
왜 양치를 하는데 화가 날까? 화나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유를 생각하다 보니 통증이 있거나, 혹은 이동이 어려워서가 아닐까 생각했다. 김민정 씨가 양치하자는 말에 화를 내실 때는 대부분 이부자리가 다 펴진 상태였는데, 누구든 이불 속은 편안하고, 나오기 싫지 않은가. 그래서 그 원인이 클 것이라고 가정했다.
그 다음부터는 순서를 바꿔 보았다. 양치를 하고, 취침 준비를 하는 방식으로. 화를 내는 횟수가 훨씬 줄었다. 이제 이불을 펴기 전 먼저 양치를 하자고 하시는 날도 생겼다. 손가락으로 이를 닦는 것처럼 입 앞에서 좌우로 움직이고, 방을 손가락으로 한 번 가리킨 뒤, 두 손을 포개 뺨에 대고 눈을 감는다. 아마도 ‘양치하고 나서 방에 이불 펴고 누워서 자고 싶다’라는 뜻이 아닐까.
2. 샤워
김민정 씨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힘들어 하신다. 아마 수면과 상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밤새 깊이 잠들지 못하고 배회하거나, 앉아 있는 날이 잦다. 최근에는 더욱 그렇다. 그럼 당연히 샤워는 하기 싫으시겠지. 날씨도 춥고 이불 밖은 위험하니까.
일찍 외출해야 하는 일정이 없다면 부러 깨우지 않고 혼자 일어나시기를 기다린다. 등교하는 입주자 배웅을 좋아하시기 때문에 보통 8시쯤에는 일어나신다. 직원이 8시 전에 출근하는 날에는 김민정 씨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가 등교하는 입주자 배웅이 끝나면, 샤워를 권한다. 샤워를 권하면 냉장고 앞에서 손을 내미신다.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뜻인 것 같다. 따뜻한 믹스커피로 잠을 깨고 샤워하러 가신다.
직원이 9시에 출근하는 날에는 또 다르다. 김민정 씨는 출근하는 직원들과 인사하는 것을 좋아하신다. 모두에게 “안녕. 안녕.” 하는 인사를 하고, 출근하는 것을 확인한 후 샤워를 하시기 때문에 그 사이에 직원은 202호 가구 정리를 한다. 인사가 모두 끝나면 집 앞 평상에 앉아 계시는데 이 때 샤워를 권하면 냉장고 앞에서 손을 내민다. 커피를 먼저 마시고 다시 “안녕. 안녕.” 인사하며 샤워하러 가신다.
샤워는 아직 화를 내실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기분 좋게 샤워실로 오셔도 화를 내실 때가 있어서 정확히 화가 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기분 좋게 샤워실로 왔지만, 추워서 그런 것은 아닐까. 그저 지금은 그렇게 추측한다.
3. 양말
김민정 씨는 자기 전 꼭 양말을 벗어두고 주무시는 습관이 있다. 그리고 잠결에 코피가 나면(혹은 내면), 양말로 코피를 닦으신다. 또 가끔은 창밖으로 던지실 때도 있다. 둘 다 크게 건강을 해치는 행동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자는 위생적이지 않고, 후자는 양말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주무시기 전, 양말을 벗자마자 빨래 바구니에 넣어달라고 부탁드렸다. 흔쾌히 넣어주셨다. 그래도 가끔 주무시다가 코피 닦을 것이 없으면 바구니의 양말을 꺼내 닦는 날도 있다. 하지만 창밖에서 짝 잃은 양말을 주워오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양말로 코피를 닦는 것은 양말 대신 티슈를 가져다 두면 어떨까 싶었다. 그래서 민정 씨와 티슈를 사러 갔다. 본인이 원하는 티슈, 원하는 자리에 놓고 코피가 날 때 닦으시도록 권했다. 어쩌면 창밖에서 티슈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지만, 역시 다음 날 티슈는 온데간데없었다. 혹시나 해서 창밖을 내다보니 티슈가 어지러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아, 저런…. 그래도 몇 장 뽑아서 코피를 닦고, 티슈 상자를 던져두실 거라 생각했는데…. 전날 산 티슈를 모두 한 장씩 뽑아 바람에 날리셨다. 어제 샀는데 너무 아깝다. 그래, 뽑아서 날릴 때는 즐거우셨겠지? 그럼 됐지. 그날부터 티슈 대신 손수건을 그 자리에 올려두고 코피를 닦으시도록 권했다. 손수건은 창밖에 있어도 주워서 세탁하면 되니까. 어떤 날은 창밖에서, 또 어떤 날은 방 한쪽에서 피가 뭍은 채 발견되곤 한다. 티슈처럼 버려지는 것은 아니라서 다행이다.
지금은 이렇게 지원하고 있다. 또 나중에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지만, 그때는 또 그때의 방법을 찾겠지.
2024년 11월 21일 목요일, 구주영
민정 씨 이해하려고 하고 어려운 것들 궁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신아름
양치, 샤워, 양말…. 민정 씨가 매일 마주하거나 감당할 일이죠. 더불어 직원도 매일 마주할 상황이고요. 어떻게 여기고 어떻게 지원하느냐에 따라 위 세 가지는 민정 씨와 직원에게 어렵고 힘든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구주영 선생님이 이 상황을 마주하는 시선과 자세와 지원 방법은 수월해 보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여기고 이렇게 거들 수 있죠? 놀랍습니다. 고맙고요. 월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