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아마추어 골퍼가 사무실 카펫 위에서 고무 제품의 홀컵을 향해 퍼트를 하고 있다. [사진 미국 골프다이제스트 홈페이지]
한겨울에는 아예 골프채를 내려놓는 것이 상책이다. 그렇다고 마냥 1~2개월 동안 골프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개미와 베짱이’의 얘기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 개미는 추운 겨울을 대비해 한여름에 땀을 흘린다. 하지만 골퍼는 지금부터 내년 시즌을 위해 이 겨울 땀을 흘려야 한다. 좋은 방법이 있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최근 인터넷판을 통해 ‘페어웨이가 눈에 덮여 있을 때도 게임의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창조적인 방법이 13가지나 된다’고 소개했다. 그중에서 국내 주말 골퍼들이 참고하면 좋을 7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① 어디에서든 퍼트 연습을 한다=골프스윙의 50%는 퍼팅이다. 파72 코스에서 스코어의 절반은 그린(2퍼트 기준 36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인식하고 있는 골퍼도 퍼트 연습은 거의 하지 않는다. 연습장에서 샷 연습은 하루 1~2시간씩 투자하면서도 정작 퍼트 연습은 일주일에 30분도 하지 않는다. 골프다이제스트의 칼럼니스트 샘 웨인먼은 “퍼트 연습은 매트가 없어도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퍼트 연습은 실질적인 홀을 갖춘 인조 퍼팅 매트가 있으면 최고다. 하지만 없으면 거실 카펫 위에 커피잔을 놓고 연습하면 된다.
최소한 3개월 동안 일직선의 2m 거리 퍼트를 연습하면 퍼트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웨인먼의 주장이다. 골퍼라면 모두가 알다시피 퍼트는 자신감이 절반을 차지한다. 최경주(43·SK텔레콤) 선수는 “투어 선수들도 호텔방의 카펫 위에서 연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때는 공이 굴러가는 거리보다 자신의 스트로크 리듬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노력이 꾸준히 쌓이게 되면 어떤 퍼팅 라인에서도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높아지고 4~5타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② 하루에 100번씩 이미지 스윙을 한다=타이거 우즈의 전 스윙코치였던 세계적 골프 교습가 행크 헤이니(58·미국)의 조언이다. 이 저명한 교습가에 따르면 스윙을 익힐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신경 쓰지 않고 스윙을 반복하는 것이다. 공이 없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강하고 빠른 템포로 스윙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미스 샷의 결정적인 원인은 허겁지겁하는 빠른 스윙 템포 때문일 때가 많다. J골프의 임경빈 해설위원은 “강하게 치겠다는 의식이 몸의 근육을 지배하는 순간 클럽 헤드의 무게감은 어디로 간데없고 도리깨질 스윙이 되고 만다”며 “이미지 스윙은 백스윙과 다운스윙의 오고 가는 길을 더 쉽게 터득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좁은 실내에서 빈스윙을 연습하려면 신문지 10장 정도를 펼쳐서 포갠 뒤 대각선으로 가늘고 길게 말아서(8번 아이언의 샤프트 길이 정도) 사용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집 안에서의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③골프 근육을 강화한다=대부분의 전문가가 복부 근육을 강화하면 골프뿐만 아니라 인생의 여러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따분한 겨울을 알차게 보낼 목적이라면 충분한 비거리를 만들어내는 드라이브 샷과 무성한 러프를 탈출할 수 있는 강력한 샷을 구사할 수 있을 만큼의 파워를 꿈꾸며 운동을 해야 한다. 과거 리맥스컵 세계롱드라이버챔피언십에서 3연속 ‘최장타 챔피언(463야드)’에 올랐던 제이슨 주백(43·캐나다)은 이런 말을 했다. 그는 ‘현재보다 10야드 더 멀리 날리고 싶다’면 “어드레스 때 복부 근육을 부드럽게 수축할 수 있어야 한다. 손가락으로 배를 찔렀을 때 배꼽 깊이만큼 들어갈 정도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복부를 앞으로 내밀지 말고 최대한 안쪽으로 수축시켜 회전하고 있는 다른 근육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④시뮬레이션 골프를 한다=대형 화면을 향해 공을 때리는 것이 발 밑에 잔디를 밟고 얼굴에 산들바람을 맞아가며 샷을 할 때의 느낌과 똑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점수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며 땀을 흘리다 보면 보상이 있게 마련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시즌 중에 좋았던 골프 게임의 감각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그것은 봄 시즌의 스코어와 직결된다. 올해 골프존 G투어에서 시즌 2승을 포함해 통산 4승을 기록하고 있는 김민수(23·볼빅·KPGA 코리안 투어 시드권자)는 “스크린에서 단순히 골프게임을 즐기기보다는 연습 모드를 통해 자신의 샷을 기초부터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의 방향과 탄도 등을 모두 체크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효과적인 연습이 가능하다”고 했다.
⑤골프 IQ를 높인다=솔직히 ‘골프 IQ’를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공이 놓인 지점에서의 상황 판단 능력이 아닐까 싶다. 어떤 샷이 가능하고, 그렇지 않은가를 신속하고 현명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공부가 돼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겨울 동안 골프 잡지나 서적을 주의 깊게 읽어보는 것도 현명한 골퍼로 거듭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마크 프로스트가 쓴 역사상 최고의 골프 게임과 같은 논픽션 서적부터 벤 호건의 5대 골프 레슨과 같은 교습서, 댄 젠킨스의 완벽해도 너무 완벽한과 같은 픽션 명작에 이르기까지 겨울을 좀 더 빨리 보내는 데 도움이 되는 골프 서적은 수없이 많다.
⑥새로운 장비를 테스트해 본다=테스트를 할 이유는 수없이 많다. 클럽이 낡아서도 그렇고, 스윙이 변했기 때문에도 그렇다. 누군가 상품권을 주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서두를 필요는 없다. 시간을 갖고 새로운 클럽을 다양하게 테스트해 보도록 한다. 평소 관심이 있었던 골프 브랜드의 매장에 예약을 하고 직접 찾아가 신제품 테스트는 물론이고 스윙 점검까지 받아보면 일석이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스윙과 클럽에 대한 전문가가 상주하기 때문에 최고의 서비스를 함께 받을 수 있다. 그래도 손에 익은 기존 클럽을 버릴 수 없다면 미끌거리는 그립이라도 전체적으로 교환하는 것이 좋다. 또 클럽의 헤드 무게도 다시 한번 체크해 스윙 웨이트를 조절하면 훨씬 더 견고한 샷을 날릴 수 있다.
⑦겨울이라도 실제 라운드를 해본다=눈이 적게 내렸거나 날씨가 춥지 않을 경우 필드에 나가 본다. 섭씨 0도 이상에서는 정상적인 골프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스코어에 대한 기대 수준을 낮추면 겨울 골프에도 큰 묘미가 있다. 한 가지 전제가 따른다. 통산 18승(국내 12승·해외 6승)의 강욱순(48·타이틀리스트)은 “겨울 골프는 쇼트게임을 연습하기에 아주 좋다. 스코어를 내기보다는 그린이 얼어 있기 때문에 그린 주변을 공략한 뒤 그 지점에서 어프로치 샷으로 승부를 거는 연습을 의도적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부러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 샷을 할 수 있는 상황을 자주 만들어 연습하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