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20-23
ㅁ첫쨋날 7. 20(수)
12.30경 홋카이도 아사히카와(旭川:아침 해 '旭'이라 쓰고 '아사히(朝日)라고 읽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비에이(美瑛)의 패치워크 밭으로 향한다. 초록의 보리, 누른 밀밭 등이 마치 퀼트 조각을 사방으로 이어 붙힌 듯하여 패치워크라 부른단다. 마일드세븐 담배광고를 여기서 찍었다.
잠시 이동하여 후라노의 四季彩の丘에서 노롯코 트랙터를 타고, 향수를 뽑기 위해 시작한 화훼농사가 관광사업으로 확대 되었다는 광활한 꽃밭 사이 밭길을 달려본다. 야트막한 구릉에 무지개처럼 펼쳐진 잘 가꾸어진 꽃밭이 세상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아름다운 풍경이다.
마누라는 좋은 풍경을 카메라에 잡아 보려고 남보다 빨리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발품을 판다. 이어 보라색 라벤더가 장관을 이룬 Farm Tomita로 이동하여 평지와 산 언덕의 수목과 잘 어우러진 넓은 라벤더 허브 밭, 각양각색의 꽃들이 만든 그림같은 풍경에 관광객의 탄성을 절로 나오게 한다.
지나는 길의 풍경은 우리 시골 풍경과 흡사하나 어디나 잘 정돈 되었고, 어딜 둘러 봐도 볼품없는 아파트는 뵈질 않고, 멀리 만년설이 덮힌 大雪山 주변 아래 분지에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 마을이 듬성듬성 자리 잡았다.
두시간 반을 달려 삿뽀로 시내 식당에서 무한리필 북해도 3대 게(대게, 털게, 킹크랩) 요리와 김치나베를 맛있게 배불리 먹고, 인근 삿뽀로 뉴오타니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밤에 오오도리 공원을 산책한 후, Lawson에서 삿뽀로 맥주 중에서도 이 동네에서만 파는 Classic을 한 캔 사서 시음을 해봤다.
ㅁ둘쨋날 7.21(목)
어젯밤 잠시 구경한 시계탑 아래서 시작하여 오오도리공원 관광이다. 뮌헨 맥주축제, 브라질 리우축제와 함께 이곳 삿뽀로 오오도리 겨울 눈축제가 세계3대 축제중 하나란다. 50분을 달려 오타루항. 19세기 말 인근 하코다데항을 미국에 개항하며 발달하게 되었단다.
옛 창고 건물 옆으로 조그만 운하, 오르골 전시장등을 구경한 뒤 르타오 치즈케익에 커피 한잔하고, 유럽식 화강암으로 지은 옛 은행건물을 그대로 보존해 문을 연 스시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재밌게도 육중한 은행 금고문을 화장실 문으로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
1시간 반을 달려 샤코탄 시마무이 해안으로 향한다.
언덕길을 잠시 올라가니, 옛날 청어를 손쉽게 운반하기 위해 바다쪽으로 뚫었다는 컴컴한 터널을 지나니, 샤코탄(積丹) 블루로 유명한 시마무이 해안이 급경사길 아래로 펼쳐진다. 멀리는 오오츠크해 수평선이다.
이어서 20분쯤 달려 카무이(神威) 미사키 곶 구경이다. 소매물도 느낌을 주는 풍경이다. 제주도 섭지코지 이미지도 나온다. 곶 끝까지 트레일 할 수 있도록 길을 내었다. 어제가 꽃 구경, 오늘은 바닷가 구경이다.
두어 시간 산골 길을 달려 겨울 스키장으로 유명한 니세코 리조트의 힐턴빌리지 호텔에 이틀째 밤을 보낸다. 7층 창밖으로 본토 후지산을 꼭 빼 닮은 요테이(羊蹄)산 꼭대기가 멋진 구름 모자를 썼다.
오는 길에 가이드가 전하는 가슴 아픈 과거 역사 얘기에 편안했던 속이 아려 온다. 홋카이도 광산에 강제 징용 왔다가, 일본이 러일전쟁 승리로 할양 받은 사할린으로 또 다시 강제 이주 당하여 고생하던 우리 동포가, 2차 대전 패배로 사할린을 다시 러시아에 내어 주면서 일본인은 데려 왔으나, 그대로 남은 사할린의 우리 동포들의 험란한 인생역정이, 한 시대를 살며 홋카이도에 구경 온 나와 극명하게 오버랩 된다.
임진왜란 1592, 청일전쟁 1894, 러일전쟁 1904, 2차대전 1941...이제 이 넘들이 또 재무장하고 있다.
ㅁ세쨋날 7.22(금)
니세코 후끼다시 공원으로 가는 길 좌우로는 넓게 펼쳐진 감자밭, 콩밭, 밀밭, 옥수수밭이 눈에 들어온다. 공원에는 요테이산을 뚫고 내려온 용천수가 작은 폭포가 되어 쏟아져 나온다.
모두 한모금씩 마시고 병에 담아간다. 도야 가는 길은 돌 없는 제주 중산간을 달리는 느낌이다. 검은색 토질은 제주보다 좋아 뵌다. 우리나라 같으면 농가 옆 혹은 논밭 한 귀퉁이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을 법한 폐 농기구나 폐 비닐등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얄미울 정도로 그야말로 완벽하게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다.
사이로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둘레 40여키로 최대 수심 180미터 정도 된다는 도야(洞爺) 호수는 날이 흐려 제대로 된 사진 한장 얻기 어렵다. 잠시 후 아래로 내려가 호수 중도(中島)까지 유람선을 탄단다.
50분을 시골길을 달려 도착한 쇼와(昭和)신산, 쇼와 시절 지진 화산 분출 이후 솟아 올라, 아직도 유황가스가 분출되고 있다. 특별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여기서 허접한 해물철판구이 점심후, 유람선을 타고 도야호수 나까지마(中島)까지 한바퀴 돌았다. 역시 특별한 구경거리는 아니다. 그나마 매일 밤 유람선에서 불꽃놀이를 한다 하니, 그것이나 볼만 할런지...
2시 50분 노보리베츠(登別) 지옥계곡에 닿아, 만년 전 갑자기 분출하기 시작했다는 유황 온천수가 흐르는 계곡을 따라 20분마다 80°C 간헐천이 분출하는 웅덩이까지 산책을 했다.
2시간을 시골 국도를 달렸다. 산악지대에는 농사는 없다. 4시경 고산지대 나까야마 정상 부근을 지날 때는 채 몇십 미터 앞도 안 보일 정도로 안개가 자욱하다.
5.40 죠잔케이(定山溪)뷰 호텔에 닿았다. 온천 호텔이다. 다다미식 방인데 담배 냄새가 복도서부터 방안까지 코를 찌른다. 머리가 띵 하다. 짐 풀자마자 대략 500명은 수용 할 것 같은 1층 뷔페식당에서 싱싱한 킹크랩 위주로 배가 남산만 하도록 먹어치웠다. 내가 본 세계에서 최고 큰 호텔 식당이다. 온천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색한 일본식 까운(유카따)을 입고 내려와 지하의 넓은 온천탕에서 피로를 풀었다. 야외 노천탕에서 겨울에 눈 맞으며 온천하는 맛이 괜찮겠다 싶다. 남녀탕이 매일 바뀐단다. 헷갈리겠다.
ㅁ네쨋날7.23(토)
새벽 4시반도 되기 전에 이미 대낮같이 창밖이 훤 하니, 대체 몇시에 해가 뜨는지 알 수가 없다. 킹크랩 과식 때문인지, 한밤에 온천 후 마신 찬 맥주 때문인지 속이 시원치 않다.
8시 출발, 한 시간 걸려 아사히카와 공항 가기 전에 130년전에 지었다는 삿뽀로의 홋카이도 구청사 관광이다. 붉은 벽돌로 중앙에 돔이 있어 옛 서울역 모습이 떠오른다.
인근 면세점에 들렀다가 11시경 공항으로 출발...12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미소라멘 한 그릇 하고, 첨으로 ROYCE 초콜릿 맛도 봤다.
홋카이도 국도변의 특이한 점은, 나흘 동안 어딜 봐도 산에 소나무가 없다는 점과 도로 좌우로 도로 경계를 알려 주는 화살표가 땅을 향한 기둥이 가로등처럼 서 있다는 것이다. 겨울에 워낙 눈이 많이와 위의 화살표 표시가 없으면 도로 구분이 안 될 정도란다.
첫댓글 도대장의 예리한 관찰이 돋보이는 북해도 여행기 잘 읽었소. 여름여행 시원하게 잘 하고 오셨네요.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