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열린우리당 김근태 당의장의 도전에 '친노(친노무현 대통령)직계'들의 반격이 거센듯 한 모양새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여당의 공세에 침묵하던 청와대가 돌변하면서 친노직계 의원들과 당 외곽의 친노 인사들도 노 대통령을 적극 감싸고 당권파를 향해 대반격을 시작했다.
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김 의장을 비난하는 글이 쇄도하면서 겉모양새는 친노그룹에 힘이 실리는 듯 하지만 이들이 처한 상황을 한 꺼풀 벗겨보면 사정은 전혀 다르다.
몇몇 친노직계 의원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여당내 상당수 의원들은 '제밥그릇 챙기기'에 바쁘다. 날개없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대통령과 당 지지율,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떠나간 민심에 이들은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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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내 친노직계 의원들이 대통령과의 결별을 통해 각자 제 살길을 준비하는 분위기다.ⓒ연합뉴스 |
이대론 다음 총선에서 당선이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져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에겐 청와대와 일부 친노그룹이 노 대통령을 옹호하고 반격하는 분위기가 달가울 리 없다.
몇몇 의원들은 당-청 갈등에 대한 관심은 접고 일찌감치 지역에 내려가 표밭 다지기에 여념이 없다고 한다. 지역에 내려가서도 대통령과 당 얘기는 일절 언급하려 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정가에선 친노직계로 분류되던 의원들의 발등에 떨어진 제1목표가 '친노직계'란 이미지 탈피라는 말까지 돈다.
5일자 동아일보는 친노직계인 열린당 초선의원의 변신과 친노그룹의 와해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친노직계의 초선의원은 "친노직계란 단어가 계속 붙어 다니면 재선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자신의 이름 앞에 따라다니는 '친노직계'란 수식어를 떼고싶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의 후보시절은 물론 대통령 당선 뒤에도 코너에 몰릴 때마다 친위대 역할을 자임했던 의원이라고 이 신문은 소개했다.
노무현 정부 초기 대통령정무비서관을 지낸 문학진 의원 역시 7·26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참패 뒤 "모든 문제의 근원이 대통령에게 있지 않은가라는 당내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친노직계 모임인 '국민참여연대'에 현역의원은 정청래 의원 단 한사람만 남았고 다른 친노 모임인 '참여정치 실천연대'는 모임 해체 방안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가의 한 소식통은 "정치하한기임에도 불구하고 열린당 의원들은 지역구 활동에 바쁘다"면서 "국회의원들의 최대관심사는 다음 총선에서 살아 남는 일인데 열린당 간판으로는 도저히 살아돌아오기 어렵다는 판단때문에 지역구 보살피기에 거의 죽기살기 수준"이라고 전했다.
지방출신의 한 열린당의원은 "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의장의 세겨루기에 관심갖기 보다는 지역구민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는 것이 내가 살 길이어서 휴가도 가지 못하고 지역 구석 구석을 누비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되자 한나라당 내에서도 여당 이탈자의 흡수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최근 여당 의원들과 접촉해봤다는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여당내 상당수가 당을 이탈하고 싶어한다"며 구체적으로 "호남에서도 4명이나 된다"고 분위기를 전했고 당 핵심관계자 역시 "도저히 그렇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는 사람들이 당을 떠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여당을 향해 "나가려면 당신들이 나가라"는 노 대통령의 말이 이들의 귀엔 실속없는 헛된 소리로 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