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라고 하면 보통 1,물체가 빛을 가려서 그 물체의 뒷면에 드리워지는 검은 그늘
2.물에 비쳐 나타나는 물체의 모습 3.사람의 자치를 의미한다.
사흘 전(2월4일) 윤통은 헌법 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변론에 출석해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의 증언이 끝난 뒤 발언기회를 얻어, "이 사건을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했니, 지시를 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빠진
달 그림자 같은걸 쫓아가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한다.
윤통도 오랜 검찰직을 통해서 '달 그림자'얘길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그가 말한 달 그림자
란 위의 2번인 실체가 아닌 가상의 모습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원류를 한번 보자.
[1934년 1월 17일자 일본 일간 시사신보에 ‘반초카이(番町會)를 폭로한다’라는 제목의 기사
가 대서특필됐다. 도쿄주식거래소 이사장과 일본상공회의소 소장을 지낸 고세이 노스케를
중심으로 한 기업인 모임인 반초카이가 당시 일본 상공대신, 철도대신과 결탁해 섬유회사
제국인견의 주가를 조작해 큰 이익을 봤다는 내용이었다. 사이토 마코토 내각이 총사퇴하는
등 정경유착 스캔들이 미친 후폭풍은 거셌다.
265회의 공판 끝에 1937년 10월 반전이 일어났다. 후일 일본최고재판소장이 되는 이시다
가즈토 판사가 사건 관계자 16명 전원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것. 정상적인 주식 거래가 있었을
뿐 범죄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지만 ‘썩어빠진 정·재계를 바로잡고 국가를 혁신하겠다’던 검찰
은 고문도 마다하지 않고 ‘허위 자백’을 받았다. 이런 문제점을 간파한 이시다 판사는 “물속의
달그림자를 잡으려 하는 것과 같다”는 판결문을 남겼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범죄 혐의는
‘공중누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 이 문구는 요즘도 일본 드라마 대사에 나올 정도로 일본인
의 뇌리에 깊이 각인됐다. ](한경 2월5일자 천자칼럼 참조)
입능가경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들어 있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르킬 때 어리석은 사람은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는 것처럼, 이름이나 문자에 집착해 분별만 일삼는 사람은 진실을 보지
못한다.' 시력만 좋다고 해서 사물을 바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독수리는 사람보다 10배나
나은 시력을 가졌다고 한다. 높은 공중에서도 지상의 먹잇감을 포착하여 덥친다고 한다. 사람과
독수리는 다르다. 또한 달라야 한다.
어떤 승려가 법안화상에게 물었다. “저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아니라 달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습니다.” 법안화상은 “어떤 그대가 묻지 않는 손가락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때 옆에
있던 승려가 물었다. “저는 달이 아니라 손가락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그러자 법안화상은
“달이다”고 대답한다. 이때 그 승려는 “제가 알고 싶은 것은 손가락인데 어째서 달이라 하십니까?”
반문하였다. 그러자 법안화상은 “그대가 손가락을 물으니까 그렇지”라고 대답하였다.
오래 전에 친구들과 함께 중국 항주로 여행을 갔다. 그 때 서호에서 뱃놀이를 하던 중에
삼담인월 이야기를 듣고 소동파에 대해서도 들었다. 술꾼에게는 술 이야기만 나오면 귀가
번쩍 틔인다. 서호에서 뱃놀이 하면서 술을 한잔 하면 달이 셋이라는 이야기다. 하늘의 달,
호수 위에 비친 달, 술잔에 뜬 달 거기다가 삼담인월의 달까지 더해진다면 달은 과연 몇개나
될까? 사람들은 저마다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달을 본다. 어쨌든 법정에는 달을 따서 가져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