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특파원 칼럼
[특파원 리포트] 정답 가르치지 않는 美 교사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입력 2024.02.09. 03:00
https://www.chosun.com/opinion/correspondent_column/2024/02/09/HO57C7BPONC7XKGLOK75WBFYW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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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144만 유튜버인 마크 맨슨. 그는 최근 과학, 기술,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앞서나가는 한국인들이 왜 정신건강 문제를 많이 겪고 자살을 많이 하는지 알아보려고 한국을 방문한 뒤 만든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했다'는 24분 3초짜리 동영상으로 화제가 됐다. /마크 맨슨 유튜브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했다’는 미국 작가 마크 맨슨의 한국 방문 동영상이 최근 화제가 됐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는 치열한 경쟁, 끊임없이 타인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유교 문화, 보이는 것을 중시하는 물질주의 등이 한국인들에게 스트레스와 절망을 야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 진단이 맞든 틀리든, 화제가 된 것을 보면 공감하는 사람도 꽤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주제와 관련해 미국에 살며 ‘이런 점은 배우면 좋겠다’고 느꼈던 일화가 하나 떠올랐다. 어느 날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교사와 아이들이 곤충 도감을 함께 보는 동영상을 보내줬다. 한 아이가 거미 다리를 세어보고 “8개다”라고 말하자, 다른 아이가 “아닌 것 같은데”라며 다시 세기 시작했다. 이 아이는 이미 셌던 다리를 중복해 세고는 “9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아이는 “10개”라고 했다.
이쯤 되면 선생님이 “거미 다리는 8개”라고 가르쳐 주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한 순간, 교사는 “너희가 거미 다리가 몇 개인지 알아보려고 한 것이 참 흥미롭구나”라고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그 까닭을 나중에 물어보니 “지금 나이에는 답을 아는 것보다 우선 스스로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후 아이가 더듬더듬 글자를 쓰기 시작하자, 교사는 “절대 철자법을 지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아이 스스로 글자를 깨치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기쁨을 느끼고 있는데, 철자법을 들이대면 그런 자긍심과 재미가 사라진다는 얘기였다.
대치동 영어 유치원에서는 만 4~5세부터 철자법 시험을 보고 만 6세쯤이면 거의 완벽한 글을 쓴다는데, 이런 교육법 때문인지 미국에는 나이가 더 들어서까지 철자법을 틀리는 아이가 흔하다. 그래서 “학교에서 도대체 뭘 가르치는 거냐. 이래서 미국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비판하는 미국인도 꽤 많다.
그럼에도 일정 나이까지는 한국도 정답을 가르치기보다 생각할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들에는 대개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인생’이 그렇다. 꼭 어느 대학을 나와야, 돈을 얼마나 벌어야, 어떤 집·차·옷을 갖춰야 한다는 법은 없다. 일이 뜻대로 안 돼도, 친구와 다르게 살아도, 각자 나름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너무 어려서부터 정답 찾기를 하다 보면 그런 ‘자기 나름의 생각’을 하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다. 어디 어디 대학을 못 가면 인생이 망한 것이고, 급여가 얼마 이하면 O백충(O백만원 급여 생활자를 비하하는 말)이고, 어느 나이에 어떤 차는 타야 하고…. 이렇게 없는 정답도 자꾸 만들어 내서 공연히 서로를 쥐어뜯는다. 거미 다리를 세다가 인생론으로 비약이 심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정답 찾기를 좀 덜 해야 한국인들이 더 행복해질 것 같다.
김진명 기자
밥좀도
2024.02.09 06:08:44
한국은 성적 기계, 공부 기계만 양산한다. 그래서 모두가 불행하다. 자신만의 소질과 행복과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인간 교육이 절실하다. 행복은 성적이나 돈이 전부가 아님을 자각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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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k
2024.02.09 05:47:11
대치동은 그렇지 대다수 초등학생은 저 거미다리 보다 더 자상한 교육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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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
2024.02.09 06:49:13
젊을 때 미국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공교육. 영어 모른 상태로 초등학교 입학. 2학년 둘째가 학교 다녀와 울었지요. 학교 선생님 상담. 일주일 후 영어를 하면서 즐거워 했지요. 큰 애 시카고 대학 작은 애 코넬대학 졸업 후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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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저
2024.02.09 06:25:17
웃기고 있네. 그래서 미국인들 성인되어서까지 철자법 개판인 사람들이 태반인 건 아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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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ortalis
2024.02.09 07:56:38
당신 말대로 비약이 심하네.. 몇백충 얘기도 처음 들어본다. 대치동 얘기도 별로 듣고 싶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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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gabondi
2024.02.09 07:16:33
정답이 없는 것은 이 논의에서 제외! 정답이 있는 것도 절대로 가르쳐 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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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하네
2024.02.09 06:21:55
정답은 없어도 되지만 기사에 내용은 있어야 하는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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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Kim
2024.02.09 06:07:49
코리아의 이게 정답이야 하는 교육이 사고 기능이 미개한 좌좀 개,돼지들을 양산 했다. 우파도 마찬가지. 이들은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지 않고 그저 뉴스 조작부에서 내보내는 가공의 스토리를 묻고 따지지도 않고 그런가 보다 하고 수용하는 작태를 되풀이 하고 있다. 레밍이다.레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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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v8
2024.02.09 05:48:30
그렇게 공부하는 것이 옳은데... 공부하지말고 시험공부해야하는게 대한민국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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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st
2024.02.09 08:25:52
아이때는 정답이 필요없지만 나이들어서도 인생의 정답을 모르면 바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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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이어
2024.02.09 07:58:51
조카가 초등학교때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한국인은 1명 이었는데 선생님은 조카가 이해할 때 까지 천천히 또박또박 가르켜 주었다고... 대한민국의 교육은 여러모로 문제가 많다. 국회의원들의 수준이 말해 주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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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태
2024.02.09 07:55:32
오랫만에 만나는 행복론의 하나다. 목표가 행복인 인생은 행복을 찾고 목표가 세계최고라고생각하는 인생은 눈을 부릅뜨고 경쟁에서 이기도록 하는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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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밭
2024.02.09 07:49:32
우리는 일부 천자문 외우듯 서당식 교육방법을 아직 못 벗어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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