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가족카톡으로 서울 사는 둘짜딸아이로부터 문자가 들어왔다.
"엄마아빠~ 혹시 집에 손바닥만한 작은 경찰차 보이나요? 변신로봇 경찰차
준우가 저번에 부산 놔두고 왔어요"
그렇찮아도 작은 장난감 자동차가 보이길래 주워서 TV 옆에 올려두고 있던
참이었다. 사진으로 찍어 보냈더니, 두고 간 것이 맞다고 했다.
지난달 16일 내 생일이라고 식구들이 모일 때 외손자까지 데리고 내려왔다가
올라가면서 놔 두고 간 것이다. 작년에 서울에 올라갔을 때 외손자는 세살이었는데
이 할애비와 놀면서 내 머리를 보더니, "외할아버지 왜 머리가 없어요?" 하면서
의아해 하였다. "얘야 이 할애비는 아직 세근이 안나서 그렇단다" 그랬더니 더 이상
내 대머리를 두고 문제 삼지 않았다.
집에 가면 거실이 온통 책과 장난감이다. 사내 아이가 돼서 그런지 주로 자동차를
갖고 논다. 그림책을 봐서 그런지 자동차 종류도 다 알고 길거리에 다니는 외제차
이름도 다 알아맞힐 정도다. 그런데 애지중지하던 경찰 자동차를 외갓집에 왔다가
깜박 잊고 올라갈 때 챙기지 못했던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경찰이라 해도 아무도
무서워 하지 않는다.
우리가 어릴 때는, 아이들이 울거나 짤때는 겁을 주려고 "저기 순사 온다"고 했다.
경찰이라는 말보다 칼 차고 다니는 왜정시대의 일본 순사를 지칭한 것이다.
당시엔 호랑이보다도 더 무서운 게 왜놈 순사였다. 또 거기에 빌붙어 권력을 행사하던
놈이 옛날 70년 인기드리마 '여로'에 나오는 김달중 깉은 끄나풀들이었다.
나는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랐으므로 돈을 주고 장난감을 사 본 적이 없었다. 유리 구슬도
없어서 찰흙을 떼어와 손으로 돌돌 말아 구슬로 만들어 햇볕에 말렸다가 친구들끼리
구슬치기를 하였다. 종이도 귀했지만 다 쓴 공책등을 찢어 뙈기를 만들었고, 소나무나
대나무를 베어다가 활도 만들고 스케이트도 만들고 구루마도 만들었다. 지금으로 보면
DIY (Do It Yourself)의 원조로 보아도 될법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