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주신 퀴리부인
초등학교 5학년 당시 현대무용을 배우고
피아노 학원에 다닐 만큼
우리집은 부유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아버지 사업이 부도나면서
우리 가족은 낡고 좁은 집으로 이사했습니다.
어린 내게는 너무도 큰 충격이었고,
귀한 음식과 비싼 옷에 익숙한 내게
가난은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그때 막 전근 오신 장은선 선생님은
그런 나를 아주 조용히 위로했고
또 용기를 주셨습니다.
선생님은 일주일에 두세 번
일기장 검사를 하셨는데,
작은 것이라도 잘한 일이 있으면
별을 새긴 나무도장을 꾹 찍어 주셨습니다.
그 별 숫자가 하나에서 최고 다섯 개까지
많을수록 선생님의
조용한 칭찬이 크다는 의미였습니다.
어느날 난 일기장에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업실패와 빚 보증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우리집 이야기를 썼습니다.
이 모든 일을 저질러 가족을 불행하게 한
아버지를 용서 할 수 없다는
원망 어린 마음을 빼곡이 적었던 것 입니다.
그날 선생님은 아이들을
모두 돌려보낸 뒤 나를 부르셨습니다.
“명주는 글을 참 잘 쓰는구나.
표현력이 어쩜 그렇게 뛰어난지
선생님은 깜짝 놀랐단다.
커서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퀴리부인>이라는
책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교실 문을 나서며 펴 본 일기장에는
아직 반아이 누구도 받아보지 못한
큼지막한 별 도장 다섯 개가 찍혀 있었고,
옆에는 환하게 웃는
인형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퀴리부인이
라듐으로 세상을 구원했듯,
너도 눈앞의 어려움을 잘 극복해
훌륭한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는
마음을 그 책에 담아 주셨던 것 입니다.
지금쯤 백발이 성성할 선생님! 선생님,
저 아직도 그때 주신 <퀴리부인>
고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참 보고 싶습니다.
-TV 에세이 좋은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