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해경 4명이 지난 18일 군산 근해 우리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 조업 혐의를 받은 중국 어선들을 단속하다가 중국 선원들이 휘두른 쇠파이프와 삽 등에 맞아 다쳤다. 이들과 같이 조업하던 또 다른 중국 어선은 이날 우리 해경 경비함을 들이받고 침몰해 중국 선원 1명이 실종되고 1명이 숨졌다. 우리 정부는 20일 중국측에 상황 설명을 했다. 그런데 21일 중국은 갑자기 한국의 책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우리 해경이 불법 조업 중인 중국 어선을 단속하다가 오히려 폭행당하는 일은 몇 년째 계속돼왔다. 지난달 29일엔 제주도 앞바다에서 해경 경비함이 중국 어선을 검문하다가 경찰관 6명이 선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 2008년 9월엔 전남 흑산도 부근에서 박모 경위가 중국 선원들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숨졌다. 그러나 중국은 중국 어선이 우리측 경제수역에서 불법 조업하는 것을 모른 체하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건 중국 정부만이 아니다. 우리 정부와 국민도 마찬가지다. 만일 불법 조업을 하던 일본 선원들이 우리 해경을 몽둥이로 때려 다치게 했으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사람들은 당장 주한 일본대사관 앞으로 달려갔을 것이다. 정부도 그냥 넘어가진 못했을 것이다. 적절한 사과와 대응책이 나올 때까지 물러서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과의 사이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유독 불법에 불법을 저지르며 우리 바다를 무법천지로 만드는 중국에 대해선 국민도 정부도 침묵하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서울서 있었던 성화 봉송 행사에서 중국인들은 한국인과 외국인, 경찰과 기자들을 마구 폭행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성화 릴레이를 방해하려던 티베트 분리주의자들의 행동을 저지하려고 나선 선량한 중국 유학생들의 정의의 행동"이라고 했다. 그때 중국은 사과하지 않았다.
중국은 동북공정(東北工程)을 통한 고구려사 왜곡을 시도해 우리가 이를 문제 삼자 2004년 한·중관계를 해치는 역사 왜곡을 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그후에도 지방 정부 차원에서 한국 고대사를 왜곡하는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중앙 정부 차원에서 하는 건 아니다'며 쉬쉬하고 있다.
한국을 무시하는 중국의 태도는 올해 북한의 천안함 격침과 연평도 포격 때도 나타났다.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 장병 46명이 목숨을 잃었을 때도, 연평도에서 민간인까지 북한에 포격당했을 때도 중국만은 북한을 감싸고 돌았다.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요구하자 청융화 주일대사는 "의견이 있으면 (자신들이) 직접 북한과 대화하는 게 좋다"며 딴소리를 했다.
우리 해경들이 중국 선원들에게 폭행당했는데도 중국정부가 도리어 한국에 책임을 묻고, 북한이 아무리 심각한 도발을 해도 중국이 이를 두둔하는 현 상황은 결국 우리가 중국의 불법과 억지, 무례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침묵한 결과일 수 있다. 당장 갈등이 일어나고 손해가 나더라도 제때 항의하고 사과를 요구하고 책임을 물었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것이다. 국가 관계는 설사 혈맹이라 해도 늘 좋을 수는 없다. 하물며 6·25 때 참전했던 중국과의 관계가 더 어렵고 더 불편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 정립과정에서 오는 긴장과 갈등을 두려워하고 피하려 하다가는 지금 우리가 중국 어선의 행패에 당하듯 중국에 당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