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직장(딸기탐탐) 24-17, 두 번째 일당
‘전성훈 씨 두 번째 일당 받았습니다.
이번 주 계속해서 모종 심을 자리 구멍 뚫는 일 하는데, 한 동 다 한 몫으로 주는 거라고 하시네요.
할머니가 바랐던 ‘매일 나갈 수 있는 직장’, 고모가 말했던 ‘집 밖에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일’….
잘 다녀왔습니다.’ 9월 6일 금요일, 동료에게 보낸 메시지
9월 2일 월요일.
대표님과 사장님이 없는 날.
이제 전성훈 씨도 모종 심을 자리에 구멍 뚫을 수 있지만 마음대로 하면 안 될 것 같아 바구니를 씻기로 한다.
여유 있게 일하고 돌아왔다.
9월 3일 화요일.
다시 구멍을 뚫는다.
지난밤 뒤척였는지 전성훈 씨가 연신 하품한다.
그래도 꾹꾹 잘 누른다.
누르는 손과 팔에 힘이 들어갔다 나가는 것을 느낀다.
‘반복된 일에 성훈 씨 피곤했나 보네요. 사진 보고 한참 웃었네요.’ 김혜진 대표님이 보낸 메시지
9월 4일 수요일.
작업을 준비하는 손길이 예사롭지 않다.
얼마 안 됐는데 이 일에 숙련된 사람 같다.
일을 대하는 전성훈 씨 다짐이 영향을 주는 걸까?
9월 5일 목요일.
두 시간 남짓 일했다.
근무하는 동안 전성훈 씨가 한 고랑을 모두 뚫었다.
처음에는 한 고랑의 양쪽을 다 뚫으며 움직였는데,
그보다 한 고랑의 반쪽, 한 줄을 모두 뚫고 나서 돌아오는 길에 다른 한 줄을 뚫어 완성하는 게 빠른 것 같다.
전성훈 씨가 직접 하며 경험으로 터득한 것이다.
필요한 만큼 거들었다.
그리고 오늘, 김혜진 대표님이 부르는 소리에 전성훈 씨가 일하던 손을 멈춘다.
두 번째 일당을 받는다.
그동안 일한 몫으로 주는 거라고 했다.
일당이라고 해야 맞을지, 주급이 더 적절할지, 급여라고 부르는 게 어울릴지 모르겠다.
시기마다 농장 일이 달라지고, 전성훈 씨가 그 일을 얼마나 어떻게 감당할지 해 봐야 알 수 있으니,
정해 두는 월급보다 이렇게 작업이 끝나는 시점마다 받는 급여가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부담 없이 좋아 보인다.
오늘은 4만 원을 벌었다.
“성훈 씨, 어디 가요?”
차는 옆에 있는데 전성훈 씨가 어디론가 열심히 간다.
목적이 있는 것 같아 잠자코 따른다.
육묘장에서 작업 중인 대표님 옆으로 가 어깨에 손을 올린다.
대표님과 전성훈 씨가 인사 나눈다.
일부러 가까이 가지 않고 한참 떨어진 곳에서 기다린다.
저녁은 외식했다.
직접 번 돈으로 치킨과 감자튀김을 사 먹었다.
내 돈으로 사지 않았고, 나는 먹을 생각이 없으니 모두 전성훈 씨 몫이라고 했다.
천천히 먹으라고 이야기했다.
눈물을 참아 가며 김이 나는 뜨거운 치킨을 뜯었다.
먹는 동안 전성훈 씨는 별말이 없었다.
일부러 말 걸지 않고 없는 사람처럼 조용히 있었다.
나의 사회사업에는 ‘일부러’와 ‘이왕이면’이 자주 자리한다.
‘근거’와 ‘원칙’도 자주 등장한다.
식사하는 전성훈 씨를 슬쩍슬쩍 살피며 언젠가 지금 이 순간을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일이 잘되는 시기’, 전성훈 씨와 나에게 요즘이 그렇다.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게 얼마쯤 닮아 있으면서 분명히 구분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2024년 9월 6일 금요일, 정진호
청년 농부 전성훈. 성훈 씨가 농사일도 ‘잘하겠다, 잘하고 있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훈 씨 일로 잘 거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신아름
문장과 문장 사이, 숨겨 놓은 글과 말들을 찾으며 사회사업가 정진호 선생님의 감격과 눈물을 봅니다. 월평
전성훈, 직장(구직) 24-1, 매일 나갈 수 있는 직장
전성훈, 직장(구직) 24-2, 구직과 직장생활의 역사
전성훈, 직장(구직) 24-3, 클레오미용실에서
전성훈, 직장(구직) 24-4, 시선을 둔다는 말이
전성훈, 직장(구직) 24-5, 사회사업가의 목적에 사회사업이
전성훈, 직장(구직) 24-6, 딸기탐탐 구인 안내
전성훈, 직장(구직) 24-7, 농장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전성훈, 직장(구직) 24-8, 전성훈 씨 면접 보는데요
전성훈, 직장(딸기탐탐) 24-9, 우렁각시가 다녀갔네요
전성훈, 직장(딸기탐탐) 24-10, 집 밖에서 사람들이랑
전성훈, 직장(딸기탐탐) 24-11, 나팔꽃의 떨림
전성훈, 직장(딸기탐탐) 24-12, 첫 번째 일당
전성훈, 직장(딸기탐탐) 24-13, 직장생활의 기본
전성훈, 직장(딸기탐탐) 24-14, 가 보겠습니다
전성훈, 직장(딸기탐탐) 24-15, 비닐 걷는 일
전성훈, 직장(딸기탐탐) 24-16, 성훈 씨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