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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AK-47(칼라시니코프 자동소총)
7.62mm 칼라시니코프 자동소총-47(7,62-мм автомат Калашникова-47; 7.62mm Automatic Kalashnikov-1947), 줄여서 AK-47은 미하일 칼라시니코프가 설계한 소련군의 제식 소총이다. GRAU 코드명은 56-А-212이다.
동구권의 대표적인 돌격소총(Assault rifle)이며, 동구권과 대립하던 서구권의 M16 소총 계열과 함께, 이후 개발된 수 많은 소총에 영향을 주었다. 이전 시대의 소총과 달리 보다 작은 7.62×39mm탄을 사용하여 사격시의 반동을 줄여 자동 사격시의 명중률을 높인 것이 특징. 롱 스트로크 가스 피스톤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무게는 탄창 포함 약 4.8kg이라서 조금 무거운 편. 후속 모델로 더 작은 구경의 5.45mm 탄약을 쓰면서 구조는 거의 동일한 AK-74가 존재한다.
AK-47은 AR계열의 플라스틱이 아닌 나무를 사용한 튼튼한 내구성과 단순한 설계 덕분에 온갖 극한 상황에서도 잘 작동하는 놀라운 신뢰성을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런 AK-47의 신뢰도는 AR 계열의 낮은 신뢰도 루머와 엮이며 지나치게 고평가된 신화라는 점이 있는데 AK-47 이후 나온 다른 롱스트로크 가스피스톤 방식 총기들도 이 정도 신뢰성은 발휘할 수 있다. AK가 롱 스트로크 피스톤 방식의 이점을 극대화한 것 말고도 여타 자잘한 부분에서 단순하게 설계돼 온갖 적대 환경에서 버티기에 조금 더 좋은 점이 있기는 하지만, 말 그대로 '조금'이다.
냉전 도중 소련이 닥치는 대로 뿌리고 면허 생산을 남발한 결과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총이 되었다. AK 시리즈의 생산량은 AK-47의 약 75만 정을 포함, 현재 1억 정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엄밀히 따지면, AKM 등장 이전에 툴라 조병창에서 생산하던 초기형들만을 AK-47이라고 부르는 게 옳지만, 각종 후속작 부터 해외에서 생산된 버전을 일일이 구분하지 않고 전부 AK-47이라고 묶어 부르는 경우가 많다. 서방권에서도 AK시리즈 전반을 묶어 AK-47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고 종주국인 러시아에서도 AK시리즈 총기를 그냥 제작자의 이름을 따 칼라슈니코프(보통 줄여서 칼라시)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본 문서도 AK-47과 함께 AK시리즈 전반에 대해 다루는 부분이 많으니 참고. 진짜 AK-47은 최대 74년된 고전 무기다. 이정도면 거의 가보수준이고 녹슬어서 자연스럽게 버리게 된다.
AK-46. 1946년에 만들어진 AK-47 프로토타입. 놀랍게도 분해하는 방법이 AR-15와 PPSh-41과 같은 방식이다.
AK-47의 초기형. 지금의 AK-47하고는 핸드가드의 모양이 약간 다르다. 1947년에 만들어진 Type 1보다 더 일찍 만들어졌다.
그리고 밑에 있는 타입 1, 2, 3는 후대에서 편의상 분류를 한것이지 소련군에서는 정식으로 쓰이지 않는 네이밍이다.
AK-47 Type 1. 정확히 말하면 제식채용된 1949년부터 생산된 '타입1'. 절삭가공이 아닌 프레스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1949년부터 1951년까지 만들어졌으며 현재 이 타입 1은 매우 희귀한 모델이 되었다. 이 버전은 소련의 그 당시의 저열한 프레스 가공방식 덕분에 AK-47에 걸맞은 무식한 내구성이 아닌 자주 고장나는 총이다.
AK-47 Type 2. 1951~1954년까지 생산된 '타입2'. 절삭가공으로 양산되기 시작했다. 총기의 부식을 막기 위해 총열과 약실부분을 크롬도강으로 만들어졌다. 개머리판과 리시버사이의 커다란 금속부품이 특징이다.
AK-47 Type 3. 1954~1959년까지 생산된 '타입3'. 타입2와 마찬가지로 절삭가공으로 만들어졌고 무게가 탄창 없이 3.4~3.8kg 로 많이 가벼워졌다. 민무늬가 아닌 요철 선이 있는 탄창도 이 시기부터 생산된 걸로 추정된다.
AK의 베리에이션 중 S(Складной; Skladnoy, 접이식)가 붙은 것은 접이식 개머리판을 사용하는 모델이다. 주로 특수부대나 공수부대, 전차병들이 사용하였다. GRAU 코드명은 56-А-212М(56-A-212M).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 대통령 전용 금삐까 AKMS가 노획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사진의 것은 AKMS가 아니라 이라크판 AKS-47인 TAR(Tabuk Assault Rifle)이다. 18k 금장 모델로, 후세인이 국빈용 선물로 제작한 것이다. 물론 AK의 피가 흐르는 건 사실이지만. 웹을 좀 뒤져보면 이 금장 TAR들을 들고 포즈를 취한 이라크 파병 한국군 장교들의 사진도 발견할 수 있다. 이 총과는 별개로 후세인의 궁전에서 순금으로 도금된 AKMS가 발견되기도 했다.
사실 AK-47은 본가인 소련에서는 1960년 이전에 생산이 중지되었고 현재 AK-47이라 불리는 것의 대부분은 1959년 이후에 나온 AKM이다.
80년대까지 생산되었는데 그 수량은 AK-47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하지만 베트남전과 중국제 카피판으로 인해 AK-47이 워낙 유명한 탓에 이후에 나온 AKM도 AK-47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AKM은 AK-47과 완전히 다른건 아닌 개량형 수준이다. 간단히 말해 AK-47은 절삭 가공으로 만들어졌고 AKM은 프레스 가공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보면 된다. 큰 개선점은 일단 통짜 쇠를 '깎아서' 만들던 AK-47에 비해 프레스 방식이 소재 절약과 생산시간이 크게 유리했으며 그 덕에 무게도 가벼워졌다. 개머리판 끝부분도 약간 안쪽으로 굽은 AK-47과 달리 일자로 되어 있는데다가 무게가 가벼워졌음에도 제대로 된 머즐 브레이크가 달려 가벼움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반동은 줄고 조준 유지가 쉽다. 그 덕분에 총구 부분을 보면 AK-47과 달리 사선으로 깎인 AKM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무게도 대략 1.2kg을 줄였다. 또한 우드 핸드가드에 툭 튀어나온 부분이 있다.
AK-74M을 바탕으로 만든 7.62mm탄 버전. 기존 철제, 목제 부품을 폴리머로 교체하면서 무게를 3.4kg까지 줄였고 장착이 가능한 총기 액세서리도 늘어났다. 접이식 개머리판, 손에 맞는 핸드가드 등을 장착하여 사용 편의성을 늘렸고, 크롬 도금된 총열에 머즐 브레이크를 장착하여 AK-47보다 명중률이 훨씬 뛰어나고참조 내구력도 훨씬 늘어났다.(아래 AK-103과 AK-47 연사 테스트 영상 참조) 러시아군 일부와 기존 AK를 사용하던 국가에서 많이 사용한다. 바리에이션으로 피카티니 레일 적용형인 AK-103-3과 단축형인 AK-104도 있다.
테러와의 전쟁을 겪으며 여러나라의 특수부대나 PMC등에서도 AK 소총에 대한 관심과 활용이 늘어남에 따라 이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기존 칼라쉬니코프 소총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택티컬 액세서리가 나오고 있다. 거의 M4 못지 않은 수준. 그래서 민간 회사에서 AK 소총용 택티컬 액세서리를 만들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제니트사가 대표적인 러시아의 택티컬 액세서리 제조사이며, 미국의 크렙스사와 이스라엘에서도 택티컬 액세서리를 생산한다. 주로 손 보는 부분을 살펴보면...
기존 소련식 사이드 마운트에 장착하기도 하지만, 핸드가드를 활용하여 리시버 부분까지 피카티니 레일을 연장해 장착하기도 한다. 혹은 기존의 상부 리시버는 사격시 진동이 심하기 때문에 상부 리시버의 장착 방식을 개선하고 리시버에 레일을 깔기도 한다.
조정간 교체. 기존엔 조정간을 조작하기 위해 권총 손잡이를 놓아야 했지만, 조정간에 손가락 걸개를 추가해 권총 손잡이를 놓지 않고 검지로 조작이 가능하다. 심지어 노리쇠 후퇴 고정이 가능하도록 홈을 파놓은 조정간도 있다.
장전 손잡이 개선. 기존의 장전 손잡이 역시 교범상으로는 권총 손잡이를 쥐고 있는 오른손으로 조작하도록 되어 있지만, 조금이라도 빠른 장전을 위해 미국 등의 민간 전술 교관들은 왼손으로 장전하도록 교육시킨다. 이러한 사용자를 위해 장전 손잡이를 위쪽으로 연장해 왼손을 이용한 장전을 편하게 만들거나 아예 왼쪽에도 장전 손잡이를 추가하기도 한다.
소염기 교체. 기존 AKM의 반동 제어기는 야간에 큰 섬광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AK-74식이나 AR식 등 새로운 소염기로 대체한다.
개머리판 교체. M4의 것과 동일한 형식의 조절식 개머리판이 가장 흔하며 조절식이나 스켈레톤 타입에 접기까지 가능한 개머리판도 있다.
권총 손잡이 교체. 더 인체공학적인 권총손잡이로 교체한다.
탄창 멈치 교체. 장갑을 낀 상태에서도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대형화하거나 아예 권총손잡이를 쥔 손으로 손가락만 뻗어 조작할 수 있도록 연장된 멈치를 쓰기도 한다.
AK 계열의 악세사리가 많이 늘어나고, 시대가 점차 바뀌면서 AK종류의 소총들도 정규군 특수부대들에게 자주 쓰이게 되자 전술 재장전, 신속 재장전 등과 같은 많은 장전법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참고로 사진에 나온 수직손잡이는 편집으로 잘려진게 아니라 실제로 저런 모양으로 나온 것이다. 일반적으로 밀리터리 지식이 없는 일반인 입장에서 저게 무슨 손잡이 기능을 하는가? 하고 의문을 갖겠지만 저건 손날을 받쳐주는 형태의 손잡이로 파지할때 총열몸통과 손잡이 중간에 손을 껴서 잡는 방식이다. 정확한 자세는 밑 항목에 있는 유튜브 동영상 후반부를 보면 알 수 있다. 게다가 후술하겠지만 탄창을 삽탄할 때 앞으로 기울이고 삽탄해야 하기 때문에 GP-25같은 유탄발사기의 권총손잡이도 유난히 짧을 수 밖에 없다. 아예 45도 각도로 비틀어지게 만들어서 탄창의 왕복 범위에 손잡이가 벗어나도록 만든 것들도 많다. RK-1 포어 그립이 대표적.
러시아에서 알파 그룹의 AK를 보고 래리 빅커스가 가장 비슷하게 만든 것. 자세히 보면 레일에 케이블 타이가 감겨져있는 등 영상속에서도 밝히듯 가장 비슷하게 재현한 것일 뿐 완벽하게 재현한것은 아니다.
AK 시리즈의 최신 버전인 AK-12 시리즈 중 7.62×39mm 탄환 사용 총기로, 러시아의 차세대 제식소총이다. 피카티니 레일이 처음부터 적용되어 있어서 별도의 마운트 추가장착을 안해도 악세사리 장착이 가능하며, 인체공학적 설계 덕분에 다루기 편하고 반동제어가 안정적이다.
기존 AK 시리즈들과 달리 냉간단조로 제작된 프리플로팅 배럴, 개량된 가스블록 등이 적용되어 전체적인 성능이 상승하였다고 한다. 아래 서술되어 있듯 AK-47은 구조적인 문제로 위에 서술한 택티컬 AK 처럼 억지로 악세사리를 확장시키면 문제가 많기 때문에 AK-15는 이런 면에서 자유로워서 악세사리 달기가 좋다.
소련군은 1차 세계대전 전후로 표도로프 자동소총이나 AVS-36 같은 자동소총을 개발할 정도로 보병용 자동소총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돌격소총에 가까운 물건들도 몇 만들어보려고 시도한 바가 있었다. 그러나 실제 돌격소총을 양산하지는 않았는데, 1942년 독일군에게서 MKB42를 노획한 후로 당시의 일반 소총탄보다 약한 탄약을 사용하는 돌격소총의 필요성을 깨닫고 개발을 시작하게 된다.
소련군은 1943년에 AK-47이 사용하게 될 7.62×39mm탄을 만들고 이 탄약을 사용하는 4종류의 총기를 계획했는데, 각각 반자동 소총, 분대 경기관총, 돌격소총, 볼트액션 소총이었으며 마지막의 볼트액션 소총은 반자동 소총보다 비효율적이란 이유로 실제로 만들어지지 않았으나 나머지 셋은 각각 SKS, RPD, AK-47로 실제로 채택되게 되었다. 그러나 소련은 당시에는 신규 탄약과 총기를 생산할 여력이 없었기에 전쟁 후에야 이들 신규 총기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려고 하기 시작했고 AK-47의 탄생으로 이어지게 된다.
AK-47의 개발을 총괄한 인물은 미하일 칼라시니코프(Михаил Калашников / Mikhail Kalashinikov)였다. 총의 이름 자체가 자동소총 칼라시니코프(Avtomat Kalashnikov)의 앞글자에 채용년도인 47을 붙인 것으로, 채택 당시 제출되었던 다른 총들에도 설계자의 이름과 연도가 붙었다. 칼라시니코프는 원래 전차병이었으나 전투 중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독일군의 MP40에 자극받아 전차병들을 위한 기관단총을 설계했다. 칼라시니코프가 디자인한 기관단총은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한데다 때마침 PPSh-41이라는 걸출한 기관단총이 나와서 채택되지는 않았으나, 소련군은 칼라시니코프의 가치를 알아보고 총기 개발부서로 전속시켰으며, 전쟁 이후에는 신규 돌격소총 개발에 참여하게 된다.
칼라시니코프의 프로토타입인 AK-46은 이름대로 1946년에 나왔다. 앞서 PPSh-41를 만든 슈파긴의 AS-44나 토카레프의 AT-44 등의 쟁쟁한 다른 총기 개발자들이 만든 각종 돌격소총 프로토타입들과 경쟁했는데, 불펍식 소총을 포함한 다양한 프로토타입들이 나왔으나 최종적으로 선택된 3종은 불킨의 AB-44와 디멘티예프의 AD-46, 그리고 AK-46이었다. 소련군에서는 세 소총 다 괜찮다고 평가했으나 문제점도 명확하다는 이유로 이들을 수정한 뒤 다시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이 소총들 전부다 a(automatic)가 앞에 붙고 제작자의 이니셜이 뒤에 붙은거 보면 그냥 쏘련식 특유의 단순한 작명법인듯 하다.
이후 칼라시니코프는 방아쇠 구조, 총몸 분해 방식부터 안전장치와 조정간의 형태, 롱스트로크 피스톤 방식 등 많은 부분들를 수정해서 AK-47을 만들어 내놓았다. 소련군은 AK-47이 연사시 명중율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기는 하였으나 칼라시니코프가 상대적으로 경력이 부족했기 때문인지 다른 두 총기 개발자보다 개선에 적극적이었던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고, 성능과 신뢰성에서도 다른 두 소총보다 훨씬 더 좋은 평가를 받아 역시 이름대로 1947년에 소련군의 제식 소총으로 채택되었다. 이후 1949년에는 양산에 들어간다.
얼핏 보기에는 둘이 비슷하게 생겼고 등장 시기도 비슷하므로 의외로 AK-47이 StG-44를 베꼈다는 인식이 좀 있었다.
한때 "1946년에 최초의 돌격소총인 독일의 MP44/StG44를 토대로 총으로 설계가 시작되었다. 당시 설계팀에 소련군에게 체포되어 끌려온 MP18과 StG44의 아버지 슈마이저가 기술고문으로 참여하고 있었고 설계는 소련군 하사관이었던 칼라시니코프가 이끄는 설계팀에서 이루어졌다...." 라고 알려졌었지만 냉전이 끝나고 소련이 붕괴되면서, 개발과정이 알려지고 설계자인 칼라시니코프와도 서방언론들과 접촉이 가능하게되자 AK-47이 StG44를 기초로 했다는건 전혀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오히려 독일이 소련의 가스피스톤 방식을 카피한게 돌고돌아 돌아온 셈이다.
칼라시니코프 본인도 StG44를 토대로 만들었다는 걸 부정하고 있다. 실제 칼라시니코프가 총기 개발을 시작하게 된 동기도 StG44가 아니라 MP40을 보고 만들게 된 것이며 구조 또한 틸팅볼트를 쓰는 StG44가 아닌 미국제 M1 개런드와 M1 카빈을 참고하여 롱스트로크-회전볼트 방식으로 만든 것이다.
흔히 총기의 외양만 보고 유사성을 판단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총이란 건 사람이 쓰기 편한 형태여야 하다보니 만들다 보면 수렴진화로서 형태가 비슷해지는 일이 흔하다. 총기의 설계에 있어서 차이점을 보려면 전반적인 외형보다는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내부구조를 봐야 하며, 이 구조와 연관된 장전손잡이, 조정간 등의 부품이 겉으로 어떤 형태로 드러나는지를 주목하는 게 좋다.
실제로 AK-47의 구조로 해당 총기를 찬찬히 살펴보면 해도 탄약과 설계 사상만 빼면 딱히 카피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없다. AK-47과 StG44는 설계사상은 거의 일치하지만, 외부 형태는 곰곰히 따져보면 상당히 다르고 공이치기, 방아쇠, 안전장치, 노리쇠나 가스피스톤 등 구조상 베꼈다 할 만한 부분은 사실상 없다. AK는 외양만 놓고 보자면 존 브라우닝의 모델 8을 더 많이 닮았다.
'난 독일놈들 것을 베끼진 않았다!' 이라는 자존심 때문에 부정했다고 하기에는 소련의 라이벌이었던 미국의 무기를 참조했다는 것도 자존심 문제에서 별반 다르지 않고, 소련의 군사기술 연구는 그러한 존재의 상징성보다는 철저한 실용성과 사용 상황을 우선시하였다. 단순한 자존심 문제로 거부했다고 보기도 힘들다. 래리 커해너의 책에 따르면 애초에 칼라시니코프는 전문 총기설계사 출신이 아니라서 '그건 여기서 발명된게 아니다' 이런 강박증이 없는 사람이고 심오하고 독창적인 물건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작동하는 실용적인 무기를 개발하고자 했다.
그덕에 검증된 기술로 걸작을 만들어 냈다. 또한 앞선 인터뷰에서 보듯 만들게 된 계기가 MP44가 아니라 MP40이라고 밝혔고, 러시아는 StG가 나오기 전에 AVS-36, 페도로프 자동소총 등의 자동소총을 이미 만든 적도 있으므로 AK가 StG44를 베꼈다는 건 근거 없는 주장이다. 또한 AK의 개발이 같은 탄약을 쓰는 다른 총기들과 동시에 이루어졌다는 것만 봐도 기관단총과 유사하게 소총을 보조하는 자동화기로서 개발된 것이라 마우저 소총을 대체하는 개념으로서 개발된 StG와 개념상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링크한글자막
또한 슈마이저가 기술고문인것이 자료 공개로 드러나긴 했는데, 사실 슈마이저는 이 시점에서 60대 노인인데다가 소련에 별로 협력할 생각도 없었다. 게다가 그가 있었던 곳은 이제프스크로서 칼라시코프가 AK를 설계한 코브로프와는 1천 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었다. 이제프크스는 AK-47의 초기 물량이 양산된 곳이었고 소련은 슈마이저를 설계자보다는 관리자에 더 적합한 인물로 보고 있어서 설계상 관련된 일은 없었다.
광범위하게 채용되는 이유
AK는 가장 광범위하게 보급된 총기 시리즈다. AK에 비견되는 소총으로 AR-15, H&K G3, FN FAL 등이 언급되지만, 이들은 대부분 제1세계 선진국에 한정되어서 보급되었다. 그리고 AK를 개발한 소련, 러시아조차도 AK를 능가하는 소총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AK의 설계철학은 "누구라도 몇 시간의 교육만으로 쉽게 조작할 수 있게 한다" 이다. 그래서 구조가 단순하고 부품수도 적다.
단순한 구조 덕분에 대량 생산이 용이하다. 독소전쟁 초반에 전쟁 전에 양성했던 병력을 깡그리 탕진하고 손실된 병력수를 만회하기 위해 민간인들을 무차별 징집하면서, 어제까지 시골에서 농사나 짓던 이반 동무, 오늘 아침만 해도 펜대 잡고 일하던 안톤 동무도 바로 다룰 수 있는 컨셉의 무기가 절실히 필요해졌다. 그러니 당연히 총기 정비 및 조작 교육에 적게 손이 가는 총을 선호했던 것이고, 이런 설계 사상 덕분에 이런 걸작 소총이 탄생한 셈이다.
이런 무기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은 소련(공산국가) 특유의 인민전쟁 개념이다. 즉, 소련은 건국 때부터 제국주의 세력이 사회주의 국가를 전복하기 위해 침략해 온다면, 나라의 주인인 전 인민이 남녀노소 모두 총을 들고 적과 싸운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조작이 간편하고, 생산이 용이하며, 가격이 저렴한 무기가 필요했는데, AK-47은 이런 전략의 결정체이다.
AK-47이 일반 대중의 의식에서마저도 혁명, 자유, 독재, 내전, 분쟁 등 2차대전 이후 다극화된 국제화 세계의 군사적 충돌 자체를 상징하게 된 점을 보면 일개 총으로서 냉전 이후 등장한 총기의 역사에서 독보적인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냉전기 소련의 제3세계 내 확장 정책에 따라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 전 세계에 뿌려진 AK-47은 적어도 중-단거리 내 보병간의 소규모 사격전에서 만큼은 게릴라, 테러리스트, 카르텔, 사병, 반군 등 국가 권력의 음지에서 무장했던 비정규전 세력들이 국가의 통제를 받는 경찰, 정규군과 잠시나마 비벼볼 수 있는 화력을 세계화시켰다. 애초에 테러리스트 3종 세트란 발상 자체가 왜 나왔는지 생각해 보자면 개인 무장으로 AK, 중화기로 RPG, 지원 차량으로 테크니컬이 제 3세계에 뿌려지기 전에는 이런 비정규, 비국가 (sub-state) 무장 세력들이 전투원들을 대량으로, 빠른 시간에, 싼 값으로, 음지에서 정규군과 어느 정도 비교할만한 화력을 제공할 무장이 딱히 없었다는 말도 된다.
단적으로 AK가 이런 게릴라전, 객관적 전력 열세 하에서 군사 분쟁의 패러다임을 완전 바꿔버리기 전인 양차대전기만 하더라도 1936년 파시스트 이탈리아 왕국이 에티오피아 제국을 침략했을 때 에티오피아측은 동네 사냥꾼들이 쓰던 전장식 화승총까지 꺼내 무장해야했다. 반면 수 십 년 뒤에 비슷하게 객관적 전력상으로 뚜렷하게 열세에 있었던 차드 공화국이 리비아의 침략을 받았을 때나, 프랑코 정권의 스페인국에 맞선 서사하라의 폴리사리오 전선은 이러한 테러리스트 3종 세트를 유감없이 잘 써먹어 열세 하의 전술적 균등함을 전략적 우위로 승화시킬 수 있었다.
좀 많이 과장을 섞어 말하자면 어쨌든 100 ~ 500m내 교전거리에선 2주 동안 어디 땅굴에서 기어다닌걸 훈련이라 퉁친 '베트콩 농민 녀성 동무'도 수년동안 나라에서 국민의 세금을 걷어 훈련시키고, 무장시키고, 밥먹이고, 재워주면서 키운 특수부대원이나 미군들 상대로 절대적인 화력 자체는 비등비등해서 순식간에 뿌린 다음 도망만 칠 수 있다면 싸움을 걸어 볼 만한 환경을 만든 것이다. 이런 소규모 단병전 차원에서나마 부분적으로 이루어진 화력의 평등은 하나둘씩 모여 20세기 중후반기에 들어서 부쩍 자국 내외 민간 사회의 여론과 전쟁 피로도에 민감해진 일반 국가, 심지어 열강의 정규군마저도 철군시키게 만들 만한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AK-47이 일개 재식 돌격소총 주제에 왜 그렇게 비디오 게임에서, AK-47 모양의 보드카병으로 대표되는 머천다이징에서, 거기에 모잠비크 국기 속 문양까지 냉전 이후 현대 사회의 대중 문화와 집단적 기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이유는 여기에 있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AK-47, AKM는 약 1억정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이건 정식으로 생산된 제품이고, 불법 복제 등으로 만들어진 것 까지 합치면 2억정 정도 존재한다고 추정된다. 현존하는 총기들의 5정 중 한 정은 이 AK인 셈이다. 그리고 냉전시대 당시 공산국가의 맹주격인 소련에서 생산한지라 거진 대부분의 공산권 국가에 보급되고 사용되었으며 아직까지 현역인 곳도 있는 만큼 그 신뢰성은 탄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