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 칼럼(22-80)> 동네 나들이
오늘(12월 20일, 화요일) 대구 경북고 동창생 2명과 11시 30분에 오찬 약속이 있어 동네 나들이를 했다. 필자가 사는 중동(성산2동)에서 버스로 약 5분 거리에 있는 초밥전문점 ‘김영섭 초밥’에서 대구에서 상경한 최정 교수와 상암동에 거주하는 석종찬 장로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영섭 초밥’은 상암동 맛집으로 이름이 알려져 11시30분이 지나면 앉을 좌석이 없어 3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오늘 나눈 이야기 중에 ‘고려 사경’에 관하여 경북대학교 농과대학장을 역임한 최정 박사(농학)가 부인(권희경 교수)이 전공한 사경(寫經) 이야기 했다. 최정 교수는 일본 九州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경북대 명예교수이며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이다. 권희경 박사(미술사)는 일본에서 ‘고려사경의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필자와 내자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인문학 강좌에서 ‘미술사’ 강의를 수강한 바 있어 미술사에 관심이 있다.
권희경 박사는 대구매일신문 사회부기자로 근무했으며,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고려사경(高麗寫經)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대구가톨릭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임용되어 후학들을 지도했으며, 현재는 명예교수이다. 1986년 권희경 교수가 발간한 ‘고려사경의 연구’는 한국 및 일본 등에 전해지는 고려 후기의 사경을 조사, 그것의 예술성과 회화사적 가치를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집필한 570쪽 책자이다.
‘고려사경의 연구’의 구성은 도판, 연구편, 참고자료의 순으로 되어 있다. 사경의 서체, 표지화, 변상도(變相圖), 발문 등을 흑백의 사진판으로 수록한 도판은 100종이 넘고, 이 책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연구편은 총설과 작품론의 2편으로 되었다. 부록으로 붙인 참고자료는 고려사경연표 고려미술연표, 고려미술사료 등이다.
저자 권희경 교수는 국내외에 흩어져서 전해지고 있는 고려시대 사경을 폭넓게 조사, 그 내용을 이 책에 수록함으로써 이방면 연구의 기초적 토대를 마련하였다. 이 책은 미술사연구 뿐만 아리라, 각 사경의 끝에는 사경자의 발원문(發願文)이 기록되어 있고, 경전의 유포와 신앙 정도를 알 수 있으므로 고려 불교사(佛敎史)의 연구에도 좋은 자료가 된다.
흔히 사경(寫經)은 그저 불교경전을 베껴 쓰는 정도로 인식되어 왔으나 우리나라의 전통 사경은 세계문화사적으로 탁월한 가치를 자랑할 만한 우수한 문화유산이다. 사경은 억불숭유(抑佛崇儒)정책을 기조로 삼았던 조선왕조 500년 동안 묻혀 있었고 이후에도 최근까지 100년 이상 잊혀져 600년 이상 전통이 단절되었다. 사경 연구에는 불교 경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서예이론 및 실기에 대한 천착이 기본이다.
넓은 의미의 사경까지 포함할 때 현재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만도 200점이 넘는다. 한국사경연구회는 조선시대 이후 600년간 명맥이 끊기다시피 한 고려 전통 사경의 우수성에 눈떠 그 원형 복원에 노력하고 있다. 전통 사경 연구 학자들이 늘어나 집단적으로 전통 사경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면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증폭될 수 있다고 본다.
<사진> (1) 인기 메뉴 김영섭 초밥, 19900원, (2) 초밥 전문점 ‘김영섭 초밥’에서 오찬, (3) 석종찬 장로(왼쪽)와 최정 교수, (4) 崔炡 교수.
靑松 朴明潤 (서울대 保健學博士會 고문, AsiaN 논설위원), Facebook, 20 December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