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팔암자(섬) 자전거 여행 후기
그동안 자전거 여행을 많이 해 와서 한편으로는 덤덤하기도 하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여행을 앞두고 설램과 두려움이 있는 것은 숨길 수가 없었다. 이번 여행은 그동안 늘 마음에 담아 두고 가보고 싶었던 4개의 섬이 이어져 있는 곳인 안좌도, 팔금도, 암태도, 자은도 그리고 노두길로 연결되어 있는 작은 섬들이다.
퇴근 후 배낭을 꾸리고 한숨 잔 후 저녁식사를 든든하게 했다. 배낭에는 텐트와 침낭 그리고 혹시라도 새벽에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깅 내지 등산을 대비해서 가벼운 운동화와 여벌옷과 물 2병까지 챙겨 넣었더니 약 6kg이 넘는다.
12시경 집을 나서서 25분 정도 패달질 하여 서대전역에 도착하였고 예매 해두었던 1시6분발 무궁화 열차를 타고 3시간 남짓 걸려서 4시20분경 목포에 도착하였다. 열차를 타고 가는 시간 동안에는 무언가 할 거리가 있어야 한다. SNS 소통이나 음악을 듣는 다든지 또는 잠을 자야 하는데 준비가 되지 않아서 뭐든 꺼리가 금방 바닥이 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매우 따분하고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의 일상이나 일생도 마찬가지로 늘 뭔가를 준비하고 만들어 가며 살아야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준비를 못했으니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답답해하는 나를 볼 수가 있는 시간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목포에 도착해서 뼈다귀해장국집을 찾았는데 짜고 맛은 없지만 즐거운 여행을 앞두고 씩씩하게 한 그릇 뚝딱해치우고 목포연안여객터미널을 찾아갔다. 안좌도 복호항 행 배표는 연안여객터미널 옆에 별도 매표소가 있었다. 목포에는 국제여객터미널과 송곡항과 북항이라는 곳도 있어서 여행하고자 하는 곳의 출항지를 잘 찾아가야 한다.
오늘 자전거여행을 함께 하기로 했던 친구 둘이 있었는데 전날 많은 비가 내리는 바람에 안타깝게 포기를 했다. 그것이 오히려 나에게는 자유로운 여행이 된 것 같아서 좋았다. 세상을 살다 보면 좋고 나쁜 것은 없는 것 같다. 서운했던 것이 결국 좋아졌으니 말이다.
6시30분발 조양페리1호는 느리고 주로 차량을 싣는 배인 것 같았고 배안의 승객들은 관광객보다 일이나 생활 때문에 이 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배는 1시간 10여분 만에 복호항에 도착하였고 자유로운 자전거 여행은 시작이 되었다.
첫날은 날씨가 흐리고 많이 덥지는 않았다. 이 지역 농산물인 양파와 마늘을 수확해 놓은 것이 곳곳에 또는 집집마다 엄청 많이 보인다. 공기도 맑고 차량 소통량도 적어서 자전거 타기에 정말 좋은 곳이다.
첫 관광지는 천사의 다리이다. 섬에 섬과 섬으로 이어진 좁다란 산책로 다리의 풍광이 정말 멋지다. 다리는 박지도와 반월도로 이어졌는데 나는 자전거를 타고 건넜다. 그냥 나오기에는 아쉬움이 있어서 비포장도로였지만 풍광에 취해서 반월도를 한바퀴 돌고 나왔다.
안좌 면소재지를 통과하면서 시골 짜장면 곱배기를 해치웠는데 시골 곱빼기는 양이 정말 많았고 내가 봐도 작은 체구에 너무 많이 먹는다. 시골이기 때문에 먹고 싶을 때 먹을 수가 없는 여건이니 일단 보이는 대로 곡기를 든든하게 채워 놓아야 한다.
두 번째 관광지는 팔금도를 휘리릭 지나서 암태도 속에 추포도해수욕장이다. 수곡리와 추포리를 잇는 약 2.5km의 노두가 장관이고 아담하고 은모래와 조용한 경관이 아름다운 해수욕장이다. 예전에는 주민들이 일일이 돌다리를 놓아 이어놓고 일 년에 한 번씩 박힌 돌을 뒤집어 놓는 진짜 노두였는데 지금은 콘크리트 포장이 되어있어 차량이 왕래를 하고 있다. 노두를 거닐며 살아있는 갯벌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추포 해수욕장 바로 옆에 있는 암태초등학교추포분교는 잔디가 잘 깔려 있어서 축구도 할 수 있다. 아울러 주변에 천일염전이 있어서 옛정취가 가득한 곳이다.
세 번째는 자은도로 넘어와서 백길해수욕장부터 시작되는 아주 경관이 멋진 해수욕장들이 줄을 잇고 있는데 특히 분계해수욕장의 경관은 정말 환상적으로 멋있어서 여행을 멈추고 머물고 싶은 곳이다. 오래된 소나무숲속에 여인송이 한그루 있는데 여성이 물구나무 서있는 모습이 미소를 머금게 한다.
네 번째로 자은도는 대파농사가 대분인데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아마도 토질이 모래흙이라서 대파를 재배하는데 적합한 것 같다. 넓은 밭에 고랑을 내고 줄지어 가꾸어 놓은 대파농사가 대규이기도 하지만 그 모습이 아주 멋지다.
개장한지 1-2년 밖에 되지 않은 신안자연휴양림은 앞으로 오토캠핑장과 내치해수욕장을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해도 기울어 가고 고단한 나그네가 쉴 곳을 찾은 곳은 자은면소재지에 자은파출소 뒤 작은 공원 원두막에 둥지를 틀고 소맥과 저녁식사를 한 후 1인용 텐트 속에서 모자란 주기를 더 채운 뒤 이 고장을 지키며 살고 있는 모기들에게도 피 맛 좋은 파티를 거하게 열어주었다. 경찰관이 밤새 보초를 서주는 공원 안의 아늑한 원두막은 세금이 무지막지하게 비싼 걸 보면 세상에는 공짜란 정녕 없는 것인가 보다.
약간의 주독과 피로가 남아있어서 기대 했던 새벽조깅이나 등산은 엄두를 내지 못하였고 저녁식사를 했던 식당 아줌마의 후덕한 인심에 끌려 아침식사를 하고 배낭을 정리 한 후 약간 무거운 몸을 부려 애마에 올라타고 무작정 달려 고개하나를 힘겹게 꿀꺽 넘었는데 알바다. 몸이 조금 무거울 뿐이지 사실 알바 일 것도 없는 섬이다.
혼자 여행의 장점은 이렇게 자유롭다는 것이다. 가고 싶을 때 가고 먹고 싶을 때 먹고 머물고 싶을 때 머물면서 모든 걸 혼자 흔쾌히 결정하고 끝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다는 것이다. 은퇴 후 이곳 섬 중에 장소 좋은 곳을 골라 둥지를 틀고 텃밭을 일구고 낚시를 즐기는 노후 생활을 상상을 하며 패달을 저었다.
다섯 번째는 이번여행의 하이라이트로 꼽고 싶은 해안누리길인데 해넘이 길이라고도 불린다. 여행정보도 없이 왔고 안내 표지판도 아주 작아서 자칫하면 그냥 지나칠 뻔했는데 작은 표지판을 보고 호기심에 둘러본 길이다. 신안군 자은면 한운리와 송산리 일대 약 12km 해안길인데 특이하게도 계족산 둘레길과 같은 산속길이며 3개의 해수욕장을 끼고 있고 전 구간에서 신안군의 천사의 섬과 바다를 조망할 수 있으며 특히 낙조가 아름답다고 소개되어 있다. 한국해양수산부에서 선정한 대한민국 5대 해안누리 길을 대표하고 아름답고 걷기 좋은 해안 길이라고 소개 되어 있는데 걷기에는 너무 멀고 자전거로 돌기에는 딱 좋다. 언젠가는 조깅으로 한 바퀴 돌고 싶다는 꿈을 꾸어 본다. 산길을 내려와 맞이한 길다란 둔장해수욕장은 달콤한 백합조개를 심어 놓았단다. 이 해안누리길의 아름다움의 여운은 아주 길게 남았다.
암태도로 건너와서 어제 도착지였던 복호항 쪽으로 내려가는데 더 이상 여행정보는 없고 출항 시간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당황스러웠다. 날씨는 어제와 달리 땡볕임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볼거리를 건질까 해서 간곳이 오도 선착장인데 볼거리는 정말 없었는데 이곳은 육지와 다리가 놓여 진다는 것이다. 불과 2~3년이면 완공이 될 정도로 공사가 진척이 되어있다. 과연 다리가 노여지면 이 섬들은 어떤 변화가 있을까?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다시 돌아오는데 에로스박물관이 눈에 들어와서 또 혹이심이 발동되어 들어가 봤는데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한 곳으로 아직 공사 중으로 볼 수가 없어서 아쉬운 생각이 들면서 다음에 여행 할 때는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과 제주도 성 박물관과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교차된다.
잠시 암태도 송곡리로 들어가서 향을 묻는 순수민간신앙의 상징인 매향비를 보고서 팔금도로 넘어와서는 고산여객터미널에 가보았다. 깨끗하게 지어진 터미널을 돌아 나오는데 노두로 이어진 섬이 보여서 쌩~ 달려서 들어가 보았다. 지금은 무인도인 거사도이다. 예전에는 사람이 살았었는지 오래된 빈집이 몇 채 있었고 아직도 누군가 농사를 짓고 있다. 이 섬을 사서 나만의 왕국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쓸데없는 상상을 해보았다.
팔금 면소재지에서 점심식사를 든든하게 하고 이내 복호항으로 왔는데 매표를 하고나니 2시간 반 이상 시간이 남았다. 매표소 아저씨가 복호항에서 보이는 섬 하나를 가르키며 볼거리는 없지만 심심하니까 들어가 보라고 권해준다. 부소도인데 이 섬 역시 마을 하나가 달랑 있을 뿐 볼거리가 아무것도 없다. 매표소로 돌아와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다가 배를 타고 목포로 나왔다.
이곳 섬 일대를 신안군 다이아몬드제도권이라고 한다. 그만큼 개발과 발전의 여지가 많은 곳일 것이다. 지금 이곳에는 넓은 밭과 논 그리고 바다에는 검고 깊게 패인 주름의 피부에 허리를 폴더폰 처럼 접고 일을 하고 있는 우리들의 어머니 아버지들이 계신 곳이다. 여행을 하는 동안 그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기도 하고 미어지듯 답답하고 아려 오는 것은 왜일까? 아무튼 지금처럼 깨끗하고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개발과 발전이 필요할 것이다. 양파와 마늘, 대파를 사먹을 때 나는 이곳이 생각날 것이다. 정말 우리는 차고 넘치는 풍족한 삶을 살고 있음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열차 : 16,000원(서대전-목포)
아침식사 : 8,000원(뼈다귀해장국 / 목포역 근방)
배삯 : 6,600원(목포-복호항/안좌도)
점심식사 : 5,000원(짜장면 곱빼기/안좌면소재지 만리장성)
저녁식사 : 9,500원(라면, 소주, 맥주/자은면소재지 고향식당)
간식 : 3,900원(빵, 소주, 오징어채)
아침식사 : 7,000원(백반 / 자은면소재지 고향식당)
간식 : 2,500원(계란, 음료수... 남은 빵/ )
점심식사 : 7,000원(백반 / 팔금면소재지)
배삯 : 9,000원(사람 6,000원, 자전거 소화물 3,000원)
맥주 : 6,000원(2병)
저녁식사 : 4,500원(자장면 / 목포시내)
열차 : 16,000원(목포-서대전)
총계 101,000원
첫댓글 배워야할 점이 많아요 막걸리 빈대떡 놓고 얘기해 보자구요
잘 다녀오셨네요^^ 시간이 허락한다면 혼자서 10일정도 전국을 누비고 다니는것도 정말 좋은 추억이 될것입니다. 저는 그래도 되지만 파랑님은 이러시면 곤란한데...ㅎㅎ후기 잘읽었구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후기 잘봤소. 담엔 같이. ㅎㅎㅎ
대단하심... 글솜씨 좋구요...
저렴 끝내 줍니다 ㅋ
내가 간건마냥 즐겁고 행복하게 잘 봤습니다
담엔 어디로 가실건지 같이 가심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