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30. 나무날. 날씨: 따듯해서 이제 봄 겉옷을 챙겨야겠다. 그런데 겉옷을 벗고 가만히 있으면 차갑다.
아침열기-기후학교-택견-점심-청소-설장구(1,2학년 난타/3,4학년 설장구/5,6학년 사물놀이)-자전거 면허시험- 알찬샘 학교살이-마침회
[안전규칙과 자전거 면허 시험, 학교살이]
아침 걷기로 밀밭 살피고, 어제 달아 놓은 줄잡고 놀다 우면산 무덤가에 올라 마을을 한 눈에 내려다본다. 잠깐 명상과 따스한 햇살에 터져 나오는 봄꽃들이 아침을 밝게 한다. 교실로 들어오며 막걸리 항아리를 들여다보며 효모가 만들어내는 놀라운 발효의 세계를 느낀다. 학교살이를 하는 날이라 아이들이 들떠있다.
아침나절에는 기후학교가 열린다. 과천시 기후변화교육센터에서 찾아가는 기후학교를 해마다 여는데 올해 우리 학교도 신청을 해서, 1, 2학년이 3월에 했고, 오늘은 3학년이 하는 날이다. 기후변화 강사가 와서 아이들과 놀이를 하며 기후 변화를 설명하고,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을 배워보는 시간이다. 젠가를 하며 기후변화를 배워가는 데 한 시간 반이 훌쩍 간다. 기후변화가 불러올 인류의 앞날은 절망스럽지만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전환마을을 가꿔가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우리 마을과 우리 학교에서도 전환의 움직임은 줄곧 되고 있지만 좀 더 적극으로 실천할 계획이 필요하겠다.
택견 마치고 점심 먹고 쉬고 있는데 아이들이 선생을 급하게 찾는다. 나가보니 마당 수도관에 연결된 긴 호스로 물을 틀어 시간 상자를 묻어놓은 곳 땅을 파헤쳐 웅덩이를 만들어 물을 채우고 둘레를 물바다로 만드는 아이들이 있다. 어린이들 호기심이야 알지만 학교에서 지키고 있는 규칙을 모두 어긴 것이라 크게 혼을 냈다. 연결호스 물을 어린이가 틀지 않도록 한 규칙을 어기고, 학교 이름판도 진작에 부져져 있고, 이번에는 나무 이름판도 부셔놓았다. 안전을 위해 가지 말아야 하는 곳으로 정한 우물터와 뒤쪽 버려진 땅에도 들어가는 아이가 있다. 숲 속 놀이터 외나무다리를 던지고 굴려서 부셔놓아 못이 삐져나오기도 했다. 점심시간에 어린이들이 벌인 모든 것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셈이다. 안되겠다 싶어 큰 소리로 “번개쳐”는 아니지만 어린이들 모두를 강당에 불러 모았다. 학교 안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 규칙을 어기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귀한 점심시간에 선생이 큰 소리로 학교에서 지켜야 할 안전에 관한 일을 한참 말했다. 혼날까봐 자기가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어린이를 보고, 하는 것을 직접 본 어린이들이 본 것을 정직하게 말해준다. 이번 주 맑은샘회의에서도 안전규칙을 잘 지키지 않는 이야기가 나왔다. 온 세상이 놀이터가 되고 모든 것이 놀이감이 되는 어린이들 세상에서 언제나 안전은 경계가 어렵다. 그렇기에 날마다 서로를 살피고 돌보는 안전 교육이 버릇처럼 들이도록 교육이 할 일이 있는 셈이다. 어린이들이 만들어내는 일과 실수는 언제나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호기심이야말로 어린이를 어린이답게 만들어주지 않던가. 아주 오래전 우면산 무덤가를 태울 뻔 한 일을 벌인 어린이들이 있었다. 지금은 그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었다. 그 때도 작은 불장난 호기심이었다. 불이 붙으면 어떻게 될까란 궁금함이 확 번지는 바람에 불이 크게 번져갈 뻔 한 걸 선생들이 달려 나가 막은 아찔한 경험이었다. 요즘 줄곧 반복하고 있는 마을 골목에서 안전규칙 지키며 자전거 타기와 인라인은 인라인스케이트장에서 타는 것도 사실 같은 이야기 흐름이다. 무뎌진 안전의식은 순간 사고로 발전하기에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을 두고 양보는 없다. 부모들이 적극 나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아이들에게 안전 규칙을 가르쳐야 한다. 학교에서도 어린이들이 위험해서 가지 말아야 할 곳이 있고, 어린이 혼자 하지 않고 같이 해야 하는 도구나 시설이 있다. 누군가 위험 한 일을 하면 누군가 안전을 이야기하며 살펴주는 힘이 우리 학교 어린이의 문화의 특징이다. 생활에서 버릇이 된 안전 교육이 바깥 활동을 자주 하고 여행을 멀리 떠나며 자연 속에서 일과 놀이로 어린이 삶을 가꾸는 학교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는 백 번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야기를 마친 뒤 외나무다리 고치고 아이들과 비석치기 하는데 금세 청소 시간이다. 갑작스런 안전 번개로 점심 놀이 시간이 줄어든 셈이다. 아이들이 벌려놓은 일은 청소시간에 모두 정리했다. 일을 벌인 어린이들과 같이 하면 좋겠지만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흙 떠다 웅덩이 메우고, 학교 나무이름판 다시 못질하고, 호스 정리하고, 숲 속 놀이터 정리를 하니 청소 시간이 짧다.
1시 30분 설장구 시간, 30분만 장구 가락을 익히고 3학년은 아이들이 3월 노래를 하며 기다리던 자전거를 타러 간다. 형들이 자전거를 타고 학교오가는 걸 무척이나 부러워하던 아이들이 많은 터이지만, 4학년부터 스스로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오갈 수 있다는 규칙이 있어 형들을 늘 부러워한다. 더욱이 부쩍 마을에서 위험하게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이 있어 안전규칙에 대해 강조하는 때라 자전거 면허시험이 더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자전거 면허 시험을 돕기 위해 단희 아버지 김대현 선생이 왔다. 양재천을 따라 관문체육공원에 가는데 앞과 뒤는 밝은 자율방범대 옷을 입은 선생들이 있고, 가운데 열두 어린이가 안전거리를 지키며 자전거를 타는 모습은 장관이다. 지나가는 어른들이 웃으며 바라본다. 관문체육공원에 닿아 들고 간 밧줄을 놓고 관문체육공원에 있는 시설을 써서 직선과 곡선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건널목에서 안전하게 내려 자전거를 끌고 가는 것까지 거친 간단한 면허 시험을 본다. 긴장한 아이들도 있지만 쉽다며 모두 면허시험에 안전하게 합격했다. 자전거 타기가 서툴러 3월부터 밤마다 자전거를 아버지와 타며 연습한 시우의 놀라운 자전거 타기를 보니 정말 대단하다 싶다. 혹시나 면허증을 따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진작 자전거를 능숙하게 타는 아이들에게는 아주 쉬운 과정이다. 안전규칙을 다시 말하는 좋은 기회가 되는 자전거 면허시험이다. 중앙공원까지 다시 긴 자전거 행렬이 이어지고, 사람이 많은 경기도립도서관 앞 길에서 안전거리도 잘 지키며 중앙공원에 닿았다. 미리 얼려놓은 학교살이 생협 음료와 간단한 새참을 먹고 중앙공원에서 즐겁게 놀다가 다시 관문체육공원으로 자전거를 타고 놓고 온 시우 옷을 챙겨서 찻길 건널목 건너기를 세 번 연습할 수 있는 관문사거리 쪽으로 해서 학교로 돌아오니 4시 30분이다. 안전과 즐거움이 같이 가도록 가끔 자전거 타기를 한 뒤 가을에는 한강에 다 함께 갈 수 있겠다.
[학교살이]
자전거 면허 시험 마치고 학교로 돌아와 학교살이를 시작한다. 저마다 자유롭게 한 시간 반 동안 놀기로 했다. 집에서 가져온 판놀이로 놀고, 저마다 놀고 싶은 곳에서 알아서 잘 논다. 우리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나 놀 거리를 찾아내고 제대로 어울려 놀 줄 안다.
6시 저녁 채비를 시작했다. 여섯으로 나눠 저녁 당번과 아침 당번을 정했는데 밥하기, 반찬 데우기, 상 차리고 설거지 하기, 모두가 척척 일을 나눠 잘 한다.부모님들 덕분에 반찬이 푸짐하다. 저녁 잘 먹고 저녁당번이 마무리를 잘 마쳤다. 밥 먹고 자유롭게 쉬는데 여자 어린이들은 씻으려 하고 남자 어린들은 씻는데 그다지 관심이 없다. 지후와 단희는 일찍 머리를 감고 온 몸을 다 씻고 저녁 활동 채비를 한다.
8시부터는 학교 강당에서 함께 하는 놀이를 했다. 공동체 놀이를 마치고 모두 둘러않아 불을 끄고 촛불에 의지해 비밀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아이들이 들려주는 비밀이야기는 진실이야기다. 욕이 나올 때 마음 속에서 욕을 했던 것, 남몰래 욕을 쓴 것, 누굴 좋아하는 것이 아주 비밀이다. 우리끼리만 아는 비밀이 또 생긴다.
9시 밤탐험은 마을 자율방범대 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했다. 아이들이 방범대 봉을 광선검이라 부르는데 아주 좋아한다. 밤에 마을을 위해 곳곳을 살피며 도와줄 것을 찾는 활동에 참여하는 보람이 우리 아이들에게 있다. 정우아버지가 함께 돌았다.
“도둑을 잡은 적이 있어요?”
“그런 적은 없고, 불이 켜진 집에 전화해서 불을 끄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고, 마을 길을 모르는 분들 길 안내도 해드리고, 불이 켜진 차도 전화해서 끄게 하기도 했지.”
아이들과 마을 밤길을 걷는 재미가 있다.
9시 40분 학교로 들어와 모두 씻고, 부모님들이 챙겨 보내 준 밤참을 먹고, 하루생활글을 쓰는 아이들을 보니 피곤해 보이는데 줄곧 영화를 보자고 한다. <사운드 오브 뮤직>이란 영화를 윤태가 추천해서 인터넷에서 내려받기를 하는데 한참이 걸려 교사실에서 컴퓨터 화면으로 잠깐 볼 수밖에 없었으나 영화를 조금이라도 보고 몸이 많이 피곤한 탓에 눕자마자 아이들이 잠이 든다. 보통 학교살이는 1학년 빼고는 다른 학년들은 10시쯤 잠을 자는데 오늘은 높은 학년처럼 11시에 잠을 잔 것이니 좀 늦었고 많이 피곤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모두 잠든 뒤 교사실에서 글모음 편집 마무리를 짓는다. 마지막 편집을 일을 맡아 오늘 날을 잡은 게다. 한참 아이들 글 속에 빠져 있는데 영호가 선생을 찾는다.
“선생님 너무 더워서 잠이 안와서요. 동무들은 모두 자고 그래서 무서워요.”
영호랑 같이 가서 영호 곁에 한참 누워 규칙있게 토닥거려주는데 한참 뒤 영호가 그런다.
“선생님 이제 혼자 잘 수 있겠어요.”
그러더니 잠이 들었다. 새벽 2시쯤 화장실에 간 시우가 선생을 찾아 같이 누웠는데 시우가 바로 잠이 든다.
2016년 글모음 최종 마무리 편집 고치는 일을 마치니 날이 바뀌었다. 아이들 글 속에 빠지는 재미가 있어 피곤함을 잠시 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