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윤이 채옥에게 보내는 편지--- 찢어진 살갗이 아프더냐 네 상처에 나는 심장이 멎었다 상처에 아파 눈물 흘렸더냐 네 눈물에 나는 뇌수가 먹먹했다 네가 아프다고 느끼면.. 나는 몇 곱절 더 아프고 네가 슬프다고 느낄라치면 나는 천길 낭떠러지 끝도 없는 절벽으로 밑으로 바닥으로 꺼꾸러짐을 네가 정녕 모른단 말이더냐 몰랐단 말이더냐 네게 난 무엇이더냐 내게 넌 들숨이고 날숨인 것을 하루 한시 네 안위와 네 상념 걷어본적 없거늘 삼백육십날이 천날이 지나도록 내 안에 너를 담고 있거늘 이러한 내맘 모른척 뒤돌아 저만치 가는 네게 난 무엇이더냐 네게 난 무엇이더냐 너를 알고 다시 태어났거늘 너를 위해 너를 위하는 나를 위해 살고저 노력했거늘 내 모든 것 네게 주며 살자 했거늘 이러한 내 맘 아는지 모르는지 끝내 모른척 외면하는 너는 네게 난 무엇이더냐 ---채옥의 답장--- 어찌하오리까 아릿한 매화향을 어찌하오리까 눈물보다 더 쓰디쓰게 당신은 아프지말라 하시옵고 나는 당신보다 더 아파서 눈물처럼 웃었나이다 당신은 내 상처가 슬프다 하고 나는 당신 슬픔이 더 아파서 나는 차마 웃나이다 끝내 차마 울수는 없이 다만 가만히 웃었나이다 말은 하지 않으시고 한없이 아픈 눈동자를 들어 내게 당신이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내 어찌 하오리까 내 어찌 대답 하오리까 내가 차마 사랑이라 하오리까 당신의 앞길에 목숨을 바치올말정 그 앞길에 벽이 되라 하오리까 그리하여 사랑이라 말하리까... 빛깔있는 구슬이라 하시길래 내 이름이 그런가 하였더니 알고보니 그 빛깔이 당신이더이다 사랑하여도 차마 말을 못하여 오로지 당신을 지키오리다 영혼이 사라지고 목숨이 다하기로 나는 당신 곁에 있으리이다 내게 웃지 마소서 내 상처가 아프다 마소서 나를 사랑한다도 마시고 나를 아신다고도 마소서 나는 관노 다모이옵고 나는 역모 아비가 있소이다 다만, 평생을 이리남아... 다만 당신이 살아계시기를... 내 죽어도 당신을 지킬것이니, 당신은 다만 못난 년을 잊으시고, 행복하실지언정 울지는 마소서 다시는 사랑을 말씀하지 마시고, 그저... 당신을 대신해 피흘릴 목숨에 내가 웃으며 가올까 하나이다... 나는, 조선 포도청 종사관을 사랑하는, 나는 다모라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