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직장(딸기탐탐) 24-26, 빗자루 자국
10월 7일 월요일.
지난날 나의 고백을 떠올렸다.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했다.
사람 돕는 일을 하면서 울 수 있어 좋고 웃을 수 있어 좋다.
여전히 그렇다.
‘언젠가 사회사업이 나를 울게 해서 좋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 믿음은 아직도 유효한 것인데,
여전히 울고 아직도 울게 만드는 이 일이 그래서 좋다고, 그래서 여전히 사람을 사람으로 보게 하는 거라고,
내가 흘리는 눈물에 사람을 향한 사랑의 마음이 담겨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2022년 9월 19일 월요일 일지」 발췌
‘다녀왔습니다. 요즘 전성훈 씨는 출근하면 비닐하우스 바닥 쓰는 일을 합니다.
모종 심으며 떨어진 흙을 쓸어 모아 버립니다. 같은 작업으로는 오늘이 네 번째입니다.
거듭 반복할수록 전성훈 씨가 일하는 방법을 찾아 가는 듯합니다. 그 과정에 함께하는 일이 즐겁습니다.
오늘은 서로 다른 통로에서 쓸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흙 모으는 통을 가지고 다니며 쓸고 있었습니다.
구간마다 모아 두고 쓰레받기 찾으러 시작점으로 돌아가는 길, 전성훈 씨가 있었던 곳 흙은 모두 치워져 있었습니다.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모아 둔 걸 알아서 치운 모양입니다.
비닐하우스 끝에서 끝까지 걸어가는 동안 가운데에만 모여 있는 흙을 보고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서른셋 청년, 할 수 있는 사람, 직장 출근…’을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고,
정말 그렇다고 말해 주는 것 같았거든요. 아주 기쁜 마음으로 자랑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동료에게 보낸 메시지
10월 10일 목요일.
오전 아홉 시에 출근했다.
비교적 한가로운 시기인 데다 아직 다른 분들이 일하기 전인지 농장이 한가로웠다.
휴대전화로 노래를 틀어 들으며 일한다.
저쪽 끝에서 묵묵히 쓸고 담고 쓸고 담는 전성훈 씨를 짧은 영상에 담았다.
허리를 숙였다 폈다 숙였다 폈다 한다.
10월 11일 금요일.
비닐하우스 바닥을 쓴 지 여섯 번째 되는 날.
일을 마치면 그날 사용한 청소 도구를 정리한다.
보기 좋게 한쪽 구석에 세워 두고, 사용한 장갑은 수돗가 빨랫줄에 널어 둔다.
통로를 지나는 길에 농장에서 일하는 분과 마주친다.
지금 딸기탐탐에는 전성훈 씨 말고도 두 분 정도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외국에서 오신 분들 같다.
전성훈 씨가 인사한다.
들릴 듯 말 듯 이야기해 저쪽에서 들었는지 모르겠다.
“수고요.”
10월 15일 화요일.
‘왼쪽, 가운데’, ‘왼쪽, 가운데’를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고랑과 고랑 사이 통로를 쓸고 지나간다.
한 줄 끝까지 마친 후에 돌아오면서 ‘오른쪽’을 쓸려고 했다.
‘어? 깨끗하다?’가 ‘오! 깨끗하다!’로 바뀐다.
전성훈 씨가 이미 쓸었다.
나는 입구에서 전성훈 씨는 반대편에서 출발해 각자 일하느라 몰랐다.
변화와 발전에 감사하다.
누구의 일인지 분명해져 간다.
10월 16일 수요일.
농장에서 쓰는 빗자루는 ‘학교 빗자루’처럼 결이 곱지 않다.
대신 눈 치울 때 쓰는 것처럼 솔이 빳빳한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다.
쓰레받기도 눈 치울 때 쓰는 것처럼 크고 둔탁하게 생겨
몇 번 반복하면 작은 먼지까지 담겨 올라가던 ‘학교 쓰레받기’와 좀 다르다.
그래서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마주하고 조심조심 쓸어도 도구가 맞닿는 지점에 일자로 빗자루 자국이 남게 된다.
빗자루 자국을 보면 전성훈 씨가 지나간 걸 알 수 있다.
전성훈 씨가 지나간 곳을 보면 빗자루 자국이 남아 있다.
퇴근하고 돌아와 샤워했다.
바닥에 드러누워 TV를 본다.
좋아 보여 조용히 문을 닫고 나온다.
이제 ‘고단함’도 전성훈 씨 것이다.
2024년 10월 16일 수요일, 정진호
사회사업가라서 흘리는 눈물이 있죠. 여러 눈물이 있죠. 부럽고 고맙습니다. 이렇게 기쁘고 즐겁게 사회사업하니 시설장으로서 기쁘고 즐겁습니다. 저에게 힘이 됩니다. 일을 마치고 방바닥에 드러누워 TV 보며 ‘고단함’을 씻는 성훈 씨처럼, 선생님의 기록을 읽으며 어느 사회사업가의 눈물과 기쁨을 마주하며 ‘저의 고단함’을 씻습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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