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나 전투하듯? 아니다.
정복욕이나 경쟁욕으로? 아니다.
산은 천천히, 널널히, 유유히, 표표히 가야 할 것이며,
산에 안기며, 느끼며, 품으며, 즐기며 갈 일이다.
산은 천천히,
빠르고 경쟁이 만연해 있는 사회에서 잠시 벗어나
천년바위의 고독을 찾아서 수백년 나무의 영혼을 보듬기 위해,
계곡에서 솟아오르는 스카프같은 운무를 돌아보다,
때로는 두발의 노고로 걸어 온 먼 길을 돌아보다,
때로는 발밑의 아주 작은 산꽃을 돌아보기 위하여,
그러다 자신의 영혼을 돌아보기 위하여 천천히 갈 일이다.
산은 널널히 해뜨기 몇 시간 전에
산입구에 서서 혹여 일출이 있을까 기대하며,
오르는 등정에서 새벽 산새의 지저귐을 들으며,
나무잎에서 피어오르는 새벽안개도 보며,
부산히 하루를 일구는 작은 곤충들의 날개짓도 보고,
바쁠 바 없이 주말 하루라도 있던 것 모두 떨치고
발걸음과 호흡을 세며 나가야 할 일이다.
비록 산속에서 해가 져도 일몰의 낙조를 보며
분홍빛 그 빛깔로 얼굴을 물들이며
한갓 불빛에 의지하여
얼마나 인간이 나약한지 느끼며 뒤로 걷듯이 내려올 일이다.
산은 유유히 시간의 유장한 흐름을 바라보며,
흐르는 구름처럼, 얼굴을 간지르는 바람처럼
산등성이를 따라 버리며 흩으며 갈 일이다.
마음과 몸에 담은 모든 거치장스러운 것을 벗고
때로는 신발벗고 양말벗어 마음도 벗어 한 가슴에 안고
맨발로 고요히 운무로 거닐 일이다.
산은 표표히 아무 것도 지니지 않은 채
세상의 무게를 모두 내리고,
오직 맘만 가지고 가벼히 갈 일이다.
작은 번민들, 큰 세상일들을 제 일인양
하던 것을 방에 놓아 두고
홀로 옷도 걸치지 않은 양 오르고 내려올 일이다.
산에는 안기며 갈 일이다.
자애로운 어머니 품에 안기듯이 두려움을 갈무리하고,
태초에 빛과 어둠만이 생길 때처럼
태양과 달의 빛만으로 어미젖을 더듬듯이
안기며 더듬으며 갈일이다.
산에는 느끼며 갈 일이다.
새벽이슬에 함초롬히 젖은 꽃잎을 쓰다듬고,
휘감아 안기어 오는 청량한 샘물같은 바람도 들이마시며,
비에 젖어 향기내는 솔갈비,
떡갈낙엽의 푸근한 내음을 맡으며,
바위에서 나오는 그 유장한 숨결을 들이쉬며 갈 일이다.
산에는 갈등으로 잃었던 사랑하는 이들을 용서하고 용서를 구하며,
내가 살아가며 가졌던 칠정오욕을 품으며,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온몸으로 품으며 갈 일이다.
산에는 즐기며 갈 일이다.
세상의 근심을 내려놓고,
산과 들과 내와 화합하며,
들꽃 들풀과 친구하며
희희낙낙 맘과 몸을 풀고 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