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대표적인 학술단체인 한국선학회(이하 선학회)의 회장 선출을 둘러싸고 전 회장의 입김이 지나치게 작용하는 등 심각한 파행논란을 빚었다.
선학회는 6월 11일 동국대 다향관에서 이달로 임기가 만료되는 김영두 회장의 후임회장 선출을 위한 총회를 개최했다. 40여 명의 회원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총회는 애초 경선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총회 전부터 몇몇 학자와 스님들의 이름이 회장후보로 거론되기도 했고, 지난 4월 집행부 측에서도 총회 때 경선이 될 것으로 예상해 투표권은 회비납부 회원들로 제한한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총회는 대다수 회원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다. 김 회장은 총회 시작과 함께 “선학회 오랜 관행대로 이사들의 동의를 얻어 현재 선학회 부회장인
동원정사 주지 송묵 스님을 회장으로 추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히고 운영위원장인 김방룡 충남대 철학과 교수에게 진행을 넘겼다.
이에 김 교수는 회원들에게 송묵 스님을 회장으로 추대하는 것에 대해 물었고 동의하는 의견도 나왔다. 김 교수는 또 “회원들에게 다른 의견이 없느냐”고 묻자 일부 회원은 다른 회원을 회장후보로 추천한다는 의견과 함께 경선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들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선학회 고문인 현각 스님은 발언권을 얻지도 않은 채 진행자의 마이크를 빼앗은 뒤 “사회자가 이미 결정된 사항을 다시 이상하게 진행한다”고 비판하고 송묵 스님을 회장으로 선출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강변했다.
그러나 현 집행부 임원은 “추대와 관련해 아무런 논의나 얘기도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동국대(경주캠) 교수 진월 스님도 “나도 이사인데 추대와 관련해 아무런 사항도 전달받지 못했다”며 “이번 추대는 개인적인 것일 뿐 공식적인 회장 추대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여기에 한 회원은 “지난 2002년 3월 경선을 한 사례가 분명히 있었을 뿐 아니라 부회장이 회장이 되는 것 또한 그 동안의 선학회 관행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하지만 논란 끝에 송묵 스님을 제6대 회장으로 선출하는 것으로 결정되고 총회는 일단락 됐다. 그럼에도 이번 총회의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참석했던 A교수는 “8년 전에도 이런 유사한 일로 선학회가 분열되고 상처를 입었는데 이런 일이 또 벌어졌다. 이번 총회는 선학회의 수준을 10년쯤 퇴보시킨 사건이다”라고 지적했으며, B교수도 “추대과정이나 총회 선출과정이 적합했느냐의 여부를 떠나 특정 한두 사람이 다수 회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자신의 의견만 밀어붙이려고 하는 것이 문제다. 21세기 대학에서 이런 구태가 벌어진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임병권 전 대전대 교수도 “선학회 대다수 회원들은 명예나 권세를 하찮게 여기고 ‘향을 싼 종이가 되라’는 불교의 가르침대로 살려는 행동방식이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그런 태도를 역이용해 회장 선출과정마다 온당하지 못한 언행을 하는 초대회장의 행태가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한편 김영두 회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얼마 전까지도 이번 회장선출이 경선으로 갈 것으로 예상했었다”며 “하지만 총회를 앞두고 여러 가지 문제로 송묵 스님을 회장으로 추대하는 게 좋겠다는 현각 스님의 의견에 공감하고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053호 [2010년 06월 14일 21:33]
첫댓글 현각? 동국대 선학과 교수 현각? 역시.... 듣던대로 사는 군. 습기가 역역한데 한번 生으로 사라질까? 승려 진월도 한 성깔하는데 승려 현각한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