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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아빠들만큼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적은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그런 일본에서도 요즘 아빠 역할의 중요성을 깨닫고, 아빠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기 위한 갖가지 시도가 많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대디계(daddy系)라고 한다. 한글로 번역하자면 아빠 스타일 즉 스타일 있는 아빠인데 이 대디계 아빠는 일도 집안일도 육아도 완벽하게 소화하는 멋진 남자를 가리킨다고 한다. 지금의 일본 사회도 집안일과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남성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사회 현상을 대변하듯 최근 일본에서는 『프레지던트 Family』(2005년 11월 창간), 『닛께이(日經)KIDS』(2005년 12월 창간), 『ODEANS』(2006년 2월 창간) 등 아이를 시야에 넣은 남성지를 테마로 한 남성 대상 육아 정보지가 잇따라 창간되고 있다. 즉 엄마들이 아닌 아빠들이 보는 육아 잡지인 것이다. 작년 연말에 창간된 『FQ JAPAN』도 그중의 하나다. 이 잡지는 아빠 육아의 선진국인 영국에서 발행되고 있는 『FQ』와 제휴한 일본판으로, 영국판의 내용을 일부 사용하지만 일본인 정서에 맞도록 새롭게 제작하는 페이지도 많다. 표지를 장식하는 사람은 할리우드 스타 조니 뎁. 이 잡지는 자동차나 패션과 같이 육아 용품도 스타일리시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남성 특유의 지적 호기심을 끌기 위한 방법이다. 자동차를 꼼꼼하게 비교하면서 구입하듯 이제 아빠들도 잡지를 통해 육아 용품에 대해 관심을 갖고,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잡지에서는 조니 뎁이 사랑스러운 아이들과의 꿈같은 생활을 보여주고, 일본의 유명 가수가 자신의 딸 앞에서 산타 할아버지의 모습을 하거나 일은 육아의 다음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인터뷰 등도 다루고 있다. 이 잡지의 편집장인 시미즈 도모히로 씨는 “남성들이 동경하는 30~40대의 남자 모습은 키무라 타쿠야나 브래드 피트처럼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꾸리고 있으면서도 스타일리시한 남자라는 거죠. 결혼한 것을 숨기고 다른 여성과 데이트하는 것보다 가족과 함께 어딘가에 놀러가는 모습이 멋지다라는 방향으로 남성의 평가 기준이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남성의 육아는 멋지다고 말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이니까요. 하지만 육아에 흥미는 있지만 부끄러워 주저하는 남성이 아직은 많은 것도 현실입니다. 그래서 가볍게 손에 들고 즐길 수 있는 스타일리시한 육아 정보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한다.
통근 시간에 남자가 전철 안에서 육아 잡지를 펼치는 것은 주저할지 모르지만 조니 뎁이 표지라면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또 이 잡지에서는 엄마 대상의 잡지에서 많이 소개되는 낯선 놀이 장소도 소개한다. “아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것은 아빠가 더 잘합니다.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놀면 사적인 시간을 엄마에게 선물할 수 있는 거고요.” 이 잡지는 독자의 70%가 남성이지만 아내가 남편에게 사주는 경우도 눈에 띈다고 한다. 이외에도 결혼·출산 후에도 일을 계속하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육아를 함께하고 싶어하는 남성들을 위해 『남성의 육아 휴업』(중앙공론신사)이라는 책이 출판되기도 했다. 남성이 일하면서 집안일, 육아에 참여하기를 호소하는 두 아이 아버지의 홈페이지 At Home Daddy(http://daddystyle.main.jp)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의 이런 현상에서 변화하려는 아빠들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어쩌면 우리네 아빠들도 이전 아빠들에게서 보고 배운 것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몰라서 육아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빠의 육아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주위에서 자극을 많이 주어 가족과 함께하는 아빠가 멋지다라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게 하는 건가보다.
아빠가 함께 하는 아이
아빠와 자녀와의 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보면 이렇다. 아빠와 자주 대화하는 아이일수록 타인을 존중하고 포용력이 있으며 논리력·사고력이 높다. 또한 아이들이 놀이에 많은 호기심과 재미를 느끼게 되는 시기인 만큼 이때 아빠가 아이의 좋은 놀이 친구가 되어주면 아이는 성공적으로 친구를 사귈 수 있게 된다. 아이의 사회성이 더 길러진다는 얘기인데, 실제로 4~8세일 때 아빠가 부재 중이었던 아이들은 친구 관계에 문제가 많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아이는 아빠의 역할 모델을 보지 못하고 자라기 때문에 겁이 많고 부끄럼도 많으며 용기가 부족해서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어도 스스로 다가가지 못한다고 한다. 한국메사의 정미숙 대표는 “아버지가 관심을 갖고 아이와 대화할 때 창의성이 자랍니다. 특히 남자아이는 엄마와 밀착돼 있던 유아기를 지나 취학 전후에 아빠가 적절히 개입하면 자율성과 자기 주도성까지 강해지는 결과를 가져오지요”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가치관과 질서 형성 등 아빠의 육아 참여에 관한 긍정적 연구 결과는 여기저기 넘쳐난다. 하지만 이런 연구 결과가 아니더라도 주위를 보면 아빠가 얼마나 육아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가정의 모습이 다른 걸 알 수 있다.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아빠가 있는 집치고 부부 사이가 나쁘거나 아빠와 아이 사이가 나쁜 집이 없기 때문. 아빠가 있으되 아빠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은 가족 그림을 그릴 때 아빠를 빼고 그리는가 하면 무슨 일이든지 엄마에게만 의존한다. 아빠와 아이의 관계가 좋지 않아 엄마가 고민하기도 한다. 아빠들이 알아야 할 것은 아빠의 육아 참여는 아내를 위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남편이 육아에 참여함으로써 엄마는 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여유가 생기고, 이런 여유는 남편에게도 신경을 쓸 수 있게 만들며, 그것이 다시 부부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엄마들이 아빠를 육아에 참여시키려는 것도 창의성이나 사회성 발달 등의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작은 행복을 위함이 아닐까.
당신은 좋은 부모입니까
청소년기의 아이에게는 2가지 타입의 부모만 존재한다고 한다. 하나는 아이가 닮고 싶어하는 부모이고 다른 하나는 없어졌으면 하는 부모라 하니 이 시기 양육의 어려움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듯하다. 대신증권에 근무하는 최병삼 씨 또한 아들의 청소년기에 이 두 유형의 부모 사이를 오간 고민 많은 아버지였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공군사관학교에 차석으로 입학하고 공신 사이트에 강의 동영상을 올린 아들 때문에 그를 부러워하지만 최병삼 씨 스스로는 그 시기를 잘 넘긴 것이 오히려 자랑스럽다고 고백한다. 사실 홍렬 군은 어려서부터 노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였다.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고등학교 때까지 학원 하나 보내지 않았지요.” 무식하게 몰아서 공부하면 좋은 학교에 가던 시절의 아버지는 공부에는 때가 있다고 믿었다. 더욱이 어린아이에게는 놀이가 곧 공부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어서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아들의 성적표도 확인하지 않았다. 대신 주말에는 아이와 함께 도서관을 찾았고, 집에서는 팝송을 들려주었다. 자연스럽게 학습에 노출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홍렬 군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되자 열혈 아버지는 바둑을 가르쳤다. 바둑이 아이 두뇌 개발에 도움을 주고 부자 사이도 가깝게 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는 행동이었다. 경험상 자식은 자랄수록 부모에게서 멀어진다고 생각한 그는 아들이 초등학생일 때부터 꼭 기차를 이용해 단둘이 여행을 다녔다. 자동차를 운전하면 스트레스를 받아 대화가 줄어든다는 생각에서였는데, 아들 또한 기차 여행의 운치를 좋아했다.
치열한 고3 생활기 그러나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이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처음 받아본 아들의 성적표는 서울 중위권 대학에 입학할 만한 성적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고 내심 아들의 기본기를 믿었던 아버지로서는 실망이 컸다. “당장 공부 잘하는 홍렬이의 사촌 형을 불러 의논했지요. 1년은 죽었다고 생각하라더군요.” 사촌 형 김성태 군은 바로 공부의 신 사이트를 만든 장본인으로 본인 또한 중간 성적에서 시작해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에 입학한 경험이 있었다. 전국 0.001%의 수능 성적을 기록한 친구들과 함께 공신 사이트를 만들었을 만큼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형의 도움을 받으며 홍렬 군은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을 공부에 올인했다. 그런데 고3 첫 모의고사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원점수 300점 이하의 성적! 고생한 보람이 없다며 눈물을 떨구는 아들을 보자 아버지 또한 피눈물이 나는 것 같았다. 성적이 나빠서가 아니라 아들의 좌절을 지켜보는 것이 마음 아팠기 때문. 이때 최병삼 씨는 때로는 부모가 철저히 관여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나의 1년 또한 죽었다고 마음먹었다.
오전 6시 기상, 30분 운동 후 학교와 회사로 출발, 귀가 후 밤 12시까지 함께 공부라는 목표를 세우고 다음 날부터 아버지와 아들의 공동 수험생활이 시작되었다. 집에서 TV와 컴퓨터를 없앴고 정 무료하면 함께 바둑을 두었다. 주말에는 동네 체육관에 들러 운동을 했는데, 아들은 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동시에 체력도 유지할 수 있었다. 마라톤에 비견되는 외로운 고3 생활에 동지가 생겨서인지 아들의 성적은 나날이 좋아졌고, 아버지 또한 아들과 같은 스케줄로 움직여보니 아들의 고충을 공감할 수 있었다. “고생하는 아들만큼 열심히 생활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매일 점심시간을 쪼개 신문을 스크랩했지요.” 증권사에 근무해서 모든 일간지를 받아보았던 그는 아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사를 표시했다가 점심시간을 이용해 스크랩하기 시작했다. TV나 잡지에서 발견한 좋은 기사도 메모했기 때문에 아들은 쉽게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가끔씩은 힘내라는 메모도 함께 전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담백한 한마디가 아들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결국 고3 수능에서 3월보다 180점 높은 점수를 얻은 홍렬 군은 공군사관학교에 당당히 차석으로 입학할 수 있었다.
엄한 아버지의 속 깊은 사랑 사실 최병삼 씨는 자상하기보다는 엄한 아버지 쪽에 속한다. 짧은 시간 만났던 기자의 눈에도 전형적인 한국의 아버지로 비쳐졌고 보수적인 면도 느껴졌다. 바쁜 증권맨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트러블은 없었을까? “홍렬이가 중학생이 되더니 머리를 기르고 짝짝이 신발을 신더군요. 따끔하게 혼을 냈고 학생다운 복장을 갖추도록 했어요.” 그러다 보니 아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쌓여갔고, 아버지 입장에서도 대화가 통하지 않아 답답한 경우가 생겼다. 하지만 엄하게 배우고 자란 아이가 예의 바르다는 신념으로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고 얼마간 방황하던 아들도 일종의 기 싸움에서 지고 나자 아버지의 뜻을 따르게 되었다. 실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사우나를 함께 가고 여행도 다녔던 아이였기에 방황이 짧았는데, 만약 소파에 누워 TV만 보는 아버지였다면 아들과 더 큰 트러블을 겪었을 것이다. 그래서 없어졌으면 하는 부모가 되고 싶지 않다면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맷집 좋은 아이가 시련에 강하다 인터뷰를 마치기 전, 고3 1년 만에 놀라운 점수 상승을 가능하게 한 힘을 물었다. “홍렬이가 중학교에 다닐 때 해병대 캠프에 보냈어요. 극한의 상황을 견디는 훈련이 인생의 시련도 이겨내는 힘을 길러주기를 바라면서요.”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는 함께 북한산을 찾아 차가운 물에 팬티만 입고 들어가기도 했다. 아들은 극기 훈련을 통해 공부에 대한 오기와 투지를 기를 수 있었고, 어려운 공군사관학교 입교 또한 결심할 수 있었다. 옛날 사람인 아버지가 사관학교 입교를 권했을 때, 처음에는 시큰둥했지만 결국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여린 성품의 어머니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사관학교 선전 문구만 보아도 눈물을 비쳤다는데, 아버지는 사관생도 아들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결국 희생 없이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 속 깊은 아버지의 지난 1년 또한 참 달콤한 희생이지 않은가!
설문을 통해 아빠들이 얼마나 육아에 동참하고 있는지 물어봤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대부분의 아빠들이 평일에 하루 1~2시간을 아이와 보낸다고 대답했고, 1시간 미만이라는 답변도 꽤 많았다. 주말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이유를 모두들 야근과 술자리 등으로 인한 늦은 퇴근과 피곤함 때문이라고 답변. 많은 아빠들이 육아에 참여하고는 싶지만 시간과 몸이 따라주지 않아 못하고 있다는데, 이건 정말 합법적으로 보이는 핑계가 아닐까 한다. 바쁘다는 사람이 집에 오면 TV만 보고, 피곤하다는 사람이 주말이면 취미를 즐기러 혼자 나가거나 하루 종일 잠만 자는가 말이다. 아직 다른 것보다 가족 챙기기가 더 중요한 일이라는 걸 깨닫지 못하는 행동이다. 바빠서 신경 쓰지 못하는 미안함을 주말에 대신하는 아빠들의 모델을 벤치마킹해 볼 것.
주말마다 딸아이의 실내화를 빠는 아빠 출판사 광고팀에 근무하는 K씨. 1주일에 4~5일은 술을 마시고 늦게 퇴근하는 아빠다. 때문에 아이 얼굴을 볼 시간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등학생인 딸아이와의 사이가 돈독하고 아내의 잔소리가 덜한 이유는 바로 주말에는 가족들의 하인으로 180도 바뀌기 때문이다. 일요일이면 아내 대신 요리를 직접 해서 가족들에게 대접하고, 청소도 돕는다. 그중에서도 1주일의 나쁜 아빠 이미지를 모두 씻어내는 비장의 무기는 바로 딸아이의 실내화를 빨아주는 것이다. 벌써 몇 년째 매주 일요일마다 하고 있는 일인데 아빠가 쪼그리고 앉아 자기의 실내화를 빠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는 아빠가 자신을 굉장히 아낀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와 함께 듣는 주말 강좌 모 기업에 근무하는 P씨는 누구보다 아이에게 좋은 아빠이고 싶은 욕심이 있는 아빠. 그래서 일요일마다 가족들과 여행을 다녔다. 하지만 아이가 하나 더 생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두 아이를 데리고 여행 가는 것이 너무 힘들어진 것. 한두 번 미루다 보니 그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고 아내의 불만이 높아졌다. 그러다 아내가 할인 매장 문화센터에 주말 강좌가 있다며 추천해서 아이와 함께 다니게 되었다. 처음엔 이런 걸 누가 들을까 싶어서 쑥스럽기도 하고, 모두 엄마들일 텐데 큰일이다 싶었는데, 가보니 아빠들도 있는 게 아닌가. 아이와 함께하다 보면 다른 엄마들의 시선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 아이가 잘 따라 하는 것을 보면 기특하고, 아이가 더 예쁘게 보인다. 게다가 이런 곳에 오는 아빠들은 아이 교육에 열성적인 분들이라 다른 아빠들이 아이에게 하는 것을 보면서 나를 반성하고, 나도 아이들에게 더 잘해줘야지 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아이도 아빠와 단둘이 외출하는 것에 대해 무척 만족해하는 중. 동생이 있을 때와는 달리 별별 말을 다 해서 여행 다녔을 때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된 듯한 느낌이다.
주말 목욕은 아빠 담당 세 아이의 아빠인 K씨. 개인 사업을 하다 보니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할 때가 많아 아이들과 보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당연히 어쩌다 쉬는 주말에는 정말 쉬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일요일 오전은 마음껏 편하게 보내고, 오후부터 가족과의 활동을 시작하는 거다. 그래서 일요일 오전에는 가족 모두가 제각각이다. 아내도 집 안 청소를 하지 않는다. 그러다 오후 3시부터는 함께 저녁을 준비해서 먹고, 슈퍼도 다녀오고, 아이들과 공놀이도 한다. 저녁을 먹고 나면 아이들과 함께 목욕을 한다. 목욕을 마치고 나면 아이들이 너무 예뻐 보여서 함께 말타기도 하고 싶고, 이불 위에서 구르고도 싶어진다. 30분 정도 그렇게 놀고 나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비디오를 하나 틀어놓고 또다시 아이들과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 비누 냄새 나는 아이들을 꼭 안고 자는 즐거움이 있다.
학교 운동장에서 1시간 축구 9세와 7세 두 아들의 아빠인 M씨. 아이들이 오후 10시면 잠들기 때문에 평일에는 아이들 얼굴을 거의 볼 수가 없는 바쁜 아빠다. 1주일에 이틀 정도는 1~2시간 정도 볼 수 있는데 그나마 얼굴만 보는 것이지 늦은 시간이다 보니 실제로 함께 어울리지는 못한다. 대신 일요일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집 앞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직행한다. 남자 아이들이라 축구공 하나면 1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집 앞 놀이터로의 여행 별로 활동적이지 못한 성격인데, 아내는 주말이면 밖으로 나가자고 졸라댔다. 평일 내내 밤 12시까지 일하느라 피곤한 사람에게 다른 아빠들은 그렇지 않다는 비교로 사람 기분 나쁘게까지. 잔소리가 듣기 싫어 매주 일요일 여행을 계획하곤 했는데, 끌려가다시피 가다 보니 다녀오면 녹초가 되기 십상. 그리고 다시 월요일을 맞으면 정말 미칠 정도였다. 그래서 나도 쉬고, 여행도 갈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해낸 것이 바로 집 앞 놀이터로의 여행. 아이와 함께 그네를 타면 옛날 생각이 나서 재미있기도 하고, 몸이 힘들지도 않다. 가까운 곳이니까 심적으로도 부담이 별로 없다. 놀이터에는 놀이기구랑 많은 놀잇감이 있으니까 아빠와 엄마는 그냥 옆에서 지켜봐주거나 함께 바닥에 앉아 있으면 된다.
한국메사 정미숙 대표의 좋은 아빠 되는 몇 가지 조언
1 아이와 노는 법을 모르는 아빠, 아빠가 좋아하는 것을 하라 “아이들을 데리고 놀려고 하는데, 아이들이 아빠랑 노는 걸 재미없어해요.” 대부분의 아빠들이 하는 소리다. 이건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라 알고 보면 아빠의 문제다. 아빠가 먼저 그 놀이를 즐기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도 재미없어하는 것. “어린아이들하고 뭘 하면서 놀아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는 아빠들도 많다. 이 질문에는 부모가 즐거울 수 있는 걸 찾아 아이들을 이끌면 된다고 답변한다. 아빠가 낚시를 좋아하면 낚시를 하면 된다.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아 아빠가 이끄는 대로 잘 따라오는 것. 아빠가 제일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아빠 본인도 즐거울 수 있고, 함께 노는 사람도 재미있어한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노는 거라는 것을 명심할 것. 아이들은 아빠가 친구처럼 느껴질 때 마음의 문을 연다.
2 아이 질문에는 꼭 대답을 해준다 “아빠 이게 뭐야?” 하고 물으면 대부분의 아빠들이 “엄마한테 물어봐” 혹은 “이따가. 지금은 바빠”라고 대답한다. 한데 아이들은 세 번 정도 거절 당하면 자동적으로 마음의 문을 닫는다고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나중에는 다른 사람에게는 물어봐도 아빠에게는 물어보지 않는다. 특히 아이는 쳐다보지도 않고 TV만 응시하면서 대답하는 것은 아이에게 아빠가 나에게 무관심하다고, 무시한다고 생각하게 해서 마음에 상처를 주는 행동이다. 부모들은 아이의 질문에 정답만을 얘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아이가 물었을 때 귀찮아하거나 회피하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정답이 아니어도 되고,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히 말해도 된다. 오히려 함께 답을 찾아가는 것이 교육적으로는 더 좋다. 대답해주면 더 질문을 해댄다고 고민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라. 아이가 부모와 어울리는 시기는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다. 그 이후에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더 좋아한다. 부모님이 자식을 기다리지 않듯 아이들도 부모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나중에 잘해주려고 하면 아이들은 벌써 커서 부모 손을 떠나 있다.
3 아이와 둘만의 시간을 가질 것 사람들은 여행은 꼭 멀리 가야 한다고만 생각하는데, 산책이나 줄넘기, 목욕탕에 가는 것도 여행이다. 저녁을 먹고 나서 아파트 주변만 산책해도 여행이 되는 것. 이때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것도 좋지만 아이와 단둘이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람은 둘만의 비밀이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더 친해지는 법이다. 한 달에 한두 번이라도 목욕탕을 함께 가는 것도 좋은 방법. 집에서 목욕하는 것보다는 목욕탕에 가는 것이 둘 사이를 더 돈독하게 한다.
4 대화, 묻지만 말 것 “대화를 많이 나누세요”라는 조언을 많이 한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아빠가 대화의 기술이 없다는 것. 보통의 아빠들이 대화를 위해 아이를 앉혀놓고 이렇게 말한다. “친구 이름이 뭐냐?” “학교에서 밥은 먹었냐?” 등등. 이렇게 물으면 아이는 대답을 안 하고, 아빠는 계속 질문을 한다. 이건 대화가 아니다. 이건 취조다. 대화는 질문이 아니라 그냥 얘기인 것이다. 대화를 하라고 하면 대부분 질문만 해대는데 그것보다는 그냥 아무 얘기나 하다 보면 저절로 대화가 된다. 아이들과의 대화가 별다를 건 없다. 어른들끼리 대화할 때와 마찬가지로 화제를 꺼내면 되는 것.
5 일관된 교육 방법을 지킨다 6세 된 딸아이의 아빠인 K씨는 굉장히 다정한 아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딸은 아빠를 무척 어려워했고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정서불안 증상을 보였다. 고민 끝에 상담을 받은 K씨. 놀랍게도 문제는 K씨에게 있었다. 평소에는 너무 예뻐하지만 아이가 짜증을 내면 발로 차는 행동을 한 것. 교육 전문가들은 아이 교육에 있어서 일관되지 않은 교육법이 가장 나쁜 것이라고 말한다. 최고와 최하를 모두 맛보게 하기보다는 일관되고 지속적인 게 좋은 것이다. 친구 사이에서도 화를 참아야 사이가 좋듯 아이에게도 화가 나더라도 기분을 컨트롤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6 아이들을 어른처럼 생각하라 아빠와 아이의 관계도 똑같은 인간관계다. 내가 다른 사람과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을 아이에게도 똑같이 적용하라는 것. 다른 사람과의 약속은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아이와의 약속은 가족이니까, 어리니까라는 이유로 다음에로 미루지 말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