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인 출신' 조원철 법제처장의 지록위마... 환관 조고의 환생?
2026.10.16
26년간 판사 생활을 한 사람
[조응천 전 국회의원]
15일 국감에서 조원철 법제처장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일종의 추천, 그리고 제안의 의미”라고 했다.
그런데 어쩌나. 각종 법률은 ‘추천’과 ‘제청’을 분명히 나눠놓았다.
◦ 대법관 추천은 추천위가, 제청은 대법원장이 한다.
- 대법관후보추천위가 3배수 이상을 ‘추천’하면 대법원장은 추천 내용을 ‘존중’해서 ‘제청’한다.(법원조직법 제41조의 2)
- 같은 조문 안에서부터 추천과 제청의 주체와 절차를 구분해 놓았다.
◦ 제청권은 헌법이 사법부 수장에게 직접 준 권한이다.
-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헌법 제104조 제2항)
- 추천-제청-동의-임명. 순서도 권한도 다 다르다.
◦하물며 행정부 인사에서도 추천과 제청을 구분한다.
-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은 경찰청장·해양경찰청장 ‘추천’, 행안부장관·해수부장관 ‘제청’.(경찰공무원법 제7조 제1항)
- 국립대학 총장 등은 대학 ‘추천’, 교육부장관 ‘제청’.(교육공무원법 제24조 제1항)
- 대통령 임명 대상 공기업 기관장도 임원추천위 ‘추천’, 운영위원회 심의·의결, 주무기관의 장 ‘제청’.(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1항)
그런데 왜 법제처장은 헌법상 ‘제청권’을 ‘추천이나 제안’ 정도로 낮춰 설명하나?
제청된 사람을 대통령이 무조건 임명해야 하느냐는 별도의 논쟁이다.
대통령에게 임명 여부를 판단할 권한이 있다는 것과, 대법원장의 제청을 단순한 참고 의견으로 취급해도 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대법원장이 제청하지 않은 사람을 대통령이 마음대로 대법관에 임명할 수는 없다. 임명권은 제청권을 대신 행사할 권한이 아니다.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이 나올 때까지 후보자 변경을 강요한다면, 형식은 대법원장의 제청이어도 실질은 대통령의 지명이 된다. 헌법이 나눠놓은 권한을 대통령의 뜻 하나로 합쳐서는 안 된다.
조원철 처장은 대통령과 나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이고, 26년간 판사 생활을 한 사람이다.
대통령과 연수원 동기라면, 대통령 권한의 한계부터 직언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판사 출신이라면, 사법부 독립의 의미와 헌법이 제청권을 따로 둔 이유를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닌가.
진나라 환관 조고는 사슴을 끌고 와 말이라고 우겼다.
조고의 눈치를 본 신하들은 말이라고 맞장구쳤고, 사슴이라고 답한 이들은 죄를 뒤집어썼다. 지록위마(指鹿爲馬)다.
법률이 구분하고 헌법이 보장한 제청권을 ‘추천과 제안’ 정도로 낮춰 설명하는 법제처장.
권력 앞에서 법이 정한 명칭과 의미까지 바꾸려는 것인가.
아무리 대통령의 연수원 동기라 해도, 지켜야 할 것은 대통령의 의중이 아니라 헌법이다. 그 경계조차 흐리는 법제처장이라면 자격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의중에 맞춰 헌법 정신을 비틀거라면 법제처장이 아니라 대통령의 변호인을 하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