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거나 고독이거나
김 난 석
한양 도성 순성길을 걸었다.
성곽 아래로 수크령이 수북하게 피어 있었다.
바람에 한들거린들 아랑곳할 것 없이
나는 나의 길을 걸었다.
가운데로 길이 나 있기에 사진을 찍어 어느 글벗에게 보냈더니
바람이 지나는 길이라 했다.
바람이 지나는 길...?
그러고 보니 풀숲에도 함부로 들어가지 않으리란 생각을 했다.
그런데 바람은 지나도 괜찮은 것인가..?
자연이 하는 일은 자연스럽다.
거기에 섣불리 손을 대면 인공(人工)이 되고
자연스러움은 훼손되고 만다.
그렇다면 인공은 모두 자연스럽지 아니한가?
그렇진 않다.
사람이 손을 댄 것도 오래 견디면 그 자체로 자연스럽다고 말한다.
외돌아가는 마을 모퉁이길..., 고샅길...
등짐 지고 어렵게 오르내리는 고갯길...
들판을 가로지르는 지름길...
이 모든 것들이 세월과 함께 하는 자연스러운 모습들인 것이다.
스피노자는 범신론을 이야기했다.
신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모든 게 신이라는 거다.
이를테면 자연신론자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존재하는 건 모두 존재하는 것만으로 존재할 가치가 있다"라고 했다.
(에티카)
그게 당연한 것이, 모든 게 신이요 모든 게 신이 만든 것이라면
존재 그 자체를 부정할 순 없다는 논리가 된다.
이 말을 새겨들으면 사물이나 현상 등 모든 존재를
함부로 대하면 안 되리란 생각에 이르기도 한다.
우리 카페엔 글방으로서 <삶의 방>이 있고 <수필방>이 있다.
모두 글을 써 올려 소통하는 방이다.
하여 글을 써 올린다는 측면에선 무슨 글을 올리든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하매도 두 글방 모두 오래 축적된 분위기가 있다.
하나는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고
소위 댓글놀이의 재미가 있는 분위기다.
또 하나는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되
댓글로 글의 외연(外延)을 넓혀주는 분위기다.
때론 댓글이 토론이나 검열성을 띄기도 하지만
그건 본령이 아니다.
수필이란 게 주의 주장을 하고자 함이 아니라
작가의 독백(獨白)이기에 그렇다.
엊그제 필담님이 <외로움과 고독>에 관한 글을 올렸다.
외로움이 인간관계에서 연원하는 것이라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선 삶의 방에서 어울리는 게 좋다.
왜냐하면 댓글놀이의 재미도 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 인간 실존의 본원적 고독을 달래기 위함이라면
수필방에서 어울리는 게 좋다.
왜냐하면 조용히 침잠하면서 독백을 읊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나의 극히 주관적 생각이지만
나는 외로울 때면 양띠방이나 삶의 방에 드나들고
고독을 달래고 싶을 땐 걷거나 수필방에 드나든다.
그러나 외로움과 고독이란 게 쾌도양단으로 나뉠 수 있는 건가?
그렇지 않기에 나는 외로움이든 고독이든 상관할 것 없이
글 쓰기가 고프면 우선 수필방에 들른다.
때론 댓글놀이도 허여하면서..
긴말할 것도 없이 나는 외로움이나 고독을 달래기 위해
걷거나 글을 쓰고 함께 어울린다.
첫댓글
잠시 왔다가는 일에는
외로움이 없습니다.
모르는 사람끼리 있어서도 외로움은 없지요.
외롭지 않을려고
소외감을 갖지 않토록
소속된 그곳에서
더 외로움을 느끼는 것입니다.
사람을 만나도
외로움은 찾아오고
피해도 외로움은 있는 것입니다.
아무튼 긍정적인 생각이 제일이고
나 홀로도 시간을 즐기 수 있어야 하지요.
'사람이기에 외롭다' 입니다.
네에, 그렇기도 하겠지요,
고독이든 외로움이든
피하려면 더 절실하게 다가오고
즐기면 오히려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글도 그런 즐김 중 하나 같습니다.
무엇이든 즐겨라~
참 좋은 이야기네요.
어린아이들은 호기심이 많고
무엇이든 즐기지요.
그러니 외로움이나 고독은 차안에 부재햐지요.
허나 나이 들어가면 호기심도 감소하고
무엇이든 할수있는 영역이 좁아들지요.
그래서 세대차이도 나는것 같습니다.
이나이에는 외로움을 느끼는거는 당연합니다
아마 우리는 평생을 외로움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나도 석촌님 처럼 외로움을 느낄때에는
동창회 , 띠 모임에도 참석하고 걷기 모임에도 참석합니당
그런데 그거 매일 할 수는 없는거 이구
평소에는 컴퓨터와 티브이를 옆에 끼고 하루종일 놉니당
충성 우하하하하하
좋은일이예요.
태평성대님이야 매사 긍정적이니
외로움이나 고독도 덜 느낄겁니다.
고샅길, 고갯길, 지름길...
그렇지요. 지난 긴 세월을 함께했던
어떤땐 행복했고 어떤땐 고난했던
친구와 같은 길이였지요.
석촌님의 외로울때 드나드는 방과
고독을 달래고 싶을때 드나드느 방..
저는 지금까지 친구같은 방..
하나도 함께하지 못했으니 서럽기만 합니다.
모든 것을 쾌도난마식으로 자를 수 없으니..
말씀처럼 외로움이든 고독이든 상관없이
마음가는 대로 허여하신 다니
가시는 길에 늘 행복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하며
허여하시는 큰 마음에 늘 존경합니다.
좋은 글에 감사합니다.
하긴 남의 일을 내가 컨트롤할 수도 없는 일이니
때론 비켜가고 때론 수용하고 때론 눈감는 거지요.
어쩌면 이렇게
글정리를 잘 하실까요.
저는 그저
콩꽃님이 계시고
조용하게 지내고 싶어
수필방에 둥지를 틀었답니다.
석촌님의 글을 볼 수 있다는 것을
큰 감사함으로 여기고 있구요.
석촌님 건강하세요.
그런가요?
과분한 말씀이네요.
그래도 생각을 같이 한다는 뜻이니
고맙네요.
석촌님께서 외롭거나 고독하시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석촌님 글쓰기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 하시니
좋은 글 맞이하고 싶어
가끔은 외롭고 고독하셔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이건 자장면 한 그릇 주문이 아니라
참으로 고상한 주문이네요.
제가 그럴만한 위인은 아니지만
고맙네요.
외로움 이나 고독 이나
본인이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냐에
따라 차이가나고 달라지는것 같습니다
가을 입니다^^
사색 하기 좋은 계절 이지요
외롭고 고독하다해도 맘이 풍성 해지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맞아요.
받아들이기 나름이죠.
외로움도 좋고 고독도 좋아요
그것마져 없다면 허허벌판에서 얼마나 쓸쓸할까요
그렇기도 하겠지요.
사람의 손길이 자연과 어울리면 또 다른 자연이 되는 듯 합니다
맞아요.
산의 나무를 마을 어귀에 옮겨 심으면
세월이 흐른 뒤엔 자연스런 고향풍경이 되지요.
외로울 때는 삶의 방
고독한 느낌이 들면 수필방.
마음에 와 닿으며 공감이 갑니다.
항상 좋은 글 감사 드리며
건강하세요.
네에 오늘 내일 가을비가 내린다네요.
외로움은 밖에서
고독은 수필방.
밖은 모르겠고요.
수필방에서는 댓글로
화답할 수 있습니다.
어디서든 석촌님께서
마음 편히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네에, 서로 그래야지요.
저도 잔잔한 글이 올라오는
수필방이 좋습니다.
글 한 편 올리지는 못하지만
올려 주시는 글 읽고 댓글
달아 드리는 걸로 만족합니다.
지식창고이신 석촌 님의 글도
접할 수 있어서 많이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지식창고라니요
그저 중얼중얼 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