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신문연중캠페인-'부동산시장을 살립시다'건설시행사대표의 제언
부동산시장원리 따르는 게 바람직
서울 강남 대체지역개발 시급
올 들어 부동산중개업소당 매매거래건수가 1993년 이후 11년만에 맨 밑바닥을 기록하는 등 부동산시장이 주저앉고 있다. 최근 한 부동산정보제공업체가 내놓은 중개업소 당 부동산매매거래실적에서 올해 1∼4월 중 거래는 월평균 1.82건으로 1993년(1.57건) 후 최저며 IMF환란 때인 1998년 거래건수(1.92건)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정부는 지난 2일 건설·부동산시장 살리기 연착륙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업계반응은 싸늘하다. 부동산시장에 큰 도움이 안되고 알맹이도 없다는 시각이다.본지는 경기흐름을 잘 알 수 있는 건설시행사측 의견을 듣기 위해 정부발표 다음날 서영무 한원디벨롭먼트(주) 대표이사(43)를 만났다.<편집자 주>
“정부가 내놓은 건설·부동산시장 살리기 대책은 사후약방문 격입니다. 당국의 독약처방으로 건설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었는데 뒤늦게 소생방안을 내놨지만 효과가 과연 얼마나 날지 의문입니다. 약간의 도움은 될 진 몰라도 근본대안은 안 될 것 같아요.”
서영무 한원디벨롭먼트 대표는 ‘건설경기가 너무 식었고, 데우자니 겁나고…’식의 어정쩡한 내용들로 죽어 가는 건설·부동산시장을 되살리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다. 건설사들이 잔뜩 움츠려 있고 수요마저 꽁꽁 얼어붙어 있는데 돈주머니를 풀 분위기가 아니란 얘기다. 대책들 대부분이 내년 초에나 시행될 예정이어서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사항들이 없다는 점도 그렇다.
건교부발표내용 항목은 여러 개나 집공급과 수요를 늘리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있다. 택지공급확대, 중산층용 중형임대아파트 건립, 신도시공사 조기착공 등이 큰 줄기다.
“국내 전체 건축수주량이 지난 5월에만 24% 줄었습니다. 이대로 가면 지난해 7.6%였던 건설투자증가율이 올해 1.5%로 뚝 떨어지고 내년엔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이 같은 발표를 이끌어냈다고 봐요. 그러나 효과는 미지수입니다.”
서 대표는 가뜩이나 내수가 부진한 판국에 GDP(국내총생산)의 17.5%를 차지하는 건설투자가 이렇게 줄면 경기 되살리기는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는 견해다. 건설산업은 일자리와 직결돼 있고 경기선행업종이어서 건설·부동산시장이 튼실해야 국가경제전체가 산다는 논리다.
“정부가 이런 흐름을 잘 알면서도 서울 강남지역 등 일부의 투기문제를 전국으로 묶어 규제하니 부동산시장이 죽는 게 아닙니까. 예를 들어 주택거래신고제는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 일부 가진 사람들과 지역의 문제일 뿐인데…. 부동산은 어디까지나 시장흐름에 맡겨야 합니다.”
서 대표는 “돈 가진 사람이 마땅하게 투자할 부동산상품이 없다”며 당국이 인위적으로 공급을 억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집이든 땅이든 시장원리에 따라 거래되도록 하되 정부가 기본틀에서 벗어나지 않게 지도·관리만 하면 되지 왜 개인재산거래에까지 자꾸 끼어 드느냐고 꼬집는다. 공급을 늘릴 바탕을 만들어주면서 시장이 왜곡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건설시장은 한번 죽으면 되살리는 데 5년은 걸립니다. 땅을 사고 건축인·허가 등 행정절차를 밝고 분양하는 데 약 2년, 공사하는 데 3년 정도 걸리니까요. 지난 날 이런 과정들이 되풀이 됐는데도 정부에선 이를 가볍게 여기고 고강도조치를 취하는 데 잘못된 겁니다. 당국에선 늘 이런 점을 감안, 획일적으로 규제단속을 펴는 일이 있어선 안됩니다.”
그는 정부의 빗나간 건설·부동산정책 때문에 국내경기가 가라앉는 것은 물론 어려움을 겪는 건설회사들이 줄을 잇는다고 했다.
아파트를 짓는 한 건설사는 지난 5월 부산에서 분양이 안돼 현장문을 닫아야했다고 들려줬다. 부동산시장이 침체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분양율이 9%대에 머물었고 해약마저 늘어 위약금을 물어준 후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
서 대표 자신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신림역 4거리에 지을 쇼핑몰이 건축허가와 땅매입절차가 끝났으나 부동산경기가 내리막길을 걸어 착공과 분양을 미루고 있다. 고양시 일산(연건평 800평), 구리시(800평), 부산시 연산동(1200평)에 지은 메디컬빌딩도 텅 비어있다. 불경기로 입주할 의사들이 없는 까닭이다. 개업의사들이 있어야 사무실이 나갈텐데 임대료부담을 느낀 나머지 입주를 꺼리는 추세다. 서 대표가 아는 한 소아과의원의 경우 잘 나갈 땐 하루 300여 환자들을 진료했으나 최근엔 100명에도 못 미친다고 전했다.
“건설·부동산시장이 죽으면 어려움을 당하는 곳들이 하나 둘 아닙니다. 설계사무소, 건설시공사, 건자재업체, 광고회사, 기획사, 인력용역회사, 건물관리업체, 부동산중개업소 등 헤아릴 수 없어요. 일거리가 없으니 모두들 실업자가 되는 거죠. 딸린 식구까지 계산해보세요. 연관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서 대표는 “따라서 서울 강남지역문제는 극히 일부 사람들의 얘기이므로 이를 전국적 현상으로 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그 곳에만 국한되는 규제를 제한적으로 가하면서 강남지역장점을 두루 갖춘 대체지역개발에 나서면 될 것이란 아이디어를 내놨다. 생활편의시설, 학군, 교통문제가 관건이므로 정책적으로 이런 곳을 찾아 개발하면 어느 정도 강남지역문제가 풀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다.
또 서울 강북지역 뉴타운개발에도 적극 나서라고 주문했다. 이 때 민간업체들을 과감하게 참여시키면 건설·부동산시장 살리기 효과가 배가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개발발표만 해놓고 뜸을 들일게 아니라 공사를 서두르고 일반기업들에게도 문호를 열면 지역균형개발은 물론 강남문제까지도 풀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밖에 △주택거래신고제, 토지거래허가제 등 부동산악법과 규제해제 △택지공급확대 등 건설업계 활성화 기반조성 △부동산시장육성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중하지 못한 행정수도후보지 공개, 오락가락한 아파트분양가공개 시비, 일관성 없는 건설정책, 짧은 시각의 지역개발계획 등도 하루빨리 시정돼야 할 사항들이라고 덧붙였다. 업계현실을 잘 모르는 아파트후분양제 역시 재고돼야 하며 시중 뭉칫돈이 갈 수 있는 구멍을 터 줘야한단다.
건설·부동산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렵지만 서 대표는 그런 대로 버틴다고 했다. 치밀한 사업분석, 건실한 자금관리, 완벽한 공사시행·기획에다 평소 알뜰경영으로 IMF환란 때도 고비를 잘 넘겨왔다. 어음거래를 않고 헛된 곳에 눈길을 안 두며 무리한 투자를 삼가는 게 서 대표의 경영철칙이다.
1994년 7월 11일 한원디벨롭먼트(주)를 창립, 아파트 등 공동주택위주로 건설시행사업을 해오던 중 ▲1995년 6월 (주)한원랜드 ▲2001년 7월 복합상업시설 개발전문회사인 한원에셋(주) ▲2002년 4월 일반건설업체인 한원건설(주) ▲2003년 2월 의료센터개발 및 자산관리회사인 (주)한원메디칼리츠 등 5개 계열법인을 세웠다. 얼마 전엔 중국 상해에 법인기업을 설립, 현지에 진출했고 부산에도 사무실을 가동중이다.
안양시 평촌 복합상가분양을 시작으로 서울 성내동 청구아파트(222세대), 용인시 구성 1차 쌍용아파트(933세대) 및 구성 3차 쌍용아파트(465세대), 성남시 분당의 주상복합아파트 아데나팰리스(203세대) 및 아데나루체(259세대), 서울 광진구 노유동 트라팰리스, 진해시 LG자이아파트 등 그의 손을 거친 '작품'들이 수두룩하다.
“창업 후 4500여 세대 아파트를 공급했고 상가, 의료빌딩, 쇼핑몰 등도 분양했습니다. 경영노하우를 살려 일본 모리사, 미국 게일사, 트럼프사 처럼 세계적 부동산종합개발전문그룹사가 되는 게 꿈입니다. 선진외국에선 시행사가 건설·부동산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힘이 대단합니다. 중국진출도 그런 맥락에서입니다.”
상해 푸동지역에 직원 2명을 머물게 해 중국시장 정보수집은 물론 자료조사, 현지 당국자들과의 접촉을 해오면서 본격 진출채비를 차리고 있다. 업무 차 매달 중국을 오가는 서 대표는 직원들과 1주일에 세 번 강사를 회사로 초빙, 중국어공부를 한다. 선진외국기업을 따라잡기 위해 기술과 마켓팅력을 갖춘 조직보강, 자체보유자금과 파이낸싱을 통한 펀드자금마련, 풍부한 경험을 가진 고급인력확보에도 최선을 다할 각오다.
연세대 토목학과, 서울대 환경대학원(도시계획 전공)을 나와 벽산 기획실에 근무하다 서 대표와 손잡은 고향후배 김진훈 부사장 등 30명의 임직원들이 호흡을 맞추고 있다.
1962년 1월 경남 마산시 해운동에서 제지회사 사장인 부친의 3남 중 둘째아들로 태어난 서 대표는 마산 무학초등, 마산중·고(39회), 경상대 경영학과(1980학번), 세종대 경영대학원(호텔경영학 전공)을 나왔다. 학교졸업 후 세종호텔, 르네상스서울호텔에서 4년쯤 근무하다 중소기업인 진풍건설에서 3년여 개발사업부 일을 본 경험이 지금의 사업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진주출신으로 동갑인 부인(박봉녀/중학교 교사)과 딸(중학교 2학년)을 두고 있다. 서 대표는 5년 전부터 중국의 대표적 무술인 태극권을 배우며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이틀에 한번아침 6시부터 2시간 반 동안 이 분야의 국내 최고권위자인 박종구 선생을 모셔 지도 받으며 땀을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