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광안리 해변로까지는 천천히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다. 그래서 걷기운동 삼아 매일 해변로를 한 바퀴 돌고 온다.
해변로는 남천동 해양스포츠센터에서 민락동 회센터까지, 해수욕장을 따라 이어진 해안로를 말한다.
어제 입춘을 지났지만 오늘, 내일은 되기 춥다고 한다. 추위를 무릅쓰고 바닷가에 나갔다가 독감에 걸리면 폐렴으로 전이될 수도 있다고 한다. 노년에 폐렴에 걸리면 위험하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은 걷기를 그만두고 해변로 풍경이나 소개할까 한다.
집에서 해안로까지 내려가는 수영로 540~ 550 길 주변에는 주로 2030 세대들이 좋아하는 음식점들이 많이 있다. 낮에도 해안로
편의점 주변에는 스무남 살 돼 보이는, 종아리에는 눈쌀지푸려지는 '이레즈미'를 한 아가씨가 태연하게 담배연기를 내뿜고 있다.
길바닥에는 담배꽁초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 예전에는 구청에서 담배꽁초를 수거해가면 무게에 따라 현금을 주었는데 이제는
그 제도도 없어졌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길바닥에 떨어진 백 원짜리를 하나 주웠다. 지나가는 자동차 바퀴에 얼마나 짓눌렸는지 양면이 곰보딱지가 되어
있었다. 길바닥에서 채소 몇 소쿠리 담아 놓고 파는 꼬부랑 할머니가 봤다면 주워갔을 테지만 에비한테 용돈 타 쓰는 젊은 자식들은
허리 굽히기 싫어 보고도 안 주워갔던 것이다.
바닷가에서 걷기하는데 제일 걸치적거리는 것은 반려견과 자전거다. 킥전동보드는 단속을 해서 못하는데 자전거족은 헬맷을 쓰고
남녀 떼를 지어 쌩쌩 달린다. 반려견도 목줄 단속은 하지만 개오줌은 단속하지 않는다. 아무데나 한쪽 다리를 들고 쉬를 해도 말할
수가 없다. 조막 만한 놈은 가방에 넣어 옆구리에 끼고 다닌다. 개 목줄에 짜증난 어느 성마른 할머니는 이렇게 울분을 터뜨렸다.
"젊은 연놈들이 얼라는 안 낳고 개새끼만 지새끼처럼 안고 다니니 군인이 부족하지. 개새끼도 군대 (군견)보내야 된다!"
교회 추수꾼? 들도 성가시다. 그것도 이단이라고 소문난 '하나님의 교회(유월절'와 '신천지(이만희)' 교회다. 대학생쯤 돼 보이는
젊은이들이 싫다고 해도 따라다니며 전도지를 건낸다.
만남의 광장(공연장) 에는 새해맞이 '반짝이불꽃 터널(LED)' 도 있고 '새해소망 쪽지' 걸이도 있다. '새해소망쪽지 걸이'는 주로 2030대 남녀들이 마련해 둔 손바닥 만한 카드에 새해 소원을 적어 걸어두었다가 대보름 달집 태우기 할 때 태워 하늘나라로 보내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바램으로 해마다 구청에서 행하는 행사다. 수 천, 수 만? 개나 걸려 걸 자리가 없자 꽉 찬 쪽지를 걷어 모아 두고 다시 시작했는데도 벌써 가득하다. 뭐라고 썼나? 남의 소원을 훔쳐봤더니, 대부분 대학 입시, 취업, 결혼, 건강, 우정, 애정, 가족화목 등등이었지만 정치에 관한 것도 눈에 띄었다. "찟죄명 감옥!" "썩녀리 퇴진!"
사람들이 많아 붐비는 공휴일 오후에는 거리악사나 초상화가들이 가게?를 펼친다. 구청 지원을 받고 하는 공연은 모금함이 없지만
개인이나 사적으로 (장애인 돕기) 하는 공연에는 은근히 모금을 강요해 짜증이 난다. 그래서 가까이 가지 않는다.
초상화가들은 혼자서도 나오고 여러명이 전을 벌이기도 한다. 그림 값은 1인 1만 원부터 반력견 포함 3인 까지 4~5만 원을 부른다.
이제는 반려견이 아니라 사람 대우를 받는다. 식당에서는 반려견 '오마가쎄' 도 있고 초상화까지 그려준다.
민락동 회센터 앞에는 국화축제(7월~11월)와 청보리밟기 축제 (11월~5월)가 있다. (밟기는 12월~2월) 보리가 여무는 5월까지 하는데 축제를 마감할 때는 보리추수 행사도 한다. 툇마루가 있는 작은 초가도 두 채 지어놨다. 가운데는 미끄러지지 않게 멍석 같은 집방석도 융단같이 깔아놓았다. 야간에는 조명시설도 해 놓아 외국인들이 사진찍느라 많이 붐빈다.
공휴일에는 벤데기 다슬기 장수와 달고나, 국자 뽑기 장수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는 구청에서 행하는 해변음악회도 있고 드론 쇼 행사도 열린다.
행사를 마치고 나면 구청에서 안내방송을 한다. 먼 걸음 하셨으니 맨 입에 가시지 말고 근처 식당에서 식사하고 가시라고.....
(2편에서 게속 하겠습니다. 타로, 사주, 속궁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