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솜다리문학회 인터뷰 솜다리문학 초대석 마경덕 시인 대담 : 곽광덕 시인 일시 : 2023. 5. 20 장소 : 마경덕 시인 작업실 곽광덕: 솜다리문에 대학 밴드 강의를 맡고 계신 마경덕 시인님을 뵈러 왔습니다.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경덕 :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초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곽광덕 : 마당의 감나무가 고향의 향수를 느끼게 해줍니다. 지하철과 가까운 데도 소음이 없어 한적한 시골집 같습니다. 마경덕 : 네, 소박한 단칸방이지만 뒤곁으로 돌아앉아 있어서 글 쓰는데 집중할 수 있어 좋습니다. 곽광덕 : 작업실이 책으로 가득해서 시인의 냄새가 납니다. (웃음) 마경덕 : 저에겐 책이 제일 소중한 재산인 셈이지요. 여기에 있는 시집들은 여러 시인님들이 보내주신 피와 땀이나 다름없지요. 시간에 쫓겨 다 읽어보지 못해 죄송하지요. 곽광덕: 책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시인님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마경덕 : 여전히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집과 일터, 작업실, 그리고 집과 가까운 교회가 제 생활반경입니다. 늘 비슷한 일상이지만 학기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재미도 있고 강의를 준비할 때의 설렘과 주어진 일에 대한 긴장감으로 활기차게 살아갑니다. 곽광덕 : 2003년 세계일보 신춘으로 등단하시고 현재도 여러 곳에서 시를 가르치시고, 시 창작을 이어오고 계십니다. 변함없이 활동하고 계신 비결이 무엇일까요? 마경덕 : 낙심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은 아마도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글을 쓴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쉽게, 그리고 새롭게 쓰려고 노력합니다. 독자는 작품 앞에서 가장 냉정한 심판관입니다. 구태의연한 작품 앞에 너그러운 독자는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곽광덕: 새롭다는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마경덕 : 시 쓰기는 나만의 떨림을 만나는 일이어서 작은 파문도 시의 소재가 됩니다. 저에게 새로움이란 익숙함 속에서 발견한 친근한 새로움입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생소한 것보다는 우리가 잘 알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들을 일상에서 찾아내는 것입니다. 시의 울타리가 높으면 시와 친해질 수 없지요. 난해하지 않고 단순하지도 않은 그런 유니크한 작품을 써보고 싶습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시의 지점을 찾아내려고 노력하지요. 곽광덕 : 새로움은 어떤 형식이 아닌 내용이 우선이군요. 난해한 형식에 매이지 않고 새로운 생각을 펼칠 수 있다면 시와 독자의 거리를 좁힐 수 있겠네요. 대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재해석하는 안목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2003년도 신발은 신발이 배로 바뀌잖아요. 이렇게 바라보는 인식은 등단 전에 연습을 하신 건가요? 그리고 이 시가 탄생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요. 마경덕 : 저에겐 딸 셋이 있어요. 여자애들은 신발이 많잖아요. 몇 년 쌓이면 정리를 해야 하지요. 정리를 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보내줄 때가 되었구나, 실제 경험에서 얻은 거예요. 우리는 신발에게 신세를 지고 살잖아요. 체중을 싣고 걷고 달리느라 얼마나 힘들겠어요. 떠나보내고 나면 신발이 짐을 버리고 편한 곳으로 가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편하면서도 쉽게 알 수 있는 신발은 스타일이 독특했던 것 같아요. 신춘하면 비틀어서 어떻게 해봐야 된다 이런 생각이 팽배해 있을 때 평범한 글 속에 삶의 사유가 돋보여 심사위원의 눈에 띄었던 것 같아요. 곽광덕 : 신발론은 다의적으로 확장해 생각할 수 있고 군더더기가 없어 좋았던 것 같아요. 마경덕 : 저는 긍정적인 사람을 좋아하고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요. 그런 성향 탓인지 제 시는 건강하고 밝다는 평을 많이 들어요. 현학적이고 난해하고 자기중심적인 시는 소동을 방해합니다. 서정시는 그런 시들과 다를 뿐이지 틀린 것은 아닙니다. 사람마다 언어의 결과 색이 다를 뿐인데 자신의 방식이 옳다고 믿는 것은 편견이지요. 천천히 느릿느릿 걸어가려고 합니다. 내 시의 무게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결국 나는 나를 쓰지요. 시류에 휩쓸 리지 않고 저는 끝까지 나를 쓸 겁니다. 곽광덕 : 포스트모더니즘을 추구하는 젊은 시인들과 차이는 극명하지만 결론은 독자의 몫이네요. 선생님의 시론을 말씀해주세요. 마경덕 : 제일 먼저 시를 읽어주는 독자는 그 시를 쓴 시인이라고 생각해요. 시인은 첫 번째 독자이지요. 처음의 독자는 더없이 까탈스러워 맘에 들지 않으면 델(Del)키를 눌러 애쓴 흔적을 단번에 날려 버려요. 시인에게 "시를 쓰는 일은 의무이지만 독자는 "읽지 않을 권리"가 있기에 시인은 시 앞에서 겸손해져요. 한 장의 여백에 의미를 설계하고 이미지를 상상하는 일, 알 수 없는 것들의 모호함, 규정되지 않은 관계를 탐색하며 무관한 것과의 상호관계를 입증해야 하 는 시 쓰기는 다시 백지 한 장과 겨루는 싸움인데 승산은 미지수이지요. 추구하는 결론에 닿기 위해 조사) 하나를 빼거나 끼워 넣는 긴장감은 시를 쓰는 팽팽한 동력으로 사용되지요. 곽광덕 : 이번 시집에 개인적으로 '졸업사진'이라는 작품이 미학적인 면에서 최고라고 생각해요. 그때의 사건이 근래의 학폭 문제를 관통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학생과 학생 사이에서 벌어진 폭력이 아닌 선생님이 학생을 무시하는 폭력 말입니다. 운동장에 모인 우리들 층층이 나무의자를 쌓고 줄을 맞추고 키 작은 나는 맨 앞줄 가운데 앉았다 얌전히 두 손을 무릎에 얹고 사진사가 사진을 찍으려는 찰나,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불렀다 고무신을 신었으니 뒤로 가라고, 운동화 신은 키 큰 아이를 불러 내 자리에 앉혔다 초등학교 앨범을 펼쳐도 맨 뒷줄 내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까치발로 서 있던 부끄러운 그 시간이 흑백사진 속 어딘가에 숨어있다 -졸업사진 전문 곽광덕 : 오래전 일인데 잊을 수 없는 상처가 되었겠습니다. 사물과 사물을 폭력적으로 결합해서 멋진 말들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런데 졸업사진은 실제의 기억을 썼는데 독자 입장에서 그 장면이 떠오르면 불편한 기분이 들었어요. 밥 걱정이란 시도 이웃의 정이 넘치는 따뜻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시선이 더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마경덕 :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가난하고 착한 이웃들입니다. 곽광덕 : 최근에 제2회 선경상상인문학상 수상한 시집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은 인상이 깊었습니다. 시를 필사해 보며 쉽게 따라 할 것 같았는데 쉽게 따라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시집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은 독자들에게 접근성이 쉬워 보이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시집에서 몇 가지 예를 든 묘사를 생각해보면 - 아득한 거리: '아득함은 맨밥처럼 목이 멘다' - 아직도 둠벙: '잠잘 때도 둠벙의 지느러미는 자라고 있었다' - 기적의 재료 : '병은 사람을 재료로 쓴다' 등 너무 많아서요 마경덕 : 우리집 옥상에 살구나무가 있어요. 살구나무가 매화나무 벚꽃 필 때 잠깐 피어요. 그런데 제가 너무 바쁘잖아요. 아침에 나갔다 밤에 들어가면요. 언제 졌는지 다 지고 없어요. 그러면 너무 가슴이 아픈 거예요. 일 년을 기다렸다가 나를 만나려고 왔는데 나를 못 만나고 기어이 가버린 거잖아요. 그런 생각을 하면 살구꽃하고 나하고 거리가 너무 아득한 거예요. 우리집에 있는데도 만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아득한 거리라고 썼어요 곽광덕 : 활유법이 적용된 '둠벙의 지느러미'가 자란다는 비유도 감각적입니다. 마경덕 : 학교에 가는 길에 둠벙이 있었어요. 금붕어가 그렇게 많은 거예요. 내가 뭐하나 던져주면 수면 위로 올라오는데 금붕어 지느러 미가 빨갛잖아요. 물속에서 꽃이 피는 거예요. 줄 게 없어 풀을 뜯어주면 실망해서 돌아가 버려요. 곽광덕 :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을 곰곰이 읽어보면 시가 참 아름답습니다. 마경덕 :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클립에 꽉 물려 있는 실패한 습작시에 대한 연민이 드러나 있지요. 실패한 시를 묶는다 입을 쩍 벌리는 집게클립 초원을 향해 강을 건너던 어설픈 나의 누 떼가 몇 해째 악어의 이빨에 물려있다 건기에 이마가 깨진 문장들, 쓰다 버린 언어의 자투리들 클립은 습작의 뒷다리를 덥석 물고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고 그런데, 악어의 이빨자국이 선명한 것들이 가슴을 쿵쿵 뛰게 한다 시와 연애한 지 17년, 시와 나의 관계는 무사 한가 버둥거리는 물살에, 누 뒷다리 하나 던져두고 세상에 나가 일찍 죽어버린 시를 생각하는 밤 나는 악어의 입을 벌려 확인한다 저편으로 가지 못한 누 떼와 악어가 득실거리는 강가에서 밤새 떨고 있던 그 어린 시의 마음을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 전문 곽광덕 : 저는 선생님의 시를 읽으면서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따뜻한 힘을 느낍니다. 마경덕: 제가 가장 지향하는 것이 인간성 회복입니다. 우울하고 병든 시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시를 읽으면 같이 우울해져요. 상상도 건강한 뿌리를 가지고 있어야 돼요. 상상이 병들어 있으면 시도 우울해져요. 뿌리가 건강해야 건강한 잎을 피우듯이 우리의 생각이 건강하고 긍정적이지 않으면 병든 시가 나와요. 저는 늘 긍정적으로 살 려고 애쓰고 있어요. 곽광덕 : 오늘 대화를 해보니까 선생님의 등로주의 처럼 길을 개척하겠다는 세계가 선명한 것 같습니다. 몇 번을 읽어보아도 어려운 난해시를 읽는 독자의 접근성을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이 들곤합니다. 마경덕 : 수강하는 예비 시인들이 난해시를 가져오면 제가 해독을하고 별도로 해석한 평을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난해시를 안쓰는 이유가 해설을 해보니까 해설을 안 하면 알 수 없는 시를 왜 쓰느냐는 문제가 있더라고요. 시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봤을 때 알 수 있어야 하죠. 굳이 해설을 해줘야 하는 시는 일부 시의 기능을 잃었다고 봐야죠. 곽광덕 : 시는 언어 이전의 세계라고 말하면서 포스트모더니즘 다다이름 등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긍정적인데, 결국 독자와 간극이 넓어지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더 아쉽기도 합니다. 마경덕 : 시와 독자와 함께 갈 수 있는 길이 모색이 되어야 하는데 시가 앞서서 질주해버리니 독자는 외면당한 기분이 드는 거예요. 시를 따라가기도 버겁고 이해하기도 힘드니까요. 곽광덕 : 네에, 시 이론이 작가를 이론의 틀에 가두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마경덕 : 창작인데 이론에 갇히면 안됩니다. 가수 박진영씨가 TV에 나와서 이런 말을 했어요. 음악을 너무 알고 싶어서 미국을 갔데요. 어떻게 해서 독특한 음악을 쓰게 되었는지 직접 음악가들을 만나러갔었데요. 그런데 특이한 점은 그 사람들은 정기 교육을 안 받은 사람들이었다고 해요. 즉 자유로운 영혼, 무엇이든 자기들 마음대로 해석을 하고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판에 박히고 일률적인 벗어나 자기 개성이 돋보였다고 말했어요. 심지어 그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밖에 안 나왔더래요. 대학을 나온 사람이 없더래요. 그래서 알았다고 해요. 음학이 아니고 음악이라고요. 이론을 많이 배운 사람들이 이론에 갇히지만 음악에 대해 배우지 않은 사람들이 오히려 더 독특한 음악을 만든다는 거죠. 마경덕 : 경험은 중요하지요. 경험보다 좋은 스승이 없죠. 붕어새끼를 쌀붕어라고 해요. 쬐그맣잖아요. 얼마나 귀여워요. 시를 쓰려면 물고기 이름도 많이 알아야 돼요. 가자미 새끼를 간재미라고 하듯이 갈치 새끼가 풀치에요. 꿩새끼는 꺼병이잖아요. 강아지, 송아지, 망아지, 병아리, 이런 식으로 동물도 어릴 때 이름이 다 있거든요. 글쓰기에서도 글에 알맞은 단어가 맛이 납니다. 곽광덕 : 언어의 선택은 글에 간을 맞추는 일이군요. 선생님의 시 중에서 ' 1급 연장'이란 시가 그러합니다. 소개를 좀 해주시지요. 마경덕: 네, 매미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요. 맹렬한 매미의 울음은 1급 연장처럼 허공까지 단숨에 뚫어버립니다. 또한 매미의 몸도 1급 연장입니다. 예리한 울음을 시끄러운 드릴 소리로 비유해 쓴 작품입니다. 인부들이 떼로 모여 드릴을 돌린다 밤낮이 없는 한철 공사 울음 끝이 뾰족하다 허공에 구멍이 나는 시간, 소리에 감전된 감나무가 툭툭 풋감을 떨어뜨린다 평생 울지 않는 암컷들은 어디에 있나 그악스레 울음을 돌려야 무덤덤한 암컷의 심장이 뛰리라 거침없이 달려와 사람의 가슴까지 뚫어버리는 저 1급 연장 지하에서 수년 갈고 닦은 매미기술자들, 몸이 연장이다 그늘 밑 낮잠까지 단숨에 통과해 어디론가 달려간다 공사 기일이 다급하다고 찬바람이 불기 전 마쳐야한다고 울음은 더욱 사나워진다 허공마저 출렁거리는 저 동력은 어디서 끌어오는 걸까 잠깐 퓨즈가 나간 사이 재빨리 구멍 난 자리를 복원하는 허공 점점 달아오른 공사에 감나무는 퍼렇게 질려가는데 날을 갈아 끼운 수컷들, 또 드릴을 돌리기 시작한다 - 1급 연장 전문 곽광덕 : 마치 공사장의 시끄러운 드럼 소리가 들리는 듯하네요. 일상에서 찾아낸 발견이 시로 태어났습니다.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생각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문학은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이라고도 합니다. 그동안 글을 쓰시면서 힘든 적은 없었나요? 마경덕: 시를 쓰는 일보다는 첫시집을 출간할 때 많이 힘들었지요. 아는 분의 소개로 모 출판사에 시집 원고를 보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없었어요. 다른 곳에 내보라는 지인의 권유로 막 뜨기 시작하는 신설 출판사에 보냈는데 "우리와는 맞지 않는다"는 메일이 왔더군요. 저랑 같은 해에 등단한 시인들은 소위 일류라는 문예지에 발표도 하고 유명출판사에서 시집을 내고 상도 많이 받더군요. 제 처지가 한심하고 초라해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지요. 시가 중요하지 출판사가 중요하지 않다고요. 작품을 담는 그릇보다는 작품의 본질이 더 중요하겠지요. 외로움의 힘으로 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다고 믿어요. 긍정적인 생각은 좋은 에너지가 되어주니까요. 곽광덕 : 좋은 시란 '외로움과 좌절의 합작품'이라는 말을 들은 것 같습니다. 문청들이 시를 대하는 자세라고 할까 마음가짐이라고 할까요 그런 점에서 선생님 생각을 말씀해주세요. 마경덕 : 결코 시가 시인의 액세서리가 되어선 안 됩니다. 시 쓰기는 삶의 가치를 되찾으려는 진지한 작업이기에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인트로는 문장의 서두와 같습니다. 서두를 보며 우 리는 예감하지요. 구원을 향한 간절한 기도인지, 아닌지를 고뇌하지 않는, 진심이 담기지 않은 글에서 독자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이처럼 시인이 고민해야 할 것들은 개인의 사소한 걱정보다는 '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우선입니다. 시 쓰기는 평생을 써야 한다는 정신으로 가야 해요.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은 끝까지 시를 썼기 때문에 살아남은 거예요. 재능이 빼어난 사람도 안 쓰면 도태해요. 신춘문예나 문예지에 등단했다 하더라도 쓰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해요. 시는 기다림이지요. 기다리지 않으면 결과가 나오지 않아요. 당장 뭘 어떻게 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지쳐서 못합니다. 왜냐하면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오면 포기하게 돼요. 결과에 너무 급급하지 말고 ' 시는 내 동반자다' '나는 평생 쓰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급할 것이 없어요. 쓰다 보면 내 시가 점점 향상되는 것을 느껴요. 그런 후에 상이 오는 거지 상을 목표로 뭘 해야겠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상에 급급해서 상만 쫓아다니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 사람은 금방 지치는 것을 가끔 목격하곤 합니다. 곽광덕 : 하루의 일과 중 시는 주로 언제 쓰시는지요? 마경덕 :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대부분 늦은 시간에 쓰지요. 늘 기도를 먼저 하는 것이 제 시 쓰기의 과정이고 비결입니다. 학생들을 가르치기 전에 학자의 눈과 귀와 혀를 달라고 기도하지요. 제 의식을 환기시키는 힘은 '기도의 힘'입니다. 기도를 하고 쓴 시 중에서 '객짓밥'이란 시가 있는데 작은 미물까지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에 감동했어요. 또 제 이야기이기도 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하나님은 제가 기댈 가장 든든한 언덕입니다. 곽광덕 : 시 쓰기에 도움이 되실 말씀을 들려주세요. 마경덕 : 좋은 시를 쓰려면 무엇보다 남과 다른 자신의 생각이 중요하다고 봐요, 유행하는 시류를 따라가려고 하지 않는 것도 자신의 특별한 개성이지요. 비슷비슷한 어조와 형식이 난무합니다. 한때 새롭던 것들이 이제는 너무 넘쳐서 오히려 식상하게 읽힙니다. 그 무리에 묻혀 자신의 색깔을 잊어버리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어요. 글을 쓰는 일은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지금 당장 어떤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낙심해서도 안됩니다. 평생을 시인으로 살려면 막막한 기다림에 동참해야 합니다. 현실에서 만나는 절망과 잦은 실패와 성과가 없는 지루한 시간을 즐길 결심이 필요하지요. 곽광덕: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오늘 열정을 다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마경덕 : 네, 귀한 자리에 초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출처] 2023년 솜다리문학회 인터뷰 초대석 / 마경덕 시인|작성자 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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