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집 간행에 합장하면서
아름다운 옥이 많이 나오는 곤륜산에선 좋은 옥으로 인정받기 어렵다[산곤강자난위옥産崑剛者難爲玉]고 한다. 일찍이 용성 스님은 대중을 위한 불교의 번역서가 없음을 개탄하면서 경전을 번역한 이후, 작금에 수많은 불교 서적이 번역되어 일반 대중을 계도한 바 적지 않다. 이 또한 종단의 경하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다 아는 바와 같이 선종은 부처님의 심법(心法)을 밝히고 교학은 부처님의 말씀이다. 이 둘의 사이는 마치 새의 두 날개와 수레의 두 바퀴와도 같다. 부처님의 심법을 밝히지 못한 견지에서 부처님의 말씀을 제대로 전한다는 것은 사람의 말을 흉내내는 앵무새와 같고, 심법은 알면서도 말씀을 전하지 못하면 그것은 벙어리 양과 같다. 심법과 말씀을 모두 잃은 사람이야 더는 말할 게 없고, 밝은 심법에 아름다운 문장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은 금상첨화이자 절옥보도(切玉寶刀)이다. 세간의 숱한 번역서에서 이처럼 심법과 말씀을 겸한 책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여천무비 큰스님은 일찍이 제방 총림을 두루 참방하여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으나, 가까이 오대산의 인연으로 말하면 스님은 일찍이 상원사 선원의 안거에 참여하셨는데, 선방 대중 가운데 돋보인 수행정진으로 추앙과 존경을 한 몸에 받으셨다. 이런 연유로 부족한 나는 탄허 큰스님을 시봉하면서 언제나 존모의 마음을 가지지 않은 적이 없었다. 탄허 큰스님께서 월정사 수련원을 개설한 후, 그 뒤를 이어 용주사의 역경원에서 번역할 당시 여천 큰스님은 또다시 역경회상에 동참함으로써 시봉하던 나와는 깊은 반연의 끈이 이어져 갔다.
그 후 여천 큰스님은 총림의 납자이자 교학을 겸전한 강주로서 수많은 인재를 양성했을 뿐 아니라, 적지 않은 경전을 번역하거나 일상의 참선 여가에 밝혀준 법문 등을 출간하여 부처님의 심안(心眼)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여 그 어느 사람도 범접할 수 없는 금상첨화의 법보를 남겨주셨다. 이를 통하여 수많은 대중에게 불법을 이해하고 깊은 신심을 심어준 공덕은 현세에도 미래에도 다시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이처럼 여천 큰스님의 간행은 여느 번역서와 다른 면목을 갖춰 상계(像季) 시대의 진벌(津筏)이 되어주었으나 장구한 세월을 간행됨으로써 이를 하나로 묶어보는 데 불편한 점이 없지 않았다. 이런 우려를 풀어주고자 금번에 수많은 경전과 어록, 그리고 일상의 수상록 등 가운데 30여 책을 정선하여 전집으로 마련하고자 하는 바, 이는 진정 아름다운 옥 가운데 더욱 빛나는 화씨벽(和氏璧)처럼 찾아보기 힘든 삼세의 귀중한 보배라 할 것이다.
이는 종단의 경하스러운 일일 뿐 아니라, 사부대중의 어두운 눈을 밝혀주고 버벅대는 걸음에 힘을 실어주어, 모든 이들이 환희의 마음으로 부처님을 찾아 정토 연화세계에 다가설 수 있도록 마련해주신 일대쾌거이다.
전집의 간행에 즈음하여, 나의 작은 마음을 하나의 게송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괴걸제일대용상(魁傑第一大龍象)
홍련설하제불심(紅蓮舌下諸佛心)
감연쇠병무피염(堪憐衰病無疲厭)
총림양맥아수심(叢林兩脈阿誰尋)
훤칠함 으뜸이신 용상대덕
붉은 연꽃 혀에 피어나는 제불의 마음
편치 못한 몸으로 피곤 잊으신 공덕
총림의 선맥 강맥 그 누구에 찾아볼까
오대산(五臺山) 후학(後學) 혜거(慧炬) 합장(合掌) 재배(再拜)
사진 / 20241104 화엄전, 붉은 글씨는 제가 좋아서 밑줄 그은 대목입니다.
첫댓글 _()()()_ 발문이 너무 아름답고 어쩌면 이렇게 우리 마음을 콕 찝어 표현하셨을까... 읽는 순간 베껴보고 싶었습니다. 특히 붉은 글씨는 제가 공부삼아 칠해보았어요. 혜거스님과 무비스님의 대담프로 같은 것을 기획해서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글을 읽은 이제서야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11월 4일 혜거스님은 열반에 드셨고, 저는 한 번도 혜거스님을 친견하지 못했네요. 부지런히 공부해야겠습니다.
염화실TV 화엄법회에 수많은 스님들이 출현하셔서 큰스님과 대담하시고, 과거 이야기도 들려주시고, 미래 얘기도 짚어주시고, 인터뷰도 하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러한 기회가 충분히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BTN 쇼츠로 소나무의 광우스님과 큰스님이 대담하신 것도 아주 짧게 본 적 있거든요^^ 멋졌습니다.)그리고 또 몇 년 전 '조아질라고' 인가? 범일스님과 젊은 신도들과 큰스님의 유쾌한 인터뷰도 최근에 제 알고리즘에 떠서 봤습니다. 참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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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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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거스님 탄허스님께서 중국사람 같이 생겼으니 중질 잘 하겠다고 하셨다는 말씀을 ~오대산 행자시절 아침에 미리 점심밥을 해 놓으시고 찬밥을 큰 스님께서 드시면서 행자들 까지도 화엄경 공부에 같이 동참하게 하셨다는 탄허스님 얘기를 하셨던
방송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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紅蓮舌下諸佛心
붉은 연꽃 혀에 피어나는 제불의 마음
책을 펼쳐서 읽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오던,
아름답고 먹먹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아름다움이 사실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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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혜거스님의 열반소식을 듣고서 얼마나 황망했었던지요.
전집발간의 발문을 이렇듯 간결하면서도 알차게 마지막 선물로 주시고는
정작 봉정법회는 극락에서 내려다 보셨던가요?
다시 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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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피염
고맙습니다 _()()()_
나무대방광불화엄경 나무대방광불화엄경 나무대방광불화엄경 _()()()_
' 전집 간행에 합장하면서 ' 읽으며 눈물이 났습니다.
...확실히 스승님福이 많네요. 공부를 하다보면 慧眼이 열린다고 생각합니다.
어제는 혜거스님 4재에 다녀왔습니다.
3재에 비교하면 참석인원이 아주많이 줄었는데도... 일부 지혜롭지않은 사람들의 생각인지...? 5재를 처음 정해진 장소 탄허기념박물관을 벗어나 광명선원(버스 2대로 한정)에서 올린다고 하네요. 6재는 원래대로 금강선원입니다. 6재에는 ' 어른스님께서 열반에 드신후에 요동되는 불자들의 마음을 잡아주시려고(저의 생각^^)... ' 문광스님께서 법문을 하신답니다.
혜거스님의 게송
감동입니다._()()()_
고맙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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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