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새벽에 분리수거를 하려고 모아둔 폐지며 빈병 따위를 들고 지정된 장소로 갔다. 이것저것 일주일 동안 먹고 마시고 싸고 쓰고 나서 생긴 것들이며 종이 따위를 분리하고 나서 돌아서려는데 문득 눈에 밟혀오는 게 있었다. 종이류만 모아놓은 곳에 한아름 책이 쌓여 있었다. 책들은 모두 새것이다. IBM회사의 내부문건 따위가 있는 것으로 봐 그 회사 어디에 다니는 듯한 사람이 버린 것들 같았다. 궁금하여 뒤적이던 중 새책 몇 권을 발견했다. 대부분 영어하고 관계된 책들이 많았다. 관광영어니 동사활용법이니, 그러저러한 책 속에 얄팍하고 작은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Read & Grow Rich라는 책이었다. 영어와 관련된 책들 중에 마음에 드는 책 서너 권을 우선 챙기고 좀전에 말한 책과 ‘노란 손수건’이라는 책 등 소설류와 교양서적 몇 권을 더 챙겼다. 그럭저럭 내 방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 책이지만 유달리 책 욕심이 많은지라, 어쨌든 모아놓고 보는 성격이 발동했던 것이다.
들어와 이것저것 뒤적이던 중 Read & Grow Rich, ‘독서, 그 풍요로운 삶’이라는 책이 금세 읽을 수 있을 듯 만만하여 일단 펴들었다. 한 번이나 펼쳐라도 봤었나, 아니면 그러지도 않은 듯 새파란 글짜들이 굼실굼실 반기며 기어나왔다. 읽어내려가던 나는 점점 그 책에 빨려들어가고 말았다. 그날 나는 단숨에 읽을 셈이었으나 갈수록 책이 진지하여 급기야 줄을 치며 읽게 되었고, 이틀이나 걸려서 완독을 했다. 애초의 주인은 그 책을 읽지 않고 버렸지만, 고맙게도 나에게는 좋은 자양분이 되었던 것이다.
책 내용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주인공의 경험담이었다. 이 책을 쓴 사람 벅 헤지스라는 사람은 가건물에서 요트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밥이라는 친구와 배를 만들던 어느 날 형수로부터 ‘위대한 상인의 비밀’이라는 책을 한 권 선물 받아 읽고 그것에서 감동을 받아 그날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한손에는 책을, 다른 한손에는 위대한 상인의 비밀에 씌어진 지침서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마침내 회사를 두 개나 거느리고 책을 다섯 권이나 쓴 저술가가 되었으며 많은 강연을 하러 다니게 되었다. 그는 10년 만에 그렇게 성공한 뒤 옛날 같이 일했던 밥이라는 사내를 찾아갔다. 하루종일 쇳가루를 마시며 그라인더로 쇳조각을 갈고 나서 저녁에는 초죽음이 되어 동료 밥과 가건물로 된 일터를 빠져나와 맥주잔을 들며 희희낙락거리던 옛 동료는 지금쯤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했던 것이다.
그가 찾아갔을 때 옛 동료 밥은 10년 전이나 조금도 다른 바 없이 그대로였다. 역시 쇳가루를 뒤집어쓰며 그라인더로 쇠붙이를 열심히 갈고 있었다. 밥과 서로 살아온 얘기를 나누던 중 벅 헤지스는 자신이 회사를 두 개나 경영하고 있으며 성공 사례 강연을 하고 있고 책을 써냈다는 말을 했다. 그러자 옛 동료 밥은 껄껄거리며 웃고는 농담하지 마라 했다. 그 말에 헤지스는 그렇다면 자기 차에 자기가 쓴 책이 있다며 그것을 가져다준다고 일어서자 밥이 말했다.
“뭘 주려거든 맥주를 사주게. 책 같은 건 필요없으니 말야.”
여기서 헤지스는 깨달았다. 똑같은 입장이었는데, 10년 전 자기는 맥주잔 대신 책을 들었고 밥은 여전히 맥주잔을 들고 있는 차이의 결과가 바로 이거였구나.
책을 다 읽고 나자마자 즉시 교보문고 홈페이지에 들어가 ‘위대한 상인의 비밀’을 검색했다. 6000원짜리였는데 세일로 3000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헤지스가 감동을 받을 만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多岐亡羊이라는 말이 있다. 갈림길이 많으면 양을 잃기 쉽다는 말이렷다. 현대사회는 못된 직업도 많고 유혹도 많다. 또 매스미디어다 인터넷이다 하여 엄청난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그중에 상당 부분은 잘못됐거나 악성을 지닌 정보들이다. 이런 무수한 갈림길에서 그래도 ‘양이 가는 걸 본 것은 바로 이 길이오.’라고 올바르게 가르쳐줄 확률이 가장 큰 것은 뭐니뭐니해도 책이다. 책속에는 온갖 지식과 정보가 갖춰져 있으며 비교적 정확하다는 말이다.
오늘도 대담하게 컴퓨터를 끄고, 그리고 가장 재미있게 봐왔던 텔레비전 프로그램 시간에 책 한 권을 선택해 그것에 빠져들자. 진정 나를 위한 시간이 될 것이기에.
첫댓글형수가 준 책 한 권이 인생의 갈림길에서 지침서가 된 '벅 헤지스'의 우수한 판단력이 정말 놀랍습니다. 예지력이 대단해요. 독서에서 삶의 지혜와 간접경험을 익히고 배워서 성공하는 사람이 많지요. 김용원 님도 글 쓰시는 분이라 책을 사랑하고 독서삼매경에 몰입 하시지요. 저도 눈만 뜨면 글자화된 모든 것을 읽기 좋아합니다. 신선한 느낌의 글 고맙습니다.
첫댓글 형수가 준 책 한 권이 인생의 갈림길에서 지침서가 된 '벅 헤지스'의 우수한 판단력이 정말 놀랍습니다.
예지력이 대단해요. 독서에서 삶의 지혜와 간접경험을 익히고 배워서 성공하는 사람이 많지요.
김용원 님도 글 쓰시는 분이라 책을 사랑하고 독서삼매경에 몰입 하시지요.
저도 눈만 뜨면 글자화된 모든 것을 읽기 좋아합니다. 신선한 느낌의 글 고맙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돌고 돌다가 보면 역시 책에 있는 길이 가장 믿을 만하고 장애물이 적더군요. 더 많이 읽을 작정입니다. 치매 걸리기 전까지...
노후에 하게되는 일 중에서 가장 품위있고 보람된 일은 꾸준히 책을 읽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선배님들도 그렇게 생각하신다니 우쭐하고 격려가 됩니다. 저도 열심히 읽겠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니 책을 읽는 것에 많은 어려움이 있네요 조금만 읽으면 눈이 침침하고... 그래도 책을 읽을수 있음에 감사하고 지낸답니다 책을 많이 읽어야 글쓰는 데 도움이 되는데 ... 열심히 읽으려 노력합니다...올리신 글들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ㅎㅎ꾸뻑^^*
감사합니다. 저도 더 열심히 읽고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참으로 쓰레기 더미 속에서 찾아낸 진리였네요.
항상 탐구하고자하는 열정이 없이는 찾을 수 없는보배입니다.
님의 열정이 존경스럽습니다.
활동적인 취미가 더 나으실 텐데 정말 존경합니다..... 글을 너무 잘쓰십니다...잠시 잠시 운동도 하셔서 건강챙기세요....
고맙습니다. 읽어주신 것만도 감사한데 댓글까지 달아주셨네요. 운동도 해야 하는데, 게을러서요. 이따금 생간나면 인라인스케이트 좀 타고, 나머지는 숨쉬기 운동을 주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