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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무등산
출발
이번도 정시 출발을 못한다. 많이도 아닌 딱 2분 늦었다.
서재용 대장님의 곤혹스럽던 표정이 안도의 환한 얼굴로 바뀐다.
이무성 회장님의 말씀
얼떨결에 회장직을 맡았지만 맡은 이상 열심히 하겠다
훌륭한 결실을 맺게 많이 도와 달라고 하시며
은퇴 후 본인의 생활신조 및 산행 중 유의할 몇 가지를 영문 이름 이니셜 LMS에 맞춰 재미있게 말씀하신다.
L은 자유롭게 생활한다와 사랑하자, M은 행동하며 활력있게 생활하자. 중용, 마지막 S는 단순하게 살자와
산에서는 항상 안전이라고 말씀하신 듯하다. 나이 70이 되니금방들은 것도 눈 한번 깜박이면 잊어먹는다
(선배님들 앞에서 죄송)
강병희 총무님의 마음고생
누가 강총무님의 바위 같이 묵직한 마음을 팥죽 끓듯 이리 뛰고 저리 뛰게 만들었나?
물어볼 것도 없이 우리 군성 산우회 동문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렇게 만들었지 않나 생각된다.
수요일 밤늦게 까지 참가 인원 보고를 안 한 기수가 대부분일 듯하다. 그러면 강총무는 일일이
안부를 물어가며 알아보아야 한다(통상 열 몇 번은 전화할 것이다)
많이 참가 한다면 입이 귀 가까이 까지 올라가지만 그것도 잠시 이를 토대로 경비부터 계산해야 한다.
버스 예약(일요일이면 대충 70만원이 넘는다 이런 거금이 잘못하면 날라간다) 버스를 1대로 할 것인지
2대로 할 것인지 아니면 몇 대의 승용차(승용차 1대 비용 약 10만원 2대면 20만원)로 대체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또 참가인원에 따라 김밥은 몇 개를 준비하고 막걸리 소주는 몇 개를 준비해야 할까(이것도 모두 돈이다)
그런데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까지 참가 인원이 왔다 갔다한다. 그러면 강총무는 그기에 장단을 맞춰
팥눅을 끓여야 한다(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밤을 새워서라고 하면 되지만 버스 예약 김밥 주문 등은
잘못하면 계약금을 물어야 한다)
토요일 저녁까지라고 좋다 보고만 해 주면 늦게나마 장단에 맞춰 억지로 춤을 출 수도 있는데
백번 양보하여 사람의 일이란 한치 앞을 알수 없으니 출발하지 전까지라도 좋다(저의 15회에서도
오늘 이런 일이 있었다)
아니! 심지어 어떤 회원은 출발시간이 넘어 확인을 하면 그때서야 뻔한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 넣는다.
이럴 때는 어안이 벙벙해 진다. 이건 또 이런 황당한 경우에 비하면 좀 양반이다.
참 이해 못할 일이 저의 15회에서 있어 났다.
버스출발하면서 전화확인 했을 때만 해도, 철석같이 꿀떡같이 그것도 20분까지 가면 되지? 하고
본인이 확인까지 해 놓고도, 버스에 오르지 않는다면 아니 그때부터 전화도 받지 않는 다면?!
이건 좀 아니다? 싶다.
이렇게 되었을 때 강병희총무님 입장에 서 보자
아니 60명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버스 한 대로 충분히 갈수 있었는데 버스 1대 또는 승용차 1대가
추가로 투입되었을 때,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해 보자
강총무님의 마음은?
본인이 좀 더 확인을 못한 자책감에 더하여 회원들에 대한 섭섭한 마음 어찌 없겠는가? 버스 1대 70만원,
승용차 1대20만원의 경비가 그냥 날아간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승용차로 출발한 동문들은 괜히 안 해도
될 고생을 하게 된다 안타가워서 한 말씀 해 봤지만 너무 길었나 보다.
서재용대장님의 산행안내
무등산은 퇴적층이 융기한 바위산이라며 바위가 무너져 내린 돌무덤 즉 너덜이 많으며 이런 너덜은
약3000만 년 전에 생겼다.
또 무등산에는 절이 별로 없다며 6.25전후 공비토벌로 모두 소실되고 현재 남아 있는 절도 6.25 이후 세워졌다
또 무등산에는 바람이 엄청 세다면서 정상에 미사일부대가 있는데 하루는 자고 일어나니 미사일이 없어져
수색 끝에 찾았는데 바람에 날려 계곡에 쳐 박혀 있더라나? 등
하여튼 정상에는 바람도 세고 추우니 여분의 옷을 잘 챙겨가란다.
오늘의 특별한 원거리 산행(교통편을 고려 행락철이 아닌 3월 과 11월 2번 예상)이라 서울 전철 막차를
못타는 일이 없게 꼭 4시 반까지 하산을 해 달라는 당부와 함께 무등산에 대한 자세한 안내를 해 준다.
친절하게 오룩스도 공짜로 깔아준다. 고맙다.
이른 새벽인데도 차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바쁘게 달리는 경부를 지나 안개 자욱한 천안 논산고속도로를
한가하게 달려 여산 휴게소에서 잠시 정말로 잠시 용변만을 보고 다시 쉼 없이 달린다. 창밖으로 거무스름한
산 아래 언뜻언뜻 지나가는 시골이 봄이 왔음을 알리기라도 하는 듯 공활한 논밭이 물을 흠뻑 먹고 농부의
부지런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무등산(1,187m)
시간절약을 위해 강총무님의 구령에 맞춰 내 기억으로 생전처음 차안에서 준비운동을 하고 광주시내를
우회하여 원효사 등산로 입구에서 내린다.
B코스: 원효사(350m)-서석대전망대-4.2km-서석대정상(1,090m)-5.0km-장불재-광석대-신선대입구-
꼬막재-원효사 로 원점으로 돌아오는 점심포함 5시간 반
오늘이 3월 20일 춘분이다. 포근하고 온화한 봄 날씨인데도 어쩐지 낯설다. 긴 의자에 앉아 담소하는 전라도
사투리 특유의 억양이 매력적이기 보다는 신기하고 정다움보다는 외지에 온 듯 조금은 설익은 느낌이다.
서울에서는 별다른 느낌 없이 듣던 전라도 사투리였는데 내가 경상도 출신이라 그런가?
무등산의 유래를 볼라치면
無等? 계급장 떼고 맞짱 뜨라는 뜻이 아니라 금강산 설악산 지리산 아니 어떤 산과도 비교할 수 없는
錦繡江山 아닌 錦繡石山의 으뜸 산이란 뜻이리라.
공원관리 안내원 아가씨(뒤에 상술)에 의하면 거대한 입석들이 무너져 내린 돌무덤 돌구덩이 전라도말로
독구댕이가 무수히 많아 돌무덩이산 무뎅이산 무등산이 되었다고도 하네요.
서대장님이 서둘러 출발하라며 독려한다. 광주 무등산은 오래전에 한번 와 봤는데 어디서부터 올랐는지
넓은 임도, 중턱에 꽤 큰 마을, 병풍처럼 둘러쳐진 입석바위정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원효계곡을 따라 오르니 뒤따르던 언제나 봐도 밝고 해맑은 만년 소녀, 오늘 유일한 15회 동기 김정연이가
“아이 고아라! 윤시씨 저기 진달래가 피었네!” 하며 감탄에 감탄을 한다. 역시 여자는 여자다. 개울가
엉성하게 뻗은 앙상한 가지에 아직까지는 예쁘지도 않은 희뿌언 진달래가 부끄러운 듯, 나 좀 봐 달라는 듯
피어있다. 연분홍 짙게 요염하지 않아 좋고 순수하고 수수해서 정겹다.
오솔길 보다는 넓은 조금은 평탄한 돌길이 산속으로 이어진다. 옛날 쇠를 만들었다는 제철유적지를 지나
칼을 만든 주검동 유적지가 나온다 큰 돌판에 萬曆癸巳義兵大將 金忠壯公 鑄劍洞이란 글이 새겨져 있다.
출발점인 원효분소 2.8km 서석대 1.2km 이정표가 나온다. 떡분 김에 재사 지낸다고 잠시 쉰다.
뜨끈뜨끈한 물 한잔이 피로를 풀어준다. 눈 아래 김유정의 동백꽃인 산수유의 활짝 펴진 샛노란 꽃송이
다발 다발이, 마치 마르린몬로의 짧은 치마가 봄바라람에 활들짝 까뒤집히지 듯, 햇병아리 노랑꽁지가
회오리치는 봄바람에 호르륵 호르륵 열리듯, 하늘하늘 춤을 추며 봄이 왔음을 손짓하고, 저 멀리 왼편
하늘 한가운데 거대한 입석이 희끗희끗 보일락 말락 정상이 가까웠음을 넌지시 알려준다.
다시 출발이다.
오솔길이라고 하기엔 넓고 임도라 하기엔 좁은, 멍석 깔린 평탄한 길(폭신폭신한 멍석을 깔아 놓았다.
반면만 깔고 반면은 흙길로 두었으면 더 좋을 듯)을 지나고 나무계단을 지나니 서양영화에서나 봄직한
음산스러우면서도 고색창연한 이끼 낀 나무들이 군데군데 넘어져 있고, 사방으로 줄을 지어 선 그만그만한
나무들이 일부러 심은 넓은 과수원같이 풍요롭게 펼쳐져 있다. 한참을 나무계단을 오르니 더디어 능선에
올랐다. 원효분소 3.5km 서석대 0.5km다. 오른편으로 중봉이 편하게 누워 쉬고 있는 암소 등 같이 휘영청
평온하고 왼편으로 삐죽삐죽 입석이 선명하다.
우~와!
단순에 오르고픈 코가 벌렁벌렁 호흡이 빨라지며 가슴이 두근두근 발걸음이 발라진다. 오를수록 눈요기로
보여주는 거대한 각목 같기도 하고 널빤지 같기도 한 바위가 겹겹으로 비스듬히 90도 각도로 서있는 모양이
신기하다. 정상의 서석대 입석대 바위가 얼마나 기기묘묘할지 궁금하다.
瑞石臺(선돌을 한자음을 차용하여 서석대라고 한다 함
아니? 이럴수가! 이런 것도 있는가? 폭 2m 높이 수십m 거대한 사각형 인 듯 육각형인 듯 팔각형인듯한
바위기둥을 수천 아니 수십만여개를 나란히 겹으로 꽂아 50여m의 울타리를 만들어 놓았다. 신비 그 자체다.
벌어진 입이 닫힐 줄 모른다. 산신령님이 땅에서 솟구쳐 올리셨나? 하느님이 하늘에서 내려주셨나?
용왕님이 바다에서 건져 주셨나? 아냐! 조물주님이 광활한 평야만 있는 빛고을 광주에 볼거리가 없음을
어여삐 여기셔서 손수 바위를 각목같이 빚어 여기셔서 하나하나 정성스레 꽂아 박아놓으셨을거야!
보고 또보고 또보아도 신비하기만 하다
無等山 정상을 향해 서다
아무리 서석대가 좋아도 언제까지나 머무를 수 없다.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억지로 돌려 바람을 등지고 단숨에
올라 정상을 향하니
어? 어! 출입금지다. 목책이 둘려져 있어 넘어질 듯 멈춰서니
국립공원 관리인이 미안한 듯
더 이상은 못 간다면서 정상에 군부대가 있어 1년에 4번 정도 개방을 하는데, 신문이나 인터넷을 보시고 그때
오시라고 한다. 넓직한 소등같이 둥그스럼 펑펑한 능선을 따라 정상에 우뚝우뚝 선바위가 보이고 우편으로
봉곳봉곳 봉우리가 보인다. 안내판을 보니 인왕봉 지왕봉 천왕봉(1,187m)이다.
아쉽고 아쉽다. 무등산 서석대 1,100m ‘光州의 氣像 이곳에서 發源되다‘란 비석이 서 있다. 휘 돌아 뒤를 보니
중봉이 평온히 누워있고 앞쪽으로 점점이 뻗은 백마능선이 끝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사이로 저 멀리 눈 아래
광주가 펑퍼짐 희미하게 보인다.
한곳이라도 놓칠세라 왔다리 갔다리 이쪽에서 올려보고 저쪽에서 내려 보느라 정신이 없는데 어디선가
꾀꼬리 같이 아름다운 아가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힐끗 돌아보니 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이신가? 무등산 산신령님의 외동딸이신가? 인당수에서 건너온
인어공주님인가? 황홀경에 빠져 혼미한 상태인데 ‘어디서 왔느냐“고 재차 묻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국립공원
관리 안내원이다. 서울에서 왔다면서 그 경황 중에도 한마디라도 더 말을 걸러보고 싶어 ’입석대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니 섬섬옥수 예쁜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더니 아예 나를 따라 나선다.
이거 왠? 횡재냐! 내 팔자에 없는 횡재요 무등산 입석대가 내려준 복이다. 입석대 이곳저곳을 안내하며 사진도
찍어주고 입석마다 얽힌 얘기도 들려준다. 고맙고 고맙다. 만날 때는 반갑고 즐겁지만 헤어질 때는 항상
아쉽고 괴롭다. 장불재를 물은 내 잘못으로 아니 헤어지지 않을 수 없다
터벅터벅 힘없이 내려와 홀로 점심을 먹으니 외롭기 한량없다. 입석대 안내양을 생각하며 막걸리를 홀짝홀짝
자작하고 있는데 언제 오셨는지 12회 김이원 선배님이 계신다. 한잔 권하니 산에서는 안 드신단다.
12회 선배님들의 성찬
12회는 회장기수다. 김무성회장님을 비롯 항상 제일 많이 참석하는 기수에 속한다. 오늘도 8분 선배님이
참석하셨다. 김정연동기 덕에 잠시 함께한 12회 선배님들의 점심성찬을 한번 볼까? 우선 주류부터 보자
멕시코산 데킬라(병 크기에 놀랐다), 소주, 막걸리. 이름모를 양주. 안주로는 오리구이, 더덕구이, 더덕찜.
마른고추, 양념고추, 고추김치. 마늘, 마늘장아찌, 두룹순, 가죽순나물고추장장아찌(고추장에 담은).
곰치나물 등등에 밥은 기본이다. 과히 진미 성찬 필설로 표현 못하겠다.
선배님들은 하나같이 직접 밤을 새워가며 만드셨다고 하는데 과연 이 정도의 솜씨가 있을까 아마
형수님들게서 몰래 준비해 주신 건 아닌지? 거기에다 후배사랑도 자상함도 대단하시다. 오리구이를
맨입으로 먹으니 기어이 소스를 찍어 먹으라며 한참을 들고 계신다. 덕분에 저녁은 반도 못 먹었다.
마지막으로 현지에서 합류한 윤병만전회장님이 산보하듯 가볍게 내려오고 그 뒤로 강병희 총무님,
대선배님이신 10회 김유조님이 오신다.
인사를 할 겨를도 없이 B팀은 출발이다.
장불재 갈림길에서 아가씨 젖꼭지 같이 정상이 봉긋한 낙타봉, 백말의 등같이 뻗었다하여 백마능선이라
한다는 백마능선을 오른편으로 하고 꺾어드니 수천만년 되었다는 너덜이 끝없이 나타난다. 지리산 너덜
설악산 마등령 너덜과 비슷하나 퍼져있는 범위나 그 돌의 크기가 지리산 것 보다는 작은듯하고 설악산 것
보다는 큰듯하다.
광석대 규봉암
이건 또 뭐야?
절벽위로 둘러쳐진 성벽위로 날아갈 듯 기와짋이 보인다. 無等山 圭峰庵이다. 일주문의 위용은 한번
포효에 산천초목을 떨게하는 호랑이를 닮았고 펼쳐진 처마는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듯 두 날개를
활짝 편 독수리를 닮았다.
의기양양 일주문을 통과하니 왼편으로 단칼로 내리친 듯 깎아지른 거대한 바위가 두 눈을 부릅뜨고 있고
오른편에는 지상에 있는 만물에 자비를 내리는 거대한 종이 매달려 있다.
아니 이건 또 뭐야
관음전 뒤가 온통 기암으로 우뚝우뚝 쭈삣쭈삣하다. 광석대다. 서석대 입석대 아니 무등산의 모든 선돌을
표본으로 모아 놓은 듯하다. 안내판에 의하면 광석대는 서석대, 임석대와 함께 무등산 삼대 주상절리라고
되어있다, 친절하게도 주상절리에 대한 설명도 상세하다 화산 폭발시 분출된 화성쇄설물이 퇴적되어
만들어진 것이란다.
관음전에 선체로 합장 한번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와! 좋다! 좋아! 광석대 규봉암을 보지 않았다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꼬막재를 거쳐 원효분소로 내려오니 4시40분이다.
오늘산행도 엄청나게 즐거웠읍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총무는 모든 여성들이 다 아름답게 보이는구나! 나는 안경을 새것으로 바꾸고 나니 주름살도 보이더라.
jonglee! 안보이면 안보이는대로, 안들리면 안들리는대로, 마음으로 보면 모든것이 아름답다. 또 한번 오너라
세월이 가니 글도 더 재미있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