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관 시인이 본 53 선지식 32차. 5, 잠이 오지 않아 시를 생각하네
잠이 오지 않아 시를 생각하는 새벽
하늘에는 보름날이라 달이 둥글게 떠
내 마음을 안고 하늘로 오르는 듯
창밖에는 올 마음이냐 구슬프게 우는구나
무엇을 그리도 원하기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한라산 백록담에 달빛 그림자를 보내려고
하늘을 그렇게 몸부림을 치고 있나!
서쪽 하늘에서 솟아오르는 달빛 그림자를
그리도 슬프게 바라보고 있는 석불도
때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눈물을 흘리려나
불에 타 죽음 나무도 불빛을 토하는데
동해를 지나가는 구름은 바다를 지난다.
나는 무엇이 되려고 소리를 치고 있어도
태평양을 건너가는 비행기를 몰고 가는 바람도
캐나다 폭포 위에서 추락하는 비구름도
한라산에 추락하는 달빛 그림자를 바라보고
눈물 흘리는 허수아비를 참새가 잠을 깨우려나
이렇게 슬프고 고단한 하루를 보내는 것은
잠을 청하는 이들에게 있어서의 고난을
그림이라도 그리려고 물감을 칠하는 가을
노을이 내려오는 길에 낙엽을 밝았다가
그만 넘어지는 비운의 몸이 되려나
잠을 이루지 못하는 몸이라고 하여
한이 서린 일로만 여기는 것은 슬프구나!
잠을 청하는 것이 병인양하여 잠을 더 이상
취해 보려고 하지 않고 있는 적막강산
언제나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외치는
푼내기 수행자의 정진을 바라보고 있나
나는 나이고 너는 너라는 것을 알고 있나
이처럼 애달픈 사연을 안고 살아도
삶에 있어서 장벽은 없다네
산다는 것은 미래를 장엄하는 병풍 같은 것
바람이 불어오는 폭포 위를 날의 기러기
그리움을 남기고 떠나간 벗들을 생각하니
무엇을 기라도 찾고자 했던가를 그림을 그리니
물감을 잘할 수 없는 밤이 되었구나!
어디에서 밀려오고는 있는 그리움인지 모르지만
산을 벗으로 삼아도 최고의 이상을 실현하는 몸
그날을 기억하면서 춤이라도 추려나
명상하라고 하여도 명상이 아닌 듯이
촛불을 켜야 할 밥상에는 촛불을 켜지 못하고
북을 울리어야 할 언덕에서 북을 울리지 못하는
개미 집이라고 발견한 듯이 잠을 청해도
잠이 오지 않는 밤은 환자의 몸같이
이리저리 뒹굴다 보면 잠을 이루리
지금은 밤이 깊어 창문을 열 수도 없는 밤
어서 잠을 이루소서 기도를 해도
어린 시절에는 그리도 잠이 많더니
잠을 청하는 일이 그리도 멀고먼 바다.
2024년 11월 16일
출처: 불교평화연대 원문보기 글쓴이: 진관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