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예안이가 도립에서 연 음악 캠프를 떠나는 바람에
몇 일간 집을 떠나 있다 오늘에서야 돌아왔습니다. 마침
아침부터 쏟아지는 폭우는 그칠 줄 모르고 퍼부어댔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좀 비가 그치길 바라며 예안이를 마중갈
준비를 하던 아내는 창 밖을 내다보며 안절부절 했습니다.
그 속내를 모르는 듯 비는 계속 내렸습니다. 어쩔 수
없이 빗 속을 뚫고 충주 수안보에서 10시 40분 경에 출발
했다는 소식을 듣고 난 후 50분 쯤 지나서 버스 종찾지인
라마다 홀텔 앞을 향해 차를 몰고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내가 떠난 후 사무실에서 예배를 준비하고 있자니 밑에서 누군가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빗 길에 찾으러 간 아내가
그렇게 빨리 오지는 않을 텐데...일을 보면서도 머릿 속에
는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누굴까? 누가 올라오는 걸까?
그렇게 몇 번의 생각을 거듭 하고 있을 때 현관 안으로
누군가 들어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누굴까? 분명 아내의
인기척은 아닌 듯 한데..이상하다. 분명히 다른 사람이라면
찾는 소리를 하던지 전화를 하고 올 텐데..이렇게 신속하게
머리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사무실 문이 확 열렸습니다.
깜짝 놀라서 일어나려고 하자 씩 웃으며 막내 예안이가
아빠! 하고 부르며 대뜸 품으로 파고 드는 것입니다.
아마 말 만한 녀석이 3박 4일 캠프시간에 집이 그리웠던가
봅니다. 겉으로는 쑥스럼이 많아 내색은 안 했어도 가족이
그리웠던가 봅니다. 품에 안기며 녀석은 [나 왔어] 하며
웃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이렇게 녀석이 나오자 녀석을
바라보며 웃음이 나왔습니다. 마음이 짠하게 전해지는
어떤 느낌이 느껴졌습니다. 녀석을 붙잡고 그 동안의 안부
를 한 마디로 물었습니다. [잘 지냈어? 재미 있었어?]
그러자 녀석은 [아니, 재미 없었어.] 그렇게 말하던 녀석은
묻지도 않았는데 [근데 아빠 우리 저녁에 치킨도 먹고
피자도 먹었다.] 하며 자랑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예람이가 은빈이와 세은이 목욕을 시켜 준일이며 예람이가
얼마나 배가 고팠던지 키친을 먹는데 정말 무섭게 먹었다는
이야기, 그러다 어제는 참지 못했는지 은빈이 치킨을
빼어먹었다며 그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죽 늘어 놓았습니다.
사실 그런 일이 뭐 별거겠습니까? 사실 듣지 않아도 될
이야기 입니다. 사소한 이야기, 어쩌면 아무런 실속 없는
이야기지만 녀석이 이야기 하는 것이라서 그런지 하나도
그냥 지나쳐 들리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부녀 상봉을
하고 녀석과 함께 밖으로 나가 한 집사님의 사랑으로
짜장면을 점심으로 선물했습니다. 짜장면을 먹으면서
녀석은 아빠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었던지 연신 이런
질문공세를 퍼부었습니다. 아빠! 나 안 보구 싶었어?
그런 질문을 할 때면 옆에 있던 아내는 니가 왜 보구 싶겠니?
너 같이 늘어 놓기만 하고 청소도 안 하고 엄마 말도
안 듣는데..그런 말을 들으면서도 녀석은 괜히 싱글벙글하며
좋아했습니다. 녀석도 이제 많이 컸는지 그 말속에 이미
사랑이 담겨져 있다는 것이 느껴졌는가 봅니다. 이렇게
하루는 그렇게 대단한 사건도 아닌 일상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일로도 크고 작은 행복이 주어지기에 피곤하고
지친 생활을 극복하며 살아가는가 봅니다. 살다보면
왜 고난이 없겠으며 힘든 일이 없겠습니까? 사노라면
뜻하지 않는 충격을 받기도 하고 기대하지 않았던
아픔이 마음 깊이 파고들어 삶을 좌절로 이끌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족과 성도, 그 위에 하나님이 주시는 일상의
사랑, 기쁨, 평화가 우리의 삶을 일으켜 세우고 다시
고단한 삶의 현장으로 뛰어들어 내일을 준비하게 하는지도
모릅니다. 어떤 분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직 내게
무엇인가 남아 있다면 그것은 희망이라고...우리 주변에
아직 나에게 남아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잠깐 멈춰서서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힘듦속에서도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이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의 주인이신 그 분의 품에 안겨보세요. 험상 굳게
달려들어 나를 괴롭히던 괴물은 언제부터인지 파랑새로
변해 있을 것입니다. 행복하세요.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