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게임 대장주’ 됐지만… 장병규 앞에 놓인 ‘3가지 과제’
공모가 고평가 논란…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크게 하락
배틀그라운드 의존도 커, 장병규 “다양한 형태로 확장”
직장내 괴롭힘 불거져 “위중한 상황 인지… 끝까지 해결”
크래프톤의 창업자인 장병규 이사회 의장이 지난달 26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유가증권시장 상장 후 사업 계획 등을 발표하고 있다. 크래프톤 제공
“KAIST 2학년 전공 선택 시점에 재능 부족을 느껴 좋아하던 수학을 선택하지 못했다. 차선으로 전산학과를 선택하면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익히고 창업의 길을 걷게 됐다.”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제작사 크래프톤의 창업자 장병규 이사회 의장(48)은 자신의 저서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우게 된 계기를 이같이 설명했다.
‘최선의 길’이 아닌 차선책이었지만 그는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정보기술(IT) 기업 창업으로 ‘3전 3승’의 성공신화를 썼다. 인터넷 커뮤니티 서비스 ‘세이클럽’을 보유한 네오위즈를 키워 코스닥 시장에 상장시켰고, 뒤이어 창업한 검색 기술 스타트업 ‘첫눈’은 2006년 NHN(현 네이버)에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현 정부에선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며 업계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2007년 창업한 크래프톤은 10일 주식시장에 데뷔하며 단숨에 ‘게임 대장주’ 자리에 올랐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시초가보다 1.23%(5500원) 오른 45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22조1997억 원으로, 엔씨소프트(17조8925억 원)를 제치고 게임업계 시총 1위에 올랐다.
하지만 크래프톤의 데뷔 성적은 앞서 증시에 입성한 공모주 ‘대어’들에 비해 아쉬워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모가인 49만8000원보다 9.94% 낮은 가격으로 시작한 크래프톤은 장 초반 다시 10% 넘게 급락하며 주가가 40만5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크래프톤은 2017년 출시해 전 세계적으로 PC 및 콘솔에서 7500만 장 이상을 판매한 대표작 ‘배틀그라운드’로 잘 알려진 회사다. 지난해 매출 1조6704억 원, 영업이익 7739억 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53.6%, 115.4% 증가했다.
향후 크래프톤의 주가 전망은 엇갈린다. 크래프톤의 목표주가로 72만 원을 제시한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9월 이후 출시를 앞둔 ‘배틀그라운드―뉴스테이트’의 사전 예약만 4000만 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신작에 대한 관심이 크다”며 “향후 주가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는 “특히 스마트폰 및 인터넷 보급 확대로 인도, 동남아 시장에서 성장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대표 게임인 배틀그라운드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설령 앞으로 크래프톤이 출시하는 신작이 흥행한다고 가정하더라도 현재의 기업 가치는 유지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크래프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배틀그라운드를 포함한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영상, 웹툰, 웹소설 등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프로젝트인 ‘펍지 유니버스’에 주력하고 있다. 장 의장은 지난달 26일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게임이라는 가장 강력한 미디어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강조했다.
회사 내부에서 불거진 ‘직장 내 괴롭힘’ 논란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 사건은 크래프톤 직원 1명이 상급자로부터 지속해서 야근 강요, 폭언 등을 당했다며 6월 회사 인사팀에 신고하고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면서 알려졌다.
장 의장은 최근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이사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피해자와 주변 직원 등을 면담하는 등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장 의장을 포함한 회사 경영진 모두가 위중한 상황으로 인지하고 있다”며 “공정한 해결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박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