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를 좋아하는 꿀벌과 꽃식물은 수백만 년에 걸쳐 상대에게 크게 의존하는 습성을 발달 시켰다.꿀벌은 충분한 영양분을 꽃에서 얻고 꽃식물은 번식을 위해 꿀벌에 의존한다. 양봉 농가와 서로 협력하며 사는 약 2000억마리 (北美로 추정됨) 가량의 꿀벌은 수십가지의 과일과 채소 작물들의 가루받이를 맡고 있다. 농부의 역할을 하는 그들 덕분에 사람들은 매일 식탁에서 풍성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다. 벌집을 들여다 보면 여왕벌 한 마리에 수천,수만 마리의 벌들이 모여 산다.여왕벌은 잠시 벌집을 떠나 근처 다른 벌집의 수컷 10-20마리와 짝짓기를 함으로써 일생에 걸쳐 필요한 약 500만마리의 정자를 구한다. 그 후 여왕벌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무수히 많은 알을 낳는데, 유충이 깨어난 후 일벌이 주는 일반 먹이를 주면 일벌로 자라지만 그 중 선택된 수정란은 유충으로 성장한 후 영양 만점의 분비물(로얄제리)을 아낌없이 공급 받으며 여왕벌로 자란다.여왕벌은 자기가 낳은 알 중에서 5퍼센트 이하 정도는 수정하지 않는데 이 비수정란은 수벌이 된다. 대부분의 생물이 그렇듯이 생존과 번식,즉 먹이 찾기와 집터 선정의 임무는 그들 삶의 목적이자 전부이다. 먹이를 찾아 나선 벌들은 꽃 꿀을 발견하면 흥분한 채 동료에게 돌아와 아주 격렬하게 8자춤을 춘다. 이는 먹이가 있는곳의 위치 정보(방향,거리)를 알리는 신호다. 벌집 표면의 세로선을 축으로 엉덩이 춤을 추는 각도는 태양의 방향을 기준으로 벌집 밖에서의 비행 각도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춤벌이 엉덩이 춤을 추며 세로선을 따라 똑바로 움직인다면 이는 먹이가 태양과 같은 방향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춤벌이 세로선을 축으로 오른 쪽 40도 방향을 향하면 먹이는 태양에서 오른 쪽 40도 방향에 있다는 표시다. 엉덩이 춤이 지속되는 시간은 비행 거리에 비례한다. 초여름이 되어 벌집에서 새로운 영왕벌들이 자라는 동안 기존의 여왕벌은 수천마리의 다른 일벌들과 함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나서지 않으면 안되는 변화를 맞게 된다.즉, 보금자리 공간 (벌통이나 속이 빈 나무)에 구성원이 너무 많아지면 일부 집단이 벌집을 떠나야 한다. 이른바 분봉이 시작되는 이유는 여왕벌들끼리의 경쟁과 일벌들에게서 받는 홀대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일벌의 3분의 1 가량은 옛집에 그대로 남아 새로운 여왕벌을 키우며 원래의 집단을 이어가고 나머지 3분의 2에 해당하는 일벌 수만마리는 여왕벌과 함께 새로운 집단을 만들기 위해 서둘러 보금자리를 떠나는 것이다. 분봉은 늦봄과 초여름에 걸쳐 일어나며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집터를 물색하게 되는데 벌들은 주변의 약 79 제곱 킬로미터를 샅샅이 뒤져 10여개의 집터 후보지를 찾아 낸다. 새로운 보금자리는 꿀을 저장해서 안전하게 겨울을 보내야 하고, 안전하게 자손을 양육하기에 좋은 곳이어야 한다. 그 밖에, 태양 노출, 바람 보호, 개미의 유무 ,지상으로부터의 집터의 높이가 고려의 대상이다. 집단 생활을 위해 필요한 최적의 공간 크기는 40-60 리터이고 입구의 크기는 10-30 제곱 센티미터 정도다. 먹이 찾기와 집터 선정 과정을 보면 꿀벌 집단은 단순히 수천마리가 모인 낱낱의 개체가 아니라 통합된 전체로서 기능하는 독립체(초개체)이다. 인간의 뇌에서 신경세포는 악 1.5 킬로그램을 차지한다.그 무게에 상응하는 한 무리의 꿀벌은 마치 뇌 속의 신경세포처럼 집단적인 지혜를 발휘한다. 서로 협력하는 저차원의 개체가 한데 모인 사회, 이는 생명체의 진화 과정을 살펴 보면 타당하다. 서로 긴밀히 협력하는 세포 집단을 선호하는 자연 선택(진화)은 결국 인간과 같은 완전히 통합된 세포 집단인 유기체로 발전되었다. 신경 세포로 이루어진 뇌와 꿀벌로서 이루어진 꿀벌 집단.. 사고 기계(thinking machine)로서 작용하는 이들의 집터 선정 메커니즘은 인간의 뇌 활동(감각-최적화 통합-행동)과 동일한 적응 구조로 수렴한다. 먹이 징발대로서 경험이 풍부한 일벌 수백마리가 집터 정찰대로 나서게 되며 그 중에서 복수의 정찰대 집단이 집터를 조사하고 그 집터의 질을 추정해 춤으로 보고한다. 이 춤을 통해 다른 꿀벌들을 추가 모집하고 각 집터를 방문하는 꿀벌의 수를 통해 집터의 질에 관한 추정 정보를 몇 시간만에 통합한다.(통합) 그리고 어느 특정한 집터를 방문하는 꿀벌 수가 정족수에 도달하면 꿀벌 집단은 그 집터로 날아 간다.(행동) 집터 선발대는 먹이 징발대로서 이미 경험이 풍부한 일 벌 들 중에서 선발되며 이들은 전체 꿀벌 집단의 약 3-4%정도이고 이들은 이륙 전에 집터 방문을 경험한다. 그들 중 약 50%만이 춤을 추게 되며 춤의 강도와 집터의 질은 비례한다. 결국 전체 벌의 약 1.5-2%인 수백마리의 벌들이 집단의 운명을 좌우하는 리더인 셈이다. 새로운 집터로의 비행 결정은 집터에 대한 합의(춤벌 들의 의견 일치)에 도달해서라기 보다는 정족수(충분한 수의 정찰벌)에 도달해서이다. 그들은 다른 많은 정찰대가 다양한 장소를 방문하고 광고하며 한 장소에 대한 완전한 합의가 없는 경우에도 어느 한 집터가 정족수를 충족하면 이륙 비행을 시작한다. 정족수는 집단 규모에 따라 달라지지 않으며 정찰대가 완전 합의 방식을 택하지 않는 이유는 결정 속도와 정확도 사이의 균형을 유지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우월한 대안을 찾를 때까지 대부분 자기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꿀벌은 자신의 지지를 자동적으로 철회 함으로써 고집스럽게 의사 결정을 늦추는 소수의 횡포를 막으며 쉽게 합의에 이른다. 그리고 여왕벌이 집터 선정 과정에서 물리적으로 분리 되었음에도 꿀벌 집단은 새로운 집터를 능숙하게 선택한다. 요는 그들이 집단 결정에서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군림하려는 지도자의 가능성을 배제한다는 점이다. 위 모두 인간이 본 받을만한 지혜가 아닐까. * <꿀벌의 민주주의, 토머스 D 실리 지음 > 책 내용입니다. (하이네,m cho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