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치르치르 미치르
죽은 세계에서 살아가기(3)
-미듬아파트 지침-
죽은 세계에는 유령아파트가 있다. 진짜 유령아파트를 말하는거다. 오늘은 그중 하나인 미듬아파트에 말해보고자 한다.
미듬아파트는 내가 이 세계에 적응해가던 시기에 들어간 아파트이다.
그때는 하루하루 잘만한 곳을 구하기도 벅찼던 때라 비교적 외관이 멀쩡하게 살아 남아있는 아파트를 보고 만세를 불렀었다.
사실 아파트라고 하기에는 조금 민망한 6층짜리 빌라긴 했는데, 외벽에 화려하게 미듬아파트 라고 쓰여 있어서 지금도 그냥 아파트라고 부른다.
아무튼.
미듬아파트 지침서를 받은 건 101호에서 자고 일어난 다음날 아침이었다. 문틈 사이로 종이가 들어와 있더라고.
♡ 미듬아파트에 입주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
미듬아파트는 다세대 주택입니다. 이웃간에 배려하여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듭시다.
다음은 미듬아파트에서 지켜주셔야 할 지침서입니다. 꼭 숙지하시어 부당한 일을 당하지 않길 바랍니다. 지침을 숙지하지 않고 벌어지는 모든 일에 대해 미듬아파트에서는 일체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을 명시합니다.
1. 아파트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습니다. 그러나 최근 입주민들 사이에서 입구 왼편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는 걸 봤다는 민원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저희 아파트는 18XX년에 시공된 아파트로, 당시 엘리베이터는 도면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주민께서 엘리베이터를 탄 후에 어느 층을 누르든, 그것이 어디에서 멈출지는 저희도 알지 못합니다. 다시 한번 적습니다. 아파트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습니다.
1-1. 엘리베이터를 목격하실 경우, 엘리베이터에 타고 싶다는 충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본인이 거주하는 층을 알맞게 누른 경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실 수 있으나(최소 이틀~최장 열흘) 아파트의 층수보다 높은 층을 누르실 경우 어디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출지는 모르겠습니다.
3층을 누르고 닷새 후에 내린 주민의 말을 빌리면, 엘리베이터에는 17층까지 표기가 되어있다고 합니다.
저희 아파트는 6층이 최상층임을 명심해 주십시오.
2. 오전 1시 이후 계단 이용은 자제해주십시오.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계단을 이용하셔야 한다면 신발을 벗고 발소리를 내지 않고 이동 바랍니다. 주민 중 몇 명은 밤에 소음이 나는 것을 못 견뎌 하며, 그 후 일어나는 분쟁에 대해서는 관리자의 책임이 아닙니다.
2-1. 오전 2시 이후부터 3시까지는 계단으로 이동 시 4층과 5층 사이의 계단은 사용을 금합니다. 4층 이상에 거주하시는 주민분은 2시 이후 출입해야 할 상황이 생긴다면 다른 층에 양해를 구하고 3시 이후에 계단을 이용하시길 바랍니다.
2-2. 간혹 오전 네 시쯤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소리가 들릴 때가 있습니다. 그 소리는 현재의 시간대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며, 때에 따라서 현관문을 두드리며 아는 목소리로 살려달라고 애원할 때가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합니다. 그 소리는 현재의 시간대의 소리가 아니며, 주민분께서 문을 열었을 때 어느 시간대를 바라볼지 저희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3. 저희 아파트는 20XX년 이후 금연 아파트로 지정되었습니다. 새벽에 4층에서 나는 연기는 담배 연기가 아닙니다. 2번 조항을 참고 부탁드립니다.
4. 원치 않는 광고물, 신문, 잡지, 종교 가입 권유 등이 아파트 문에 붙어있을 때가 있습니다. 저희 아파트는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금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광고물이 문 앞에 붙을 일은 없으며, 광고물이 부착되어있는 경우 광고물을 임의로 제거하지 마시고 경비실에 연락 바랍니다. 광고물을 만져 해당 장소로 이동할 경우, 아파트 관리 측은 사전에 고지했기에 과실이 없음을 인정받았다는 것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5. 본 아파트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분실문 안내를 하지 않습니다. 지갑이나 핸드폰, 차 키, 학생증이나 민증을 위시한 신분을 증명할 수단, 눈알, 혀 등 신체의 일부, 자식이나 부모 등 친족 일체를 분실했다는 안내가 나온다면 아파트 자체 방송이 아닙니다. 해당 방송은 사례를 보장하며 분실한 것을 찾아달라고 호소할 것이고, 사례에 혹해 방송에 반응한다면 방송을 한 이가 곧 주민분께 찾아갈 것입니다.
댁에 방문한 이가 방송과같이 절실한 태도를 취할지는 모르겠습니다. 태도가 바뀌지 않길 저희는 바라겠습니다.
6. 최근 창밖에 투척되는 오물들로 인해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창밖으로 물건을 함부로 던지는 행위는 아파트 미관을 해칠뿐더러 화재 및 기타 위험의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에 던지면 안되는 물건과 던져도 되는 물건을 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6-1. 던지면 안되는 물건
구호를 요청하는 흰색 천(예시 : 손수건, 수건, 속옷, 기타 천으로 된 흰색의 것들)
불을 밝힐 수 있는 여러 물품(예시 : 라이터, 성냥, 촛불, 후레쉬 등)
흉기로 쓰일 수 있는 것들(예시 : 식칼, 가위, 포크, 도끼, 묵주, 십자가, 마리아상, 염주, 부처상 등)
6-2. 던져도 되는 물건
신체의 일부
육고기 및 물고기
7. 미듬아파트에는 어린아이가 살지 않습니다. 놀이터나 현관, 복도, 벽장 등에서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면 경비실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8. 최근 아파트에서 허가받지 않은 조리를 하는 세대가 있습니다. 허가받지 않은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불을 이용한 조리
2) 소금을 이용한 조리
3) 물을 이용한 조리
4) 기름을 이용한 조리
3) 사항과 관련하여, 본인이 사용한 재료는 체액 혹은 피라고 주장하는 주민분들이 많습니다. 미듬아파트의 경비원분들은 물과 체액, 그리고 피를 구분하는 데에 능숙하며, 경비원에게 항의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9. 501호부터 505호까지, 층간 소음을 호소하는 주민분들이 계십니다. 알려드립니다. 6층은 공실입니다. 6층에는 어떤 주민분도 거주하고 있지 않습니다. 층간 소음을 항의하기 위해 6층으로 올라가지 마시길 바랍니다. 6층에는 거주민이 없으며, 소음이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저희는 알 방법이 없습니다.
10. 101호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습니다. 101호에 거주하는 주민을 본 주민분들은 즉시 경비실로 연락 바랍니다.
쾌적한 공동생활을 위해 협조 부탁드립니다^^
관리소장(백)
....저는 101호에서 잤는데요.
그리고 저는 엘리베이터 봤는데요. 이 아파트에 엘리베이터 있는데요.....!!!!
벌벌 떨며 문을 열고 나오자 보이지 않는 시선들이 꽂히는 게 느껴졌다. 최대한 고개를 숙이고 살금살금 걸어 나갔다. 혹시나 해서 힐끗 눈을 들어 쳐다보자, 역시나,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주민 여러분. 저는 모르겠어요. 여기는 일단 제가 살 곳은 아닌 것 같구요, 저는 입주민도 아닌 것 같아요.
정말 오랜만에 만난 쾌적한 잠자리였지만, 이런 의미를 알 수 없는 찝찝한 곳에서 생활할 순 없었다. 눈물을 머금고 다음 잠자리를 찾아 떠났다.
아. 내 몸 한곳 누일 곳 없는 세계여. 시발, 살려주세요.
지금은 적응돼서 가끔 잘 곳 없으면 가서 잡니다.
첫댓글 존잼….. 진짜 재미있어 … 🥹
근데 의외로 반전으로 엘베, 6층이
살아있는 세계로 가는 탈출구 였으면 하고요
ㅋㅋㅋㅋㅋ 적응해서 가끔 가서 잔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령들이 인간을 무서워했겟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너무너무 재밋닼ㅋㅋㅋㅋㅋㅋ
진짜 너무 잘쓴다 이게 바로 홍콩이지
와 진짜... 너무재밌다... 진짜... 진짜진짜 너무 재밌다...
다 인간 선별하려는 문구잖아!!!!! 끼야악
허걱시바맞네!!!!
주인공이 제일 무덤덤해 시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이름은 따로 없나요?
이름은 아직 몰르겠어요... 익명의 생존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ㄱ다들 김여시 무서워하고있는것같은데
어쩜 주님께 이런 달란트를 받앗을까., 재밋다..
묵주랑 부처상이 왜 흉기인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덤덤한게 너무웃겨ㅠㅠㅠㅋㅋㅋㅋㅋ존잼이야 이거 종교를 무서워하는건지 인간의 믿음을 무서워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살아남는데 좋는 무기가 되겠군 ㅋㅋㅋㅋ
6층 건물에 엘베가 없다니 이게 괴담인데요;;;;;
근데 음식도 못해먹는다니ㅠ 넘 팍팍한 거 아니요 주인장 ㅠ
외계인이 지구 침공한걸까...? 저 생명체들은 뭘까
해먹을수 있는 요리가 없잖아요 저기요 ㅠ 그래도 주인공이 저기서 안잡아먹혀서(?) 다행이네 .. ㅠㅠㅠㅠ
주인공 덤덤해서 너무 웃겨ㅋㅋ
하 재밌어,, 이것ㄷ ㅗ시리즈로 내줄거야?
아니 그럼 주인공은 뭐 먹고 살아요
우리 편알 (했던) 친구 잘 있는지 궁금해요..
머야대채머야 안보이는 괴물들대채머야!!!!
ㅋㅋㅋㅋㅋ 아 주인공 덤덤해서 개웃김 ㅜㅜ
전자렌지 조리는 괜찮대 레토르트만 먹으렴
아 존잼 진짜 주인공 적응 개잘함
아니 조리를 못하면 멀 먹고 사나요ㅜㅜㅜㅜ
101호 집주인이 한번 봐줬나 ㅜㅜㅜㅜ
다음꺼 언제 올라와요 선생님
적응됐대ㅠㅋㅋㅋㅋ
외계 생명첸가 했는데 종교적인 물건이 흉이로 쓰이는 거 보면 영적 생명체인가보다!!
묵주는ㅇ왜흉기냐고요 흑흑 악마새기들아
예외 케이스인건가??
정말 살기 힘든 아파트다...ㅋㅋㅋㅋ
전자레인지는되나요
101호에 아무도안사는데 이제 사는거아니야?!
너뮤재밌다..
101호는 이제 여시들이 접수한다
집에 묵주 하나 들여야것다 흉기로 써야지
101호는 1층이어서 새벽에 규칫 어길일도 어뵤고 좋네
잘곳없으몀 가서 잔다는게 개웃기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 와중에 다른 사람들도 지침서본거면 101호보고 얼마나 놀랬을까
과거에 4층~5층 사이? 불이 났던 걸까 새벽 4시..?