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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여성시대 치르치르 미치르
소로마을 생존자 인터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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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하시겠습니까?
[네/아니오]
동의하셨습니다.
▶▶▶기록을 불러옵니다.
...제가 어디까지 이야기했죠?
초대받은 부분까지요.
아. 네, 맞아요. 초대받았어요. 그, 까맣고 흐물텅거리는...... 흐물거리고 까맣고 흐물거리는....흐물거리는데 까맣고 까맣고 까만데 흐물거리고 물렁한데 흐물거리고 까만데 이상하게 까맣고 흐물거리는데 물렁할거같은데 이상하게 물렁한데 까만 색으로 몸이 막 칠해져있는, 까만, 까맣고, 물컹하고, 흐물거리고, 까만
(말을 끊으며) 까망이입니다.
......................................................네?
까망이요.
....그게, 뭔데요?
이름입니다. 일단 이름으로 정의를 해두면, 괜찮아요. 인지가 가능해지니까.
(선배님, 보안 걸립니다. // 협조 중이시잖아. 이 정도는 그러려니 해. // 네.)
...........아..........네..........그러니까............이름이...뭐라구요?
까망이.
까망이.
네.
.....(웃음) 귀여운 이름이네요. .....귀엽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네? 네. 저 괜찮아요. 그러니까, 음... 초대받았던 건 다섯째 날이었는데요. 그전에 있었던 일 먼저 말해도 괜찮을까요? 기억이 좀 더 나서요.
네, 그래주시면 저흰 감사하죠.
네... 마을을 둘러보라고 해서 일단 마을을 돌았는데요. 그냥..... 약간 민속촌같은 느낌이었어요. 수학여행으로 몇 번 갔었거든요, 민속촌. 너무 조용하다는 점이 달랐지만. 정숙하라는 규칙이 있었나.....? 그랬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엄청 땡볕이었는데 바람이 안불어도 덥지 않았어요. 맞아. 이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바람이 아예 불지 않았던 거. 가뜩이나 이상한 곳인데 날씨까지 그러니까 현실이 아닌가? 싶어졌는데....... 비명이 들렸어요.
네, 비명이요. 놀라서 가보니까 그...까망이....랑 조리모를 쓴? 사실 조리모라고 하기엔 되게 엉성하게 만든 모자 비슷한 게 머리...같은 부분에 얹어져 있는-
주방장이네요.
아... 조리모가 맞았구나. 네, 주방장이랑 둘이서 다리 한쪽이 없는 사람 팔을 양쪽에서 잡아당기고 있더라구요. 그 사람은 얼굴까지 빨개져서 비명을 막 지르고 있었구요. 그러다 눈이 마주쳤어요.
선생님이랑?
네. 그 사람이 절 보면서 살려달라고 막 우니까 그 까망이랑 주방장이 절 쳐다봤어요. 얼굴이라고 할만한 게 없어서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 쳐다본 것 같았어요. 근데 두 주민이..? 두 개가? 그 사람을 질질 끌고 저한테 오는거에요. 저는 놀라서 뒷걸음질 치는데 뒤에 뭐가 닿더라구요. 놀라가지고 뒤를 쳐다보니까 그 주민이 서있었어요.
* 다음 대화는 생존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대화임을 밝힙니다.
김여시(추정) : 아니, 또 싸워?
ㄴ, 네?
김여시(추정) : 어휴... 진짜. 관광객들 모여있는 곳에서 싸우지 말라니깐. 왜, 무슨 일인데?
(생존자를 지나쳐 두 것에게 가는 김여시(추정))
김여시(추정) : 응? 얘 데려가려고? 근데 주방장이 가져가고 있었다며. 응? 주방장이 이미 세마리 데려갔어? 그래서 한마리는 집에서 키우려고? 그럼 주방장이 한마리는 양보해주는게... 아니이~ 화내지 말구. 아니, 왜에. 이번엔 잘 키운대잖아. 응? 방금 소리지른 것도 잘 참았잖아. 음...그렇긴 하지. 이번엔 안죽인다고 약속하자. 근데 계속 시끄러우면 어떡하냐고? 음...성대수술은 어때? 반으로 자르자고? 그럼 죽을걸, 아마? 응? 쟤?
(생존자를 돌아본다.)
아. 응. 우리집에 초대한 앤데. 아....생긴 거? 저렇게 태어났나봐. 소개해줘? 저기, 이리 올래?
저요...?
김여시(추정) : 응. 얘네가 너 궁금하대.
어......... 네....
(까망이와 주방장이 생존자에게 다가온다. 팔이 들리고 다리가 만져지는 느낌이 든다. 차가운 젤 같은 느낌.)
김여시(추정) : 주방장이 손 한쪽만 주면 안되겠냐는데?
ㄴ, 네?
김여시(추정) : 신기하대. 대신에 이틀 동안은 돈 안받는데. 어때?
그럼...너무 아프지 않을까요?
김여시(추정) : 아파? 에이~ 아플리가 없지. 이거 진짜 파격 제안인데. 요즘 관광객들 많이 줄어서 주방장이 요리 솜씨를 발휘할 일이 적거든. 근데 너는 내 손님이기도 하고, 특이하게 생겼으니까 특별히 요리 솜씨를 발휘해 주겠대. 어때?
어...그러니까....?
김여시(추정) : 음~ 몇번을 다시 말하게 하는거지? 어떠냐니까? 어때? 어때? 어때? 어때? 어떠냐구. 어때?
조, 좋아요!
김여시(추정) : 좋대.
(가까워지는 주방장. 눈을 질끈 감는 생존자. 서늘한 감각이 왼쪽 손목을 스치고 지나간다. 눈을 뜨자 잘려있는 왼 손목. 주방장의 손에 자신의 손목이 들려있다.)
김여시(추정) : 잘됐다. 축하해. 야채곱창 꼭 먹어봐! 어? 손목 얻었으니까 양보할거야? 잘됐다 까망아!!!
......
.......
그래서 손목이.
네. 근데... 이정도는 괜찮죠. 애초에 그 마을엔... 팔 없는 사람이 더 많았으니까.... 그래서 식당에서 밥....먹고....... 아, 초대. 초대 말씀드리기로 했죠. 그 주민 집에서 며칠 묵었어요. 저 말고도 몇명 더 재워주는 것 같던데. 그리고 그 스탬프...? 그거 찍는 것도 도와주더라구요. 구매는 각자 해야 했지만....
얼마던가요?
팔 한쪽 전부 다. 아니면 눈 두개 귀 하나. 아니면 귀 두개 눈 하나.
....XX씨는?
....저는..... 그 주민이 사줬어요. 나중에 뭐 도와달라고.
아무튼, 초대받은 건 다섯번째 날이에요. 점심에 식당가서 이미 밥을 먹고 왔는데, 저녁에 같이 놀러가자고. 저녁에 나가면 안되는 거 아니냐고 하니까 그건 관광객들을 위한 안내래요. 자기들이랑은 다 알고 있다나.... 제가 거절할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알았다고 했어요. 저녁은 진짜 무섭더라구요. 아무것도 안보이고, 하늘에 달 하나 덩그러니 떠 있는데 진짜 달 같아 보이지도 않고. 주민이 제 손 잡고 걸어가는데 엄청 미묘하게 온기 느껴지는 느낌 뭔지 모르시죠. 약간 온기가 느껴지긴 하는데 사람 체온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막 차가운 것도 아니고. 근데 손을 뿌리칠 수도 없고. 그래서 그냥 따라갔어요.
어느 집 앞에 도착해서 문을 두드리니까 그 까망이..? 가 나오더라구요. 둘이 대화하면서 저를 데리고 들어갔는데. 아, 대화요. 모르겠어요. 저를 재워준 주민이 하는 말은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다른 것들이 하는 말은 모르겠더라구요. ....말을 하긴 하는 건가 싶고. 근데 또 그 주민은 말이 통하는 것 같던데요. 그래서 그냥 주민이 하는 말 들으면서 대화하나보다 했죠.
들어갔는데, 처음 보는 생물? 이 있는 거예요. 눈이, 엄청 큰 눈이, 커다랗게 달려있는, 사람 얼굴을 흉내낸 것 같은, 눈도, 코도, 입도 있는데, 커다란 두 눈이 저를 동그랗게 쳐다보는데, 눈은 원래 그런가? 눈에 핏줄이 서서, 홍채가 보이는데, 홍채 안에 제가 비추는데, 저를 쳐다보는 눈을 제가 보면서-
XX씨. 정신 차려요. 괜찮아요.
그 눈이 너무 컸어요. 눈을 한번 깜빡이는데 눈꺼풀이 닫혔다가 열리는데, 반쯤 열린 눈동자 안으로도 제가 보이는데-
-왕눈이. 왕눈이라고 불러요.
-그안에 있는제가너무이상 해서. 네, 네? 네?
왕눈이요.
...............왕눈이. ....이름들이 다 이상하네요?
...저희가 붙인 이름은 아닙니다.
네..... 아무튼 안에 있더라구요.
* 다음은 생존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발언임을 밝힙니다.
김여시(추정) : 응? 아, 우리집 손님. 그래서 뭐가 걱정이라고? 아. 아아~ 확실히 그렇지. (김여시가 생존자를 힐끔 바라본다.) 원래 이렇대. 그러고 보니까 너랑 비슷하네. 너도 눈 두 개에 촉수 두 개잖아. 응? 하나 준다고? 아니 괜찮아. 아니~ 그래도 인간 모습은 가지고 있을래.
다른 관광객들? 응, 구경 다 하고 곧 집에 갈 것 같던데. 아니, 근데 걔는 진짜 그만 좀 화내라고 해. 아 몰라 싫어. 친하게 안지낼거야. 응? 식사? 식사 주문했어? 뭐야 감동이야.
헐..... 야채곱창이네. 이거 요즘 내 최애 메뉴야. 최애가 뭐냐고? 요즘 밖에서 그렇게 부르던데. 제일 좋아하는거! 응, 응. 바비큐? 그것도 맛있긴 한데 야채곱창에 야채가 아삭해서 좋아. 주방장은 어디서 이런걸 구해오나 몰라. 다음에 물어봐야겠다.
같이 먹자! 응? 밥 이미 먹었다고? 에이. 괜찮아. 또 먹으면 또 맛있고 좋지 뭐!
.... 근데,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사람은 눈이 두 갠가? 그랬던 것 같기도 해. 나는 지금 한 개긴 한데. 생각해보니까 관광객들은 항상 눈이 두 개잖아. 너도 그렇고. 그치?
맞아? 대답해봐. 사람은 원래 눈 몇 개야? ...한개요. 거짓말하지말고. 몇 개야, 사람눈. ......원래 두 개요.
그치?
(고개를 숙이는 김여시(추정). 이내 뿌득거리는 소리가 한참 들린다.)
됐다. 안이상해? 응, 괜찮구나. 그래~ 왠지 눈이 두 개인것 같더라고. 아. 그러고보니까 너한테 부탁할 거 있다고 했던 거 기억나? 응. 걔네 집에서는 내가 받아다 줄게. 딴건 아니고~ 요즘에 마을에 관광객들이 조금씩 줄고 있거든. 요새 더 마을 미관에도 신경쓰고 그러는데. 관광객들이 잘 관광해주고 예쁘다고 해주는게 자부심이란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부탁이 뭐냐면.
... 알리기로 했거든요.
네?
마을이요. 마을이야기. 마을 이름이랑, 마을 이야기를 알고 있는 사람이 많으면, 관광객이 더 늘 수 있다고 해서. 알리기로 했어요.
기억 났거든요. 그러기로 약속했어요. 그래서 다 말하고 있는 거예요.
조사관님도 조만간...초대받을 거 같은데?
기록을 중단합니다.
마을에 대한 기록 열람자가 많을수록 마을에 빨려들어가는 현상이 많아진다는 것을 확인.
이에 본 기관은 소로마을에 대한 일체의 기록을 중단, 기존 기록들 역시 폐기하기로 결정함.
본 기록은 확인을 위해 남겨놓은 문서이므로 열람을 제한
어서와!!!!
소로마을 외전까지 끝났습니다!
애들이 나쁜게 아니라.... 마을의 번영을 위해 최선을 다할 뿐...
그동안 소로마을 이야기를 즐겨줘서 감사합니다 홍시들 ❤❤❤❤❤
댓글 완전 다 열심히 읽었다 덕분에 신나게 썼어!
다음에 다른 이야기가 생각나면 또 올게!
@언더그라운드서타일 오잉... 그렇게 적대적으로 받아들일 줄 몰랐는데... 여시한테 뭐라고 한 거 아니야 나도 몰입해서 엄청 잘 읽었어; 그냥 내 생각에는 저기에 이미 완벽 적응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면서 잘 살고 있어서 나갈 의지가 없어 보여 그래서 정신 못차릴 거 같아 아니면 그냥 해탈해서 잘 사는 걸 수도 있고. 모습 바꾼 건 그래도 본인이 인간이었다는 건 인지하고 있으니까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고 싶어서 아닐까 생각했음
@남북한남 낮전등 그니까 나는 그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고 싶어하는거에 나가고자하는 의지도 조금은 남아있다고 생각해서 해피엔딩으로 상상하고 싶었던거임;; 그냥 여시가 쓴 소설에 이런저런 상상해본건데 갑자기 내 상상을 부정하는듯한 대댓이 달리면 기분이 나쁠수도 있지않겠어? 애초에 내 댓에 공감한게 아니라면 새댓을 파는게 맞지 사람마다 생각하는건 다 다른건데
너무 재미있게 잘 봤어 여샤!
.........무사와요 무사와요 나를 초데하지 말아죠요
김여시 능력자야 하지만 초대장 치워조요 치워조요
너무 재밌다!!
진심 레전드야
대존잼 ㄷㄷㄷㄷ무사와요...무사와요...
김여시... 잘 지내고 있구나 ㅠ
와 잘 봤어 여시
머야 우연히 본건데 존잼이다 여샤.. 다른글도 보러간다
아 이제.. 나도 끌려가는거여…?
이제 핸펀 안보고 주위 잘 둘러보며 다닐거임 ㅠ
와 진짜 재밌고 무서웠다....잘봤어!
와 눈 끼워넣는 거 대박,,, 아니 글인데도 진짜 기묘함이 느껴져...
너무 재밌게 잘읽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