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노래- 전체목록 보기
◈◈◈
어제와 비슷한 부서질 것만 같은 짙은 푸른빛 하늘의 초승달, 그리고 대지를 비추는 은빛의 달빛. 하지만 어제와는 다른, 잠시 변덕인양 하늘에 내렸던 눈으로 안개가 낀 으스름달밤.
보름달보다는 한참 약하지만 대지를 은은하게 비추던 초승달의 달빛은 어두운 어둠의 안개에 가려 흐릿하게 비치고 있었다. 그 덕분에 안 그래도 조용한 정적의 도시는 더더욱 조용하고 어두운 밤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마치 얼어붙은 유령 도시처럼―.
그런 도시를 노엘은 조심스럽게 발소리를 최대한 죽이며 걸어가고 있었다. 안개가 낀 터라 더더욱 적의 공격을 눈치 채기 힘들었기에 그녀는 총을 들고는 주의를 냉정한 표정으로 살피고 있었다.
‘꽤나 악재군. 이런 날은 꽤나 임무수행도 힘들 텐데……. 무리로 나타난다니…….’
그렇게 짙지는 않고 잘 살피면 주위를 알 수 있는 옅은 안개였지만, 임무수행에는 큰 지장이 있는 오늘 밤의 날씨. 그렇기에 노엘은 옅은 안개 사이로 살짝 보이는 광경들을 바라보고 이곳이 어딘지 파악하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확실히 헌터 쪽에게는 불리한 날씨였다. 밤의 일족인 그들, 뱀파이어는 어둠에 익숙한 눈을 가지고 있고 뛰어난 후각도 가지고 있었다. 헌터 쪽에선 그들을 잘 파악하기 힘들지만 그들은 손쉽게 헌터 쪽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다시 말해면 적은 이쪽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고 이쪽은 적을 파악할 수 없는 것이었다.
“에취.”
좀 전의 냉정한 표정과는 어울리지 않게 재채기를 하고는 노엘은 손에 들고 있던 총을 총알을 발사할 수 있도록 장전했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뇌리를 스쳤기에 그녀는 무척이나 긴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안감이 적중이라도 한 지 옅은 안개 속에서 형체와 함께 발자국소리가 들려왔다. 마른 침을 삼키며 노엘은 총의 방아쇠에 조심스럽게 오른손을 올려놓고, 다른 왼손으로는 코트에 손을 넣고 헌터용 단도를 쥐었다.
“당신은 누구죠?”
“…….”
돌아올 반응에 대비를 하고는 노엘은 다가오는 그림자에게 물었다. 그러나 그림자는 아무런 반응 없이 앞으로 전진해왔다. 그에 노엘은 적이라 생각하기로 하고는 헌터용 단도를 정확히 던졌다.
하지만, 그녀의 기대와는 달리 단도는 맞지 못한 듯, 챙―하며 쇠붙이에 튕겨져 나갔다. 그에 노엘은 실망하지 않고 공격을 예상하고는 안개 속으로 물러나 동향을 살폈다.
이윽고 그 예상이 적중한 듯 적의 공격이 가해졌다. 뭔가가 날아오는 듯 한 소리에 노엘은 몸을 비틀어 피하고는 땅에 꽂힌 무기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날렸던 헌터용 단도였다.
‘날 과소평가하고 있는 건가? 그렇다면 먼저 공격해주지.’
자신이 날린 단도를 그대로 던지는 적의 태도에 노엘은 기분이 조금 나빠졌다. 이윽고 적이 먼저 공격해오는 것을 기다리거나 아니면 먼저 공격을 감행하거나 하는 선택지 중 노엘은 후자의 선택지를 골랐다.
안개 속을 최대한 속도를 내며 달려간 그녀는 자신을 향해 휘두르는 주먹을 피하고는 방아쇠에 걸쳐져있던 오른손을 움직여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은 명중한 듯 보였다. 그녀를 공격한 적이 잠시 동안이지만 틈을 보이며 주춤거렸다.
‘끝이다.’
이제 모든 것이 끝이라고 여기고 노엘은 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생사를 알기위해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 곳에 모래가 흩날리고 아무것도 없을 거라 예상하며.
“이건 뭐……?”
하지만 보기 좋게 예상은 빗나갔다. 적이 있던 장소엔 빗나가 바닥이 깊이 파인, 총알이 맞은 것으로 추정되는 두 곳만이 있었다. 그 광경에 노엘은 어이가 벙벙해 멍하니 그 곳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윽!”
그리고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뒤에서 갑작스런 기척과 함께 적은 나타났다. 팔꿈치로 등을 세게 내리찍는 바람에 그녀는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거기다가 그러면서 총은 저 멀리로 튕겨져 나갔다.
“죽여라. 뱀파이어.”
자신의 뒤에 서 목에 검을 겨눈 적에게 노엘은 굽히지 않는 태도로 소리 질렀다. 그리고 그녀는 곧 자신의 목을 검으로 벨 적을 상상하며 눈을 감았다. 그러나 아까처럼 또 한 번 예상은 빗나갔다. 적은 자신의 목에서 검을 치우고는 저 멀리 튕겨져 간 총을 건넸다.
“실전이라면 넌 죽었을 거다. 노엘 카를리아.”
익숙한 굵은 남자의 목소리. 목소리와 함께 그 일대를 뒤덮었던 안개가 걷혔다. 그리고 안개가 걷히고는 노엘의 눈앞에 언제나 익숙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장난치신 겁니까?”
남자의 모습에 노엘은 잔뜩 화난 얼굴로 따져댔다. 안개가 낀 것도 모든 것이 그가 꾸민 것이었기에. 하지만 노엘의 그런 반응에도 그는 그런 말이 안 들린다는 듯이 귀를 후벼 팠다.
‘정말, 어쩔 수 없다니까…….’
노엘은 그런 태도로 일관하는 그로 인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전에 헌터 훈련을 받을 때도 이 사람은 그런 태도였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그렇게 자신을 달랬다.
남자의 이름은 제 2급 헌터인 클라드. 노엘이 소속되어있는 헌터협회의, 노엘에게 임무를 내리고 수행명령을 내리며 보고를 받는 자였다.
하지만 친숙한 그의 등장에 노엘은 마음 깊이 닥쳐왔었던 불안감이 저 멀리로 사라져가는 것 같았다. 그만큼 누군가 친숙한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안심이 된다고 노엘은 진심으로 느꼈다.
“뭐하고 있는 거지? 다른 헌터들이 움직일 거다. 빨리 기척을 숨기고 그 방심한 마음을 다 잡아라.”
공격을 받은 그 자리에서 우물쭈물 서있는 노엘을 닦달하며 그는 아까와는 다른, 헌터의 냉정한 표정으로 노엘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 명령에 정신이 든 노엘은 총을 들고 그를 따라나섰다.
‘2급 헌터까지 나선 임무라면 큰 임무이겠어. 짐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지.’
아까의 냉정함을 되찾고 기척을 숨긴 채 그를 따라나선 노엘은 큰 임무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졌다. 그리고 그녀의 마음 한편에는 그의 실력을 오랜만에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녀의 앞에서 걷고 있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안녕하세요? 은빛카린입니다아~!
지난주에 예고한대로 일요일에 찾아왔습니다.
긴장하고 있다가 한순간에 팍 "뭐야?"하는 반응을 보이게 되겠군요...-_-
이 클라드라는 인물은 새로 추가된 인물입니다. 그전까지 피의 노래에 없던 인물입니다.
그럼 오타나 다른 것 지적해주시고 보시고 예의상 덧글 하나는 달아
주시고 가는 게 어떨까요?
첫댓글 쪽지도 받기전에 본!! 1등이다앗 >_<~ 클라드라... 무슨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ㅅ'? 중간에 노엘이 경계했던 대상, 카인인 줄 알고 순간 눈을 반짝였다는 +_+.. 근데 실망 ㅠ
그런 반응일 거라고 예상하고 썼습니다...-ㄱ-;;; 클라드가 그냥 등장하는 걸 좋아하지 않기도 하는 인물이기도 했고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어라라. 그리고보니 그렇네. 수정하겠음.
잘 읽었습니다. // 아악, 전 소설 써야하는데도 불구하고 안 써집니다아...
제가 지난번 슬럼프때 그랬지요...-ㄱ-;
어머나... 음모인가;ㅁ;?! [<뷁] 어머나.... 2급뱀파이어. 갑자기 클레이모어가 휙떠올랐. 아무튼 기대기대 TT
뱀파이어는 그냥 혈통과 계급으로 나뉠 뿐 1급,2급은 없답니다. 제 소설에는...
이런, 이런...엊그제 막 월의침식을 써냈는데 다시 게으른 몸을 움직여야 하는 건가...잘 보았습니다. 점점 진보하시는 것 같군요.
점점 진보한다니 감사드립니다. 전 지금 빨리 One Night 끝내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 거려요.
ㄷㄷㄷ 'ㅅ' 노엘이..ㅠ_ㅠ
뒤에 뭔 일 일어날 지는 다음주에...
클라드라는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킴으로써 재미와 긴장감이 더해지는것 같습니다 !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
네, 다음편은 이번주 일요일날 올라올 예정이니 그때 오셔서 보시면 될거에요.
왠지 클라드라는 인물 뱀파이어측에서 보낸 스파이같은 인물일것같 .. 자꾸 쪽지본다음에 '봐야지 봐야지'하면서도 다른거 본다음 보려고하면 자꾸 까먹고 ㅜㅜ 좀 늦게봤네요 .. ~ 다음편 기대기대 +_+
으음.다음편에 클라드의 정체가 밝혀질 겁니다.
님, 너무 빨라요 ㄷㄷㄷㄷㄷ <이소리는 정말 잘 쓰신다는 뜻! <저라면 이렇게 한편만드는데 3개월정도...?
뭐, 한 번 필받으면 3일만에 많은 분량을 쓸 수도 있습니다. 저도 지금에서야 제가 적었던 초반소설을 보면 소설같지도 않다고 느낍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