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동화나 교훈적인 드라마, 영화 등에서는 한 번 비호감으로 찍힌 주인공이 진심어린 노력으로 사람들의 선입견을 바꾸는 모습이 많이 나오죠.
그런데 현실은 시궁창입니다.
심리학 용어 중에 초두효과라는 게 있더라구요. 쉽게 말하자면 처음 접한 정보가 나중에 들어온 정보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겁니다., 즉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거지요.
초두효과에서 흔히 거론되는 예시가 있습니다.
예쁜 애가 공부를 잘하면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한다'고 하지만 못생긴 애가 공부를 잘하면 '독하다'고 욕한다는 것이죠. ;;;
(얼굴은 못생겼지만 머리는 좋은가보다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 건지;;;)
그리고 이게 단순히 가상의 예시가 아니더라구요.
저희 어머니의 경우, 단지 못생겼다는 이유로 배우 김여진 씨를 덮어놓고 싫어하십니다.
근데, 보통 알고보니 그 배우가 명문대 출신에다 연극판에선 잔뼈가 굵은 이름난 배우였다고 한다면, 아무리 연극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좋은 쪽으로 보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경우, 이게 김여진 씨일 경우엔 전혀 안 통합니다.
어떤 공연 전문 잡지에 김여진 씨가 표지모델로 나온 적이 있었죠. 그 기사엔 김여진 씨에 대한 좋은 말들만 있었고 게다가 사진도 예쁘게 잘 나왔죠. 김여진 씨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쪽에선 알아주는 사람인가보다'라고 호감을 가질만했는데, 어머니께서는 못생긴 게 이상한 연극에 나와서 한몫 본다는 식으로 폭풍 까대시더군요. 저는 연극을 잘 안 보긴 하지만, 연극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멘붕 일으킬만한 발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저는 김여진 씨가 그렇게 못생긴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저희 어머니의 '못생겼다'의 기준은 정말로 보편적인 기준에서 못생긴 얼굴만 있는 게 아니라 저희 어머니 기준에서 걍 비호감인 얼굴형도 있습니다. 곁에서 짐작해보건데, 잘 꾸미면 예뻐보이지만, 어딘가 억척스런 인상을 주는 사람들이 저희 어머니에겐 주는 것 없이 그냥 미운 사람이더군요. 어머니께서 억척스런 사람을 워낙 미워하시거든요.
그리고 어머니께서는 한 번 밉게 본 사람은 영원히 밉게 보는 타입이십니다. 김여진 씨뿐만 아니라 전원일기에서 복길이로 나온 김지영 씨, 조폭마누라 신은경 씨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김지영 씨의 경우 복길이 이미지가 강해서 대중적으로는 그렇게 나쁜 이미지도 아닌데 어머니만 유독 싫어하십니다.
한 번은 김지영 씨가 희소병을 이겨냈다는 고백을 했는데, 보통 일반 대중들은 '아, 그런 시련도 있었구나, 어쨌든 대단하네' 뭐 이런 반응인데 저희 어머니는 '왜 그걸 이제와서 말하냐'고 꼬아 보시더군요.
또한, 신응경 씨가 조폭 마누라 찍다가 한쪽 눈을 실명했을 당시 '그래도 한쪽은 보이니 괜찮아요'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는데, 보통 이런 경우는 아무리 미운 사람이라도 안됐다는 반응이 나오잖아요. '그래도 의연한 모습을 보이는 거 보니 대단하다'라고 좋게 볼 수도 있는 거구요.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그 발언에 대해 잘난척 한다고 또 까시더군요. 이건 인간적으로 넘 했다 싶더라구요.
물론, 이와는 반대로 빈발효과라고 해서 처음에 나빴던 첫인상을 만회하려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통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한때 백만안티를 거느렸던 문희준 씨가 그 대표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근데, 사실 이것도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 백만 안티라는 것 자체가 거품 안티였을 수도 있습니다. 거품 인기가 있으면 당연히 거품 안티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ㅋㅋ
당시 문희준 안티가 다들 진정한 안티였다면, 단지 문희준 씨가 군대 갔다 왔다는 것만으로 갑자기 안티를 포기하진 않았을 겁니다.(사실, 군대는 남들 다 가는 거잖아요. -_-;)
그리고 겉으론 안티인 것 같아도 실제로는 상당수가 재미로 놀려먹는 거였죠. 디시인사이드 합성 갤러리의 당시 분위기를 봐도 욕하면서 정들었다는 분위기였구요.
즉, 백만명의 안티가 문희준의 군입대와 동시에 갑자기 안티를 포기한 게 아니라, 애초에 거품 안티들이 많았기 때문에 자연히 안티 현상이 사그러들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문희준 씨는 그 점을 간파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는 달리 멘탈붕괴 안 되고 무사히 군생활을 마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문희준씨는 정말로 현명한 사람이죠. ㅎㅎ
그러나 거품안티가 아니라 첨 봤을때부터 걍 이유 없이 싫어하는 진정한 안티라면 이렇게 문제가 쉽게 해결될 리가 없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실 첫 눈에 반하면 상대가 원수 집안의 자제인 걸 알아도 그 사랑을 쉽게 포기 못하죠.
그렇다면 반대로 첫 눈에 미워한 사람이 알고보니 은인의 자제인 걸 알아도 여전히 미운 경우 또한 있지 않을까요?
어차피 사랑과 미움은 모두 한 인간의 마음속에 다 들어 있는 것이니까요.
그렇다면, 비호감을 호감으로 바꾸려는 노력도 어찌보면 부질 없는 짓입니다.
예를 들어 못생겼다고 미움을 받는 사람이 성형을 해서 미인으로 거듭났다고 해도, 어차피 성형했다고 까일 겁니다.
게다가 아무리 안티가 많다고 해도 이완용이 아닌 이상 대한민국 국민의 대부분이 싫어하는 건 아니므로 굳이,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신경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도록 만드는 것보다는 차라리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먼저 잘 보이는 게 효율적이고 정신건강에도 이롭다고 봅니다.
문제는 누가 나를 편견 없이 좋아해줄 사람이냐를 파악하는 것이겠죠. 그런 사람을 알아서 잘 찾아가는 것 또한 세상을 살아가는 능력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건 취업은 물론 사랑을 할 때도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ㅎㅎ
이상으로 저의 야매 심리분석을 마칩니다. ㅋㅋ
첫댓글 한동안 연예인도아니면서 극심한 안티에 시달려본 제가 심히 공감이 가는 감사한 얘기군요.. 근데 수백,수천명의 안티였던거 시간이 지나니 수십명이상의 응원?? 인들이 더 힘을 크게 주면서 생기는 희안한 인생의 굴곡..
이건 사람의 보편적 성정이죠. 한번 판단/결정해 놓고 그것을 기준으로 삼으면 더 생각할 필요가 없어지니까요. 그런데 지내다 보면 처음 내린 판단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는 증거가 나타나는데, 이럴 때 사람에 따라 반응이 달라집니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새로운 정보로 받아들여 판단을 조정하고, 또 어떤 사람은 새로운 정보가 나왔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 화를 냅니다. 생각하기 귀찮은데 생각하게 만든다는 이유죠. (오늘 일기도 동그라미 다섯 개!! ^^)
변변찮은 제 일기 좋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