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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지구친구의 가을
오종락
가을은 나이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사람들은 흔히 나이와 인생사를 사계절에 비유하여 묘사한다. 인생살이 궤적이 계절의 변화로 인해 현재의 위치를 더욱 선명하게 가늠해주고 있다. 특히 가을은 지난 세월을 곰곰 반추하도록 생각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워 준다. 이럴 때면 깊은 생각에 한 번쯤 젖어든다. 과연 내 인생의 계절은 어디쯤 와 있을까? 하고. 이는 사색의 가을이 주는 탓도 있지만, 내 인생의 계절도 이맘때쯤으로 가을과 궤를 같이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내 나이 6학년 초입을 약간 지났으니 초가을쯤이 아닐까? 하고 어림잡아 계절 위에 좌표를 놓는다. 백세시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현재로선 무리가 있어 보인다. 대체로 요즘 장수하는 어르신을 기준으로 한번 매겨본다. 장수의 염원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백세 시대가 도래했다고 세상이 요란하다. 바람직하고 참 좋은 일이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건강식품도 챙기며 무척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그런데 반해 장수에 바탕이 되는 기후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가을이면 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지구환경의 나이도 한 번쯤 생각해 보게된다. 이런 습관은 몇 해 전부터 환경청 기후강사로 활동하는 아내를 도와 기후 보조강사 역할을 하면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유난히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으니 이런 생각이 불현 듯 떠오른다. 아마 지구환경의 계절은 가을로 접어든 지가 한참 된 것이 아닌가 한다. 미국의 해양대기청(NOAA)은 올해 상반기 세계 평균기온을 분석한 결과 20세기 평균기온보다 1도 이상 높다고 밝혔다. 우리 모두가 인류와 지구를 최악의 대멸종에서 확실히 구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지금, 지구 온도를 2도 상승 수준에서 반드시 멈춰야만 한다. 해수면 상승, 사막화, 빙하의 융해 같은 현상은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일상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지구의 가을은 점점 더 깊어만 간다.
우리 인간들이 장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인간의 생존과 수명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지구환경이 뒷받침되어 주지 않는다면 백세 시대의 소망은 공염불로 끝날 수도 있다. 운 좋게도 지금의 젊은 세대는 백세 시대의 희망을 걸어 볼 수도 있다. 하나 다음 세대로 넘어 갈수록 점점 어렵지 않을까? 한다. 하나 둘 사라져 가는 유인원이나 동식물이 그것을 잘 말해 주고 있다. 인간은 의학의 힘을 빌려 항생제 처방으로 수명을 연장한다고 하지만 그 또한 한계에 봉착할 수 있을 것이다. 자원도 점점 고갈되어 간다. 석유는 50년, 석탄은 100년이면 바닥난다고 한다. 이런 지하자원은 수억년의 세월에 걸쳐 생성된 것들이다. 세월이 흐른 후 미래세대는 자원을 모두 다 써버리고 떠난 오늘날 세대를 악마의 세대라고 부를지 않을까 염려된다.
초가을 이면 들판에 오곡백과가 익어간다. 풍성한 결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마음까지 풍요롭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추석에 일찍 영근 과일과 곡식으로 정성스레 차례를 올렸다. 이는 조상님의 음덕과 지구 환경에 대한 무한한 감사의 의미를 담고 있다. 가을걷이를 하며 겨우살이 준비를 철저히 하곤 했다. 겨우살이 준비는 기나긴 겨울을 나기 위해서다. 겨우살이 준비를 제대로 안 한 사람에겐 긴 겨울은 얼마나 고통스럽고 지루하겠는가. 머지않아 다가올 지구환경의 겨우살이에는 너무나 등한시하고 있다. 지금 인류는 예전보다 훨씬 풍요로운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풍요한 물질문명의 이면에는 지구에게 너무나 심한 고통을 강요하고 있다.
사계절을 기준으로 나의 인생이 초가을이라면, 젊은이에게는 이른 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구 친구의 계절은 사람이 느끼는 것과는 다르다. 인간 생명의 원천인 지구 환경의 계절은 이미 깊은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자연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은 다르다. 머지않아 추운 겨울을 맞이할 것이다. “6도의 악몽”의 저자 영국의 환경운동가 “마크 라이너스”에 의하면 지옥의 6단계 중 1단계를 넘어서고 있는 셈이다. 그는 지옥의 1단계를 단테의 신곡 <지옥편>을 인용하며 아래와 같이 경고한 바 있다.
"울먹이는 땅이 바람을 토해내고,
진홍빛 하늘엔 한줄기 번개가 빛나,
거기에 내 온 감각이 압도당하더니,
나는 잠에 취한 사람처럼 쓰러졌느니라."
생명체의 대멸종, 지구의 멸망은 이제 더 이상 재난영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일이 아닌 것 같다. 지구온도 2도 상승의 2050년 dead-line 앞으로 쉼 없이 달려가고 있다. 이런 현상을 눈 앞에 두고도 막을 수 없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2도 상승 수준에서 멈출 것인가? 아니면 2도를 넘겨 빠른 속도로 6도를 향해 질주할 것인가? 이 모든 문제들은, 어쩌면 내가 아직 살아있는 시간에 당면하게 될 수도 있다고 기후 전문가는 경고하고 있다.
지구환경을 생각하며 실천적 행동을 하는 사람만이 진정 인류를 구원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모습은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여 질병의 공포에서 해방되게 하는 과학자의 모습이나 다름없다. 내가 유년시절 시골에서 자랄 때는 지구환경은 늘 청정한 것으로만 알았다. 나의 고향집 뒤뜰의 노랗게 물들어 가던 은행잎을 좋아하던 소년은 인생의 초가을이 맞이하고 있다. 아파트 앞 가로수 은행잎이 매연에 찌들어 우중충한 모습을 띠며 초가을 햇살을 쬐고 있다. 지구환경의 계절까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세상에 살아가고 있음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차도와 인도 사이에 심어 놓은 피라칸다는 매연을 흠뻑 마시며 가쁜 숨을 내시고 있다. 공기 청정식물인 자신도 숨이 차다는 표정을 지으며 가로수 은행나무에게 말을 건네고 있는 것만 같다. 이런 말로 “초가을인데도 아직 왜 이렇게 덥지, 도로의 공기는 왜 이렇게 탁해, 호흡하기가 너무 힘들어”하면서 말이다.
(2016.9.11.)
첫댓글 이제 막 초가을에 접어든 인생의 나이에, 수억년을 이어온 뭇 생명들의 멸종을 보면서 지구환경의 뒷받침 없는 인간의 나이는 별 의미 없다고 걱정하시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문명의 발달로 지구가 몸살을 한다고 느끼게 하는 글이라는 저의 소감입니다. 좀 더 편리함이 자연의 재앙을 가져온다는 진실을 서서히 오기에 당장은 크게 못느끼지만 50년 100년 후면 지구가 주는 공포를 직접 감지하리라는 생각만 해도 가까운길 걷고 더위는 바깥 온도와 실내온도의 격차를 줄여야 하도록 노력하며 자연환경은 모두가 동참해야함을 함께 느꼈습니다. 정말 정신이 번뜩 드는 글 잘 읽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2050년 dead-line 이 결코 먼 훗날이 아니라 바로 우리 2세 3세 앞의 삶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나부터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바로 행하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가을의 의미를 확장시켜 곧 닥칠 지구의 겨울을 위해 준비할 계절임을 강조하신 글 많은 도움주셨습니다.
지구의 나이도 가을로 접어드는가 봅니다. 인간에 의해 소멸되지는 않아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변화하는 환경에대한 고견에 동의하며 미래세대를 위해 무언가 나 부터 실천할수있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