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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best&no=975249
사설곡(蛇舌谷)
가만히 생각해보면 유달리 더웠던 여름이었다.
한여름 뙤약볕만 하더라도 물기하나 없는 앞마당 모래둔덕에서 아지랑이를 물씬 끌어내니, 사람 몸에서 나는 땀이야 말이 필요 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산 속의 사정은 읍내보다야 훌쩍 나은 편이라 읍내로 많이 몰리던 사람들도, 오히려 산 중턱에 종종 사는 지인들의 집으로 피난 아닌 피난을 갈 정도이니 이 또한 진풍경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읍내에서 도축장을 하고 있는 박 씨 아주머니가 귀한 채끝살과 소 생간을 가지고 찾아왔을 때, 경식은 운이 좋다 싶어 뛸 듯이 기뻤다.
"햐, 고기에 윤기가 자르르르 하네요."
"그렇지? 요것이 소를 잡아도 딱 한 사바리만 나온다는 그 채끝살이지. 맛보면 다른 고기는 못 먹어!"
말복이 가까워오자 여름 더위를 피해 피서를 온, 박 씨 아주머니는 기왕 온 김에 기력회복이나 함께 하자고 귀한 고기를 싸들고 온 것이다.
경식은 부모님을 따라 서울에 나가 산지가 십 년이 넘었지만, 여름만 되면 피서차 큰아버지 댁으로 놀러오고는 하였다. 올해는 부모님이 많이 바쁘신 까닭에 혼자서 큰아버지 댁을 방문한 경식은, 아이가 없는 큰아버지 댁의 사정과 겹쳐져 유독 큰 사랑을 받고 있었다.
실상 큰아버지와 친한 마을 사람들 치고 경식을 모르는 이가 없으니 오래된 고향에라도 온 것처럼 마음이 편했다(사실 서울에 오래 살아서 그렇지 고향인 것은 맞다).
"경식이가 올해 몇 살이지?"
"스물 셋이예요."
"이제 우리 경식이 장가들어야 쓰겠네? 하하하하."
큰아버지는 읍내에 참외 팔러 나가시고 큰어머니와 박 씨 아주머니만 같이 점심을 먹는 것이다.
그렇다고 밖에 일하러 나간 사람의 몫을 안 챙긴 것은 아니지만, 소 생간이야 빨리 먹지 않으면 금방 푸욱 썩어버리니 있는 사람들끼리만 이라도 속히 먹어치워야 하는 것이었다. 먹는 김에 본인들 몫의 채끝살도 굽는다. 지글지글 구워지는 쇠고기 냄새가 여간 달달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름 나절에 목이나 시원한 것으로 축였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큰아버지 오실 적에 막걸리나 좀 사오시라고 전화를 걸어 본다.
"안 받으시니?"
"전화가 꺼져있네요."
"어이구, 그러게 그 양반 핸드폰 좀 바꾸라니깐 그렇게 곰방곰방 픽 죽어버리는 핸드폰 뭣하러 애지중지 하고 얼싸안는지 모르겠네."
결국 얼음물하고 시내에 띄워놓았던 수박을 잘라 먹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나무 바닥이라 시원한 대청마루에서 산바람을 맞으며 팔자 좋게 드러누워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영상이나 뒤적거리고 있자니 날은 금방 저물었고, 박 씨 아주머니네 아저씨까지 합류해 집안은 더 시끌시끌해졌다.
김 씨 아저씨는 박 씨 아주머니에게 대뜸 '이노무 여편네는 서방이 땀 뻘뻘 흘리면서 도축장 청소할 때는 코빼기도 안 뵈더니 이런 좋은데 혼자 와서 신선놀음 하고 있었느냐고' 타박 아닌 타박을 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경식도 나름 반색하며 아저씨를 반겼는데 이는 아저씨가 한 아름 들고 온 막걸리와 삼겹살 다섯 근이 한 몫을 단단히 한 것이다. 이제 저녁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되었는데 아직도 큰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자, 큰어머니는 손님 대접을 위해 가래떡과 직접 양봉해 따온 벌집을 준비하며 경식에게 한마디를 일러둔다.
"경식아, 읍내 좀 빨리 가서 큰아버지 좀 모셔 와라."
경식은 조금 귀찮았지만(낮에 하도 볕이 뜨거워 날이 저물었는데도 그 열기가 그대로였다), 그래도 큰아버지를 두고 이 맛있는 것들을 먹을 수는 없겠다 싶어서 더 늦기 전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차피 가래떡이나 꿀, 수박, 참외 따위야 후식이라 지금 꺼내진 않을 것이고 고기도 양념 준비하고 불을 피우다 보면 시간이 깨나 걸릴 테니 빨리 다녀오는 편이 이득이었다.
급히 신발을 신고 끈을 질끈 묶고 있는데, 아저씨가 한 마디 거든다.
"경식아, 거 저기 등 굽은 전나무 있는 데로는 가지 말고 더 걸리더라도 큰길로 주욱 돌아서 가거라."
"에? 왜요? 거기가 더 빠르잖아요."
가보진 않았지만 들은건 있어가지고 지름길로 가려고 했던 경식.
아저씨는 경식의 물음에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물며 말을 이었다.
눈은 등불에 모여든 불나방을 바라보며.
"이렇게 어두울 때는 좁고 어두운 길로 가는 게 아니야. 그냥 그렇게만 알아 두어."
"그, 혹시 두 갈래 길 나오거든, 무조건 왼쪽으로만 가거라."
"이 여편네가 왜 쓸데없는 말로 끼어들어!! 들어가 있어!!!"
"아,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우? 그럴 수도 있지."
갑자기 싸우는 분위기로 넘어가는 아저씨 부부를 바라보며 경식은 불똥이 튀기 전에 빨리 나가야겠다 싶어 말없이 집을 나섰다.
털레털레 집을 나서다 왠지 필요할 것 같아서 창고에 들어가 손전등을 챙겨가지고 나가는 경식은, 큰 길을 따라 유난히 밝게 빛을 발하고 있는 가로등 불빛들을 바라보며 새삼 이쁘다고 느꼈다. 이 무슨 계집애 같은 생각일꼬 싶기도 하지만 그래 보이는 걸 어쩌란 말인가.
밝으면 밝은 대로, 조금 어두우면 어두운 대로 가로등 불빛에 의존해 걸어가던 경식은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귀여울 것이 틀림없어 그 모습을 상상하게 만드는 개구리의 울음소리나 간간히 보이는 영롱한 개똥벌레 불 빛 따위에 감동하며 서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힐링을 하고 있다고 기분이 몹시 좋아졌다.
사람 하나 없는 한적한 시골의 밤길이라고 해서 조용하지는 않다.
개구리가 우는 소리나, 여름매미가 우는 소리. 풀벌레 우는 소리에, 산바람이 우거진 나뭇잎들을 흔들어 놓아 사각대는 소리. 가끔 밤 산새우는 소리에 작은 산짐승들이 수풀을 헤치고 다니며 내는 잡스러운 소리들이 한데 어우러져 다소 자극적이다.
빛을 보고 모여드는 커다란 나방들이나 귀찮게 꼬여드는 모기와 각다귀 떼들도 예외는 아니고, 빠르게 날아들어 깜짝깜짝 놀라게 만드는 깔따구 떼는 겁도 없는 모양이다. 여름의 밤은 더욱 무르익어갈 때 까지 낮 동안 계속 머금어왔던 열기들을 꾸준히 가지고 있기에 여전히 더웠지만, 산에서 바람이 내려오는 시간이라 선선한 바람들이 불어올 때 마다 몸이 기분 좋은 시원함에 바르르 떨려온다.
이러한 즐김의 시간 와중에 경식은 문득 고개를 돌려 우측에 자리 잡은 돌 비석을 바라보았다.
사설곡
이 숲 길의 이름이었다.
그 비석 옆에는 아저씨가 말한 등 굽은 전나무가 마치 비석을 보호하는 지붕처럼 등 굽어 달빛을 가려주고 있었다.
기분이 한껏 달아올랐기 때문일까.
아저씨의 무게 있던 경고보다도 빨리 읍내에 가서 큰아버지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와 맛있는 저녁을 먹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경식이 사설곡의 숲길로 들어서는 데에 걸린 시간은 그가 가지고 있던 고민의 무게만큼이나 짤막했다.
숲은 컴컴하게 우거져 가로등은 커녕 달빛조차 들어올 틈이 없었지만, 손전등이 있었기에 들어설 수 있었고 의외로 나무나 수풀이 주변에 빽빽히 자라난 탓에 반사되는 것들도 많아서 길도 잘 보이는 편이었다.
물론 사설곡에 들어선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무겁고 차가운 분위기에 압도되어 괜히 들어왔다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기왕 들어온 것 이곳은 지름길이니까 빨리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더욱 재촉했다.
가끔 사박거리며 발에 밟히는 풀 소리 따위에 놀라거나 뭔지 모를 것이 지나가며 내는 수풀소리 따위에 흠칫흠칫 놀라며 후회와 안도를 반복하며 걷는 경식은 이미 더위 따위는 잊은 지 오래였고, 이곳을 빠져나가면 자신이 얼마나 용감했는지를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무용담이 생긴다는 것 하나를 위안삼아 연신 용기를 채우며 발걸음을 떼곤 하였다.
그리고 눈앞에 똑같아보이던 광경들이 사뭇 달라졌다.
"아, 이게 아줌마가 말하던…."
높이도 방향도 다른 두 갈래의 길이 나타났다.
우측에 난 길은 내리막길로, 사설곡에 들어선 이후로 계속 조금씩 올라가기만 했던 터라 이제는 내려가기만 하면 되는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하였고.
좌측에 난 길은 오르막길 이었는데 더욱 수풀들이 우거져 컴컴해 보였다.
이상했다.
자주 다녔던 길이라 당연히 어느 방향으로 갈 지 알 텐데 생각이 나질 않는다.
낮이었다면 멀리 바라봐서 보이는 산세나 문득문득 보이는 읍내의 모습들로 방향을 정해서 갈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한치 앞도 보기가 힘들었다.
문득 경식은 아주머니가 왼쪽 길로 가야한다고 이야기 한 것이 떠올랐다.
경식은 제자리에서 고민 하다가 지금도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 스마트폰을 뒤져 위치정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GPS로 경식의 위치와 함께 주변의 약도가 화면에 뜨기 시작했다. 우측 길로 들어설 시에는 바로 읍내가 나타났고, 좌측의 길로 들어서면 야산의 중턱까지 올라가 왠 절 하나를 지나야만 읍내로 내려가는 길이 나왔다.
“일부러 지름길로 가느라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서 가면 의미가 없지.”
경식은 우측 길로 향하며 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내리막길인지라 걷기도 수월했고 마음도 놓이는 편이었다. 점점 진흙같이 젖은 흙들로 길이 이루어져 있는 까닭에 발아래를 조금 신경 써서 걸어야 했지만 그런 것은 일찍만 도착 한다면 신경 쓸 바가 아니었다.
“뭐지….”
뭔가 분위기가 이상해져간다.
주변에 끊임없이 들려오던 갖은 소리들이 어느새 인가 멎어있었다. 사람과 대화를 하던 도중에도 상대가 큰 소리를 내는 것 보다는 갑자기 대화가 끊기고 정적이 흐를 때가 더 주목받는 순간이다. 하물며 갑자기 주변의 소리들이 사라지는 순간이야 당연히 신경이 곤두서는 순간인 것이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들리는 것은 본인의 신발이 꾸욱 하며 젖은 흙을 밟는 소리 뿐 이었다.
이제는 기분 나쁘게 느껴지는 그 질척함이 기분을 바꿔 놓는다.
바스락
경식은 문득 자신의 우측에서 들려온 소음에 고개를 돌렸다.
랜턴이 빛을 쏘아내어 밝혀주고 있는 그 곳에는 무덤으로 보이는 잡초 무더기가 하나 자리 잡고 있었다.
마치 으레 오래된 마을마다 하나씩 어귀에 자리 잡고 있는 서낭당의 그것처럼 노오랗고 긴 천들이 돌 하나씩을 매단채로 나무에 묶여 늘어져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 돌탑이 몇 개 쌓여져 있었는데 으레 돌탑들은 지면보다 높게 솟아 흙이 묻지 않는 까닭에 마른채로 유지되는 것이 대부분이건만 이 돌탑들은 이끼가 잔뜩 끼어 뭔가 목에 걸린 듯 자극되는 기분 나쁜 느낌마저 주었다. 습기를 잔뜩 머금어 씁씁하고 비릿한 이끼냄새가 연신 코를 자극한다. 어디선가 곰팡내도 잔뜩 나는 것 같고 퀘퀘한 냄새에 속이 울렁거린다. 경식은 그 비석조차 없는 풀 무더기 무덤을 빠른 속도로 걸어내려가 빠져나왔다.
의문스러운 것이 있다면 벌써 나왔어야 할 읍내가 여태 보이질 않는 것이다.
큰아버지의 집은 그렇게 높은 산에 위치하지 않았고, 산 자체도 그렇게 높지 않았다. 그런데도 내리막길이 한참을 이어져 거의 삼십분을 걸은 것 같은데도 불빛하나 보이질 않는 것이었다. 경식은 주변을 살피는 데에 소홀해 질 까봐 꺼내지 않았던 스마트폰을 켜 보았다.
아무것도 표시되지 않는다.
아예 스마트폰에 전원 자체가 들어오지 않는 것이었다.
분명 대청마루에서 유튜브 동영상을 본답시고 충전기를 꽂은 채 하루종일 지냈는데, 배터리가 없을 리가 없다.
고장인가.
그저 운 나쁘게 느닷없이 고장난 것인가 여길 수 밖에 없는 일이었는데, 주변 사람들과의 연락 수단이 사라지자 오는 당황감은 여태까지 걸어왔던 음산한 산길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전원 버튼을 열심히 누르면서도 랜턴을 열심히 저으며 주변을 살펴 내려가는데, 이제라도 달려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지배적으로 들기 시작했다. 쓸데없는 상상이 머리를 장악해 연신 소름이 우수수 돋는다.
주변은 추워진 지 오래였고, 이제는 숲이 움직이는 것 같이 아른거리는 착각마저 들었다.
‘경계근무 설 때에는 한 곳만 바라보면 안된다.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들고 네 눈이 사물을 왜곡해서 인식해.’
군대에서 들은 지침사항을 끊임없이 머릿속에 되뇌며 ‘저것은 내 환상이다.’ 라고 마음을 다진다.
숲 주변에 그림자들이 움직이는 것 같고, 점점 다리를 움직이는 것 자체가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주저앉으면 날이 밝는 대로 누군가 지나가다가 발견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그냥 잠들기만 하면 무서운 것도 모르고 날이 밝아 있을 거야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귀신을 만나 까무러쳤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까무러쳐있는 사람을 다시 깨워 해코지 했다는 귀신은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식은 이런 살 떨리는 환경 속에서 잠들만한 담력이 없었다.
그저 억지로 발을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뿐이었다.
“어? 어어?”
뭔가 환한 것이 나무들 틈 사이로 비춰졌다 사라졌다.
경식은 혹시나 싶어 걸음을 재촉해 더 내려가 보았다. 멀리서 불빛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갑자기 몸에 힘이 나서 경식은 뛰다시피 산길을 마저 내려가기 시작했다. 일단 목표가 보이자 그 곳까지 내려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런데 내려가면서 드는 의문은 불빛들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아무리 봐도 읍내라면 가로등만 해도 수 없이 많을 텐데 왜 불빛이 저거밖에 안보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빛이 있는 곳에는 어디나 사람이 있기 마련인지라 우선 누구라도 사람 한 명만 찾자 하는 생각에 경식은 더욱 힘을 돋워 산을 내려갔다.
산을 내려 온 경식의 동공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렸다.
자신이 전혀 모르는 장소가 나타났기 때문에. 그리고 그 장소에는 온통 허름한 폐가만이 가득했다. 멀리서 보인 불빛들은 가로등 같은 것들이 아니라, 폐가들의 입구마다 규칙적으로 존재하는 현관을 비추는 등불들이었다. 등불들은 모두 현관의 옆에 붙어 똑같은 디자인으로 붙어있었는데, 백열전구로 보이는 밝은 주황빛의 전구가 하나씩만 달려있을 뿐이었다.
사람이 살 것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생각할 수 없는 이 폐가들 속에서 왜 이런 등 들이 하나씩 달려있는가.
폐가들은 낡은 판자 같은 것들이 삭을 대로 삭아 우수수 떨어져 내리고 있었고, 유리창은 전부 깨져 내부를 보여주고 있었는데 온통 시커먼 어둠뿐이라 보이지도 않았다. 거미줄이 사방에 쳐져 간혹 부는 바람에 이리저리 휘적대며 흩날리는데 정작 거미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주변은 몹시 고요했다.
“저… 저기요….”
소리를 높여 누군가를 찾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여기서 소리를 내면 무언가 알 수 없는 것이 튀어나와 자신을 덮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겁부터 났다. 군대에서 야간 훈련 중에 부상병을 부축하고 둘이서 산을 내려올 때에도, 고등학교 시절 간 여행지에서 친구들끼리 담력시험이랍시고 폐교에 순서대로 한명씩 다녀올 때에도. 이런 식으로 겁이 나진 않았다.
현실감각이 흐려진다.
눈물이 핑 돌았고, 머리도 핑 도는 것 같았다.
이게 사람들이 말하는 공황장애인가.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경식은 주변 폐가들 중에서 그나마 허물어진 곳이 적어 덜 무서울 것 같은 곳의 외벽 안쪽으로 들어가 몸을 기대어 앉았다. 시멘트와 콘크리트 블록으로 지어진 집이었는데, 그나마 벽의 구멍이 적어 덜 무서웠다. 그 폐가 안의 시커먼 어둠 속에서 누가 지켜보고 있는 상상을 하면 소름이 돋아 견딜 수가 없는 일이었다.
다시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지만, 너무나 먼 거리를 걸어왔기에 기운이 나지 않았고 다시 그 어두컴컴한 산길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니 엄두가 나질 않았다. 날이 밝으면 올라가야겠다고 어렴풋이 생각 할 뿐이었다.
그때 뭔가 소리가 들려왔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
경식은 어깨를 파르르 떨며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반색하는 반응이 뒤이어왔다.
조심스럽게 조용히 경식은 몸을 일으켜 벽의 바깥을 살폈다.
누군가 비틀거리며 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핑크빛 털 코트를 입은 중년 여성.
뭔가 취한 듯 한 걸음걸이가 경식으로 하여금 다가가기 거북하게 만들었다. 경식은 숨을 죽이고 더 상황을 지켜봤다. 여자는 경식이 머무르던 집 방향을 거쳐 우측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더욱 가까이 올수록 여자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머리가 산발하여 제멋대로 나부끼고 걸음도 일정치 못하고 부자연스럽다.
“흡…!!!”
경식은 더 이상 그 여자에게 도움을 요청할 마음을 먹을 수 없었다.
눈이 보고 있는 것이 틀리지 않다면 드러나 있는 살갗에는 온통 무언가 돋아나 있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뱀이나 큰 어류의 비늘같다.
결을 따라 규칙적으로 온 몸에 돋아있는 무언가는 징그러움을 떠나 혐오스러울 지경이었다.
더 가까이 오자 다른 것이 더 보인다.
흰자위가 없는 검은 눈, 돼지같이 들려있는 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큰 입.
소리가 들려온다.
“으음… 으으음… 으으으으…”
성대가 녹슨 쇠붙이 따위로 만들어져 있다면 이런 소리가 날까.
쇳소리가 소름 돋을 지경이다.
걸음걸이가 마치 나뭇등걸이나 마네킹이 걷는 것 같다.
온통 삐걱거리는 모습 뿐 이었고, 그 마저도 불규칙적으로 허리가 중심을 잡지 못해 이리저리 꺾이고 있었다.
순간 여자가 경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경식은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이제 와서 숨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숨어버렸다가 다시 고개를 내밀었는데 여자가 없다면 그게 더 무섭지 않을까. 어쩔 때엔 무서운 것이 어떻게 행동하나를 관찰해야만 덜 무서울 때도 있는 것이다. 경식은 소리하나 내질 않고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자는 고장 난 시계 바늘 같이 간헐적으로 떨며, 고개를 까딱거리고 갸웃거린다.
왼편으로 고개를 꺾나 싶으면 오른쪽으로 꺾고 다시 왼쪽 오른쪽.
그리고 몸을 비틀거린다, 머리보다 반 박자 늦게 좌우로 비틀 비틀.
관절이 따로 노는 것 같아서 소름 돋는다.
여자의 긴 입에서 무언가 삐죽 튀어나왔다.
두 갈래로 갈라진 긴 혓바닥이 가슴께까지 길게 늘어졌다.
경식은 이것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눈앞이 극도의 공포감에 흐려져 온다.
사람이 목을 매달고 죽으면 혀가 길게 늘어진다던데 저 정도는 될까.
여자가 입을 주욱 찢어 웃는다.
광대뼈 끝자락까지 입이 찢어진다.
눈은 부릅뜨고 있다, 무섭고 괴악하다.
그때, 여자가 입을 쩌억 벌렸다.
어금니가 훤히 드러날 정도로 큰 입.
여자가 소리 지른다.
“끄어아아아아아아아아!!!!!”
입을 벌린 채로 경식에게 달려드는 여자의 눈은 너무 크게 벌린 입으로 인해 검은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경식은 뚜렷이 보이는 것 같았다.
경식은 뒤로 나자빠졌다.
“으아아아아!!!”
뒤로 나자빠진 까닭에 벽 너머가 보이지 않았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수 없었다.
경식은 집의 뒷마당을 향해 달렸다.
손을 푸들푸들 떨며 뒤도 돌아보질 않고 내달렸는데, 마치 꿈속에서 달리는 것처럼 자신의 다리가 무겁고 느리다는 생각 뿐 이었다. 자신이 벗어나고 싶어 하는 존재에게 들릴까봐 제대로 된 신음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입술을 깨문다.
어느새 경식은 담벼락을 넘고 있었다.
뒷마당 너머는 시커먼 어둠뿐인 산과 가파른 절벽이 버티고 있어, 집의 외벽을 따라 빙 돌아 거리로 나갈 생각으로 경식은 돌아서 내달렸다.
찌이이익
집의 외벽 안쪽에서 손이 튀어나와 경식의 상의를 움켜쥐었다.
컥 소리와 함께 경식은 자신을 붙잡은 손을 내려다 보았다.
온통 뭔가가 돋아있는 그 손은 말라붙은 피딱지가 가득했고, 손톱이 하나도 없었다.
“으아아아아악!!! 아아악!! 아악!!!!”
경식은 패닉에 빠져 경기를 일으키며 자신을 붙잡은 손을 미친 듯이 두들겼다.
팔은 마치 뼈가 없는 것처럼 이리저리 휘었고, 더욱 억세게 옷을 잡았다.
그런 경식의 손을 다른 팔이 뻗어 나와 움켜쥐었고, 팔의 주인이 벽 안쪽에서 고개를 들었다.
내부가 훤히 보이는 쩌억 벌어진 입.
노랗게 삭은 듬성듬성한 치아가 보이고 역겨운 악취를 풍기며 아가리가 벌어져 있다.
그리고 경식의 손끝을 물었다.
“아아아아악!!!!”
경식은 붙잡힌 팔을 이리저리 흔들며 저항했고, 미끄러지듯이 빠져나올 수 있었다. 경식은 그 반동에 다시 한 번 나자빠졌지만 구르자마자 일어서 다시 달렸다.
경식의 뒤에서는 끄륵끄륵 거리는 괴상한 소리가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며 따라오고 있었다.
경식이 거리로 나섰을 때, 그 거리에 있는 폐가들에서 여러 사람들이 터덜터덜 걸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행색이 추레하고 하나같이 비틀거린다. 본능적으로 방금과 같은 괴물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경식은 그것들이 자신을 발견하고 달려들기 전에 폐가가 있는 거리를 아예 벗어나고자 있는 힘껏 달렸다.
거리를 지나면 지날수록 이제 막 집에서 나오고 있는 그것들하고 가까워지곤 했는데, 어김없이 들려오는 삐걱거리는 뼈 소리가 팔다리에 힘을 빼앗아가는 것 같았다. 공포감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다.
언뜻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무언가가 피부에 잔뜩 돋아 그곳에서 노랗고 붉은 진물을 질질 쏟아내고 있는 모습이 문둥병 환자들의 것보다도 끔찍스러웠다.
바로 뒤에서 들려오던 끄륵거리는 소리는 점차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며 점점 그 숫자가 늘어가고 있었다.
거리의 끝자락에 나갈 수 있는 장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거리는 양측이 절벽이나 다름없는 산자락이 에워싸고 있어서 다른 곳으로 나갈 수가 없었는데, 경식이 들어왔던 방향의 반대편에는 산자락들 사이에 조금 넓은 틈바구니가 있어 산 너머로 지나갈 수 있어 보였다.
경식은 있는 힘을 쥐어 짜 내어 그 틈을 향해 달렸다.
마치 양쪽 귀에 대고 소리를 내는 양, 후방에서 들려오는 기괴한 소리들은 경식의 고막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이 울려대고 있었다. 더 가까이 와 있었다. 가끔씩 뭔가가 머리카락을 훑는 느낌이 들었다. 바로 뒤에 그것들은 있는 것이다.
“오지 말라고!!! 으아!! 으아아아아아아아!!!!”
목소리가 잔뜩 갈라지고 외침도 말 보다는 비명과 울부짖음에 가깝다.
그렇게 달리던 경식은 산자락의 틈 사이로 들어섰고, 거짓말처럼 그것들의 소리는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잔뜩 겁에 질린 탓에 속도를 줄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한 방향만을 바라본 채 달리고만 있을 뿐이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더 이상 불빛들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경식은 그 거리를 에워싸고 있던 산자락이 안보일 때 까지 달렸다. 사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뿐 이라서 보이는 것이 없었지만, 후방을 랜턴으로 연신 확인하며 달려온 탓에 그 소름끼치는 장소가 보이지 않게 되지 않는 이상 안심이 안 되었던 것이었다. 주변이 조용해지자 그제야 허파가 고통을 호소한다. 터질 듯이 아팠다. 거기까지 긴장이 풀리자, 경식은 자신이 아까 붙잡힌 팔을 비로소 내려다보았다.
손톱이 물어 뜯겨 떨어져나가 있었다.
피는 이미 말라붙었는지 더 이상 떨어지는 것 같지는 않았다.
붙들렸던 팔뚝도 아파서 랜턴을 비춰보았는데, 그 비늘 같던 것들이 듬성듬성 살갗을 찢고 박혀있었다. 이물감이 느껴졌었는데 눈으로 확인하자 비로소 아파왔다.
경식은 울음을 애써 삼키며 그 비늘을 조심스레 뽑았다.
그리고 자세히 바라보다가 놀라서 떨어뜨린다.
그것은 뭔가의 비늘 따위가 아니라 사람의 손톱이었다.
소름이 돋고 끔찍해 견딜 수가 없어 경식은 털어내듯이 거칠게 자신의 팔에 박힌 손톱들을 다 뽑아버렸다. 상처가 더 찢어져 피가 새로 흘러나왔지만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지금 느끼고 있는 고통과 견디기 힘들게 거북스러운 이물감들보다도 경식에게 경악스러운 생각이 불현 듯 떠올랐다.
그 소름끼치던 것이 자신의 손톱을 뽑은 이유는 자신의 살에 그것을 꽂아놓기 위해서라는 생각. 그것들의 손톱이 없는 이유는 자신의 손톱들을 뽑아서 역시…….
눈앞이 아찔해졌다.
경식이 자신의 피에서 쇠 냄새를 맡은 것은 팔에 박힌 손톱을 다 뽑고 주저앉아버린 후였다.
소리 내서 울 자신이 없어 끅끅거리며 울음을 삼킨다.
누군가 듣고 자신에게 달려들까 오한까지 난다.
차라리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럼 이 곳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사후세계 따위가 없더라도 그냥 모든 것을 멈추고 싶었다. 아무것도 느끼고 싶지 않았고 아무 생각도 하기 싫었다. 하지만 피부로 전해지는 차가운 공기와 자신이 딛고 있는 온통 흙무더기뿐인 땅은 벗어날 수 없는 진짜였다. 집 생각이 났고, 가족들 생각이 났다. 친구들 생각이 났고, 방금 전까지 자신이 머무르던 큰아버지의 집도 생각이 났다.
그때 아저씨의 말을 듣고 큰 길로 갈 걸.
하늘을 봐도 별 하나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밝은 등을 켜 봐도 온통 어둠뿐인 심해처럼 주변에 깔린 어둠은 랜턴의 불빛조차 모조리 집어삼키고 있었다.
산이고 나무고, 길에 차이는 돌 하나도 없는 오로지 흙만 그 끝을 알 수 없게 깔려있는 평지였다. 랜턴 불빛이 반사될 만한 사물 하나 없는 어둠뿐인 곳.
끝없이 넓은 곳인데도 불구하고 폐소공포증이 오는 것 같았다.
그때 주변에서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렸다.
경식아 경식아
경식은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랜턴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주변을 살폈다.
그게 누구든 간에 확인을 해야만 했다.
머지않아 경식은 자신의 앞에서 걸어오고 있는 그림자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고운 하늘빛 저고리를 입은 노인.
머리를 곱게 빗어 옥비녀를 꽂아 단아하게 정리하고 검고 노란 가죽당혜를 신은 모습.
할머니의 장례식 때 보았던 익숙한 것들.
“하, 할… 할머니…….”
“이것아! 여기가 어디라고 왔어! 으응!?”
할머니는 한걸음에 달려와 경식을 끌어안아 주었다.
경식은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할머니의 품에 안겨 서럽게 흐느꼈다.
“할머니… 나 집에 가고싶어어…!”
“응, 이 할미도 안다. 다 알아. 그래그래. 우리 강아지….”
어깨를 따스히 보듬어주고 등을 두들겨 주는 할머니의 손길이 너무나 좋았다.
그러다 할머니는 경식의 머리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게 하였다.
“이 할미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온 길로 되돌아가서 그 마을을 지나 네가 지나온 그 무덤가까지 돌아가야 해.”
경식은 눈이 크게 뜨이고 연신 도리질 쳤다.
“소리 내며 뛰어도 상관없다. 그놈들은 소리를 못 듣고 눈도 아주 안 좋아. 그놈들이 아가리를 벌리기 전에 빨리 지나가는 것만 생각하면 되는 거야. 하지만 아마 네가 마을을 다 벗어나기 전에 그놈들이 널 보고 따라올 거다.”
이대로 할머니가 자기를 계속 지켜주며 집으로 돌려보내줬으면 하는 경식이었지만, 할머니는 뭔가에 쫓기듯 말을 이었다.
“우리 경식이가 내려왔던 산길의 입구까지만 닿으면 바로 옷 한 벌 벗어서 입구에 놓고 줄행랑을 치거라. 명심해라, 네가 보았던 무덤을 지나 처음 나타났던 갈림길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멈춰서는 안 돼!”
“할머니, 나랑 같이 가면 안 돼? 같이 가 줘요…!”
“할미는 여기 길게 못 있어… 할미가 미안하다 우리 경식이…….”
할머니의 모습이 흐릿해지며 아른거리기 시작해왔다.
손길에서의 따뜻함이 사라지고 차가운 공기만이 경식의 피부를 자극해왔다.
“무덤을 조심하고 갈림길에서 집으로 바로 돌아가면 안 된다! 박가가 일러준 대로 가야한다!”
그리고 모습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경식은 잠시나마 의지할 곳을 찾아 희망이 가득 차올랐지만 사라진 할머니의 모습처럼 공허함만이 남아버렸다.
그리고 그 빈 공간에 다시 새록새록 공포감이 들어 차오르기까진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할머니가 한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머릿속에 되뇌었다.
문득 할머니의 생전 모습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어렸을 적에 주말이 되면 성당에 나가 미사를 드리는 가족들과 반대로 경식은 집에 남아 있기를 좋아했다. 그 때마다 할머니는 함께 남아, 건강에 안 좋다고 평소 엄마가 해주지 않던 라면이나 짜장면 따위를 해 주곤 하셨다. 그때의 경식은 할머니가 미사를 안 나갈 때면 으레 할머니가 해주는 라면 같은 것들이 좋아 기대를 하곤 하였다.
중학교에 들어갔을 무렵, 할머니는 자주 용돈을 챙겨 주셨는데 그때의 경식은 몰랐지만 뒤늦게 안 사실은 정작 할머니 자신이 쓰실 돈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파스살 돈이나 닳아서 못 신게 된 양말을 새로 살 돈을 아껴서 주신 용돈으로 경식은 게임방에 가고는 했다.
학원이 끝나거나 게임방에서 느지막이 나와 버려 매번 한밤중이 되어야 집에 들어서는 경식을 할머니는 그 늦은 시각까지 안자고 기다리셨는데, 꼭 경식이 저녁을 챙겨 먹고 방에 들어설 때 까지 지켜보신 뒤에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곤 하셨다.
그리고 고등학교 들어가기 직전에 할머니는 갑작스러운 심장병으로 돌아가셨다.
우리 경식이 장가가는 거 꼭 봐야하는데, 봐야하는데…….
왜 그때 더 잘해드리지 못했을까.
능력도 시간도 되어 잘 돌보아 드릴 수 있게 성장하면, 항상 어른들은 아이들의 곁을 떠난다.
경식이 주먹을 꽉 쥐고 결의의 결의를 거듭해 그 생기하나 없는 마을의 근처까지 다시 다다른 것은 그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였다.
정말 그 괴물들이 있는 곳 근처는 다가가고 싶지 않아 스마트폰만 계속 눌러댔지만, 전혀 전원은 들어오지 않았다. 날이 밝지 않을까 기다렸지만 어둡고 적막한 기운만 흐를 뿐 아무것도 변하는 것이 없었다. 점점 허기가 지고 목이 말라왔다. 하지만 경식이 마을까지 오게끔 만든 결정적인 계기는 그 빛이 눈에 띄게 흐릿해진 랜턴에 있었다.
머지않아 꺼져버릴 것 같았다.
사방이 어둠뿐이었지만 마을의 모습은 잘 보이는 편이었다.
경식은 조금이라도 전기를 아끼기 위해 랜턴을 꺼두었다.
폐가들마다 달려있는 존재가 의문스러운 전구들 만으로도 충분하진 않지만 식별은 할 수 있었다.
괴물들이 보인다.
아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마을의 유일한 거리에 나와 뒹굴고 있었는데, 뭔가 덩치가 커 보였다.
‘히에에에엑 히에에에에에엑’
그들이 경식을 최대한 발견할 수 없도록 경식은 마을 바깥으로 빙 돌아서 지나가기로 했다.
할머니의 말을 믿고 경식은 뛰었다.
마을 주변은 약간의 공간하나 없이 산들로 에워싸여 있어서 멀리 돌지는 못하고 폐가들의 뒷 담벼락들을 끼고 달리는 수준이었다.
‘이대로만 가면 돼, 이대로만.’
폐가의 뒷편은 전혀 보이지 않는 어둠뿐이라 어쩔 수 없이 랜턴을 켜야 했다.
“으우우우욱!!!”
경식은 랜턴을 켜자마자 보인 모습에 놀라 앞으로 자빠졌다.
담벼락에 난 구멍에 머리를 밀어 넣고 있는 누군가의 뒷모습.
그것은 간헐적으로 몸을 뒤틀며 움직임을 더하고 있었다.
괴물의 바로 뒤는 수직으로 깎아놓은 것 같은 산의 암벽부위라 괴물을 건드리지 않고는 그 뒤를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담을 타기엔 머리를 집 내부를 향해 꽂아놓고 있는 괴물에게 들킬 것만 같았다. 마을의 입구는 바로 이 집을 넘으면 바로 보인다.
경식은 이 괴물이 머리를 뽑아 자신을 바라보기 전에 거리로 나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아가리를 벌린 놈만 없으면 냅다 뛰면 된다.
조심스럽게 거리를 향해 고개를 내밀어 동향을 살폈다.
멀리서 봤을 때 크다고 생각했던 덩치들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것들은 쌍을 지어 서로의 몸을 나선형으로 칡뿌리 같이 꼬아놓고 한데 뭉쳐져 있었다.
사람의 관절을 가지고는 불가능할 모습들.
토악질이 나올 정도로 징그러웠다.
경식은 더 지체하지 않고 아가리를 벌린 놈이 있는지를 살폈다.
하나하나 확인할 때 마다 소름이 돋고, 그 순간에 입을 쩌억 벌릴까봐 겁이 나 미칠 것만 같았다.
뒤에서 소리가 난다.
뒤로 고개를 돌렸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누군가의 머리였다.
그것은 바로 옆집의 담벼락 안쪽에서부터 목을 쭈욱 뻗어 경식의 등 뒤까지 머리를 치켜들고 있었는데 목이 끔찍스럽게 길었다.
분명 아까 전 벽에 대가리를 처박고 있던 그것이었다.
그것의 목이 길게 뻗어 경식이 있는 곳 까지 머리를 들고 다가온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게륵게륵 거리는 아가리를 뒤로 한 채, 경식은 비명을 지르며 마을 입구까지 내달렸다.
뒤에서 철판을 찢어발기는 듯 한 괴성이 질러지자 사방에서 그것들이 아가리를 벌려대며 경식을 바라보았다.
괴물들이 서로에게 꼬여있던 몸을 풀고 경식을 향해 달려들었다.
팔이 이리저리 휘둘러지고 무릎 관절을 사방으로 꺾으며 그것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전신에 본인들의 것인지 다른 인간들의 것인지 모를 손톱들을 빼곡히 박아놓고 있는 그것들은, 온 몸에 묻은 핏물들이 다 말라붙어 있건만 가까워 질 수록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는 것이었다. 혐오스러운 쇠 냄새가 경식의 코를 찌른다. 관절이 꺾이는 끔찍스런 소리가 귀를 괴롭혔다. 그리고 그것들의 울음소리. 녹이 슬어 바스라지는 철판을 긁는 듯한 서늘한 울음소리가 몸 구석구석에 소름이 쏟아지게 만들고 있었다.
압도당하면 안된다.
겁을 먹으면 다리가 느려지고 힘이 풀린다.
경식은 최대한 그것들을 느끼지 않으려고 달음박질에만 신경을 쏟았다.
무언가가 등허리를 스치듯이 긁고 지나간다.
시선을 약간이라도 옆으로 두면 무언가가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다.
수많은 대가리들이 경식의 뒤에서 뻗어져 나와 경식을 바라본다.
괴상한 울음소리들은 오히려 소곤거리는 신음소리로 바뀌어 속닥속닥 거린다.
그 신음소리들은 더 견딜 수가 없었다.
크지도 않은 그 소리들이 귓전을 찔러댈 때 마다 정신은 혼미해져 걸음이 느려진다.
간혹 그 사이로 들려오는 기괴한 웃음소리들이 경식의 정신을 화들짝 놀라게 하며 각성하게 만들었다.
마을과 멀어져 주변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산길의 입구에 들어선 경식은 지체 없이 상의 겉옷을 벗어 입구의 중앙에 떨어뜨리고 마저 산길을 올라갔다.
경식은 그 끔찍한 소리들이 산길을 올라가면서 점점 멀어지는 것을 느끼자 뒤를 잠시 돌아보았다.
그것들은 경식의 옷을 둥글게 에워싼 채 몸을 좌우로 비척거리며 내려다보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말들로 웅성웅성 거리며.
그 소름 돋는 모습을 더는 볼 수 없어서 경식은 산길을 마저 올라갔다.
숨이 차올랐지만 멈추지 말고 달리라는 할머니의 말에 따라, 많이 지쳐서 속도가 현저히 줄었지만 달리는 것을 멈추지는 않았다. 산길을 타는 동안 두 번이나 토악질을 해 댔지만 어떻게든 현실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에 행여나 뭔가 잘못 될 까 싶어 경식은 멈추지 못했다.
바스락
경식은 자신의 왼 편에서 난 소리를 듣고 랜턴을 가져갔다.
나무에 묶여 돌 들을 매달고 있는 노오랗고 긴 천들.
이끼가 잔뜩 끼어 비린내를 풍기는 돌탑들.
아까 보았던 무덤가였다.
그런데 아까는 보이지 않았던 하얀 무언가가 보였다.
경식은 그것을 아래서부터 조심스럽게 훑어 비춰보았다.
한 여자가 하얀 원피스를 입고 서 있었다.
두 팔의 관절이 온통 꺾인 채, 그 팔들을 자신의 목에 감아놓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온통 얼굴을 뒤덮고 있어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팔로 목을 매달고 있는 듯 한 형상이었다.
목을 휘감고 있는 팔의 끝에는 하늘을 향해 솟아 오른 손바닥이 보였다.
떨리는 손을 다잡고 경식은 애써 못 본 척 하며 산길을 뛰어 올라갔다.
그러다 문득 의심이 들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랜턴을 들고 지나가는데, 나를 못 볼 리가 없지 않나?
혹시 그것도 자신을 못 보았나 싶어 경식은 산길을 올라가며 뒤를 향해 랜턴을 비췄다.
“으, 으아아아…!!”
자신의 바로 뒤에 다가와 서있는 여자.
팔로 목을 감고 있는 여자.
경식은 여자를 비추며 더 속도를 내어 뛰어올라갔다.
여자가 점점 멀어졌다.
가만히 서 있을 뿐, 여자는 걷기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다 앞을 봐야해서 경식은 다시 앞을 랜턴으로 비췄다.
얼마간 그 자세를 유지하고 뛰었다.
더는 뛰는게 한계라고 생각해 멈춰서 조금이라도 쉬고 싶었다.
다리가 풀릴 것 같고 쥐가 나는 것 같았다.
경식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 여자가 또 서있었다.
그 여자는 전혀 움직이고 있지 않았다.
다만 하늘을 향해 있던 손바닥이 경식을 향해 내려다보듯 펼쳐져 있다는 것이 다르다.
비정상적으로 하얀 손은, 백옥 같다는 감상 좋은 느낌보다는 인간 시체의 싸늘한 느낌이다.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 경식에게서 다시 그 여자는 멀어졌다.
그때 랜턴의 불이 꺼져버렸다.
빛이 사라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의 공포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경식은 반 쯤 미쳐서 흐느끼며 산길을 더듬어 올라갔다.
뒤에서 자꾸 바스락 소리가 나는 것 같다.
하지만 확인 할 수가 없다. 계속해서 돌부리나 나무뿌리 같은 것에 걸려 넘어져도 풀이나 나무가 자란 데는 피해, 축축한 흙만이 덮혀 있는 길을 더듬어 따라 올라갔다. 풀벌레 소리라도 들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주변은 적막했다. 그래서 자꾸 뒷편에 바스락 소리가 나는 것 같다는 착각이 일어나는지도 몰랐다. 들리는 것은 경식의 가쁜 숨 소리와 땅을 박차는 발소리 뿐 이었다.
그러다 전방이 점점 밝아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
경식은 거의 구르다시피 산길을 마저 올라갔다.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점점 밝아져왔다. 이제는 끝났구나 싶어서 냅다 마저 달렸다. 어떻게 있는 대로 지쳐있는 자신에게서 이런 힘이 나는지 경식도 의아할 정도로 빠르게 길을 올라갔다. 이제 앞에 가로등이 보이고 익숙한 광경이 멀리서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주변은 이미 멀리서부터 밝혀져 오는 불빛들에 의해 사물의 식별이 가능할 정도로 밝아져 있었다.
환희!
이제는 정말 모든 것이 끝났구나 하는 안도감.
그래서 경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지막 확인 차, 뒤를 돌아 보았다.
여자가 서 있었다.
온 몸의 피가 차갑게 굳는 느낌이었다.
여태까지 랜턴이 꺼져 한치 앞도 안보이던 그 순간까지도 이 여자는 자신의 뒤에 서 있었다는 말이다. 경식이 보고 있을 때는 움직이지 않는 여자. 팔로 목을 맨 듯이 자신의 목을 팔로 휘감아 놓은 여자의 모습은 더 끔찍해져 있었다.
팔과 목이 늘어나 있었다.
목의 길이만 세 뼘은 될 것 같았고, 그 늘어난 목을 휘감고 있는 두 팔은 더 길게 늘어나 목 줄기를 휘감고도 두 손바닥이 경식을 향해 뻗어져 있었다.
이 여자의 손은 티 하나 묻어있지 않고 새하얀 모습이었지만, 손톱이 없었다.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인 양, 손가락의 끝은 아무것도 달려있지 않고 매끈했다.
갈림길 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경식은 그 여자를 바라본 채로 뒷걸음질 쳐서 갈림길까지 가기로 했다.
예상대로 여자는 점점 멀어져갔고, 주변은 더욱 밝아져왔다.
멀어지고는 있다지만 자신의 앞에 서서 손을 뻗고 있는 하얀 원피스의 괴물을 보고 있자니 울음이 계속 나왔다.
혹시나 저 괴물이 뭔가 라도 듣고 자신에게 순식간에 들이닥칠까 싶어 소리도 못 내고 억지로 울음을 삼켜댔다.
그러다 자신의 왼 편에서 뭔가 나타난 것을 발견했다.
“하… 하아아아…!!!”
드디어 애타게 찾던 갈림길이 나온 것이다.
왼편에 올라가는 길은 절을 통해 나 있었다.
절을 지나쳐서 계속 가면 읍내가 나오고, 사실 절에 들어가 스님들만 만나도 경식은 구조되는 셈이었다. 경식은 지체 없이 왼편으로 난 길로 가려다 문득 오른편을 바라봤다.
여자가 오른편의 길 입구에 서 있었다.
머리가 쭈뼛이 서는 느낌이었다.
등골 아래서부터 차가운 송곳 같은 것이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여자의 손바닥은 여전히 경식을 향해 뻗어져 있었다.
왼 편의 길로 가려면 여자의 옆을 가로질러 가야만 했다.
조금이라도 옆으로 가면 자신에게 뻗어져 있는 팔이 더 늘어나 자신을 움켜 쥘 것만 같았다. 잡히기만 하면 아까 그 온몸에 손톱을 박고 있던 여자괴물에게서 벗어날 때처럼 이 여자에게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경식에게는 없었다. 이 괴물은 미동도 없이 계속 경식을 따라왔다. 머리카락들로 얼굴을 온통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어디까지 따라오는 것일까.
자신에게 향해 펼쳐져 있는 창백한 손은 가만히 있는데도 왠지 움직이는 것 같았다.
손톱이 없는 시체 같은 손이 경식을 향해 쫘악 펼쳐져 뻗어져 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경식아! 너 거기서 뭐해!”
굉장히 친숙한 목소리에 경식은 황급히 뒤를 돌아 보았다.
그곳에는 박 씨 아주머니가 서 있었다.
경식이 여자를 의식해 다시 앞을 바라봤을 때, 그 하얀 원피스의 여자는 사라진 뒤였다.
안도감에 울음이 터지며 경식은 아주머니를 향해 뛰어들었다.
“아니 얘가 왜 이래?”
“왜 이제와요! 왜애!!”
“아니 니가 큰아버지 모시러 간대놓고 하도 안오니까 찾으러 나왔지! 지금이 몇 신줄 아니!?”
“몰라요!! 빨리 바래다 주세요!!”
질질 짜며 갖은 응석을 부리는 것이 영락없는 어린아이 같았다.
하지만 경식은 이제는 살았다는 안도감에 삶의 어느 때 보다도 마음이 놓였고, 이제는 이 지긋지긋하고 끔찍하기까지 한 사설곡의 근처에도 있고 싶지 않아 아주머니를 재촉해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집을 향해 걷는 내내 경식은 뒤를 계속 확인하고 소름이 돋아 몸을 부르르 떨어댔지만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풀벌레들의 소리도 나고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들의 사각거리는 소리도 났다. 주변은 가로등의 불빛들로 밝았으며, 아주머니가 본인이 없었을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신나게 해주자 경식은 아주머니와 함께 웃었다.
그러다가 자신을 사설곡에서 지켜준 돌아가신 할머니가 떠오르자, 할머니에게도 고맙고 자신을 찾으러 와 준 아주머니에게도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식은 날이 밝는 대로 할머니의 무덤에 맛있는 것을 잔뜩 사들고 가서 열심히 무덤의 잡초도 뽑고 성묘하겠다고 생각하며 아주머니에게도 감사한 마음에 아주머니의 손을 꼬옥 잡았다.
아주머니의 손톱이 없었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뱀의 혀를 닮은 사설곡의 갈림길에서 왔던 길을 되돌아오면 거긴 뱀의 아가리 속이 아닐까 하고.
아주머니는 어느 사이엔가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바로 옆을 쳐다보진 않았지만, 시야의 맨 끝자락에 걸쳐진 희미한 모습의 아주머니 얼굴은 왠지 웃고 있는 그 입이 더 크게 보였다.
첫댓글 그럼 할머니도 이미 함정에 빠진 후에 귀신들이 놀린걸까? 새우니 모서니 생각도 나고 잘 읽었어!
와 출처 가보니까 새우니 모서니 쓴 사람이랑 같은 작가네 분위기가 비슷해서 혹시나 했는데.. 이런 류의 함정에 빠지는 글 엄청 잘 쓰는 듯
할머니가 했던 말은 진실..... 절로올라가야했어
@섬단탄 아 ㅁㅊ 다시보니까 경식이 이색기 절로 안가고 집으로 쳐갔네 알려줘서 고마워
끝까지 말을 존나게도 안듣네……
할머니가 갈림길에서 바로 집으로 가면 안된다고 했잖아….색기야….
하라는거 하나도 안지키고 반대로만 쳐하네 아오🤦
진짜 말 ㅈㄴ게안듣네 넌 걍 디져라
끝까지 말을 안듣네 진짜 🤦
말을 들어야지 꼭 말을 안들어서
말을 ㅈㄴㅈㄴ안들어처먹어요ㅡㅡ징징대기나 하고
바로 집에 가지말랬잖아!!!!! 쟨 뒤져도 싸다 진짜
저승에서 할머니한테 개혼나겠네ㅡㅡ
말안듣는 한남새키 걍 뒤져라 ㅉㅉ
말 존 나 안 들 어 시 핥
하여간시발 말 존나게 쳐 안듣네 진짜 뒤지게 쳐맞아야 정신을 차리려나
아 댓글여시들 다 화나있는거 진짜웃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나도 개빡침 캯!!!!!!
나더 읽으먄서 말 지지리도 안듣네ㅡㅡ 칵! 했는데 진짜...
ㅅㅂ 나만 빡친게 아니네 말 ㅈㄹ안듣네 아주 그냥 명을 재촉한다
아 말존나 안들어 아ㅡㅡ 내가 귀신이어도 빡쳐서 잡아갈듯
경식이 너 이자식…^^
할머니가 얼마나 보고싶으면
할머니께 가는 케이티엑스를 탔니….
와 넘 잼따 경식이 이색히 할머니가 힘들게 와서 기껏 도와줬더니 ㅡㅡ
너 설녀 만나고 온 그 새기니?
말을 드럽게 안듣네 경식이 이 쌍놈새끼
아오 경식아 이 ...등신아 아오 할머니가 얼마나 빡치시겠느냐
아 말 존나 안듣네 개빡쳐
개쌍노무새끼 말 존나게 안 들어 그만 디지렴
아오...진짜 말 좀 들어라 아휴 속터진다 안 카냐
하 시발…..개답답한데 나엿어도 패닉와서 이미 뒤졋음
으이그~!!
말 좀 처 들어라
말을 오지게 안ㄷㄷ네
경식이 새끼 그냥 저기에 영원히 갇혀서 뺑긇사하게 둬야 함 ㅉ
아오 시발롬아 말 좀 들어라 걍 저기에서 평생사셈
새우니 생각났는데 같은 작가라네 ㅋㅋㅋㅋ 하여튼 한남들 말을 지지리도 안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