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직장(딸기탐탐) 24-21, 성훈 씨가 잘할 수 있는 일
9월 19일 목요일.
새로운 일을 맡았다.
전성훈 씨가 출근하니 강신열 사장님이 계셨다.
추석 연휴 전까지 바쁘게 하던 모종 옮기는 일은 이제 끝난 듯해서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여쭈었다.
사장님이 전성훈 씨를 사무실로 안내했다.
“자, 신발 벗고 들어오시면 돼요. 잠깐만 기다려요.”
열려 있던 창을 닫고 에어컨을 켠다.
실내는 아직 더운 기운이 있는 데다 사무실 안까지 들어와 있으니 후덥지근하다.
사장님이 얼른 살펴 주신 것이다.
“여기 바구니 있죠? 바구니에 스티로폼 패드를 까는 거예요.
스티로폼은 이쪽에 있는데 잘라서 넣으면 돼요.
너무 딱 맞게 자르기보다는 약간 여유 있게 해서 벽면을 살짝씩 덮게 하면 좋아요.”
“네에. 네에.”
딸기탐탐에서 처음 했던 일이 스티로폼 패드를 빼서 버리고 바구니를 씻는 작업이었는데,
이제 바구니에 스티로폼 패드를 잘라 넣는다.
이전 일을 마무리하고 새 일을 준비하는 시기라는 것을 실감한다.
몇 번 거듭해 좋은 방법을 찾았다.
전성훈 씨가 적절한 크기로 자르는 걸 어려워했다.
반듯하게 잘리지 않거나 너무 크거나 작아 꼭 맞지 않았다.
그래서 패드 자르는 일은 내가 돕기로 했다.
대신 전성훈 씨는 패드를 깔아야 하는 바구니를 담기 좋게 이쪽으로 가지고 온다.
패드가 준비되는 동안 전성훈 씨는 바구니를 옮기고 잠깐 쉰다.
바구니 한 줄 깔 수 있겠다 싶을 만큼 패드가 모이면 전성훈 씨에게 하나씩 건넨다.
전성훈 씨가 패드를 바구니에 맞춰 넣는다.
완성된 바구니는 옆으로 옮긴다.
아래에 비어 있는 새 바구니가 보인다.
다시 패드 하나를 집어 전성훈 씨에게 건넨다.
전성훈 씨가 받아서 새 바구니에 깔아 완성한다.
9월 23일 월요일.
출근해서 지난번과 같은 일을 했다.
전성훈 씨가 출근했을 때 대표님과 사장님이 계시지 않아 눈치껏 이어서 작업했다.
도중에 뵙고 인사드렸다.
이후로는 퇴근할 때까지 안심하고 편하게 일했다.
9월 26일 목요일.
전성훈 씨가 출근하니 김혜진 대표님이 계셨다.
인사드리고 오늘은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여쭈었다.
대표님이 생각해 둔 게 있는 듯 바로 설명해 주셨다.
“오늘은 숫자를 쓰면 돼요. 성훈 씨가 잘할 수 있는 일 같아요. 성훈 씨 글 잘 쓰죠?
그때 이력서도 직접 썼다고 들었어요.”
“네에. 네에.”
“여기 성훈 씨가 패드 깔아 둔 바구니가 있잖아요. 여기에 숫자로 ‘35’를 쓰면 돼요.
할 수 있겠죠? 한번 해 볼래요?”
“네에. 네에.”
대표님이 숫자 쓸 위치를 짚어 알려 주었다.
35는 여러 농장 가운데 딸기탐탐을 의미하는 숫자인가 싶다.
전성훈 씨가 자신 있게 쓴다.
글 쓰고 읽는 건 전성훈 씨가 잘하는 일이고 자신 있어 하는 일인데, 대표님이 알고 부탁하니 선뜻 응했다.
펜이 잘 나오지 않을 때 흔들고 다시 쓰면 잘 나온다는 것과
아직 끝이 아니라 여기 있는 것까지 해야 한다는 것 정도를 알렸다.
그밖에는 거들 일이 없었다.
아래에 깔린 바구니에 숫자를 쓰기에는 영 자세가 나오지 않아 염려했는데,
아예 바닥에 엎드리듯 숙여 쓴다.
전성훈 씨가 여기 출근한 날 가운데 동행한 사회사업가가 가장 한가로운 날이다.
좋은 일 하나 더.
세 번째 일당으로 5만 원을 받았다.
연휴 전, 땀 흘리며 모종 옮긴 일에 대한 대가인 듯했다.
김혜진 대표님이 전성훈 씨가 할 만한 일을 궁리하고 제안하니 감사하다.
전성훈 씨가 직장에서 직원으로 김혜진 대표님과 함께하니 좋다.
2024년 9월 26일 목요일, 정진호
새로운 업무들도 척척. 고생하셨습니다. 신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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