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기자의 시각
[기자의 시각] 축구의 백패스, 한국의 백패스
박강현 기자
입력 2024.02.08. 03:00
https://www.chosun.com/opinion/journalist_view/2024/02/08/IEWQ6MWWWFDBFNSCZHNDUNS2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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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요르단의 경기에서 요르단 공격수 야잔 알나이마트가 첫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이 골은 한국의 백패스가 가로채기 당하며 나왔다. /박재만 스포츠조선 기자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백패스(back pass)를 남발하다 7일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에 0대2로 완패했다. 대표팀이 내건 64년 만의 우승 목표는 한낱 신기루에 불과했다. 역대 최강의 전력이라 평가받았지만, 4강 탈락이라는 결과를 떠안았다. 한국이 세계 23위, 요르단은 87위. 이날 경기력은 그 반대였다. 한 팬은 “요르단 국기를 가렸으면 프랑스와 축구하는 줄 알았을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공은 둥글다. 축구를 하다 보면 질 수도 있다. 그러나 어젯밤의 패배가 더욱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전례 없는 졸전 끝에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다. 유효 슈팅은 ‘0′. 한국은 자기 진영 뒤쪽에 위치한 동료 선수에게 끊임없이 백패스를 했다. 지켜보는 국민들은 ‘이러다 공을 빼앗기면 어쩌지’란 생각에 불안해했다. 실제로 몇 번은 빼앗겼고, 이는 실점으로 이어지는 빌미가 됐다. 쉴 새 없이 돌리다가 결국 골키퍼한테까지 공이 가곤 했다. 더 이상 줄 곳이 없는 골키퍼는 ‘아무나 받아라’는 식의 ‘뻥 축구’로 내몰렸다. 그렇게 한국은 경기 내내 무기력하게 끌려 다녔다. “자신과 축구를 하는 것이냐”는 비판 속에 백패스는 한국의 자화상이 됐다.
물론 백패스도 순기능이 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흐트러진 전열을 가다듬고,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필요할 때도 있다. 90분, 길게는 120분 간 이어지는 혈투에서 어찌 앞으로 나아가기만 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축구는 궁극적으로 전진해야 한다. 아니면 골은커녕 기회조차 나올 수 없다. 백패스의 본질은 ‘책임 전가’와 ‘두려움’이다. 공을 갖고 뚫고 나갈 자신이 없으니 다른 선수에게 넘겨버리는 것이다. 엉거주춤하는 사이 어딘가에서 일은 터지고 만다.
축구뿐일까. 사회 곳곳에서 백패스가 난무한다. 국회에서, 법원에서, 집회·시위에서 걸핏하면 백패스를 남용하며 결정을 지연하고 책임을 누군가에게 떠넘긴다. 함께 벽을 뚫고 전진해야 한다는 의지보단, ‘나만 아니면 돼’라는 생각에 팽배해 있는 모습이다. 폭탄 돌리기 속에서 마지못해 폭탄을 받아든 자는 온갖 궤변으로 점철된 뻥 축구로 마무리한다. 그래도 누군가는 전진패스를 해야 되지 않겠냐고 ‘책임’ 운운하는 게 이젠 순진하고 허망해 보일 지경이다. 사회가 너무 매정해진 탓도 있다. 스트레스가 많고 잔뜩 화가 나 있다. 전진패스를 시도하려다가 실수하거나 공을 빼앗기면 안 하느니만 못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한국 사회의 백패스는 습관성이 돼 고치기도 어려워 보인다. 모두가 이러면 곤란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다.
이번 아시안컵 결과를 두고 또 지루한 책임 공방이 이어질 것이다. 한국의 백패스는 계속되고 있다.
박강현 기자
hotsun
2024.02.08 06:36:07
이 백패스의 고질병은 아마도 죽어야 고칠듯. 정말 경기시간 내내 화가 치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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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S
2024.02.08 06:23:34
못이겨도 된다. 과감한 슛을 원한다. 슛을 해야 골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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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좀도
2024.02.08 06:02:54
남 탓하는 사회는 발전이 없다. 축구가 딱 그렇다. 내 탓이란 책임 의식 무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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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가네
2024.02.08 07:07:15
앞으로 축구대표팀 수비진이 백패스하며는 무조건 대표팀에서 제명시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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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세우자
2024.02.08 07:34:57
백패스를 즐기는것들이 무슨 국대냐? 저기 백패스 남발하던 선수들 다시는 국대로 선발않토록 본보기로 삼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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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박사
2024.02.08 07:27:36
박강현 기자의 시각, 우리 사회의 무책임 백패스에 비유하는 게 정말 그렇네요. 박기자, 저널의 촉이 날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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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배
2024.02.08 06:42:24
적절한 기사. 나도 백패스가 습관화되어 있지 않은지 한번 되돌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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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sun
2024.02.08 06:40:59
뒷배경에 좌파 차범근 있는거 아닌가? 카메라가 클린스만 비출때 옆에 앉아있는 무식한 차두리는 거기 왜있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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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사냥
2024.02.08 07:29:39
나한테 공이 오면 어쩌나 하면서 공을 무슨 폭탄 돌리기 하듯 아무 생각없이 차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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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아재
2024.02.08 07:28:52
빽패스 금지법 만들어야 한국 축구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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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북극한파
2024.02.08 06:52:25
백패스만 배웠나 너무 남발하더라. 전방 침투하는 패스를 계속 때렸으면 한 두번은 뚫고 슛을 날 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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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06
2024.02.08 06:41:58
선수가 공을 피하고싶은 거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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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시인
2024.02.08 06:27:56
무능한 정몽규를 당장 퇴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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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ee
2024.02.08 07:20:01
일류선수 갖고 동네 뻥축구 했으니 4강도 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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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심가득
2024.02.08 08:16:52
글쿤. 생활루틴 깨지지 않기 위해서 보지 않았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네. 평소 백패스하는걸 정말 싫어하는 내가 봤으면 스트레스지수 만땅이었겠다. 승부는 이길수도 질수도 있지만 잘할려고 노력하다 지는것과 공격다운 공격도 못하고 자멸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어제 경기가 후자였다는거지? 근데 이게 과연 감독의 탓일까? 백패스를 지시했을까? 그렇지 않았는데도 선수들이 했다면 과연 그건 감독의 무능탓일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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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안이
2024.02.08 07:54:55
백패스 모두가 가해자가 아니겠나 자신은 책임없다는 거지 ㅋㅋㅋㅋ 나의 사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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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사냥꾼
2024.02.08 09:10:06
전술적이 아닌 무의미한 백패스를 하는 선수는 국대에서 방출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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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봉이
2024.02.08 08:39:51
한국사회 문제의 정곡을 찌르는 최고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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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car
2024.02.08 08:11:37
이 기사가 지적한 한국축구의 백패스는 책임전가와 두려움이다. 오래된 나쁜 잘못된 전통이다. 앞으로 백패스하는 선수는 퇴출시켜야 한다. 그래야 전진공격하는 축구가 될 것이다. 순기능이 아니라 무조건 역기능이라고 정의해야 한다. 그리고 뛰지 않는 축구를 한다. 체력이 약하고 몸을 사린다. 이런 자들이 무슨 국가대표인가. 몸싸움에서 지고도 자빠지며 심판만 쳐다본다. 앞으로 이런 선수도 그 자리에서 당장 퇴출시켜야 한다. 히딩크처럼 선수들을 경쟁시키지 않기 때문이고 체력훈련을 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약골들만 모였으니 결과는 뻔한 것이다. 선수 선발에는 항상 해병대 유격훈련시험에 합격한 자들만 선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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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wolf
2024.02.08 07:35:27
문과 찢이 만든 썩어버린 정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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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v8
2024.02.08 09:20:19
국제경기에 지고나서 퍼부어대는 글은 관심도 없고 읽지도 않는데, 이 글은 공감할 수 밖에 없고 책임전가와 두려움에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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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역정
2024.02.08 08:51:47
백패스는 누가 뭐라 해도 비겁한 책임전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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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산 찢
2024.02.08 08:43:15
옳은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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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F.TwoR
2024.02.08 08:19:49
축구 강국을 봐라. 네이마르, 메시, 호나우도가 백패스하는 것봤냐? 도대체 백패스는 왜하는 거야? 한국축구는 걸핏하면 백패스. 골키퍼가 골을 막는 선수지 백패스 받아서 전달해주는 메신저냐? 백패스가 근절되지 않는 이상 한국축구의 발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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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테
2024.02.08 08:14:54
김경률 이수정의 백패스가 뼈아프다 방치한 한동훈의 아마추언쉽이 한몫했지만 이젠 아둔한 짓 그만하고 전진만 있을뿐이다 빌드업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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