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 이야기-손녀의 열돌 생일 선물
“카톡 좀 하려는데, 괜찮겠니?”
“괜찮아요. 무슨 말씀 하시려고요?”
“서현이가 요새 핸드폰 전화를 안 받던데, 무슨 일이 있니?”
“핸드폰이 후져서 안 쓴데요.”
“그 말이 무슨 말이냐? 핸드폰이 후지다니?”
“구형이거든요. 요즈음 아이들은 갖가지 기능이 다양한 스마트폰을 써요. 갤럭시 나인 같은 거요. 요새 나온 최신형을 쓰는 아이들도 있어요. 그건 비싸거든요. 그런 아이들한테 쪽팔린다고 하더라고요.”
“비싸? 비싸서 안 사준다? 너들 어린 시절 생각 안 나냐? 내가 너희들에게 컴퓨터를 늘 최신 사양으로 바꿔주던 것 말이다. 왜 그랬겠니? 세상에 가장 아까운 시간이 컴퓨터 부팅해놓고 켜질 때까지 멍하게 기다리는 시간 아니더냐? 그 시간을 아끼게 해주려고 비싼 돈 들여서 바꿔주고는 했던 거야. 너들 돈이 없냐? 아비 어미 둘 다 돈 잘 벌면서 왜 그러냐?”
“사실은 핸드폰이 없어도 학교 다니는데 별 지장이 없어서, 그냥 안 사주고 있어요.”
“서현이 학교 다니는 데는 별 지장이 없다고? 핸드폰이란 것이 학교 다니는 것 하고만 관계되는 것이냐? 또 세상을 너들끼리만 사는 거냐? 나도 그렇고, 너 엄마도 그렇고, 하나 밖에 없는 손녀가 때론 보고 싶은데, 아비 어미가 돼서 가를 서초동 우리 집으로 자주 데불고 오는 것도 아니잖냐 말이다. 그래서 어쩌다 가 목소리라도 좀 듣고 싶어서 전화를 하게 되는 건데, 전화를 안 받더란 말이야. 그러면 나나 너 엄마나 섭섭해지겠어 안 그러겠어? 너들 그러면 안 돼. 요새 희한한 놈들 다 있더라. 할아버지 할머니는 가족이 아니라고 말이야. 너들도 그러냐?”
“왜 그렇게 비약을 하세요. 아니에요. 당장 바꿔줄게요.”
“아니다. 됐다. 마침 어린이날이 며칠 안 남았고, 또 그 며칠 뒤에는 서현이 열돌 생일이고 하니, 내가 사준다.”
“그러잖아도 핸드폰은 저 엄마가 새 걸로 바꿔줄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러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이것 봐라. 뭐라고? 어미가 사줄 거라고? 할아버지인 내가 손녀한테 선물로 사주고 싶다는데, 왜 어미를 끌어 들이냐? 저 엄마가 사주기로 했다고 하더라도, 내가 사주겠다고 하면, 못 이기는 척하고 빠져주는 것이 도리일진데, 손녀를 위하는 내 마음을 내 친다? 너들 정말 이럴래?”
“아, 진짜 미치겠네. 그게 아녜요. 서현이는 할아버지가 생일 선물로 게임기를 선물해주는 걸로 알고 있어요. 아버지는 그것만 해주세요. 게임기도 값이 만만치 않은데, 거기에다가 핸드폰까지 해주시면 지갑이 얄팍해질 거잖아요. 내치는 것이 아니라, 봐드리는 거예요.”
“좋다. 무슨 말인지 알았다. 그러면 게임기는 어떤 걸로 해주면 되냐? 나는 잘 모르니까 네가 딱 지정해줘라.”
“남부터미널 건너편에 국제전자상가 있잖아요. 거기 9층에 ‘한우리’라는 게임기 가게가 있어요. 거기 가서 물어보시면 안내를 잘 해줄 겁니다. ‘닌텐도’ 게임기라고 하면, 잘 알 거예요.”
“알았다. 오늘 당장 가서 사놓는다. 서현이에게도 이야기를 미리 해줘라. 근데, 조건이 있다고 해라, 지난번에 읽어보라고 줬던 책 ‘어린왕자’ 그 독후감을 써와야 된다고 해라.”
“알았어요. 하여튼 아버지는 어려워요. 어찌 됐든, 이래저래 고맙습니다.”
2019년 5월 2일 목요일인 바로 오늘 오후 2시쯤에, 나와 맏이 사이에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전문이다.
그 대화를 끝낸 즉시로, 아내와 함께 맏이가 지목해준 국제전자상가 9층의 ‘한우리’ 게임기 가게를 찾았다.
가게 직원의 도움을 받아, 게임기 한 대와 프로그램 3개를 구입했다.
꽤나 비싼 값이었다.
지갑이 얄팍해질 것이 뻔했다.
그래도 개의치 않았다.
너무나 기뻐서 환하게 웃으면 달려오는 손녀의 모습이, 내게는 더 소중했기 때문이었다.
첫댓글 손녀에게!
ㅡㅡㅡ,
할매ㆍ할배가!
대단하시네!
엄청 큰 선물 받고
좋아할
서현이 얼굴이 그려지네.
Wonderfu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