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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1.자본주의의 개념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자본주의의 개념에 대해서는 다음 세 가지 관점의 설명이 대표적이다. 이 세 가지 관점은 서로 공통된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각각 역사발전의 본질에 대한 상이한 사고방식과 결부되어 있다.
첫째, 베르너 좀바르트는 그의 저서 “근대 자본주의(Der Moderne Kapitatismus,1928)"에서, 자본주의의 본질을 한 시대 전체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정신(geist)','영혼(spirit)’이라는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 정신은 계산 및 합리성이라는 ‘부르주아 정신’과 기업정신 또는 모험정신의 종합이다. 그는 각 시대에는 항상 서로 다른 경제적 태도가 지배했으며, 바로 이 정신이 각 시대에 알맞은 하나의 경제조직을 만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자본주의의 기원을 근대세계를 특징지은 경제 형태나 제 관계를 형성한 정신상태 및 인간의 행동상태의 발달 속에서 구했다.
자본주의적 기업이 현실에 등장하기 이전에 자본주의 정신은 먼 과거의 어느 시기에 존재했음(‘맹아’의 형태라 해도 좋다)이 틀림없다. 전(前)자본주의적 인간은 경제활동을 단지 자연적 욕망을 채우는 것으로 생각한 ‘자연인’이었다. 그리고 전자본주의 시대에는 ‘모든 노력과 배려의 중심에는 살아 있는 인간이 있었다. 즉, 인간은 만물의 척도인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자본가는 ‘원시적인 본래의 모습’의 ‘자연인’을 ‘뿌리째 뽑고’,‘인생의 모든 가치를 전도시켜’ 자본의 집적을 경제활동의 주된 동기로 생각하고, 냉정한 합리적 태도로 정확한 수량계산의 방법을 사용하여 인생의 모든 것을 이 목적에 종속시켰다.
막스 베버는 그의 저서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The Protestant Ethic and the Spirit of Capitalism)"에서, 보다 간단히 자본주의가 ‘인간집단 욕구의 영리적 충족방식이 기업이란 방법에 의해 행해지고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정의하고, 또 ‘합리적인 자본주의 체제’를 ‘자본계산을 갖춘 체제’로 정의했다. 또한 그는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이윤을 구하려는 태도를 표현하기 위하여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둘째, 명백히 정식화된 것은 아니지만, 암묵적으로 알려진 자본주의에 대한 개념이 있다. 그것은 자본주의를 사실상 원격지(遠隔地)시장을 위한 생산조직과 동일시하는 것이다. 수공업자가 도시의 시장에서 생산물을 소매하는 초기의 수공업 길드제도는 아마 이 정의에 포함되지 않겠지만, 도매상인 즉 이익을 남기고 전매할 목적으로 상품 구입에 화폐를 투입하는 상인이 개입함에 따라 생산행위와 소매판매 행위가 공간적, 시간적으로 분리되게 되는 경우에는 자본주의가 존재한다고 간주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관념은 독일 역사학파가 사용한 경제 발전 도식을 직접 계승한 것으로서 중세적 세계의 ‘자연 경제’와 그에 이은 ‘화폐 경제’를 일차적으로 구별하여, 나아가 근대의 경제세계의 발전단계를 규정하는 것으로 시장의 범위에 역점을 두고 있다. 뷔허가 “산업혁명(Industrial Evolution)”에서 한 말에 의하면 두 경제를 구별짓는 근본적인 기준은 ‘재화의 생산과 그 소비 사이의 연관, 보다 정확히는 재화가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 이르는 경로의 길’의 차이에 있다.
셋째로 마르크스의 견해가 있다. 그는 자본주의의 본질을 기업정신이나 이익을 목적으로 한 일련의 교환거래를 조달하기 위한 화폐사용에서가 아니라 특수한 생산양식에서 찾았다. 그가 말하는 생산양식이란, 단지 생산력의 상태(생산기술 상태)뿐만 아니라, 생산수단의 소유방식 및 생산과정과의 관련에서 비롯하는 인간들 사이의 사회적 제관계[생산수단을 독점하고 자본가와 노동력을 파는 노동자의 관계 등]을 가리키고 있다. 그리하여 자본주의는 단지 시장을 위한 생산체계[마르크스의 용어로는 ‘상품생산체계’]가 아니라, 노동력 그 자체가 상품이 되고 기타의 교환대상과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매매되는 체계인 것이다. 그 역사적 전제는 사회의 극히 일부분을 구성하는 계층의 손에 생산수단의 소유가 집중되고, 그 결과 노동력의 판매가 유일한 생활 원천인 무산 계급이 출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생산활동은 무산계급 [노동자 농민]에 의해 제공되는데, 이는 법적인 강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임금 계약에 기초하여 행해진다.
독립 수공업 생산체계, 즉 수공업자가 자신의 약소한 생산용구를 가지고 자신의 제품 판매를 행하는 제도가 이러한 정의에서 제외되는 것은 명백하다. 이 체계에서는 소유와 노동이 분리되지 않았으며, 일고직인(日雇職人)의 고용에 어느 정도 의존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공업자의 주된 관심은 ‘죽은 제품’의 매매이지 ‘살아있는 인간 노동력’의 매매가 아니었다. 이 정의가 다른 정의와 다른 점은 무역이나 화폐 대부의 존재 및 상인 또는 금융가라는 전문화된 계급을 출현만으로는, 비록 그들이 자산가라 하더라도, 자본주의를 형성하는데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자본을 가진 사람들이 아무리 이익을 탐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들의 자본이 노동을 구속하여 생산에서 잉여가치를 창조하도록 사용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 본 세 가지의 견해 중 어느 것이 더욱 타당한가 하는 문제는 추상적으로는 판단할 수 없을 것이다. 요컨대 어떤 정의가 옳은가 하는 것은 결국 그것이 역사 발전의 현실적 과정을 비추어 보는데 올바르게 사용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즉 역사과정의 조감도를 그림에 있어, 역사적 윤곽에 어느 정도로 일치하는 모습을 제공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좀바르트의 개념이나, 자본주의를 일차적으로 상업체계로 보는 견해는 결점을 가지고 있다. 즉, 이러한 자본주의 개념은 역사상의 어느 한 시대에 한정하여 사용하기에 불충분하다는 것이며, 따라서 별 수 없이 역사상 거의 모든 시대는 어느 정도까지는 ‘자본주의적’이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옛 경제 사회에 대한 지식이 증대할수록, 자본주의라는 용어에 위와 같은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은 자본주의의 경계선을 훨씬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서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예컨대 제 4차 십자군은 이러한 자본주의의 의미로 본다면, 이미 자본주의의 떠들썩한 축제의 막을 연 것이었다라고 하기도 한다. 또 그리스, 로마에도 자본주의가 출현했음을 부정할 수 없는 증거가 많아졌다. 화폐의 영리적인 사용은 특히 근대적인 것에 한하는 현상은 아니다. 고대에서의 노예 구입은 오늘날의 임금 노동자 고용만큼이나 화폐의 ‘영리적’인 사용이었을 것이다.)
좀바르트나 베버 및 그 학파의 관념적인 개념에는 또 하나의 곤란이 따른다. 그것은 만약 경제 형태로서의 자본주의가 자본주의 정신의 산물이라면, 자본주의의 기원을 해명하기 이전에 그 정신의 발상이 설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자본주의 정신 그 자체가 하나의 역사적 산물이라면, 그것을 역사의 무대에 등장시킨 것은 무엇인가? 이 수수께끼에 대한 만족스러운 해답은 오늘날까지 하나도 제시되지 못했다. 다만 여러 정신상태가 시기적으로 우연히 합치하여 요행히 기업심과 합리성의 결합 속에 융합되어 자본주의 시대의 ‘생명의 비약’을 형성하게 되었다는 대답이 있을 뿐이다. 그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은 베버의 경우처럼 프로테스탄티즘이 자본주의 정신을 만들었다는 주장이 옳은가, 그른가에 대한 만족스럽지도 못하고 결론도 없는 토론으로 끝나고 말았다. 또한 자본주의를 종교개혁의 아들로 간주하는 것은, 좀바르트가 자본주의를 주로 유대인이 만들었다고 하는 주장만큼이나 근거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최근 수십 년 동안 근대 경제사 연구가 진전됨에 따라 자본주의의 정의가 마르크스가 말한 정의에 점점 가까워진 것이 명백하다. 경제활동의 동기로서 이윤보다 자본가와 프롤레타리아라는 계층 분화의 새로운 형식 출현이 점점 강조되었다. 또 생산자와 자본가간의 관계, 즉 19세기에 완전히 성숙된 자본주의 산업체제에서의 임금 노동자와 자본가간의 고용관계와 유사한 관계의 출현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2.자본주의와 개인의 자유
자본주의와 관련한 논술은, 자본주의의 전반에 대한 일반론적 접근보다는, 자본주의에 대한 특정한 관점을 강조한 제시문을 주고, 그 내용에 대한 비판적 논의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자본주의를 민주주의와 관련하여 논하도록 한 문제(94.서울대), 자본주의를 화폐가치 일원화의 측면에서 제시한 문제(98.한양대 자연계), 그리고 (자본주의) 경제발전의 원동력을 소비(消費)에 대한 관점과 결부시킨 문제(98.연세대 인문계)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서는 서울대와 한양대의 경우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문제 > 다음은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기본 이념을 설명하고 있는 글이다. 이 글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아,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운영에 따르는 중요한 문제점 및 가치를 지적하고, 그 문제점들이 생기게 된 원인을 밝히는 글을 쓰라. (1200자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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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 정치 제도의 기본 원리가 개인의 자치적 능력을 믿는 신념에 기초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기본 원리도 각 개인이 스스로의 행복을 추구하는 최선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신념에 근거하고 있다. 그리하여 자본주의 경제 체제는 경제 활동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해 주고자 한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원리들은 개인의 행복이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의 주관적인 판단과 노력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믿음과, 또 개인은 바람직한 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데에 필요한 정신적, 물질적인 수단을 획득할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의 자유 경제 체제는 모든 개인에게 자유스러운 경제 활동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것을 기본 이념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이념에 기반하는 순수한 자유 경제 체제는 하나의 이론적 모형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운영에 많은 문제점들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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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사항
㉠ 제목을 붙이지 말고 본문부터 시작할 것
㉡ 자신의 견해가 분명히 드러나는 한 편의 완성된 글이 되도록 할 것
㉢ 자신의 독서 체험과 생활 체험을 토대로 할 것
㉣ 문제점의 원인을 밝힐 때에 그 실마리는 윗글에서 찾을 것
㉤ 수험생의 신원이 드러나는 내용은 일절 쓰지 말 것
<제시문>은 경제 운영원리로서의 자본주의를 정치 원리로서의 민주주의 이념과 결부시키고 있는데, 결국 두 가지 모두 개인의 자유라는 공통된 기반을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자본주의는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해 주는데 이와 같은 개인의 자유 이념에 근거한 자본주의는 그 운영에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가 따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논제는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을 수험생들이 여타의 독서체험이나 생활체험을 통해 구체적으로 논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이 논제의 <제시문>은 교과내용의 일부 (개편이전 ‘국민윤리’ 213-214쪽)에서 발췌한 것이고 끝단락은 논의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출제자가 첨가한 것이다. 교과서의 비판적 읽기를 유도한 것이라 할 것이다.
학생들은 실제 답안에서 먼저, 자본주의 운영에 따르는 문제점으로서 아담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의 개념을 이야기하면서, 자유방임에 따른 빈부격차, 대기업의 독과점, 기타 공공부문 투자에 대한 무관심 등을 주로 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점이 생기게 된 원인으로는 개인의 끝없는 이익추구를 제시하는 것으로 대체적인 일치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논제에 대한 답안을 제대로 논술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본주의와 개인의 자유의 관련 양상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이해의 토대 아래, 자본주의 운영에 따른 문제점을 우리 현실 자본주의의 사례를 통해 논술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는 자본주의와 개인의 자유의 관련양상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자본주의와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의 보장이 가져오는 문제점은 1789년에 일어난 프랑스 대혁명을 살펴봄으로써 그 역사적 근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의 시작이 여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프랑스 대혁명은 봉건적 구속으로부터 자유의 혁명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인권선언 제1조는 전제주의의 종식과 함께 자유의 출발을 상징한다.
인권선언은 정치적 자유주의의 기본원칙 하에 그 구체적인 내용으로 신체의 자유,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포함시키고 있다. 프랑스 인권선언의 자유주의는 이후 전개된 인류 역사상에 있어 압제에 대항했던 자유주의의 모태가 되었다고 할만하다. 그러나 당시 프랑스 민중들에게 있어 자유는 법적, 정치적인 문서상의 자유일 뿐이고, 먹고살기 위해 부르주아 자본가들에게 ‘노동력을 팔 자유’일 뿐이었다. 프랑스혁명이 봉건귀족과 절대군주를 무너뜨리고 부르주아지가 정치권력을 장악한 부르주아지 혁명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면 사실 그 자유는 부르주아지가 절대 군주의 간섭을 받지 않고 마음껏 경제활동을 할 자유였던 것이다. 즉, 경제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프랑스혁명은 당시 봉건제의 태내에서 성장해 왔던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봉건적 굴레로부터 해방시켜 준 사건이었던 것이다. 자본주의를 통해 부를 마음껏 축적하자니 부르주아계급은 절대군주의 횡포로부터 자유가 필요했다. 이 자유는 모든 상품매매의 자유였는데 여기에는 노동력이라는 상품을 사고 팔 자유가 포함된다. 생산수단을 가지지 못한 민중이 팔 것이라고는 자신의 노동력이라는 상품밖에 없었던 것이고, 이 노동력의 매매를 통해 임금 노동자 계급이 출현하면서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얻게 된 것이다.
한편 영국은 당시 세계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다. 영국의 상인과 기업가들은 자신들의 경제적, 기술적 역량을 철저히 신뢰하였고, 따라서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해외진출이 보장될 때 자신들의 영리추구는 좀 더 확실한 근거를 확보할 수 있으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국가의 개입이나 간섭이 뒷전으로 물러나고 평화적 세계질서와 자유무역이 완전히 자리 잡게 될 때 자신들의 영달뿐 아니라, 역사발전과 인류의 진보도 가능하리라 믿었다. 개별 자본가 사이의 경쟁 또한 외부의 인위적인 강제없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고 자본가들은 역설하였다.
이윽고 자본주의의 팽창이 본격화하였고, 세계시장이 제대로 건설되었다. 그것은 이른바 ‘자유방임적 자유주의’의 결실이었고, 아담스미스의 <국부론>이 이의 사상적 근거가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영국의 산업 독점이 계속되는 동안 유럽 여러 나라들은 모두 산업하의 도정에 들어가고 있었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발전은 동시에 노동자계급의 각성과 조직적 연대를 필연적으로 불러 일으켰다. 노동운동이 결성되기 시작하고 그것을 이끌어갈 이론적 체계도 구체화되어갔다. 드디어 자본가 자유주의의 최대의 적이 역사적으로 처음 그 거대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부르주아적 사회질서 자체의 철저한 파괴를 통해서 노동자 계급 중심의 새로운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하려는 마르크시즘(마르크스, 1818~1883)이 이 때 탄생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자본주의 체제와 자유의 의미를, 그 역사의 초기적 양상을 통해 살펴보았다. 어쨌든 자유주의는 지금까지 자본주의의 발전과 긴밀한 연관을 맺으면서 성장해 왔다. 그런데 살펴본 바대로, 초기 자본주의하의 ‘자유’는 정작 생산수단을 가진 자본가들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통해 부를 축적할 수 있던 자유였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위 논술에서 묻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활동 보장이라는 기본 이념이 초래하는 문제점에 대한 해결의 단서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결국 자본주의 하에서 보장되는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은 근원적으로 자본을 소유한 자들만의 무한한 이익추구를 위한 것이었던 셈이다. 물론, 자본주의는 이후 점진적인 발전을 이루었고, 초기 자본주의와는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 즉, 이후, 자유주의 자본가계급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해가는 노동자 계급의 역량을 두려워하면서 대응책을 찾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자유 민주주의’이다. 자유 민주주의란 자유와 평등의 갈등, 다른 말로 하면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었다.
3. 자본주의와 시장원리
다음 논제를 읽어 보자.
다음은 모든 가치 척도가 시장 경제 원리로 일원화되고 있는 현상을 설명한 글이다. 현실 사회에서 시장 경제 원리로만 평가할 수 없는 영역을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가치 척도의 일원화 현상을 비판하시오(40점) <98, 한양대 자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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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것들이 상품화되고 가치는 시장 경제 원리에 의해 결정된다. 여기서 시장이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재화나 서비스의 가치가 결정되는 유형, 무형의 장소를 말한다. 시장에서의 가치란 결국 화폐 가치이며 이곳에서는 다양한 질적 가치들이 모두 화폐 가치로 환원되어 버린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치가 결정되는 시장 경제 원리는 자유 경쟁을 기본으로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경쟁력 강화’나 ‘수요자 중심’이라는 말은 이러한 시장 경제 원리를 잘 반영해 주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시장 경제 원리에 따른 자유 경쟁 체제에서는 경쟁력이 강한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므로 공급자는 시장에 공급하는 재화나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거나 가격을 인하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보다 높은 수준의 재화나 서비스를 보다 싼 값에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시장 경제 원리는 경쟁 체제를 통해 재화나 서비스의 질적인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과 같은 긍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우리들의 삶에서 어떤 것의 가치를 파악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척도가 있을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모든 인간 활동과 그 산물을 시장 경제 원리로만 평가하는 것은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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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반드시 검은색 펜을 사용할 것.(다른 색 펜이나 연필 사용시 0점 처리함)
위 논술은 제시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적용력과 비판적 논리력을 측정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제시문은 모든 가치척도가 시장경제 원리로 일원화되는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논제는 먼저, 시장 원리로는 평가될 수 없는 영역을 사례로 들어, 그 다음 왜 이러한 영역이 시장원리로 평가되어서는 안 되는가를 설명하고, 최종적으로는 이상과 같은 논의를 바탕으로 하여 시장경제 원리로 가치척도가 일원화되는 현상을 비판하라는 것이다.
제시문에 근거하면 시장 경제 원리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재화나 서비스의 가치가 결정’되는 원리를 말한다. 그런데 그 가치는 화폐가치에 의해 평가되므로, 시장 원리로만 평가할 수 없는 영역이란 화폐 가치로만 따질 수 없는 영역을 말한다.
이 논제는 ‘모든 인간 활동과 그 산물’이 화폐 가치로 평가되는 자본주의 현실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리고 논제는 그러한 화폐가치로만 따져서는 그 진정한 가치를 정당하게 드러낼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것을 함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러한 영역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예컨대, 과학과 예술은 화폐가치로 매길 수 없는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자본주의 인간의 욕망은 물질적인 것(화폐 가치)에 대한 지향으로 환원되는 경향이 있다. 주택은 주거공간으로서보다는 ‘투자’의 대상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인간은 물질적 욕망만으로는 가득 채울 수 없는 그 어떤 정신적인 공간을 가진 존재이다. 따라서 인간은 물질적 가치로 환원되는 재화뿐만 아니라, 그의 다양한 질적 가치, 예컨대 진리 그 자체의 순수한 가치를 지닌 과학을 발전시키기도 하고, 미적 가치를 지닌 예술작품을 창작하기도 한다.
과학은 과학기술의 도구적 기초이다. 그러나 과학은 무엇보다도 먼저 진리 탐구의 한 형태로 인간의 순수한 지적 만족을 가져다준다. 적어도 자연 현상에 관한 한 과학적 지식은 어쩌면 유일한 지식이라 할 수 있으며, 어떤 형태의 지식보다도 신뢰할 수 있는 지식일 것이 다.
예술에 있어서 사물현상은 우리들의 감정과 상관없는 객관적 대상으로 존재하지 않고 반드시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진 대상으로만 파악된다. 또한 예술 작품은 분석적이기에 앞서 종합적이고, 부분적이기에 앞서 총체적이다. 따라서 예술은 과학이 만족시킬 수 없는 인간의 정신적 욕구를 채워 준다. 다양한 예술 양식 중에서도 언어를 표현 매체로 삼고 있는 문학은 이러한 인간의 정신적 욕구를 채우는데 가장 적절하다. 문학을 통해서 인간은 자신의 인식 자체를 반성하고 외적으로 표출되지 않는 도덕적, 심리적 갈등을 승화할 수도 있고, 실존적, 사회적 문제를 반성 또는 비판하고 새로운 세계와 가치를 구상하고 창조해 낼 수 있다.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소비’시키려 한다. 오늘날에는 예술도 ‘소비된다’. 이러한 영역이 상품으로 소비되는 데는 사회의 메카니즘 자체가 상업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중매체나 대형서점은 예술도 문학도 화폐가치로 환원시켜 버린다. 시장에서 상품과 노동을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문화는 상징으로서도 소비된다. 문화의 한 본질적 차원을 구성하는 예술 역시 상품으로서의 교환가치에 종속되고 있다.
순수과학이 기술공학으로 전환되는 순간, 과학도 상업화의 길을 걷는다. 순수과학도 응용될 운명을 지니고 있다. 인간의 생체에 대한 순수한 과학의 열정은 생명공학이라는 공리적 응용의 길을 열고, 이 공리적 응용은 인간장기의 복제, 나아가 인간복제의 경제적 효용성을 겨냥한 ‘벤처기업’을 탄생시킨다.
예술과 과학뿐만이 아니다. 오늘날에는 누군가 옷이나 집을 필요로 하게 되면 사람은 그것을 사기 위해 필요한 돈을 지녀야 한다. 옷이나 집을 만드는 사람은 그가 만드는 대상의 ‘사용가치’(재산이 가진 고유의 가치, 질적 가치)에는 관심이 없다. 그에게 있어서 이 대상들은 그의 기업을 생존시키기에 충분한 ‘교환가치’(상품가치, 화폐가치)를 획득하기 위한 하나의 필요악 이상의 무엇도 아니다. 뤼시앙 골드만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현대사회 생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경제적 생활 속에서 대상의 질적 측면과 인간 사이의 모든 진실된 가치는 소멸되어 가고, 인간과 사물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간의 관계도 역시 그러하다. 매개되어지고 타락한 관계, 즉 철저하게 수량적 가치만을 지닌 관계로 대체되어 가고 있다.’
4. 자본주의와 시장지향성
그렇다면 사회적 삶 그 자체의 ‘시장 지향성’은 근본적으로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 제시문에 나타난 것처럼 시장이란 제한된 공간만이 아닌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재화나 서비스의 가치가 결정되는 유형, 무형의 장소를 말한다. 그리고 이 시장은 사회 그 자체이기도 하다.사회 그 자체가 시장이 될 수밖에 없는 원리에 대하여, 임마뉴엘 월러스턴의 말을 들어보자.(논지 요약함)
자본주의란 말은 자본에서 유래한다. 그러므로 자본은 자본주의의 핵심적 요소이다. 자본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단순히 축적된 부(富)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자본주의의 자본은 투자되는 속성을 갖는다. 즉, 사람들은 자본을 ‘자기 확장’이라는 일차적인 목적이나 의도를 가지고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자본은 오직 더 많은 축적을 위해서 투자될 때만 자본이다. 한 개인이나 집단이 더욱 더 많은 자본을 획득하기 위하여 자본을 투자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은 물론 어느 시대에나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자본주의 이전의 여러 체제하에서는 길고 복잡한 자본의 축적과정이 거의 언제나 이곳저곳에서 가로막혔다. 자본가는 자본의 축적을 위해서 노동력을 살 수 있어야 하며, 그 노동력으로 하여금 재화를 생산해서 시장에 팔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일정한 수의 구매가 있어야 하며, 이윤이 남아야 하고, 그 이윤을 다시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근대 이전에는 이러한 연쇄적인 과정[자본의 순환과정]이 완결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예컨대, 이러한 자본의 축적과정을 비윤리적으로 보는 기존의 도덕과 윤리], 근대 이전에 사회체제하에서는 이런 요소들 [자본, 노동력, 분배조직망, 소비자 등]이 충분히 ‘상품화’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슨 뜻인가 하면, 이러한 과정이 ‘시장’을 통해 수행되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자본주의 [역사적 자본주의, 즉 근대라는 특정시기의 산물로서의 자본주의]는 종전까지 ‘시장’을 거치지 않고 처리되어 온 과정 - 비단 교환과정만이 아니라, 생산과정, 분배과정 그리고 투자과정 등의 광범한 상품화를 수반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점점 더 많은 자본의 축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본가들은 경제생활의 전 분야에 걸쳐 더욱더 많은 사회화 과정(투자-노동력 구매-물품생산-시장-판매-이윤획득)들을 상품화 하고자 했다. 자본주의는 하나의 이기적 과정이기 때문에 어떠한 사회적 관계도 그 본질상이 상품화의 경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본주의의 역사적 발전 속에는 ‘만물의 상품화’를 향한 집요한 추세가 들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참고한 책
-모리스 톱(김대환 편역)‘자본주의 이행 논쟁’ 동녘
-박호성‘평등론’창작과 비평사
-뤼시앙 골드만(조경숙 역)‘소설 사회학을 위하여’청하
-임마뉴엘 월러스틴(나중일 외 옮김)‘역사적 자본주의’창작과 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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