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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인 지난 5일 화천 산천어축제에서 참가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직접 잡은 산천어를 보고 즐거워하고 있다. 이날 하루 동안만 국내외 관광객 11만여명이 이곳을 찾았다. /화천=성형주 기자
매년 1월 강원도 화천군에서 '산천어 축제'가 열린다. 관광객들은 꽁꽁 언 강위에 서서 산천어를 잡는다.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하는 수많은 축제 가운데 하나지만 유독 많은 해외 언론이 보도하고 있다. 작년 한 해만 24개 나라·100여개 매체가 산천어 축제를 다뤘고, 외국인 관광객 약 3만명이 이곳을 찾았다. 강원발전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이 축제가 가져온 직접 경제효과는 98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1년 세계 7대 겨울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라고 소개된 적도 있다. 도대체 왜 한적한 시골 자락에서 벌어지는 축제에 외국인들이 관심을 가지는 걸까?
◇CNN 보도 이후 관심 쏟아져화천읍 일대에는 큰 강물이 흐른다. 화천천이다. 겨울이면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기 때문에 강은 꽁꽁 얼어붙는다. 화천군은 이곳에 낚시터와 스케이트장 등을 조성했다. 얼음 바닥 아래는 수만 마리의 산천어를 풀었다. 그리고 관광객을 끌어모았다. '산천어 축제'는 그렇게 시작됐다. 2003년 1월의 일이다. 첫해에는 22만명 정도가 화천을 찾았다.
8년 정도가 지나자 축제는 해외 언론의 큰 관심을 받았다. 직접적인 계기는 미국 CNN 방송 보도 때문이었다. CNN은 2011년 12월 1일자 인터넷판에서 '겨울의 7대 불가사의(7 Wonders of Winter)'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축제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산천어를 잡는다"며, 7개의 불가사의 가운데 여섯 번째로 화천 산천어축제를 소개했다. 화천과 함께 꼽힌 겨울 불가사의는 캐나다의 오로라, 스웨덴의 순록의 대이동 등이었다.
화천군 관계자들은 의아해했다. 김세훈 화천군 관광정책과장은 "우리도 놀랐다. 보도가 나가기 전에는 전혀 몰랐다"며 "CNN에서 보도되면서 다른 나라 언론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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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어떻게 화천을 불가사의로 선정했을까?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행책 '론리플래닛(Lonely Planet)'이 화천을 소개하면서다. 이 책은 CNN보다 앞서 세계 7대 겨울 불가사의로 산천어축제를 선정했다. 론리플래닛 코리아 관계자는 "영국 본사에서 기자가 화천을 직접 찾았고, 축제에 큰 감흥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세계축제협회(IFEA)도 지난해 9월, 화천군을 '축제도시'로 선정했다. 함께 선정된 도시는 시드니(호주), 오타와(캐나다), 니스(프랑스), 보스턴(미국) 등이다. IFEA측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지역발전 기여도,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점수를 부여했다고 했다.
올해도 보도가 이어졌다. 지난 5일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은 축제에 참가한 우리나라 여성이 산천어를 입에 문 사진을 실었다. 신문은 "대한민국 화천군에서 벌어진 산천어축제(Sansheoneo festival)에서 관광객들이 낚시하고 있다"며 이 사진을 '오늘의 사진'으로 선정했다.
화천군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전략을 세웠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 6개 나라에 있는 관광업체와 제휴(MOU)를 맺었다. 이들이 산천어축제를 찾는 여행상품을 개발하면, 입장료를 깎아줬다. 또 외국인 관광객을 더 끌어모으기 위해 외국인만 이용할 수 있는 전용 낚시터도 만들었다.
◇전국에 있는 산천어 화천으로 총집결화천이 산천어로 대박을 쳤지만, 원래 화천에는 산천어가 살지 않았다. 그렇다면 150만명이나 되는 관광객이 잡아올리는 산천어는 어디서 오는 걸까?
국내에 있는 산천어 대부분은 양식장에서 키운 것이다. 강원도 양양, 삼척과 경북 울진 그리고 화천에 있는 양식장은 1년 동안 산천어를 기른다. 축제 때가 가까워지면, 산천어는 화천으로 집결한다. 화천군청 직원 유규만씨는 "전국에 있는 모든 산천어가 축제 때문에 화천으로 모인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화천군은 모여든 산천어를 축제기간 동안 얼음 아래 강물로 집어넣는다. 관광객들은 이렇게 풀린 산천어를 잡는 것이다.
20여일의 축제 기간에 투입되는 산천어는 약 110t이다. 산천어 한 마리가 200~250g인점을 고려하면, 약 50만마리 정도다. 평일에는 약 1만마리(2.5t), 관광객이 많은 주말에는 약 4만마리(8~10t)가 풀린다. 보통 하루 세 차례, 관광객이 주로 몰리는 아침 10시, 오후 1시, 오후 3시쯤에 고기를 넣는다.
강에 산천어가 50만 마리나 투입되기 때문에 쉽게 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실제 그럴까? 관광객들은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포천에서 온 관광객 김봉규(45)씨는 "4시간 정도 낚시를 해서 8마리나 잡았다. 잡히니까 재미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처음 축제장을 찾았다는 이성남(65)씨는 "세 시간 동안 한 마리도 못 잡았다. 고기가 안 잡히니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고기를 잡지 못한 일부 관광객들은 화천군 홈페이지에 "더 많은 고기를 풀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가 만난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관광객보다 고기를 좀 더 쉽게 잡는 것 같았다. 이유를 알아보니 화천군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좀 더 고기를 쉽게 잡을 수 있도록 외국인 전용 낚시터에는 다른 낚시터보다 더 많은 고기를 풀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