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치르치르 미치르
19xx년 x월 x일
요리실력에는 자신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매일 같은 손님만 와서 조금 지겹던 차에 새로운 손님이 찾아왔다. 김̴̣̹̜͖̑͆̈̍̅́̅̒͜͠여̡͚̱̣̦͈͓̉̌̈́̒̆̐͡시̸̧̳͇͔͚̓͋͂̾̍́̓̀͠ ??? 라고 하는데 사실 이름은 못알아들었다. 처음에는 말도 안통해서 그냥 손가락으로 메뉴만 가리키던 손님이었는데 말을 배우기 시작한건지 최근엔 한두마디씩 말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이 손님한테 배운 것도 많다. 원래 촉수가 아래에 두개 위에 한개 있는 건 관광객들, 촉수가 아래에 세개 있는 건 야생동물 - 가축 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래에 있는건 다리, 위에 있는건 팔이라고 알려줬다.
주방장이라면 마땅히 재료의 원래 명칭을 알아야 하는데 지금까지 잘못 부르고 있었다니. 부끄럽다.
이 새로운 손님은 매번 음식을 바꿔 먹는데 어쩔 때는 마을 주민의 음식을 같이 포장해 갈 때도 있다. 매일 와서 음식을 시키는 걸 보면 내 음식이 마음에 들었나보다. 다음에 오면 어떤 음식이 제일 맛있었냐고 물어봐야지.
19xx년 x월 x일
재료가 없다. 야생 동물들도 안보이고 𓊄는 자꾸 자기가 키운다고 몇 없는 동물들을 데려간다. 그래놓고 시끄럽게 군다고 도축하면서. 𓊄한테 부위를 좀 나눠달라고 부탁해봐야 할까...? 그건 너무 자존심이 상한다. 그래도 주방장인데 재료는 스스로 구해야지.
....사실 고백하자면 𓊄가 관광객에게 주의를 주다 잘못해서 관광객들이 사망했을 때 몰래 가져온 적이 있다. 너무 재료가 없어서 한 번 시험해봤는데 맛이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
근데 그것도 한두번이지. 재료를 구하려면 마을을 돌아다녀야 하는데 그러다 손님이 오면 어떡하냔 말이다. 어렵다, 어려워.
오늘은 그런 슬픈 날 중 하나였다. 그동안 아끼고 아낀 재료가 다 떨어져서 결국 아무것도 없는 국밥을 만들고 말았다. 그 새로운 손님이 하필 국밥을 시키는 바람에 부끄러운 음식을 내놓고 말았다. 미안하다고 연신 사죄했는데 너그러운 손님은 괜찮다고 그냥 그걸 먹었다. 사죄의 의미로 돈은 안받았다. 𓌌였으면 화를 화를 내면서 촉수를 휘둘렀을 건데.
관광객들이 내는 부위로는 아무것도 만들 수가 없다. 끽해야 전 한두 점? 너무 슬프다. 슬퍼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19xx년 x월 x일
좋은 재료를 구했다! 마을 입구까지 산책하다 돌아다니는 동물을 데려왔다. 이정도 크기면 며칠은 안심이다.
오늘도 그 손님이 오겠지? 최선을 다해 국밥을 만들었다. 국밥을 제일 많이 먹는 것 같아서.
근데 오늘은 바비큐를 먹었다. 물론 재료가 넉넉해야 만들 수 있는 요리이니만큼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오늘의 국밥은 내 혼신의 요리였는데.... 손님이 한사코 거절했다.
내가 울면서 다 먹었다.
주방장의 명예가 조금씩 땅에 떨어지고 있다.
19xx년 x월 x일
오늘 손님에게 음식 맛은 어떠냐고 물어봤다.
세상에, 내가 만든 음식이 전이 아니라니. 전은 '말리는' 게 아니라 '굽는' 거라고 했다.
그럼 바비큐랑 다른 게 뭐냐고 물어봤는데 바비큐랑은 다르게 뭘 발라서 굽는 거란다.
바를 게 뭐가 있지...? 손님이 몸에서 나오는 물을 좀 줘서 그걸 발라서 구워봤다. 바비큐랑 비슷하지만 좀 풍부한 맛이 났다.
기대에 차서 손님을 바라봤는데, 아니란다.
지금 팔고 있는 건 전이 아니라 육포와 비슷하다고 했다.
그럼....그럼...
고민하자 손님이 그냥 메뉴명을 육포로 바꾸래서 그렇게 했다. 어쩌면 주방장은 나보다 이 손님에게 어울리는 직업이 아닐까...?
다른 메뉴는 나쁘지 않은데 젓갈은 개쓰레기같다고 했다. 상처를 안받은 건 아니지만 비판도 받아들여야 멋진 주방장이다. 하긴.... 적어도 30년은 묵혀야 하는데 지금 있는 젓갈들은 다 10년 정도 된 것들이다. 젓갈은 재료 수급도, 숙성 과정도 어렵다. 차라리 새로운 메뉴를 구상하자.
19xx년 x월 x일
새벽에 심란한 마음을 달래러 나갔다가 청소부에게 반정도 청소당한 관광객을 봤다. 내가 가져가겠다고 하자 그러라고 했다. 어차피 치울 거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맛이 비슷하다.
혹시 관광객과 동물들은 비슷한 종이 아닐까?
19xx년 x월 x일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관광객은 다리라 불리는 부분을 떼면 동물이 된다.
이럴수가!!!!!!!
이건 진짜 엄청난 발견이다.
손님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니 손님도 이건 처음 아는 사실인지 놀랐다.
뿌듯함이 몰려온다.
이게 주방장의 능력이지! 재료를 찾아내는 능력!
19xx년 x월 x일
손님이 마을에 정착했다. 주민이 된 기념으로 이름을 다시 알려줬는데 여전히 김̴̣̹̜͖̑͆̈̍̅́̅̒͜͠여̡͚̱̣̦͈͓̉̌̈́̒̆̐͡시̸̧̳͇͔͚̓͋͂̾̍́̓̀͠ 로 들린다. 아무래도 이름을 부르는 독특한 발음이 있는 것 같다. 주민이 된 걸 환영해요 손님!!!!
손님이 팔이라고 부르는 부분에 말단 촉수가 하나밖에 없었는데 네개가 더 돋아났다. 혹시 몰라서 가게에서 촉수 두개를 선물로 사왔는데 더 늘릴 생각은 없다고 한다. 그래도 가끔 질리면 바꿔 끼우겠다고 했다. 친절도 하지!
손님이 마을을 관광하면서 불편했던 점 몇가지를 포함해서 안내문을 수정했다. 읽고 쓰는 걸 제일 잘하는 𓏗 가 대부분의 내용을 작성했다.
𓏗는 요새 마을 정비에 바쁘다. 특히 마을을 둘러보며 감상을 남기라고 놔둔 방명록을 다 수거중이다. 안을 살짝 보여줬는데 찢기거나 구겨진 페이지가 많았다. 심지어 어떤 페이지는 소스가 덕지덕지 묻어 있어 넘기기도 찝찝했다. 속상할 만하다.
아. 좋은 생각이 났다.
19xx년 x월 x일
안내문 내용 몇개를 바꿨다.
확실히 재료 수급의 어려움이 줄었다.
난 천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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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장이 나쁜 애는 아니야
본업에 충실하고 싶을 뿐
헐... 주방장이었어....ㄷㄷ
근데 울면서 국밥 혼자 다 먹은거 웃기고 귀엽다ㅋㅋㅋㅋ
울면서 다 먹었닼ㅋㅋㅋㅋ
울면서 다 먹었대 귀여운데 무사와요
나름 귀엽노ㅋ 하다가 재료 수급 해결방안 찾은거 보고 씨핥. ㅠ;;; 됏네요..
관광객들 으짬 ㅜ
너무재미있게 잘읽고있어ㅠㅠ글 고마워!!
주민들독특해서좋앜ㅋㅋㅋ
아씨 졸라 귀여워 ㅠ 그럼...그럼... 하고 머뭇거리는 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울면서 다 먹었대 ㅋㅋㅋㅋ ㅠㅠ
울면서 다 먹었 ㅠㅠㅠㅠㅠㅠ
여시랑 친해졌네 이게 좋은거야 나쁜거야 ㅠㅠ
너 이자식!
내가 울면서 다 먹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내가 먹을게 나 줘....
야!!! 다리 자르라고 한 거 너구나 이자식
다리 없애라고한 거 너였구나 오마갓
ㅈㄴ재밋다.........
다리 자르라고 한게......... 남은 음식 혼자 다 먹어
야 다리를!!! 이런 ㅡㅡ
아니 근데 또 김여시는 잘 지내고 있나봐 ㅠㅠ 흑흑 내 아픈 손가락....
내가 울면서 다 먹었다 ㅠㅠ ㅋㅋㅋㅋㅋㅋㅋ
약간 엠지 스타일 따라가서 나를 충족시켜주려는 할머니를 생각하면 좀 덜 무섭네
아니 근데 사람에게 나온거를 발랏다고..? 오줌..? 똥….? 아 바베큐 안먹를래. 아 다시 보니 물이네 물이면 소변인가.. 피?
아 피네
이새끼 니거 다리를 다 자르라고 했ㄱ 나
어오 너땜에 !!!!
헐 다리 자르라는게 밌었구나
울면서 먹었다는 부분 왤케 웃겨 ㅋㅋㅋㅋㅋ ㅠㅠ
주방장 은근 귀엽네
하쒸 너무 재밌다!!
관광객이 재료라니 아니 주방장 뭔가 귀엽고 짠한데 잔인하면서도 착한것같고 ㅜㅜ와 나 진짜 만화로 그리면 어떤느낌이려나 너무 궁금하다!! 내용 너무 재밌어ㅠㅠㅠ 다리한쪽 처음부터 잘렸으면 큰일나네...소로마을 빡세진짜 후덜덜
주방장 졸라 귀여워 ㅠ 그럼.. 그럼.. 하고 머뭇거리는 거 킬포... 그치만 피를 소스라고 하는 너...
내가 울면서 다 먹었다.
아니 진짜 순수한 모습에 더 킹받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쁘지만 착한 쉑....
다음 외전 주소 두고가욥
https://m.cafe.daum.net/subdued20club/RaxJ/112733?svc=cafeapp
아니 주방장 귀엽긴..귀여운데 내가 재료야?ㅠ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