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아르코 파트너 베스트 앤 퍼스트 아돌 후가드 작 김알리사 번역 드라마터그 손진책 연출의 돼지우리
공연명 돼지우리 A place with the pigs
공연단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작가 아돌 후가드 Athol Fugard
번역 드라마터그 김알리사
연출 손진책
공연기간 2018년 9월 8일~22일
공연장소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관람일시 9월 18일 오후 8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올해의 아르코 파트너 Best&First 아돌 후가드(Athol Fugard) 작, 김알리사 번역 드라마터그, 손진책 연출의 <돼지우리(A place with the pigs)>를 관람했다.
아돌 후가드 (Athol Fugard, 1932~)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극작가이자 배우며 연출가다. 케이프타운 대학교에서 철학과 사회학, 인류학 등을 공부한 뒤 남아공의 방송국 기자로 근무하면서 영국, 미국, 구라파 지역에서 연극활동을 하다가 '포트엘리자베스 극단'이라는 연극 집단을 이끌게 된다. 그는 '어느 부도덕한 행위로 체포된 여인의 증언', '아일랜드'로 널리 알려졌고, 토니상, 뉴욕 비평가 협회상, 오비상, Outer Critics Circle Award, Lucille Lortel Awards, Drama Desk Awards, Evening Standard Award 등을 수상했으며, 그의 유일한 소설작품인 '초치Tsotsi'는 2005년 개빈 후드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되어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발표공연된 작품은 <핏줄The Blood Knot(1963)> <만남과 헤어짐 Hello and Goodbye(1966)>, <보즈먼과 리나 Boesman and Lena(1969)> <아일랜드 The Island(1972)>, <어느 부도덕한 행위로 체포된 여인의 증언 Statements After an Arrest Under the Immorality Act(1972)>, <오레스테스 Orestes(1978)>, <해럴드 아무개 선생과 학생들 Master Harold ……& the Boys(1982)>, <메카로 가는 길 The road to Mecca(1984)>, <시즈위벤자는 죽었다>, <섬>, <진술>, <초치 Tsotsi> 등이 있다.
김알리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학과 조교수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강의를 하고 희곡과 영화 번역을 한다. <죽음과 소녀> <돼지우리> 그 외 다수 작품을 번역하고 드라마터그를 했다.
손진책(1947~)은 영주중학교, 대광고등학교, 서라벌예술대학 연극과 출신이다. 마당놀이 <춘향이 온다> <심청이 온다> <쾌걸 박씨> <변강쇠> <삼국지> <변강쇠전> <홍길동전> 그 외의 마당놀이 작품을 30년간 연출해 정착시킨 장본인이다.
한일 월드컵 개막식, 건국 60년 기념공연, 대통령 취임식, 핵 안보정상회의, 세계군인체육대회 등을 연출하고,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연출작으로는 <한네의 승천> <죽음과 소녀> <오장군의 발톱> <최승희> <디 아더 사이드> <주공행장> <열하일기만보> <남사당의 하늘> <템페스트> <벽속의 요정> <화선 김홍도> <아시아 온천> <삼월의 눈>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동아연극상, 허규 예술상, 이해랑 연극상, 한국백상예술대상 연출 상을 수상하고 국민훈장 목련장, 문화훈장 보관장을 받았다. 2017년 예술원 회원이 되었다.
무대는 재래식 돼지 축사다. 상수에서 하수 쪽으로 비스듬히 축사가 지어져 있다. 지붕은 배경을 향해 기울어지고, 배경 쪽으로 돼지가 낮은 담으로 연결된 우리 속에서 키워지고 있다. 축사입구에서부터 통나무 난간이 달린 비좁은 통로가 있고, 축사 맞은편에 나무판자를 길게 깔아 받쳐놓아 앉고, 눕고, 잠을 잘 수 있게 해 놓고 담요를 덮어 놓았다. 상수 쪽에는 축사 벽에서 천정까지 공구를 달아놓고, 벽 가까이 긴 체경을 세워놓았다. 축사 하수 쪽은 사각으로 된 곡간 같이 보이는 조형물이 있고, 그 앞으로 굵은 자갈을 둥글게 이중으로 쌓은 원형의 호단 같은 둔덕이 있어 거기에 앉기도 한다. 축사 외벽은 촘촘하게 세운 나무판자로 연결되어 있다. 장면이 바뀌면 축사가 상수 쪽으로 이동되고, 배경은 별빛이 초롱초롱한 밤하늘로 바뀌고 회전무대 중앙에 잎이 무성한 나무 한그루가 우뚝 서있다. 돼지축사 문이 열리면 강렬한 광선이 우리 안을 비춘다. 실제로 돼지우리에 방불한데다가 꿀꿀대는 돼지소리는 물론 축사 냄새까지 객석으로 전달되는 느낌의 무대장치다.
돼지우리(pigsty)가 아닌 <돼지와 함께 한 자리(A place with the pigs)>라는 원래 연극의 제목에 어울리는 장치라 하겠다.
연극은 도입에 돼지축사 안에서 몇 십 년을 숨어 지낸 더부룩한 장발의 주인공의 독백에서 시작된다. 이차대전 중 소련의 병사였다가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탈영을 한 것으로 설정이 되고, 탈영병은 총살형에 처재 지기에, 축사 안에 숨어 돼지와 함께 몇십년을 보내며 아내의 뒷바라지를 받는 것으로 묘사가 된다. 내외는 기독신앙이 철저한 인물로 기도로 면죄를 기원하고, 그나마 돼지를 기르고 팔고 도축하는 생활로 여생을 이어가는 것을 감사하게 여긴다. 숨어 지낸지 10년쯤 되는 해인가 참전용사 기념식을 마을에서 개최하게 되고, 주인공은 기념식에 나가 자수를 할 생각을 갖기도 하지만 탈영으로 인한 중형으로 처벌될 것이 두려워 아내에게 가보도록 이른다. 기념식에 다녀온 아내는 남편이 전사한 것으로 알려져 영웅으로 호칭되고 있음을 알린다. 전사자에 영웅호칭이라니....
주인공은 더욱 돼지축사 밖으로 나갈 생각을 못하게 된다. 그러나 견디다 못해 주인공은 아내와 여장차림으로 축사 밖으로 잠시 나간다. 시각은 밤이고 하늘에는 별빛이 초롱초롱하고 축사 밖의 공기는 상쾌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지경이지만 마냥 밖에 서성거릴 수만은 없기에 축사로 되돌아온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의 심경에 변화가 온다. 변화라기보다 자신의 처지를 돼지에 비유하고 자신은 인간이라기보다 차라리 돼지와 똑 같이 사는 게 어울리겠다며 입었던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축사 안 돼지 속으로 들어간다. 아내가 등장해 이 광경을 본다. 아내는 경악하지만 차츰 남편의 마음을 이해한다. 내외의 삶이, 그들의 여태껏 인생이 축사 속 돼지와 다름없음을 깨닫는다. 내외는 돼지우리를 벗어나기를 희망하고 그동안 기르던 모든 돼지들을 문을 열어 방사한다. 그리고 내외는 아직 보관되어 있는 신혼초의 검은 예복으로 갈아입는다, 그런 후 축사 밖의 광명 찬란한 빛을 향해 내외가 팔짱을 끼고 걸음을 옮기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박완규가 남편, 고수희가 아내로 등장해 탁월한 감성표현과 수준급 연기기량으로 2시간동안 관객을 극 속에 몰입 심취시키는 역할을 하며 관객 각자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도록 만든다. 돼지우리 속 인생과 무엇이 다를까 하는 생각을 하게끔.....
무대 이태섭, 조명 김창기, 의상 김지연, 음악 작곡 김철환, 분장 이동민, 소품 김경표, 음향 김동수(문화예술위 무대예술부), 무대감독 천원욱(문화예술위 무대예술부), 조명 진용남(문화예술위 무대예술부) 무대기계 서지훈(문화예술위 무대예술부), 조연출 김수진, 무대지자인보 박은혜, 음향오퍼 최청림, 조명오퍼 이명진, 무대제작 ㈜쇼앤아트, 사진촬영 신귀만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올해의 아르코 파트너 Best&First 아돌 후가드(Athol Fugard) 작, 김알리사 번역 드라마터그, 손진책 연출의 <돼지우리(A place with the pigs)>를 연출가, 출연자, 스텝진의 기량이 혼연일체가 되어 한편의 명작 리얼리즘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9월 18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